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46
Chapter. 20. 오프로드(15)
****
‘….잘 갔군.’
오트만은 위로 올려보낸 하이드와 그의 트롤 친구의 뒷모습이 한없이 작아질 때까지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꾸드드득-
그의 결계가 갈라지고, 흰 머리칼의 여인과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도, 그는 그대로 등을 보인 채 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건조한 눈으로 그를 올려보는 남자와 그의 부관이라도 된 듯 반 걸음 뒤에 시립한 여자.
오트만은 그들의 눈이 그가 아닌 수면을 향하는 것을 본 순간, 조용히 챙겨두었던 물건을 꺼냈다.
[저런 작은 아이보다 먼저 찾아야 할게 있을텐데. 내 말이 맞지? 이걸 찾아서 예까지 온 것이 아닌가?]손. 정확히는 잘린 손 형태의 석상.
[위대한 성자 ‘교수’의 실제 성체를 이용했으며, 제국의 전설중 하나인 영혼술사 알드리치가 직접 코카드리스의 영혼을 불어넣은 물건이지. 광명 교단에서 세상에 남은 성자의 육신을 대부분 화장했으나 이미 비공정 1호의 핵심 부품이 된 이것 만큼은 텔드랏 제국에서 내어주질 않았거든. 그래서 이렇게 남아있는 것이고.] [이걸 찾아오지 않았나?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성자 교수의 성체를 사용했으며, 그 덕에 수 많은 광명교 신자들의 신앙을 빨아들인 이것을. 비공정 1호가 공중성체라 불릴 수 있는 그 불가사의한 방어력을 제공한 진짜 원동력이었던 이 물건을 말이야.]“….그쪽도 나를 아는 자인가.”
[오트만일세. 뭐, 소소하게 2년 정도 자네와 함께했고, 가르치고, 또 배우고. 그정도 사이였지.]오트만은 평범한 손보다 배는 커다란 그 살아있는 손을 들어보이며, 여유를 담아 웃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구나. 팔뿐만 아니라 몸의 대부분이 파편으로 이루어진 수준에…. 바다여 맙소사! 6위계라니? 이 말라붙은 세상에서 어찌 그리 큰 깨달음을 쌓았을꼬?]“….세상에 휩쓸린 자는 발버둥 칠수록 그 거친 흐름을 보다 격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법이지.”
[우문에 현답이로군. 그래서, 그렇게까지 강한 힘을 손에 쥐고도, 아직도 더 강해지려는 것이냐? 그래서 자신의 옛 힘까지 손에 넣으려 하는 것인 게야?]“만약을 위해서다. 내가 충분한 권한을 흡수하기 전에 지금처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기 전에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힘을 갖추려는 것 뿐이지.”
[허허허허. 철저하구만. 참으로 철저해. 자신을 잃은 다음에도 계획을 완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다니….].
.
.
.
여전히 치밀한 그의 제자.
그리고, 이곳 저곳에서 빈번히 드러나는 그의 치밀하지 않은 일 처리.
[….이러니, 우리가 희망을 품을 수밖에.]“무엇을 말인가.”
[저 위에, 하이드가 타고 온 인양선말이야.] [손쉽게 가루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을, 적당히 건드리기만 하고 빠졌지. 참 자네답지 않아. 안그런가?]“….반파된 배로 이 바다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를 섬기는 이들이 따라 붙었으니, 알아서 잘 정리하고 회수할 터.”
[허허허허. 정말인가? 어떻게든 제 손으로 죽이지 않을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고? 어차피 모두 죽여 흡수하는 게 자네의 계획이 아니었는가? 왜, 마주친 김에 죽여 흡수하지 않고?]“기억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얼마 남지 않은 기억을, 보다 강한 파편을 흡수하는데 사용해야 내가 이성을 잃더라도 세계를 흡수할 수가-”
[그런 것 치고는 피난민이 지나치게 많았지. 나는 바다에 속하는 존재라 로드릭 지역에서 텔드랏 지역으로 넘어가는 배를 다 보고 있었거든! 누구는 이래서 살려주고, 누구는 저래서 내버려두고…. 말로는 모두 죽여 없앤다지만, 아무리 봐도 선별하는 것으로 보였단 말일세. 죄 지은 자는 죽을 것이요, 무고한 자는 ‘다음 차례’로 밀려날지니…. 아주 죽이기 싫어서 온몸을 비트는게 눈에 훤하더군.]희망. 아직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은 워로드의 치밀하지 않은 모습에서 나왔다.
