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54
Chapter. 21. 어나더 솔로 플레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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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하하! 으하하, 흐흑, 으하하하하하하하콜록콜록하하하하하하하하!’
‘흐으, 허어, 아이고 죽겠다. 축하하네 하이드. 150번정도 나한테 지더니 드디어 나를 죽일 대단한 기술을 만들어내고야 말았군. 흐으, 허흐흐, 세상에 이렇게까지 웃어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는데.’
‘—! (*#@*&^$@&!!! —, —-?!’
‘아 그거야 손에 쥔 게 칼인지 책상다리인지 구분도 못하는 코흘리개들 이야기고. 넌 염병할 근위기사 씩이나 돼서 그런 질문을 하는게 말이냐? 왜, 아주 낙하산이라고 이마에 붙이고 다니지? 넌 망할 오러가 뭔지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그게 몸통에서 밖으로 나오질 못해서 그렇지. 이 지루 자식아.’
‘&#$*^@$&, ***–凸#&! *(&#*^&@&)*@#$…..’
‘시끄러. 꼬우면 혼자서 해결하던가.’
‘우리끼리 농담으로 얘기하던게 있지. 남한테 오러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달라는건, 실례지만 제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하고 남한테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 — —-?’
‘오러란 무엇이냐. 결국 마법과 근본적인 원리 자체는 동일하다고. 마법사가 [내 세계는 원래 이따위야! 손에서 불이 나오지!] 라고 세계에 고집을 피우는 존재라면, 기사는 [난 내가 생각하는 이런 존재야! 여기서 개미 오줌만큼도 변할 생각이 없지!] 라고 고집을 피울 뿐이지. 오러는 그런 똥고집의 정수라고.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추출해 휘두르는 느낌이란 말이다. 그 왜, 저번에 암살자 막다가 오러 깨진놈 있잖아. 어, 웨스커. 그놈 사지 멀쩡한데 2주나 엎어져서 숨도 잘 못쉬었잖아. 그게 그런거지. 마법사 식으로 말하면 [근원 심상]이 박살난거라고.’
‘오러가 깃들었다는 것은 네 내면에 스스로에 대한 자각은 생겼다는 뜻이다. 그걸 밖으로 꺼내려면, 다음 단계가 필요하지.’
‘나는 누구인가-를 이 세상에 명확하게 주장하는 것. 너를 무엇으로, 어떤 존재로, 설령 신이 내려와서 너를 정의한다 해도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단계지.’
‘하이드. 너는 어떤 놈이냐? 네가 아는 [하이드]는 무엇으로 표현될 수 있는 존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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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에라이 반푼이 하이드야.’
‘얼굴 잘 싸메고 다녀라. 제국의 얼굴없는 영웅이 이따위인 걸 알면 시민들의 실망감이 하늘을 찌를거다. 열심히 널 팔아먹고 계신 태후님의 입지는 땅에 떨어질 거고.’
‘이런 무능하고 일 잘하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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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조심하시오.”
“아는 기사입니까?”
“아는 기사였소. 검보다 방패를 잘쓰는 분이셨지.”
“….지금은, 저 방패로 선한 이들을 많이 쳐죽인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오. 저주받은 기사 대부분이 성하도시 안쪽에 있는 것과 달리, 저분은 병사들과 함께 사용인 도시를 배회하고 계시지.”
기사였다. 전자의 기사는 적을, 후자의 기사는 우리가 아는 그 ‘기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정진. 하라….!』
콰아앙!
박찬 땅이 터져나가며 저주받은 기사가 파고 들어왔다.
‘검, 방패.’
어깨를 방패에 붙이고 돌진하며 검을 든 반댓손은 한껏 뒤로 당겨진 자세. 제국 방패술의 교본과 같은 자세로 방패의 충격에 흐트러진 상대에게 위에서 검을 찔러넣기 위한 전술이었다.
콰가가가가각!
“거 되게 비효율적인 기사셨군!”
이쪽은, 프라우크가 말한 것처럼 방패가 본체였지만.
타닷!
오러가 덧씌워진 방패를 뛰어넘자 기사의 눈이 거짓말처럼 공중에 뜬 나를 정확히 따라왔다. 체공 중이라 회피가 어려운 상대를 먼저 처리하는 것이겠지.
콰아아악!
터엉!
기사는 체격과 달리 기민했다. 방패를 땅에 박아 돌진력을 죽이고, 동시에 땅에 박힌 방패를 박차고 내 쪽으로 몸을 틀어 검을 휘둘렀다.
물 흐르듯 검으로 옮겨붙는 보랏빛 불꽃과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섬뜩한 살기.
떨어지면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검과 함께 썰린다!
“떨어지면!”
후두둑!
손가락 사이에서 활성화된 마도구가 떨어졌다. 몸을 띄울 때부터 망토에서 미리 꺼내둔, 쓰고 버리는 용도의 양산형 마력 폭탄. 평소 쓰던 것처럼 석탄 가루를 채우고 폭발력을 죽여놓은 것.
퍼버벙!
