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64
Chapter. 21. 어나더 솔로 플레이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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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을 세우고 싶지 않습니까?] [원하던 것을 달성한 니그미 옆에, 행복해진 당신의 여왕 곁에 남아있고 싶지 않습니까?]그 말은, 순수하고 수동적인 종족의 뇌리에 커다란 충격으로 도달한 모양이다.
딱 5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던 카울드는 석상처럼 미동도 없이 5분간 생각에 잠긴 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휙! 휘익!
“[제국의 전략] 상, 하권, [벤 하우드의 장수론] , [기사도와 그것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어이쿠. 갑자기 웬 책입니까?”
“우리 군단의 전략 대부분은 내가 관리하고, 나는 그 책들을 통해 전략을 배웠지. 나와 같은 시선으로 전장을 본다면 불필요한 대화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아, 전략적 시선을 일치시키는 것. 정석이죠. 그럼 다 읽고나서 제가 찾아뵙-”
“60분을 주겠다. 그 안의 내용을 모두 숙지하도록.”
“….예?”
“나는 먼저 가서 폐하께 미리 예고하지 못한 너의 추가적인 알현에 대한 사죄와 이해를 구하고 있을테니 다 숙지하면 알현실로 찾아오도록.”
“저기요, 전하! 카울드님! 야 임마! 이 새끼야!!!”
두께가 반 뼘이 넘는 책을, 그것도 장수들을 위한 요약본이 아니라 책사 같은 전략을 따로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서적이 무려 다섯 권.
시간 관계상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시 생각하는 전략 서적만 추려냈다며 그걸 내게 떠넘긴 카울드는 그걸 전부 읽고 숙지하는데 딱 한 시간만 줘놓고는 알현실을 향해 돌아섰다.
다행히도, 그 책의 두께부터가 [불가능!]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쓰여있는 것이다 다름 없는 덕에 그가 방을 나서기 전에 신속하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질 수 있었다.
“못해! 안 해 임마!”
“호칭은 하나로 통일하라고 했을텐데.”
“아니, 저걸 다 읽는 것도 아니고 숙지하는데 뭔 한 시간이여!”
“….이해할 수 없군.”
“내 말이!”
카울드는 진짜로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듯한 얼굴이었다.
“너는 워로드의 유일한 적자라고 했다.”
“그래!”
“그리고 네가 워로드에 대해 말한 바에 따르면, 그 워로드가 200년전 여왕폐하를 포함한 우리 종족을 멸망시킨 전설적인 성자와 동일인물이라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제국의 수많은 역사서에서 잉크가 부족할 정도로 칭송이 자자한 전략의 천재가 아닌가.”
“어…. 그렇지….요?”
“나 또한 몇몇 일화 속 그의 지혜로운 전술을 보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그런 자와 전쟁을 치루는 상황도 상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압도적인 전력으로 밀어붙이는 것 외에 별다른 전략이 떠오르지 않더군. 너는 그자의 분신에 가까운 존재라 설명하지 않았나. 혹여, 내가 이해한 것들 중 곡해한 것이나 거짓으로 고한 것이 있나?”
“어, 없는데….”
“그럼 문제 없겠군. 네 정체가 네가 말한 대로의 하이드라면 그자와 동일한 전략의 천재일 것이며, 그렇다면 나보다 못한 자 일리가 없으니.”
“어, 음….”
상상도 못한 고평가의 근원은 좀 전에 나눈 니그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한 교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디까지나 나의 부족한 전략적 관점을 이해해달라는 뜻으로 부탁한 것이었다. 그러니, 필요한 부분만 되짚어보고 되도록 빨리 알현할 수 있도록.”
생각해보면 제국의 역사를 통째로 씹어먹은 저 사자머리가 ‘성자 교수’의 이야기를 모른다는게 말이 안 됐다. 워로드와 교수가 동일 인물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카울드는 입이 아주 바싹 마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카울드 입장에서는 그가 학습한 모든 제국의 전략서에서 [세상에 다시 없을 불세출의 명장!] 따위로 칭송한 인물이 그들의 적이 된 상황이니까.
툭.
카울드는 마지막으로 뽑아든 책은 던져주고는 나가버렸다.
쌓아 놓으면 한아름은 될법한 책과, 주어진 한 시간.