[자네는 내면의 의무감에 떠밀려 그리 되었으나, 속으로는 그 의무감의 압박에 필사적으로 변명 중이지.] [나는 바쁘니, 어차피 죽을 민간인 정도는 남은 것들이 알아서 하게 두겠다. 어차피 죽여 흡수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이다. 어차피, 반파된 배와 부상당한 선원들이니 뒤따라온 나의 하수인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그런식으로 죄의식이 키워낸 책임감을 회피하고 있는게지. 분명 죽을 상황에 두고왔지만, 그들이 살아나왔으니 어쩔 수 없는거다. 내 실수다.]“….들을 가치도 없군.”
[바늘 틈 같은 기회를 찾아 기어이 성공을 이끌어 내던 교수놈이 허구헌날 실수해서 죽이려던 사람을 무더기로 놓치다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오트만은 점차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의 제자는 과연 마법사였다. 원래의 세상에 만족하지 못해, 온갖 술과 법을 부려 자신의 상상을 세상에 투영하는 존재.
‘하지만, 마법사의 마법에는 준비가 필요한 법.’
이미지를 그려내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수식을 갖추고 주문을 외워야 하지만.
교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교수가 세상을 둘러보기도 전에 그의 앞에 이 세상의 가장 날카로운 부분이 들이밀어졌으며, 교수는 그것을 외면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뒤틀렸고, 여기까지 왔다. 준비 없이 마법을, 몽상가의 기적을 불러일으키려 한 대가로 스스로를 살라먹고 만 것.
“….그렇다면, 더더욱 죽여야겠군. 네 말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꼭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 같구나, 교수야.]오트만은 그가 이 날 선 대화속에서도 기꺼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 교수와 그는 이렇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마학의 이해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혹은-
=========
‘다들 한 명씩 떠나가네요. 보르카도 그렇고, 루실라도, 알드리치도.’
‘물이 흐르다 보면 갈라지기도 하고, 합류하기도 하고 그런게 아니겠나.’
‘….오트만. 올해로 나이가 몇이셨더라?’
‘으음?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게냐?’
‘그…. 아무래도 오트만이 [자연스럽게]은퇴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따악!
‘아악!’
‘내가 빨리 죽으면, 장담하건데 네놈을 만나서 그런게야!’
‘그건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아니라고 해봐라, 이놈! 이놈!’
.
.
.
=========
죽음에 대하여.
함께 몇 번의 사선을 넘어왔으니 그 또한 자연스러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아닌 척 하며 그가 죽고 없는 순간을 상상하며 씁쓸해하던 제자의 표정이, 참으로 기억에 남았었지.
그때 내가 뭐라고 답했더라.
[….너무 아프게 기억하지 말거라.]“유언인가.”
[네게 남기는 것이 아니다. 훗날, 긴 잠에서 깨어나 너의 기억을 되돌아볼 나의 제자에게 남기는 말이지.]워로드가 손을 들어올렸다.
오트만도 수인을 맺었다.
워로드의 수인과 함께 나타난 것은 용과 같이 소용돌이 치는 물기둥.
[잘…. 배웠구나.]언젠가, 그가 사막의 바다에서 딱 한번 보여주었던 그것.
이곳은 물론 수면에 남겨둔 배까지 한번에 찢어발기겠다는 듯한 그 모습에, 오트만도 그의 마법을 풀어놓았다.
‘이게 마지막이겠지.’
오트만은, 그가 라스트 스펠을 발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교수와 함께한 여행중에 마주한 대마법사의 흔적. 그의 의지는 사물이되고, 현상이 되어 수백년 뒤의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주문이 시작된 것은 과거라 할지라도, 끝나는 것은 먼 미래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너희 둘은 너무 많은 짐을 지었으니…. 이렇게라도 도와줄 수밖에.]스르륵-
마법의 수인을 맺은 손가락이 하나도 남김없이 풀어졌다.
마법과 함께 오트만 보들레르의 존재도 점차 흩어지고 있었다.
라스트 스펠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던 의지이니, 주문이 끝나는 것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
[고요….하구나….]형도, 식도, 수인도 없는 마법사의 읇조림은 그의 마지막 존재와 함께 바다에 스며들었다.
쿠르르륵-
마법사의 최후는 그의 삶처럼 고요했다.
