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66
Chapter. 21. 어나더 솔로 플레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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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성벽과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불꽃과 비명이 어우러져 타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인정못합니다!’
마주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나의 목소리.
비록 뒷모습이었지만, 색이 바랜 붉은 머리를 틀어올린 모습은 그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캐 하였다.
‘피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굳이 당신께서 이렇게 되지 않더라도 잘 끝날 수 있는 일이었단 말입니다!’
‘….이상하구나. 그렇게나 머리가 좋은 네가 같은 말을 몇 번 씩이나 이해하지 못하다니.’
붉은 머리.
기품있고 풍성하되 화려하지 않은 드레스.
전후의 혼란을 정리하고 제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칭송받는 철혈의 황후.
‘하이드.’
‘태후님!’
‘하이드?’
‘태후님!!’
‘….하이드.’
‘제기랄! 루실! 적당히 해!’
루실라 아에드란 발틴.
루실라. 험난한 여행을 함께한 우리의 붉은머리 동료.
‘결국 이렇게 돼서야 나를 그리 불러주는구나, 하이드. 이제 우리가 마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네게 충성 서약을 받지 않았을텐데.’
‘이런 얘기 할 시간 없어! 지금 당장 빠져나가지 않으면-’
‘무너지는 궁전에 깔려 죽는다고? 물론 그렇겠지.’
‘….루실라?’
‘사랑하는 남편이 오직 나를 위해 지어준 궁전이야. 이보다 더 낭만적인 무덤이 있겠니.’
‘가이낙스. 타고난 명줄이 짧은 것만 아니면 정말 괜찮은 남자였는데.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특유의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기사였던 나는 루실라가 일부러 이 자리를 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래야 하니까. 머지않아 텔드랏 제국과 큰 전쟁이 벌어질거야. 너도, 나도. 양지와 음지 양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막아보려했지만, 결국 일어날 전쟁을 20년 정도 늦추는 선이 한계였지.’
‘그러니까 왜 네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냐고! 내가 다 알아 왔잖아! 황제파에 반하는 귀족들이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 제국의 실권인 황후의 궁을 시작으로 황성까지 밀고 들어갈 것이다! 죄다 알아와서 직접 알려줬잖아! 피하라고! 대비하라고!’
‘그래, 모든 증거를 넘겨줬지. 덕분에 근위대는 황성을 철통같이 수비하고 있고. 가장 존경받는 태후의 죽음은 황제파에 반하는 모든 귀족들이 계획했음이 온 세상에 알려질거야. 네가 넘겨준 쿠데타의 증거들 덕분에.’
그것은, 당시 옛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 내가 루실라에게 나의 계획에 대해 털어놓고 딱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금의 제국이 평화에 파묻혀버렸다는 거, 너도 알잖니. 존경받던 태후의 죽음 정도면 그 나태한 군살을 떨쳐버리는데 도움이 되겠지. 희미해진 기사도를 일깨워 귀족들이 황가에 충성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오래 살았어. 그 어린 날의 여행으로부터 50년. 이 늙은 목숨위에 돌덩이 몇 개 얹는 것으로 제국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다가올 거대한 전쟁을 대비 시킬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삶의 마무리가 있을까.’
‘….설마.’
‘기사와 귀족의 분열, 제국의 내분, 그 외에 셀 수 없는 정치적 갈등이 오늘을 기점으로 사라질거야. 어림잡아 계산하면…. 우리 제국의 수명이 4~5년 정도는 늘지 않았을까?’
루실라는 나의 장황하고 허황된 계획을 차분히 듣고, 차분하게 그녀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네가 돌아올테니까. 먼 훗날, 다시 네가 이곳에 섰을 때 제국이 남아있어야 하니까.’
그리하여 물질적 풍요와 평화에 파묻힌 제국을 그녀의 목숨으로 일깨워,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얼버무린 나의 계획 속, 내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릴 시간에 고작 5년 정도의 여유를 더하기 위해.
‘그걸, 지금 내 앞에서 말하는거야? 고작 날 위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한다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여기까지 온 누구누구가 있으니까.’