당장 내 의도대로 전략을 수정할 의지가 만땅인 아군(예정) 군 사령관과, 그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중인,
하이드. 성자의 기생충/농부 및 대주술사의 여행동료/황후의 기사/마도공학자/패스파인더 출신.
전략 전술 같은거 배운적 없음. 잘 모름.
“니미….”
안된다 말하고 싶어도, 당장 어설픈 상태로 갔다간 ‘….그 정도인가. 앞으로의 일은 내가 알아서 계획하겠다.’ 하고 나를 무능한 장기말 취급하는 카울드의 얼굴이 선했다. 상황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면 적어도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정도의 지식은 필수인 상황.
어쩌겠어. 벼락치기로 해야지.
1분 1초가 아까우니 투덜거릴 시간에 한 자라도 더 머리에 담아야 했다.
주어진 책은 다섯 권.
[제국의 전략] 상/하, [벤 하우드의 장수론], [기사도와 그것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터억.
“[전설적인 명장, 성자 교수가 불가능한 전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고찰]이라….”
박교수씨의 ‘안되면 뒤지면 그만이야~’ 식의 막무가내 성자행은 후일 그를 존경하는 무수한 사제와 사학가들에 의하여 대단히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행동으로 평가되었으며, 그것은 ‘일반적인 전략으로 불가에 가까운 상황을 바라보는 새로운 전략적 시선’이란 이름으로 제국의 군을 운용하는 이들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내용으로 자리잡았다.
깨알 같은 글씨와 약간의 삽화가 포함된, 900페이지 가량의 흉기에 가까운 전략서라니.
아아, 박교수 이 어찌나 다채롭게 성가신 인간이란 말인가.
“….참 다행이야.”
팔락.
“그놈이 이번 월드의 악역이라, 정말 다행이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두꺼운 전략서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치는 상상을 했다.
처음으로, 이 세계에서 내가 놈을 조져야만 하는 상황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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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한 시간! 딱 한 시간 맞춰 왔수다!”
“….5분 늦었군.”
“알현실 앞에 도착했을 땐 시간 맞았어! 당신네 애들이 이것저것 검사한다고 시간 끌어서 그렇지!”
“쯧.”
카울드는 이미 실망한 듯한 얼굴이었다, 아마 ‘그 대단한 성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복사한 자라면 한 10분만에 ‘다 아는 내용이네 뭐~’ 하고 그의 뒤에 따라붙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지.
“폐하. 대단히 송구하오나 잠시 일어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웅…. 으음, 더 잘래….”
“밖에서 온 하이드가 알현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응…. 아-까전에 얘기했잖아. 금방 올거라며….”
니그미의 말에 카울드의 인상이 조금 더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니그미에게는 금방 올거라 얘기했고, 기다리다 지친 니그미가 그만 잠깐 졸았던 모양.
“….크르륵.”
‘뭐! 니가 한 시간 준다며! 시간 맞춰왔잖아!’
전하께선 졸린 여왕폐하를 깨운 것이 대단히 불편한지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나도 나름 무언의 항의로 눈을 번뜩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렇다고 진짜 한 시간을 다 쓸 줄이야.’ 하는 한심하다는 표정 뿐.
“우리 군이 성하도시의 성벽 앞에 대치 중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어, 뮤트에 비해 숫자가 적은 대신 하나 하나가 압도적으로 강한 황제의 기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넓은 전장을 선택해야 하고, 수도에서 그런 대군이 맞붙을 수 있는 것은 성하도시 앞 광장 또는 수도 외성 인근이기 때문이고, 또 여왕이 있는 협곡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차단하는 이유도-”
“….시간을 허투루 쓰진 않았군.”
심지어 ‘박교수의 복제’에서 오는 신뢰도를 다 깎아먹었는지 내가 제대로 전략서를 숙지하고 왔는지 확인하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었다.
‘토, 통한다! 할만해!’
….당연하지만, 한 시간은 책을 제대로 읽을 시간조차 안됐다.
물론 내가 박교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지만, 몇 년을 전쟁터에서 직접 뛰고 구르며 몸으로 경험한 놈이랑 어깨너머로 기억이나 넘어보는 놈이 같은 수준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겠냐고.
‘어…. 장수론 12장 3절, 오러나이트를 상대하는 보병 군단의 전략…. 여긴가?’