작은 폭발이 몸이 떨어지던 속도를 죽이고,
쐐애액!
그 줄어든 속도 만큼의 간격이 기사의 검을 빗나가게 했다.
주력인 방패는 몸에서 떨어졌고, 휘둘러져 빗나간 검에 상체가 열린 상황.
‘지금!’
추락하는 자세 그대로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하이드경! 놈들은 본체인 꽃을 파괴하지 않으면-”
“아오아흐아(나도 알아)!”
떨어진다.
병사와 달리 갑옷으로 온몸을 가린 저주받은 기사의 머리가 내 발끝을 지나, 무릎으로.
끔찍하게 빨리 회수된 검이 이쪽을 향하고, 기사의 보랏빛 눈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퉤.”
검을 휘두르기 전, 입에 물고 있던 마공학 폭탄이 반짝이며 놈의 면갑 속으로 들어갔다.
“거, 면갑 좀 촘촘한거 쓰지 그러셨어.”
.
.
.
콰아아아앙!
갑옷 안을 가득 채우는 푸른 섬광과 함께,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기사의 전신갑옷.
“….정수리팔꿈치눈!”
보는 것 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했다.
“자비여어어!!”
성기사는 폭발에 튕겨나가는 나를 스쳐 기사를 향해 돌격했다.
쾅 쾅 쾅!
갑옷을 잃고 드러난 기사의 흉측한 몸에 정확히 박혀 들어가는 삼연격과 산산히 부서져 흩날리는 보랏빛 꽃 세 송이.
“라투라. 여신께서 그대를 거둘 것이오. 교관.”
『….제국, 제국은 언제나….』
저주받은 기사는 마지막 말을 끝내지도 못한 체 녹아내리듯 허물어졌다.
“콜록, 콜록! 으으으, 팔 다 데었네….”
“고생했소. 부축이 필요하시오.”
“괜찮으니 하던 기도나 마저 하시죠.”
“충분히 했소.”
튕겨나간 골목 구석에서 기어나오는 나를 발견한 프라우크는 썩은 뿌리 더미 같은 흔적에 성호를 그으며 돌아섰다.
“치료는 나중에 해줄테니 움직이시오. 소란이 일었으니 적이 찾아올거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아주 모범적이십니다, 성기사님.”
투덜거리긴 했지만 성기사보다 먼저 움직인 쪽은 나였다. 저런 거랑 연전을 치르느니 굴러서라도 이동하는게 맞지.
사용인 도시의 빽빽한 주택은 두 사람의 모습을 금세 감추어주었다. 건물과 길을 쪼개던 굉음도, 3년째 이어져온 수도의 전투 소음속에 허무하게 흩어져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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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군은 크게 병사, 기사, 마법사, 그리고 근위기사 급으로 나눌 수 있소.”
“아뜨뜨. 기사 위에 둘이나 더 있습니까? 그리고 마법사? 마법사를 조종하는게 가능하다구요?”
“그대도 저주가 보여주는 환각을 봤을텐데.”
“아, 되겠네.”
환각이라. 몽상가에게 꿈을 보여주는 힘이라니, 상성이 좋네.
우리가 이렇게 마음 놓고 떠들어대는 것은 프라우크가 지금 있는 곳이 꽤나 ‘안전’하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음.”
“흐으읍!”
….쓰으윽, 쓰으으윽-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숨을 멈추자, 아래층에서 가까워지다가, 조금씩 멀어져가는 소리.
“갔군.”
“푸하아! 미안한데, 자비 교단의 경전에는 ‘안전’이라는 단어를 따로 다른 뜻으로 쓰는겁니까?”
“거의 무해한 뮤트요. 강산성 몸체를 가진 것을 제외하면 시각도, 청각도, 후각도 부족한 실패작이지. 뮤트 로드의 무리에는 저런 실패작들이 많소. 저마다 제 취향껏 중구난방으로 만들어대다보니.”
아래층의 기척이 가시자 프라우크는 별것 아니라는 듯 둘러댔다.
우리가 있는 곳은 사용인 도시의 중앙을 가로지른 균열 반대편, 그러니까 황제군보다 뮤트가 더 많은 구역의 주택 안이었다.
“이게 주교가 말한 성하도시까지 가는 길이지?”
“그렇소.”
빈틈하나 없이 빽빽하게 지어진 성하도시의 주택가. 자비교단의 길은 그 주택가 내부의 벽을 마구 뚫어서 건물과 건물을 터널처럼 이어놓은 길이었다.
저벅. 저벅.
터걱. 터걱.
잠시, 내 발소리와 천으로 감싼 금속 그리브의 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매웠다.
“….잘 싸우더군. 일반 기사의 몸놀림이 아니던데.”
“오러 나이트라고 말했잖습니까.”
“오러 나이트의 실력도 아니고.”
이 자식이?
프라우크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꽤나 자책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까보다 훨-씬 좋은 표정으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이 자식, 능력으로 사람 가린다.
“….자비는 사람 안 가린다면서.”
“뭐라고 했소.”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고 했수다.”
