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45
Chapter. 20. 오프로드(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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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만은 말했다. 기억은, 전해 듣는게 아니라 떠올려야 하는 것이라고.
‘이런 의미였나.’
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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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내 이름은 하이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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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형태도 없는 무언가가 하이드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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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른 거에 비하면 그게 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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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도 없는 그의 명명식(命名式)에 참여한 누군가의 목소리도 들렸다.
금이 간 기억의 둑에서 흘러나온, 또다른 과거의 기억.
아마도, 그에게 가장 소중했으며. 그렇기에 잊지 못하고, 다른 기억을 향하는 시작점이 되어준 기억.
그의 이름. 하이드.
그리고, 그것을 최초로 불러준 자.
“….나를 아는가.”
꽈아악!
되돌아온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막 떠오른 기억을 꿰뚫었다.
안다. 하지만 모른다.
그는 나의 여정 속에 들어온 워로드인가. 아니면, 저런 무표정 대신 언제나 실실 웃는 얼굴로 다니던 내 기억속의 누군가인가.
“왜…. 그랬지?”
물어봐야만 했다. 비록 전신의 감각이 그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의 적의에 비명을 지르고, 그를 향한 총구의 방아쇠는 당겨지기 직전이며, 이 깊은 심해까지 맨몸으로 들어온 수계 마법사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고장난 잠수장비와 함께 익사할 것이 분명했지만.
“왜,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거냐.”
그을린 성벽 위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내려다보는 그의 기억이 수십명의 기사와 열차가 뒤얽힌 전장으로. 다시 불타는 바위 마을과 삽의 감촉으로, 파블로의 원독어린 눈으로 변해갔다.
너를 이해할 수 없다.
진정 네가 기억속의 그자라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지금의 워로드가 된 것인가.
“누구냐. 다음은 왜. 내가 방문한 모든 지역에서 한 번씩은 꼭 들어본 말이지.”
“당신은 누구인가. 왜 우리를 찾아와, 아무 이유없이 공격하는가. 약탈자로서 재물을 탐하지도, 지배자로서 조아릴 이들을 남겨두지도, 쾌락 살인마로서 살인 그 자체를 탐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삶의 미련조차 사라진 눈에 의문만을 가득 담아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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쩍, 하는 소리가 난 것만 같았다.
표정없이 가라앉아있던 워로드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고요하던 해류가 사방에서 뒤얽히기 시작했다.
‘저건 도대체….’
깨어진 평온 사이로 살짝 드러난 그의 표정은 하이드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였다.
“왜. 왜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정녕 이런 방법 밖에 없는 것인가!”
“왜! 왜 나인가! 왜 나는 그런 선택을 했는가!”
워로드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해류가 그를 중심으로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다.
“내가 죽여온 모든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많이 내 스스로 물었다! 왜! 왜 이 방법밖에 찾지 못했는가!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준비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게드로이츠의 게임이라는 세계의 근간을 뒤바꿀 힘이, 이 대륙의 모든 사람을 죽여 흡수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실낱같은 가능성만 있었어도 거기에 매달렸을텐데!”
“200년! 그렇게 모든 것을 구하고자 발버둥쳤음에도 고작 200년만에 이렇게까지 추락한 세계였다! 너는 아느냐!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그 순간에도 시시각각 세계가 스러져간다는 압박속에, 최악(最惡)일지 차악(遮惡)일지 모를 단 하나의 수단을 눈앞에 두고 갈등하던 나를 아느냔 말이다!”
작게 드러난 것만으로도 인근 바다를 겉잡을 수 없이 날뛰게 하는 마법사의 응어리진 감정.
“모두가 내게 말했다! 그만두라! 무의미한 살육을 그만두어라! 그만! 그만하라고!”
촤아악!
“이미 내 손에 죽은 이들이 이 팔의 파편만큼 쌓였는데, 여기서 어떻게! 어떻게 되돌아간단 말이냐! 이미 이만큼이나 죽였는데, 변명조차 과분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가 하루라도 더 빨리 과업을 끝내고 모두를 해방시키는 것인데!”
“‘왜’라고 물었던가! 너희들은 나의 ‘왜’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당신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어떤 고뇌를 했는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답이란, 고작 그정도 뿐이었단 말이다!!!”
쿠화아아악!
결국, 그의 감정과 함께 달아오른 해류가 폭발하듯 퍼져나왔다.
