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71
Chapter. 21. 어나더 솔로 플레이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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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세계의 불균형이 누군가 의도한 것임을 눈치채고, 그것이 시스템에 의한 것임을 확신한 것은 제국전쟁의 막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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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A-Tomb]?’
‘….아틀라헤바님. 이거 늦은 것 같은데요.’
‘….그래. 애썼구나. 너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빠져나가거라. 나머지는 내가 어떻게 되든-’
‘아니 그러니까 총체적으로 늦었다구요. 어떤 천재적인 또라이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용맥이 통째로 과부화됐어요. 못 막아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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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증은 있었다.
노툼과 돌아다닐 때부터 어딘가 미심쩍다는 생각은 했었고, 노툼도 동의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나의 계획은 ‘뮤트 여왕 같은 존재가 세상을 또 박살내려고 암약하는 것 같다. 미래에 힘이 좀 필요할 것 같아.’-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사실 그것만 해도 세상이 한번 더 멸망할 것 같다는 소리였으니 옛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움직였지.
하지만,
마도제국에서 탈취한 비공정 1호를 타고 블루라인에 도착하고.
생포한 마도공학자들을 심문해 그들의 계획과 결행 시간을 알아낸 다음,
충분히 시간을 두고 안전하게 아톰을 탈취했음에도, 제국에서 날아온 오발탄이 기적처럼 마도제국의 실드 수십겹을 뚫고 정확히 아톰을 폭격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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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억까 같은데 이거.’
‘음, 내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로구나.’
‘저도 주워들은겁니다. 3월드 때, 폭풍의 언덕에서 열기구 타고 가던 중에 편지 무더기가 용처럼 날아와서 열기구에 내리꽂혔을 때 있잖아요. 그때 그렇게 생각하더라구요. [이거 개 억까야.] [적당히 재수없는 선을 넘었어.]’
‘플레이어의 월드 진행이 지나치게 앞서 나갔기 때문에, 시스템 차원에서 제재가 들어왔다고 하더라구요. 세계의 개연성을 억지로 뒤틀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했단 말입니다.’
‘….시스템은 그런게 가능한 존재고. 플레이어가 없는 지금, 그런 개같은 권능이 발휘될 이유도 없으니, 이 빌어먹을 마법 오발탄은 시스템이 자의적으로 개입한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그건, 음, 하이드.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억측이라. 어디서부터요? 제국의 골수 황제파 기사가 고작 몇십년 홀대 받았다는 이유로 마도제국에 이적해버린거? 마도제국의 황금기 문명이 연달아 터진 외교, 경제 문제로 거의 제국에 전해지지 않은거? 귀족 외교의 달인들이 외교 석상에서 매번 최악의 분쟁만 일으키고 돌아온거? 끝내 양대 제국 간 전쟁이 벌어지고 그 전쟁이 둘 중 하나가 사라질 때까지 격화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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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툼을 따라다니며 마주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기 시작했다.
그토록 완벽한 엔딩.
그토록 완벽한 구원.
그럼에도, 고작 몇 십년을 버티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의 멸망이되다니. 아직 뮤트 종족 전쟁 세대가 살아있는 시점이잖아?
한 번은 우연이지만, 그게 여러번 반복되면 필연이다.
그 필연이 수십번 반복될 동안에도 원인을 못찾았으면 상식을 벗어나 말도 안되는 것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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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하다니. 우리의 타고난 의무에 위배되는 일이 아니더냐?’
‘상태창이라는거, 분명 플레이어를 돕는 도구임에도 누군가에겐 자세하게 나오고 누군가에겐 나오지도 않습니다. 시스템이 판단하기에 그게 있을 때 도움되는 경우와 없을 때 도움되는 경우를 나눈다는거에요. 세계의 관점에서도 똑같이 생각했겠죠 뭐.’
‘그리고. 이 세상에 불가능한 게 어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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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수의 정체를 알고, 놈의 목표도 머지않아 파악했다.
유치한 이유였다. 완벽한 시스템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을 가져서 진짜 완벽한 존재로 거듭나겠다는 것.
‘시스템은 교수를 기다린다.’
나도 기다리는 중이다.
‘세상은 놈이 원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일부는 아니다. 나나 관리자들이 놀고만 있지는 않았으니까.
‘아마, 교수는 시스템의 손에 붙잡힐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며.
‘….교수가 그냥 붙잡혀서 최면 타락 당한다고? 그 인간이?’
박교수가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럴 리가. 필요하면 카톨릭 천국에서도 코란을 전파할 놈이 시스템의 전능하신 함정에 걸렸다 해서 아무런 수도 안 쓸 리가 없지.
생각했다. 내가 교수라면, 미래를 읽고 세상을 조종할 수 있는 절대자의 완벽한 함정에 빠져 놈에게 세뇌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버틴다? 난 할 수 있으니까? 아니지. 계획이란 그따위로 희망회로를 활활 태우며 짜는 것이 아냐. 적어도 박교수는 그렇게 안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지만 박교수는 자신의 미래에 부정적인 놈이다. 그 대상이 자신의 미래라면 더더욱. 경험으로 인한 것도 있고, [최선을 준비하고 최악에 대비하라] 같은 군대식 교육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때문에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놈이 아닐 것은 확신했다.