그 대신, 나는 박교수보다 기억력이 좋았다. 애초에 본판이 의식 생명체란 말이다.
한 시간동안 손가락에 침 발라가며 쉬지 않고 넘긴 전략서를, 총 3298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하나하나 떠올려서 그때 그때 필요한 내용을 보고 참고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꼼수라도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저 괴물같은 뮤트 왕님한테 무능한 인간놈으로 찍힐 판인데.
“….앉도록.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으니.”
어쨌든, 커트라인은 넘었는지 카울드는 아직도 비몽사몽인 니그미를 그의 무릎에서 내려놓으며 말했다.
“1차 목표는 제국의 함락이다. 이미 너무 깊이 파고든 관계로 여기서 물러서면 군단의 대부분을 잃게 될 것이다. 이미 생산형 뮤트가 모두 수도 주변에 뿌리를 내렸으니, 후퇴는 그 모두를 포기하는 결정이지. 향후 워로드의 군단을 상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만한 손실은 고려할 수 없는 대상이다.”
별다른 잡담, 허례를 제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카울드.
‘후우. 어디보자. 음, 성자의 어쩌고 관점 240 페이지에서….’
“….저도 그것에는 동의합니다. 수도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아직 남아있는 성벽과 시가지 많으로도 높은 수비적 우위를 취할 수 있으니….”
뮤트 군단의 전황, 황제군의 위치, 적의 전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어느새 누군가 가져온 커다란 제국 수도 전도 위에 수많은 진군과 대치가 거듭되었다.
“후아으암~”
아직도 비몽사몽인 니그미는, 그녀의 석순 왕좌에서 졸린 눈으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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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부르아드 공의 수도 외곽 전력을 안으로 돌리는 것은 나도 동의한다. 허나 그들을 무가치하게 소모하는 것은-”
“으윽, 으음….”
“하이드. 집중하라.”
“헙! 아, 예.”
“그래서, 그들을 무가치하게 소모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한다. 네가 말한 방식으로 성하도시의 일부를 차지한다면 그들의 지역 점령 능력이 대단히 유용할 것이므로-”
“윽, 익, 아얏!”
“….조금 쉬었다 하지.”
“가, 감사합니다!”
카울드는 대단히 열정적으로 전략회의에 임하고 있었다. 어찌나 열정적인지, 그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장장 10시간에 거친 마라톤 회의에도 사그라들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고작 10시간 열정적으로 떠들어 댄 것으로 지칠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리 반쪽이라도 육체적인 부분 만큼은 거의 완성된 오러나이트인데, 설마 고작 10시간의 회의를 못견딜까.
꾸물 꾸물-
“하이드. 업어줘~”
“으윽.”
“하이드, 내가 잡아먹는다~ 악악!”
“아얏! 좀 떨어져 이 자식아!”
회의를 방해한 것은, 기다리다 지친 니그미의 습격이었다.
카울드와 나의 열띈 토의를 물끄러미 관찰하길 몇 시간, 지루해서 그런지 아님 뭣 때문인지 왕좌에서 스르륵 내려온 니그미가, 대뜸 내게 엉겨붙기 시작한 것이다.
“카울드. 그…. 남은 회의는 여기 말고 다른 데서 하면 안 됩니까? 아까 당신 방도 괜찮고, 하다못해 복도에서 해도 좋으니까-”
“불가하다. 혹여 앞으로의 계획이 여왕 폐하의 뜻을 곡해할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폐하께서 듣고 참관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그럼 하다못해 당신네 폐하 좀 어떻게 합시다! 뭐 간식이라도 좀 물려놓던가, 아까 다른 두 놈 불러서 좀 놀아주던가 해야지, 이래서야 뭔 회의를 하고 뭔 집중을 하냐고!”
“….받아들여라. 폐하께서 지금 널 원하시니, 그분이 원하는 것은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니그미의 침에 범벅이 된 귀와 어깨를 가리키며 항의했음에도 카울드는 별 반응이 없었다. 사실, 저놈들에게 있어 니그미의 말이라면 ‘제국을 가지고 싶어~’ 랑 ‘지금 하이드랑 놀거야~’ 는 별 차이가 없거든. 어떻게든 그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뿐.