검을 쥔 자세 그대로 갑판에 발을 걸어 버티자, 물보라가 지나간 자리에 충혈된 눈의 워로드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터지기 직전의 주머니를 터트린 것처럼, 한차례 격앙된 워로드는 다시 처음의 차분한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나는…. 너를 알았던 모양이군. 이토록 동요하고, 변명하는 것을 보니. 잃어버린 기억 어딘가에서 영락한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는 모양이지.”
“너 또한, 그 검을 뽑을 마음이 없는 듯 하군.”
….철컥!
다시 한 번 총구가 나를 조준했다. 이번에는, 일말의 흔들림 조차 없이.
“뽑아라. 무기를 들지 않은 옛 지인을 죽이는 것은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나’를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니.”
뽑을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한 명도 남겨두지 않겠다’ 말하는 그의 얼굴이, 기억 속 남자와 겹쳐보였다.
“….복식이 텔드랏 지방의 것이군. 나는 여기서의 일이 끝나면 옛 텔드랏 지역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로드릭에서 행했던 것들을 반복할 생각이다. 기억을 온존하기 위해 일부 민간인들이 죽지 않을수도 있으나, 순서가 미뤄진 것 뿐. 예외없이 모두 죽게된다.”
“그게 싫다면, 여기서 나를 베면 될 뿐이다.”
하지만. 흐릿해져간다. 기억속 남자의 흔적이, 눈앞의 적에게서.
“너.”
“할 마음이 생겼나.”
“….”
나는 관찰력이 좋은 편이다. 집중하지 않아도, 나보다 아득히 강한 상대의 파편무구가 내 머리를 겨눠도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이 위에, 배가 한 대 있었을 거다.”
그의 망토 끝자락.
처음부터 넝마였지만, 그럼에도 선명한 흔적이 하나 있었다. 최근에 찢어진 듯, 가운데만 푹 파인 독특한 자국.
딥 블루라인은 온갖 공격적인 해양생물로 가득하고, 인양선 웨일이 거쳐온 항로라 해도 다를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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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그런데 왜 하필 그딴걸 무기라고 휘두르쇼?’
‘제일 잘 다루는 거니까? 효과도 좋고!’
‘아니,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배의 닻을 휘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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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무기는 높은 파도를 넘을 때 쓰는 그 ‘반 닻’이란 물건이었다.
그 무게만큼 파괴적이고, 다루는데 큰 힘이 필요하며.
찍히면, 저 망토자락처럼 가운데 파먹은 듯한 찢어진 자국이 생긴다.
“너, 저 위에서 뭘 하고 왔냐.”
키이이이이잉-!
과충전된 검집이 용맥석의 녹색 마나를 피워올렸다.
“….예외는 없다.”
워로드는 답했다.
그의 목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지성체를 죽여 어떤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
인양선 웨일은 정확히 우리가 있는 바다의 수면에 있었고, 워로드의 망토에는 선장의 닻 자국이 있었다.
선장은, 이곳에 있는 에그윌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은 워로드와 마주했다.
예외는 없었다.
그는, 워로드였다.
찰칵.
“그림 록. 타리무스. 투아달. 이세나. 바이무스. 그 배 위에 있던 다섯 사람의 이름이다.”
“잊을 것이다. 내가 기억해야할 단 하나의 과업을 제외하고는. 죽은 그들을 위해서라도.”
결국, 이렇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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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아….’
‘….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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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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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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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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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워로드를 찾아서. 죽여라.
손이 떨어지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힘을 주어 잡았다.
“다 잊었다. 죽이고 잊는다. 참, 다들 왜 그렇게 샤드 나이트를 혐오하는지 알 것 같군.”
바다에 섞여든 눈물이 비단 실처럼 아롱거리며 흐트러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쪽이 다 잊고 의무 하나만을 기억하고자 한다면. 나는.
“하이드, 그 이름 하나를 붙잡고 여기까지 도달했으니 말이다!!!”
….까드득!
부서질 듯 움켜쥐었던 검이, 과거 세계를 조각 내었던 녹색의 마력이.
마학과 기계장치의 힘을 빌어 검끝을 따라 거대한 호선을 그렸다.
하이드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어 심해의 어둠을 가르는 녹색의 호선.
“….그래. 닮았구나.”