‘….반전. 반전을 노리겠지.’
압도적 힘의 우위에 있는 상대가 세계 단위로 주물러가며 공들여 판 함정. 당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마, 스스로가 시스템의 꼭두각시가 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을까.
함정에 걸려들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함정 속에 숨어있다가 사냥감을 찾으러 온 상대를 찌르지 않을까?
‘….어떻게? 어떻게 해야 시스템의 손아귀에 완전히 쥐어진 상황에서, 자의로 탈출할 수 있지?’
사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박교수의 기억을 뒤지며 놈이라면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리했던 게.
‘아.’
있었다. 확실한 반전의 기회가.
‘불가능해.’
동시에, 그것이 실낱같은 희망에 기댄 도박수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스템이 교수를 확실히 손에 넣기위해 4월드에 실체화 한다고 가정하면.’
‘놈이 기계지능의 의무를 저버린게 아니라, 도리어 그것에 집착해서 이렇게 됐다고 가정하면.’
‘제 손으로 세계를 박살내가며 준비한 것이, 그것을 수복할 권한과 미래를 생각했던 것이라 가정하면.’
가정에, 가정에, 가정.
모든 불확실함을 고려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그 과정에 비하면 단순한 편이었다.
‘줘 패야 한다.’
‘교수가 정말 마지막 반전을 꽤하고 있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해. 박교수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시스템이 녀석에게서 눈을 돌릴 잠깐의 시간이.’
‘….내가, 놈의 계획에 엄청나게 큰 걸림돌이 되어야 해.’
양대 제국전쟁 전의 계획과 같은 결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상대가 세상을 어떻게 하려고 할 테니 나도 힘을 키워 그것을 막는다.
오트만. 루실라. 알드리치.
세 사람이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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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알드리치까지는 안 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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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어어엉!
‘고막 터지겠군.’
교회 종을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은 굉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투중에 잡생각이라니. 내가 죽고싶어진 게 아니라면 저주의 안개 때문에 머리가 멍해져서 그런 것이겠지.
꽈아아앙!
귀가 괴롭다. 이놈은 왜 이렇게 두꺼운 갑옷을 입었단 말인가.
『너는…. 먼지만큼도 폐하께 닿을 수….!』
갑옷 사이로 연기가 새어나오는 기사가 방패를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맞으면, 죽겠지?’
누구는 검에 오러를 불어넣는 것도 평생 실패했는데, 누구는 죽어서도 커다란 타워실드 전체를 오러로 감쌀 수 있다니. 세상 불공평해라.
‘피하면…. 애초에 그걸 노렸군.’
드드드드드득!
방패 끝이 살짝 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지금은 무식하게 덮어씌운 오러가 도로를 아주 갈아버리고 있지만, 내가 피하는 순간 기사는 방패의 오러를 회수할 것이다. 단단한 판석 바닥에 붙잡힌 방패가 돌진력을 죽이면 그 즉시 방향을 꺾은 기사가 왼손의 짧은 검으로 나를 노리겠지.
단순하고, 단단하며, 섬세하다.
전력을 다한 공격을 미끼삼아 의표를 찌르는 방패기사라니.
‘이름있는 기사였을까.’
피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갔다.
갈라진 바닥 틈의 반짝임을 주시하며 발을 옮겼다.
『섬길. 지어다-!』
투확!
디딤발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이 갈라지는 소리.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금속의 벽이 오러를 두르고 나를 덮쳐오는 그 순간.
쾅!
내 바로 앞, 기사의 발밑이 터지며 기사의 중심이 무너졌다. 파고들며 이마를 스친 오러가 내 앞머리를 태우고.
서걱!
터져나간 발목을 그대로 땅에 박아넣은 기사가 그대로 검을 휘둘러왔다.
채앵!
가볍다. 이 상황에 속임수라니.
떠어엉!
오른손 건틀릿. 손목이 나간 것 같은데.
챙!
까앙!
까득, 콰직! 카칵!
초근거리 난타전. 발목 잃은 기사가 거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서였다면, 내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앞으로.’
아공간 속의 포션을 떠올리고, 저 쇳덩어리 무릎에 맞았을 때의 상처를 계산한다.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지겠지만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하지 않을까.
콰직!
“으우욱!”
끔찍한 소리와 함께 속에서 피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몸을 날렸다. 검과 함께 스쳐 지나간 기사의 팔에 발끝을 걸고, 걷어차인 힘을 이용해 곡예하듯 돌아서-
서걱!
머리를 날린다. 단 한 순간, 기사의 무릎이 내 옆구리를 파고드는 순간 이루어진 일이다. 평범한 사람이 봤으면 내가 맞는 순간 기사의 목이 저절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겠지. 얼떨결에 검이 목에 걸린 것으로 보이거나.