‘루실라.’
‘내 아들들을 부탁해. 황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아직 내 그늘에 파묻혀 제대로 날개를 펴보지 못한 아이들이야. 큰 전쟁을 치르러면, 네 도움이 필요하겠지.’
‘제발.’
‘….태후로서 명령이다. 나의 기사, 음지의 검 하이드. 나를 이곳에 두고 탈출하라.’
쿠드드득-
쿠우웅.
마공학 폭발물에 당한 궁전은 바위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단말마를 내지르고 있었다.
‘….가, 하이드. 같은 시간을 공유한 나의 옛 친구이며, 오랫동안 나를 보필해온 기사야.’
쏟아지는 건물의 잔해속에, 나는 그녀를 향해 기사의 예를 올렸다.
처음엔 오랜 친구로.
그 다음엔 진심으로 존경하는 제국의 태후로.
그리고, 다시 옛 친구로.
‘기다릴게.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용사님과 너라면, 분명히 도달할테니까.’
쿠우우웅!
….그날, 귀족파의 쿠데타에 의해 태후의 궁전이 무너졌다.
그녀의 아들인 황제는 머리끝까지 분노했으며, 태후궁에 남아있던 증거들을 통해 그 일에 연루된 모든 귀족과 그 가문을 제국에서 지워버렸다.
존경받던 태후의 죽음으로 제국은 슬픔에 빠졌고, 귀족과의 갈등으로 제국을 이탈하던 기사들은 거짓말처럼 수도를 향해 발을 돌렸다.
황제 가이낙스의 죽음 이후로 흐릿해져만 가던 황가의 권위와 권력이 가장 높이 서게 된 순간, 마도 제국은 서제국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였다.
나는 전장으로 향했다. 비공정과 마법, 마도공학과 오러가 맞부딪히는 가장 치열한 전장으로.
루실라가 원하던 것처럼, 먼 훗날 제국이 이 자리에 남아있게 하기 위해.
그렇게, 제국은 살아남았다.
지금, 내가 이곳에 당도할 때까지.
****
쿵….
쿠웅-
.
.
.
.
벌떡!
본능적으로 일어났지만 내가 잠에서 깼다는 것을 인지하는데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쿠웅- 쿠우우웅-
꿈결처럼 들려오는 묵직한 소음.
손을 더듬어 나아가야 하는 한치앞도 안보이는 어둠.
‘벌써 시작했나? 내가 너무 깊게 잠들었나?’
햇빛이 없어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잠이 들고 깨는 시간 하나는 평생 틀려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 언제나 새벽 여섯시에 기상했고, 그것은 강제로 기상한 지금이 아직 새벽 여섯시가 아니라는 뜻이며, 카울드가 예정한 ‘12시간 뒤’까지 최소한 다섯 시간 정도는 남아있는 시점이라는 뜻이었다.
콰아앙!
오면서 건물의 구조를 외워둔 덕분에 앞이 보이지 않아도 재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뮤트들이 부산스럽게 으르렁거리는 가운데, 카울드는 어제 약속했던 협곡 건물의 끝자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왔군.”
“벌써 교전을 시작한 겁니까?”
“습격이다. 정확히는. 우리 군단이 움직이자마자 즉각 반응하더군.”
“하지만 이 협곡은 뮤트 군단이 둘러싸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 둘러싸고 있던 군단이 움직였으니까. 수도를 포위한 외곽의 병력이 움직이자마자 사용인 도시의 황제군이 이쪽을 향해 달려들더군. 미리 이럴 생각이라도 있었는지 전부 한곳에 응집해 있었다.”
“이런.”
어찌보면 이것도 나로 인한 나비효과였다. 내가 자비의 신전을 무너뜨린 덕분에 사용인 도시 곳곳에 퍼져있던 황제군이 신전을 향해 몰려들었고,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이쪽을 향해 돌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우리가 각 가주들이 권속에게 곧바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황제또한 저주받은 수하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겠지. 의표를 찌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황제의 저주가 닿지 않는 이 협곡에서의 침투가 더욱 중요하고 말이지요.”