그것을 향해, 워로드의 총구가 노을빛 마력을 뿜어내었다.
쿠우우우우-
잠시, 딥 블루라인 전체가 크게 출렁였다. 녹색과 노을색이 뒤엉킨 빛으로 환하게 밝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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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그르륵.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그리 길진 않을 것이다.
‘숨, 숨이….!’
길었다면, 이미 질식해 죽었을테니.
주변을 보니 해구에 걸쳐있던 비공정이 두 동강나며, 무너진 계곡면의 바위와 함께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워로드는…. 워로드는 어떻게 됐지?’
폭발의 빛 때문인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걸 받고도, 여유가 있었다.’
평생에 단 한번 휘둘러 본 적도, 다른 누군가가 쓰는 것을 본적도 없는 엄청난 힘.
하지만, 정신을 잃기 전 워로드가 쏘아낸 빛이 그것을 가볍게 상쇄하는 것을 보았다.
콰콰쾅-!
그리고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
‘그만한 위력의 공격을 단숨에 몇 번이나 갈길 수 있다니.’
분명, 삼점사였다. 파산검의 공격을 막아내고도, 그만한 힘을 가진 광탄(光彈)이 두 발이나 더 나를 향해 쏘아졌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서, 이렇게 질식해가는 것일까.
[다행히 제때 도착했구나.]“….부그르륵! 부극! 그으으읍!”
[음? 아, 그러고보니 너는 물 속에서 숨을 못 쉬지?]따각-
“푸하아! 허억, 그건, 허억, 그냥 보면, 허억! 알잖습니까!”
[아니 뭐, 좀 내버려두면 알아서 마법 재능이 싹트지 않을까, 기대했던게지. 뭐라해도 넌 저 놈의 닮은 꼴이 아니냐.]물처럼 반투명한 노인의 형상, 오트만은 숨을 몰아쉬는 하이드의 모습에 너스레를 떨었다.
“놈은…. 워로드는 어떻게 됐죠?”
[교수다. 그따위 이름으로 불려도 될 녀석이 아니다.]“하지만-”
[내가 잠시 바다를 갈라놓았지. 알다르샥스가 아주 거칠게 놀아준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췄어.]“그럼, 그 드래곤은….”
[….흐름으로 되돌아갔다면 좋겠지만, 아마…. 그 독사같은 것의 손에 들어갔다고 보는게 좋겠지.]드래곤의 죽음을 애둘러 말하는 오트만의 모습에 나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위력만큼은 현존하는 마도구중 최강으로 알려진 파산검에, 파편 무구에나 들어간다는 귀한 용맥석의 마나를 사용한 일격이 허무하게 막혔다.
워로드의 동료인 월드는 반신이나 다름없는 드래곤과 싸워 이겼다고도 한다.
[으으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시간이 없구나. 교수 녀석, 마법이 무슨 여름날 잡초처럼 자라나서는…. 시간이 없으니, 너는 당장 수면으로 올라가거라. 수면에 닿을 때까진 내 마법이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줄게야.]“….제가 떠나면. 그 다음에는요.”
[나야 뭐. 귀여운 제자와 귀엽지 않은 재회를 마무리 지어야지. 걱정할 것 없다. 내가 이런 모습이라 그렇지, 나름 마법의 기적이라 불리는 라스트 스펠의 편린이란다. 몇 분 정도는 충분히 벌어줄 수 있으니 염려 놓아라.]몇 분. 고작 내가 수면까지 도망칠 시간 몇 분을 위해 저들의 앞을 막아 서겠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지금 나와 마주하는 이 친절한 마법사 노인의 수명이 이제 고작 몇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드래곤은 오트만이 이곳에 돌아오게 하기위해 목숨을 던졌고,
오트만은 물속에서 숨도 쉬지 못하는 모지리가 수면을 향해 헤엄칠 몇 분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다고 한다.
왜 그렇게까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가.
“올라가면…. 제가 뭘 할 수 있죠? 저런 초월적인 존재들에게, 고작 반쪽짜리 오러나이트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있지. 할 수 있고말고. 세상의 그 누구도, 5대 선신이 재림한다 한들 불가능한 일이지만, 너라면 할 수 있지! 네가 하이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할 수 있는게다!]“도대체…. 왜?”