꾸드드득!
“월드….! 길을….열어라!”
“강제로 밀어내기엔 너무 많은 데이터가…. 윽!”
그가 남긴 마법은 그렇지 않았다.
일순간, 세상에 바다라 불리는 모든 수면 위의 파도가 사라졌다.
사라진 파도는 어느 한 점을 향해 몰아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파도가 단 한 점을 향해.
잠시, 그들이 어디로도 갈 수 없도록.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진 이가, 그의 반쯤 부서진 인양선을 타고 바다를 빠져나갈때까지. 그렇게 흘렀다.
****
.
.
.
.
“푸훠억! 꺼억! 그워억!”
“에그윌!”
“그워, 그후, 에그윌, 괴물보고왔다! 깊은 바다 마법사! 하얀 여자! 미친 남자!”
“오트만과 그 둘이로군….”
내가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나온 것을 보니, 오트만이 나를 보낸 뒤에 딸려보낸 것 같았다.
에그윌은 그간 보여준 모습답지않게 횡설수설하더니, 이내 반쯤 가라앉은 웨일호의 모습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 무슨 일 있었나?”
“모르지. 이제부터 알아봐야 할 것이고.”
반쯤 가라앉은 우리 인양선과, 그 옆에 완파된 처음보는 배가 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조심스럽게 헤엄쳐 갔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듯 배 위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변함이 없었다.
“그우우. 이건….”
“샤드나이트. 그것도 정도 이상의 파편을 흡수한 ‘말로’의 흔적이야.”
파편 사냥꾼일을 하다보면 종종 보게 되는 모습이다. 샤드나이트가 무리하게 파편을 흡수한 끝에 흡수한 파편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어 폭주한 모습.
너덜거리는 줄사다리에 발을 거는 순간, 불안이 엄습한다.
인기척은 셋. 엘프의 가는 숨소리, 수인족 특유의 거친 목울림. 마지막으로, 뚝뚝 끊어지는 누군가의 숨소리.
『빈,손으로 돌, 아온….주제에. 오, 오래도 걸렸,군….』
“당신….”
“우우, 우우우우!”
선장 그림 록은 온몸에서 무색 투명한 결정이 자라난 채로, 그의 몸통만한 닻을 갑판에 박아 거기에 기대 앉아 있었다.
에그윌이 울부짖으며 달려가는 사이, 나는 반쯤 감긴 그의 눈을 마주했다.
샤드나이트.
몸에서 결정이 자라나다 못해 주변으로 퍼지는 현상.
그리고, 저 눈.
콰악!
“멈춰, 에그윌.”
“놔라! 선장 다쳤다! 피! 피가!”
“그래. 내가 봐도 많이 다쳤네.”
에그윌은 붙잡힌 팔목을 사납게 뿌리치려 했지만, 내쪽에서 힘을 주어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떠돌,이라 더,니…. 이래저,래 아는게 있는, 모,양이로구만….』
“….당신이 이렇게 될거란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해봤지만.”
커흐욱, 큭, 쿨럭!
『끄흐으…. 바다사나이야, 언제나, 예측불,허가 아닌….가? 크흐, 윽, 커흐흐흐흐!』
피가 섞인 기침 속에서도 무색 결정 조각이 섞여 나왔다.
모든 샤드나이트의 말로.
샤드나이트 본인의 기억보다 흡수한 파편들이 차지한 부분이 더 커지며, 그만 중심을 잃고 폭주하는 현상.
반쯤 감긴 눈 위로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은 선장의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이 꺼져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저 눈이 완전히 감긴다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온갖 부정의 총아와 같은 파편의 의지가 저 몸을 움직이리라.
『15년쯤 전…. 한창 파편 처먹는 것에 맛을 들렸었….지…. 기억인지 뭔지도 괜찮고…. 닻을 혼자 휘두를 정도의 힘은, 차, 참을 수가 없었….거든.』
“그우우. 하이드, 이건….”
“그래.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
말로. 샤드나이트가 흡수한 파편이 되려 그 몸을 차지할 때, 샤드나이트는 그가 간직하던 제일 깊숙한 기억을 내뱉는다. 그것이 없어지기 전에 밖으로 내보내듯이.
저렇게 되기 전에 미리 죽여주는게 도리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저렇게 밀려나오는 마지막 기억을 들어주는게 예의였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내보냈으니, 누구라도 기억해주자는 의미로.