“한 번뿐인 기회지. 협곡의 끝으로 나가려면 결국 그곳을 막아선 어둠의 본체를 해치워야 하고, 그 순간부터 이곳도 황제의 눈이 닿는 곳이 되어버리니.”
카울드는 나의 말에 긍정하듯 그르렁거렸다.
“필요한 만큼은 쉬었나.”
“충분히.”
“이곳에 있는 너의 동족들은 어떻던가.”
“….그쪽도, 충분히. 다들 잘 살고 있더라구요. 어찌보면 그들에게 침략자나 다름없는 당신들인데.”
잠이 들기 전, 이곳 협곡 안에 제국의 피난민들이 모여있다는 곳에 들렀다.
내심 그들이 많이 주눅들어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뮤트가 제국을 습격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인데, 살기 위해 그렇게 만든 장본인들에게 어쩔 수 없이 손을 벌려 더부살이 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니까.
———
‘아이구 세상에! 아직도 수도를 찾아오는 기사님이 있다니! 누추하지만 이리로 드시지요! 저는 이곳 사람들을 대표하는, 촌장 같은 사람입니다요!’
‘아, 예. 촌장이라면…. 마을이 있는겁니까?’
‘마을 같은 것은 아니고, 그냥 어찌저찌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뭉쳐 있는 것이지요. 왕께서 인간의 의견을 종합해서 얘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시기에, 부끄럽지만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바우팔라스 가문의 마구간지기 였습니다요.’
‘귀족가 마구간지기라….’
‘예, 저도 과분한 역할인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으리으리한 저택의 주인이였던 귀족님들도 많고, 칼질 한번에 돌기둥을 베어버리는 기사님들도, 읽은 책으로 집도 지을 수 있다는 유명한 학자들도 계시지요. 하지만 영광스럽게도 카울드 전하께선 제가 이 역할을 수행하길 원하셨습니다.’
‘….왜요?’
‘그거야 저도 모르지요?’
———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은 전혀 주눅들어있지 않았다.
———
‘시장하시지요? 아무래도 뮤트 종족 문화에선 식사와 전투가 동시에 이뤄지다보니 식사를 권하는 것이 무례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혼자 알아서 차려먹으면 조용히 합류하는게 이곳의 식사 문화다보니 새로 오신 분들은 그걸 몰라서 좀처럼 섞여들지 못하곤 하시지요.’
‘대장장이나 마도공학자는 없지만 창고에 찾으시는 물건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마도공학 물품은 워낙 고가의 물건이라 도망쳐온 귀족님들의 짐에 제법 들어있었거든요.’
———
“….그들 입장에선 침략자나 다름없는 당신들인데, 무서워하거나 주눅들기는커녕 당신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섞여들려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나 또한 그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그들의 얼굴을 더듬어 보기 전까지는.”
“얼굴?”
“여기까지 오는동안 숨쉬는 살덩이 같은 것을 보았나. 황제의 저주로 변해버린 인간 말이다.”
봤지. 그것도 아주 뇌리에 낙인처럼 선명하게 모여있는 꼴을.
근데 그게 왜?
“저들은 우리보다 먼저 협곡에 숨어든 사람들이다.”
“그렇죠.”
“그 말은 수도에 잔뜩 퍼진 저주를 뒤집어쓰고 이곳에 내려왔다는 뜻이지.”
“어….”
“그리고, 이곳은 신성력과 같은 보호장치가 없다.”
“아.”
귀족도, 평민도, 심지어 부상당해 남겨진 기사마저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나의 눈으로는 저들의 미추를 구분할 수 없으나. 적어도 책에 그려진 인간의 모습과 대단히 다르다는 것 정도는 확실했지.”
그것은, 잠깐이지만 저주의 안개에 노출된 이들이 어느정도 살더미와 같은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신전을 찾아가지 않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으로 숨어든 이유 또한 그것 때문이겠지.
“그래서 받아들인겁니까? 인간 쪽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간들이라?”