칼같이 돌아본 프라우크에게 대충 둘러대며 성기사가 치료해준 팔을 움직여보았다. 꽤 큰 화상이었는데 조금 쓰라린 것 빼고는 거의 아프지도 않았다.
“자비 교단은 자비 교단이네. 성능 확실하구만.”
“쉬이 생각하지 마시오. 저주의 권역 안에서 상처는 회복보다 곪는쪽이 자연스러우니. 돌아가서 성수를 발라야 할 것이오.”
“일 시켜먹고 쬐끔 준다는 그거?”
주교의 일을 들먹이자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성기사였다.
‘일이라.’
그러고보니 주교가 시킨 그 ‘일’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있었지.
“저기-”
“사과하겠소. 내가 하이드 경을 너무 섣불리 판단했소.”
“아니, 신전 밖에 살아있는 민간인이 있기는 한 건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
“많이 찔렸습니까?”
“….잘 싸우더군.”
이 인간, 제법 귀여운 구석도 있었다.
“그래서. 밖에 민간인이 많이 있냐니까요.”
몇 분전에 머리에 꽃 달린 인간전차에게 터져 나갈뻔한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데, 이 사용인 도시에서 자기 집에 혼자 살면서 3년이나 생존한 사람을 민간인이라고 부를 순 없지 않나. 재야의 고수라던가, 힘을 숨긴 평민 같은 걸로 불러야지.
‘그 주교, 웃는 꼴이 꽤나 의뭉스러웠지.’
떠돌이로 살아온 세월이 키워준 감이다. 뭔가 숨기는게 있어 보였으니 ‘민간인을 구해와라’는 부탁이 진짜 민간인을 말하는게 아니라 어떤 은어, 조심스럽게 취급해야할 무언가를 나타내는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있소. 그것도 꽤 많이.”
민간인 맞단다. 그것도 많데.
“어떻게?”
“황제의 저주받은 군대는 제국민을 죽이지 않소. 양 떼를 몰 듯 몰아넣을 뿐이지.”
“어…. 내가 아는 저주는 그런거 안 하던데.”
“교단이 아는 그 어떠한 저주도 이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소.”
“황제의 군대가 민간인을 죽이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서 데려올 필요가 없는 거 아닙니까? 굶어 죽을 위험 때문에 그런가?”
“….글세.”
덜컥!
프라우크는 특유의 고저 없는 목소리로 벽통로 옆의 문을 열며 말했다.
“그거야. 살려두는 이유에 따라 다르지 않겠소.”
열린 문 안쪽은 한때 누군가 살았을 평범한 집이었다. 먼지가 두텁게 쌓였고, 생활감 있는 가재도구가 걸려있고, 깨진 나무 창문 안쪽에는 반쯤 수선한 하녀복의 안감이 있고.
“푸- 후— 푸- 후–”
그리고. 그런 생활감 있는 가정집의 의자에, 살아 숨쉬는 새빨간 점막 같은 것이 뭉쳐있고.
“저건….”
“이 집의 주인이었겠지. 사람이오. 여전히 살아있는.”
“저게 말입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내 반문에, 프라우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의 꽃을 키우는 것은 인간의 생명력이지. 그리고 지금의 수도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고치나 다름없소.”
“황제의 군대가 민간인들을 죽이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요. 수도에 자욱한 저주받은 안개로 숨을 쉬고, 생명력을 빨리고, 그렇게 저주에 몸이 먹혀 들어가며 종국에는 이런 형태로 완성되지. 오직 저주에 생명력을 공급하기 위한 살덩어리로 변모하여.”
잠시 성호를 그어보인 프라우크는, 책상 위에 남아있던 하녀복을 숨쉬는 살덩이 위에 덮었다.
그리고, 허리춤의 메이스를 들어올렸다.
“2주 전에는 아직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소.”
“그때도 신전에 올 것을 종용했지만, 거부했지. 황제의 은혜가 그들을 지키고 있다고. 저 보랏빛 꽃은 저주가 아니라 제국을 위기에서 건져올린 진정한 구원이라고 하며.”
퍼어억!
메이스가 휘둘러지고, 하녀복이 피에 물들었다.
“….굶어 죽지도 않소. 저주의 안개 속에서는, 밥을 먹지 않아도 허기가 지지 않지.”
“이게, 우리가 제국에 살아 숨쉬는 모든 민간인을 신전으로 데려와야 하는 이유요.”
“서두르지 않으면 방금 내가 한 일을 부지런히 반복해야 할 것이오.”
프라우크는 조용해진 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방에 들어선 순간 그의 표정이 왜그렇게 어두워졌는지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푸- 후— 푸- 후–’
….한 덩이 고깃더미가 되어 숨쉬는 것만 반복하고 있던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신전에 누워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힘없이 누워서 숨만 쉬고있던 환자들.
생각해보면 그들의 곁에는 내가 받은 것과 같은 건량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하나같이 한입 베어 문 흔적 하나 없는, 새 것
신전은 생각보다 더 끝에 가까웠다. 거기 있는 사람들 또한.
어쩌면, 이 거대한 수도 전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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