[가능성. 네게서 가능성을 보았으니까. 네가 시작이었으니까! 하이드야, 너의 존재는 이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이례적이란다! 드래곤보다, 어쩌면 교수 저 녀석보다 더 이례적이지! 네가 변화의 시작이었고, 네가 이 세계가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도록 유지했으며, 네가 무너져가는 세계의 흐름에 대항하는 유일한 역류(逆流)였단다!]“그럼, 어떠한 확신도, 앞으로의 계획도 없는데, 당신과 드래곤은 목숨을 던진단 말입니까? 고작 내가 하이드라는 이름 하나를 기억해 왔다는 이유로?”
[고작 그것을 위해 다섯 번의 삶을 내던진 이가 지금 내 눈앞에 있으니, 그래. 그럴 수 있지.]톡.
무언가, 오트만의 손끝에서 날아온 것이 웃옷 주머니 속으로 파고들었다.
쿠르르륵.
오트만이 손을 휘젖자, 물살이 나를 수면을 향해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왜. 왜 모두 죽는 것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가.
왜 이 세상의 이야기는 전부 비극으로만 완성이 되는가.
팔다리를 휘저었지만 오트만의 얼굴은 점차 멀어져가고 있었다.
“아직, 아직 한번 정도 더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냥 같이 싸우게 해주세요!”
[그럴 수 없지. 그랬다간 너 한테 보내주겠다고 그 고생을 한 알다르샥스가 벌떡 일어나 내 따귀를 갈길게다.]“배가…. 워로드가 저희 배를 공격했습니다. 배도, 거기 있던 사람들도. 올라간다 한들 바다 한가운데에서 죽어갈 뿐이란 말입니다!”
[….저놈이 그러든? 제 입으로 ‘네가 타고온 배를 부수고 선원을 모두 죽였다-’ 라고 말하든?]….설마?
어느덧 점처럼 작아진 오트만이 허리를 숙여가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말 장난이야 저놈 특기이자 습관이지. 그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야 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남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말이다. 내 말하지 않든? 아직은, 너희 둘이 만날 시기가 아니라고 말이야. 너무 이르다고.]“그럼….?”
[이제 겨우 상류. 너희 둘이 마지막에 이르기에는, 아직 조금 더 흘러갈 곳이 남아있다는 뜻이지.]저 멀리, 이질적인 하얀 선이 푸른 바다를 가르는 것이 보였다.
하얀 머리칼. 월드가 오트만의 장벽을 열어젖히고 워로드와 함께 오트만의 결계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성미 급한 것도 여전하구나. 가거라, 하이드야. 둑이 한번 크게 무너졌으니, 이제 머지않아 기억이 전부 돌아올게다.]“오트만! 오트만!”
[파도가 네 길을 이끌어 줄테니…. 멀리 굽이쳐 너희가 다시 만났을 때는-]쿠르르륵-!
촤학!
“푸하아!”
“오트만? 오트만님! 오트만!”
눈 깜짝 할 사이에 수면에 도달한 이후로, 오트만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자그락.
숨을 몰아쉬자 가슴 께에서 무언가 작고 단단한 것이 느껴졌다.
헤어지기 전, 오트만이 내게 건네준 것.
이제는 속이 텅 빈 듯 빛을 잃어버린, 그의 가슴에 박혀있던 파란 보석.
철썩.
쏴아아-
철썩.
쏴아아-
방금 전까지의 긴장이 거짓 말이었다는 듯, 바다는 규칙적으로 일렁일 뿐이었다.
나는, 오트만의 보석을 손에 쥐었다.
‘맡겨졌다.
워로드의 정신나간 계획에 동의할 수 없지만, 그가 되돌아 갈 수 없다고 한 것은 이해하게 되었다.
뒷걸음질 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뒤에 남겨두고 왔으니. 그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파도가 이끄는 곳으로.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나의 준비가 예정된 곳으로.
철썩.
쏴아아-
철썩.
쏴아아-
파도는 망망대해 위의 무언가에 부딪혀 철썩이고 있었다.
배.
반쯤 부서졌지만, [인양선 웨-]까지는 알아 볼 수 있는.
근처에 완전히 박살난 다른 배 두 대의 사이에서, 무색 투명한 결정에 뒤덮인 인양선, 웨일 호.
“선장.”
하나, 둘, 셋.
있어야 할 다섯에서는 모자라지만, 그래도 인기척이 셋.
하이드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인양선 웨일을 향해 헤엄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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