“폐하께선 ‘불쌍하니까.’ 라고만 말씀하셨다. 인간과 가장 격렬한 시대를 보내오신 분께서 그리 말씀하시는데, 그것의 반 만큼도 겪어보지 않은 우리가 물려받은 증오를 이유로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는 법이지.”
쿠우우웅-
먼 곳에서 다시 한번 굉음이 들려왔다.
“….이 급박한 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네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너의 결정이 저 인간들이 마지막으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땅을 앗아갔다는 것을 말이다.”
“협곡의 길이 뚫리면 이곳의 어둠은 사라진다. 그 순간 저들은 그토록 외면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황제의 저주에 고통받은 인간이라면 저들의 붉게 녹아내린 얼굴과 기이하게 뒤틀린 몸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의 어둠이 사라지는 순간이 곧 저들의 내면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
“나의 여왕께서 저들을 받아들였으니 이미 저들은 우리의 무리다. 보다 시간을 들여 저 인간들이 인외의 삶에 적응하게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보이진 않았지만 카울드의 고개가 내가 달려온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반 정도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절반 이라면….”
“이곳엔 천 이백여명의 인간 피난민이 있다.”
어둠 속임에도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육백 명. 작은 마을 몇 개에 해당하는 인원이 나의 선택으로 결정되었다.
어쩌면 카울드가 전쟁을 오래 끌었던 이유에 이것 또한 포함되어있지 않을까.
“선택에 따른 결과다. 무언가 큰일을 결정하는 자라면, 그것이 가져온 모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함을 네게 말하고 싶었다.”
“….”
“선한 왕조차 전쟁을 멈추지 못하지.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받아들여라.”
카드드드득.
철컹!
할 말이 끝났는지 카울드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불순물이 없는 금속의 소리. 저 정도 길이면…. 창? 아니지. 울림이 이정도면 금속량이 상당할태니까…. 방패? 아니면 대검?’
“검도 쓸 줄 아십니까?”
“….제국 귀족의 서가에 역사서 다음으로 많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스르릉!
여왕의 곁으로 향하는 그에게 묻자, 멀어져가던 발소리가 멈추며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섬뜩한 예기가 다가왔다.
“….그러고보니 얘기하는 걸 잊었군. 협곡 안쪽, 어둠을 자아내는 오래된 저주의 본체는 너 혼자서 처리한다.”
“굳이 왜?”
“가능하니까.”
카울드는 하이드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의 기세에 반응해 검집으로 향하는 손과, 본능적으로 취하는 자세.
“세상에 반쪽만 완성된 자아가 없듯이, 반쪽짜리 오러 나이트도 없다. 가능하거나, 불가능하거나. 둘중에 하나만 존재할 뿐이지.”
“그럼 나는 뭡니까?”
“….부정하는 것이다. 이미 완성된 스스로의 형태를 스스로가 거부하는 것이지. 이곳의 인간들이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을 부정하는 것처럼.”
카울드는 하이드가 취한 자세를 본적이 있었다. 제국의 모든 지식을 그러모은 지혜의 신전에서도 아주 깊숙한 곳에 귀하게 모셔져 있던 아주 오래된 기록에서.
“네가 쓰는 검이 정녕 그것이라면, 굳이 우리가 끼어들 필요가 없겠지. 너와 함께 황성으로 향할 이들은 협곡의 상황을 정리한 뒤 합류할 것이다.”
“아니, 그래도 전투력 보존 차원에서는-”
“네가 황제의 저주에 눌려 숨어든 것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굳이 이렇게 전면전을 벌일 이유도 없다.”
“그, 어….”
“그럼, 황성에서 만나지.”
카울드는 대답도 듣지 않고 그렇게 떠나버렸다.
그의 생각을 곱씹어볼 시간도 없이, 쿵쿵거리는 소리와 저주받은 군대가 황제를 찬양하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퉷!
“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니.”
나는, 협곡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면전이 시작됐다.
지금부터 황성에 도달할 때까지는, 아마 검을 집어넣을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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