니그미를 강제로 떨어트리면 날 꽁꽁 묶어서라도 니그미 앞에 던져줄 기세라, 어쩔 수 없이 내 등을 타고 오르는 뱀 인간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얘 나 무서워 하는 것 아니었나?’
처음 봤을 때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10시간 전에 다시 알현실에 왔을때만 해도 제법 움츠러드는게 여전히 워로드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저렇게 정신적 퇴행이 올 정도의 트라우마라면 내가 아니라 박교수 또래의 비슷한 남자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며 소리를 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겁을 먹고 도망가기는커녕 한 몇 시간 뚫어질 듯 쳐다보더니, 바보처럼 헤죽거리며 마구 엉겨붙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쉬었다면 계속하지. 폐하께서 그대로 있어도 딱히 이야기 하는데 지장은 없지 않은가. 약해진 폐하의 힘에 몸이 상할 정도로 나약한 개체로는 안 보이는데. 폐하께서도 독니를 드러내지 않고 계시고.”
“아니, 음, 그게, 좀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거야 그렇지. 나도 애 상태가 상태인 만큼 어린 조카가 삼촌에게 매달리는 정도로는 여기고 있다만….
스르르륵-
“흐윽!”
킁킁킁-
“하이드…. 으음, 하이드으으….”
“윽, 익!”
얘가 머리만 좀 맹하지, 몸은 어쨌든 완숙한 여성의 것과 비슷하다는 게 문제다.
“이해할 수가 없군. 폐하가 달라붙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가.”
“자, 자가 생식하는 댁들은 절대로 모르는 그런게 있습디다….”
니그미가 지난 세월동안 뭔 고생을 했는지는 몰라도, 인간에 가까운 형태로 변모한 이유는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녀석, 인간을 부러워했군.’
카울드와 만났을 때 중얼거린 내용도 그렇고. 결국 태어난지 채 2년이 되기도 전에 가족에 해당하는 자신의 종족 모두를 잃은 니그미로서는 세상 어디에 가도 득실거리는 인간이 참 많이 부러웠을 것이다. 저들의 눈으로 보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자신의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비록 미약하나마 어느 정도 선대 뮤트 여왕의 피를 이은 만큼, 니그미도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어느정도는 그녀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는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꾸우욱-
‘광명이시여!’
하필 그녀가 부러워한게 인간이라서 엉겨붙은 내 등을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게 크나큰 문제였지만 말이다.
“왜, 왜 이러는지 좀 아시겠습니까?”
“아니, 전혀. 하지만 대단한 영광인 것은 분명하다.”
“이게 말입니까?”
카울드는 니그미가 내 정수리에 작은 송곳니를 박아넣고 매달려 있는 꼴을 보고도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별 문제는 없으니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도록 하지.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으니 말이다.”
“아니, 좀….”
카울드는 나의 간절한 표정을 무시한 채 다시금 수도의 지도를 펼쳐보였다. 따라붙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마저 끝내겠다는 기세.
결국, 나도 등에 매달린 찰거머리를 달랑거리며 그 열정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달라붙는 니그미의 눈에 야릇한 열기가 한톨 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점이라고 해야하나.
‘떠올려라 하이드! 200년을 넘어선 불굴의 의지를! 인세에 다시 없을 기적과 같은 의지를 떠올리는-’
“손가락 손가락~”
“허으하으아-”
“…..”
하이드. 향년 220~222세 추정.
대주술사 노툼의 여행 동료로. 황후 루실라의 근위기사로. 고립된 섬의 마도공학자로, 패스파인더로 살아왔다.
노툼과의 여행은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 하나 없이 바빴다.
제국 황실의 근위기사는 원칙적으로 배우자를 둘 수 없다.
고립된 섬의 마도공학자는 해소되지 않는 정신적 압박에 젊은 나이에 광인이 됐으며,
패스파인더, 떠돌이 하이드 또한 그 방랑벽에 누군가와 함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인간 박교수의 의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그는, 위대한 성자의 가장 큰 약점 또한 이어받았으니.
“집중해라. 네가 나서야 할 전장에 대한 이야기다.”
“무, 물지마, 아니, 달라붙지 마….”
여왕의 강력한 공격에 의표를 찔린 그는 결국 제국 돌파 작전의 마무리를 카울드의 손에 온전히 넘겨주고 말았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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