『….일 때문에 들렀던 다른 도시에서, 처음보는 여자가 날더러 삿대질을 하더군. 왜 이제 왔냐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까드득, 후두두둑.
『내게 가족이 있었데. 아내도, 아들도, 딸도.』
『잊어버린지도 몰랐던 거다. 아침에 나가, 경매로 사들인 파편을 흡수하고, 그대로 잊어 돌아가지 않았던거지.』
그림 록의 눈에서 결정화된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이 험한 세상에서 갑자기 가장이 사라진 가정. 운이 좋다면 알아서 살아남았겠지만, 보통은….
『….납치당했다고 들었다. 내 기억에 없던 집은 폐허가 되어 남은 물건 하나 없었지.』
까드드득. 툭.
『이, 동화책 하나를 빼고는.』
날카로운 결정에 찢어진 선장의 목은 어느새 다른 결정들로 메꿔져 있었다.
하이드는 선장이 던진 얇은 종이 뭉치를 들어올렸다.
[공중요새, 전설의 비공정]“….그래서였나.”
그래서, 무려 15년을 비공정 인양에 매달려왔나.
잃어버렸음에도 기억조차 못하는 그 공허함에 떠밀려서.
그렇게, 평생을.
쏴아아아….
어느새, 바다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파도 한점 없는 거울같은 수면에, 속에서부터 자라난 파편 결정에 흉하게 꿰뚫린 선장의 모습이 비쳤다.
“내가 배에 탔을 때부터, 있었다. 선장실. 엄청 오래된 파편, 여덟 개.”
“워로드의 수하들이 습격했고, 선장은…. 그걸 사용한거군.”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 배가 없으면 자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그림 록은 ‘비공정을 찾는 배의 주인’으로만 존재한다고.”
결국, 그 또한 잃어버린 기억에 매여버린 광인이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공허함을 달래주던 이 인양선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그걸 지키기 위해 자신의 남은 모든 것을 털어낼 만큼 하나의 기억에 치우쳐있는 광인.
『1호는…. 하늘요새는, 거기 있었나?』
그림 록의 눈에서 마지막 생기가 흩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워로드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한듯한 인양선.
어째서, 왜 워로드는 제 손으로 마무리를 짓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영혼술사로 이루어진 그의 군세를 믿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배 두 척 분량의 영혼술사 군대를 홀로 막아낸 것이 선장 그림 록과 그의 반 닻이라는 것도.
“….분명히. 배 밑을 조금만 손보면 지금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으로.”
『아아아, 그래….』
이제 곧, 그림 록이 사라지고 파편의 악령이 저 강건한 육체를 휘두를 것이라는 것도.
찰칵.
검을 쥐었다.
오늘 한번 썼지만, 반쯤 부서진 배 위에서 선장의 반닻이 날뛰게 두었다간 모조리 가라앉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 검으로는 워로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더는 미련이 없었다.
키이이잉-!
차오르는 마력과 함께 검이 부서질 듯 진동했다.
“짧았지만, 고마웠다. 선장.”
『아아아아, 출항이다! 세, 세일….』
까드드득!
『ㅅ….세일….끄르르륵!』
쿠웅!
.
.
.
.
“….세일, 호오오오!!!”
물기어린 목소리로, 고요한 바다가 출렁일 정도로 후창하는 에그윌.
그와 함께, 선장의 반 닻이 하늘 높이 들어 올려지고.
카가악!
칼집에서 나온 파산검이 오늘의 두 번째 검격을 뿜어내었다.
툭.
트롤의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목이 베였음에도 피 한방울 흐르지 않는 선장의 머리도.
그의 힘의 상징이자, 과거의 원인이된 반 닻도.
거울 같은 바다를 가르는 녹색 검격과 함께, 평안하기만 한 바다 위로 떨어져내렸다.
“….정말, 빌어먹을 세상이야.”
하루종일 시달린 잠수부도, 패스파인더도 지쳐 허물어졌다.
밖의 소란이 잦아드는 소리에 갑판아래 숨어있던 이들이 뛰언오는 소리가 들렸다. 짙은 혈향으로 보건데, 그들도 중상을 입은 모양.
엘프와 살아남은 수인의 외침 속에 하이드는 지친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실려온 작은 파도 한조각이 그들의 허물어진 배를 밀었다.
육지로. 그가 가려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