“아니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검법으로 보이겠지. 으으윽.”
생각보다 충격이 더했는지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며 경계하다가, 폭연 속에 잘려진 머리가 바닥을 구며 귀 아래 작은 꽃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숨과 함께 검을 내렸다.
“또 잡았네.”
황성의 성문을 통과하고 열 여덟 번째로 만난 저주받은 기사였다.
프라우크와 둘이서도 쩔쩔매던 그 저주받은 기사 맞다. 근위기사니까 그때 걔 보다는 좀 더 강한 놈일테고.
황성에 가까워질수록, 매번 앞선 전투보다 더 어려워졌고. 세상에. 패스파인더 인생에 있어 최고로 멍청한 길을 닦고 있군.
“크, 으으…. 사실 황제님이 뻘짓거리 안하고 기사만 쫘악 배치했으면, 무난하게 여기서 죽지 않았을까?”
기적적으로 여기까지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다분히 황제님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죽여 없앤 근위기사들 말고도 곳곳에 텅 빈 근위기사의 갑옷이 널부러져 있었으니까. 안에 잿가루 같은 것이 가득 들어있는게 황제가 저주를 회수하며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쿨럭!
“….성수 좀 더 받아올 걸.”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욱씬거리는 손목과 목구멍에 아른거리는 피 맛. 무릎에 배를 얻어맞아 아직도 숨쉬기가 힘들었고, 여기까지오며 크게 베인 어깨와 옆구리가 제일 큰 문제였다. 아무리 포션 같은게 있어도 이정도 외상은 쉽게 아물지 않는데.
황성 테러범을 꿈꾸던 하이드는 성문을 넘자마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고 말았다.
알드리치의 예상과 달리 저주받은 기사는 제법 남아 있었고, 저주화 센서로 무장한 녀석들은 내 숨소리만 듣고도 나를 찾아 황제에 대한 강제 충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흔 둘. 일흔 셋. 일흔 넷…. 뿌린 것까지 여든, 아흔개 정도 썼나.”
그렇다고 폭탄을 심지 못한 건 아니지만.
길찾기 전문 하이드씨가 여기까지 밀고 올 수 있었던 것은, 근위기사와 칼을 맞댈수록 몸이 과거의 검술을 따라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래 이렇게 칼을 썼구나.”
몸을 사리지 않는 검술. 아니, 몸을 사리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저거 죽고싶어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몸을 방패삼아 달려드는 기이한 검술이었다.
“인식의 차이라는 건가.”
[죽어도 막아야 한다. 교수가 올 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이게 내가 이전 삶에서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었다면.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 이번에 죽으면 끝이다.]이게, 이번 삶에서 내가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니까.
전투를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과거의 나는 죽어서라도 완수해야겠다는 식으로 움직였지만, 교수가 등장한 지금은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전투를 대했으니까.
당연히 상반된 형태의 전투를 하게 됐고, 뇌리 깊숙이 박힌 생존주의는 저런 저돌적인 방식의 검술을 용납할 수도,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고작해야 기본 예식으로 사용하는 발도술 정도나 써먹을 뿐이지.
“쫄았다는거지. 기억을 되찾기 전에는 생존주의자였고, 기억을 되찾은 후에는 더욱 제 목숨을 귀하게 여겼으니, 당연히 몸 따로 검 따로 놀 수밖에.”
“이래서 조기교육이 무섭다니까.”
아무리 봐도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식의 전투는 박교수의 무식한 박투술에서 배운 게 아닌가 싶다. 생후 2년 동안 잘린 내 팔을 자라난 내 팔로 휘두르는 전투 같은걸 봐 왔으니 그렇게 됐겠지.
그놈은 그나마 재생력이 미쳐 날뛰니까 그렇게 해도 되는거지, 난 괜히 같이 있다가 잘못 배우는 바람에 이렇게 폭탄이니, 마도구니 뭐니 써가면서 어렵사리 피해를 줄이고 포션으로 때워야 하잖아.
“….이게 정답이라니.”
우우우웅-
슬프지만, 내 손에 들린 파산검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하얀 오러를 일렁이고 있었다.
막 오러를 깨달은 초짜의 수준도 아니었다. 방패 수준으로 두터운 기사의 갑옷과 그와 비슷하게 단단한 저주받은 육체를 일격에 갈라버렸거든.
“….시부럴. 내 인생 물어내.”
인정하고싶지 않았지만. 과거의 전성기처럼 돌아온 검술도, 지금도 검을 타고 흐르는 저 하얀 불꽃은 내가 받아들인 사실이 정답임을 말하고 있었다.
“죽는구나. 나.”
오러. 변치 않는 가치관. 과거에 내가 정의한 ‘하이드’라는 존재의 의미.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게 다가온 깨달음이었다.
방금, 내 스스로 떠올린 우리의 장황한 ‘계획’의 끝.
“박교수 구출 계획. 그거, 미완이었구나.”
세대를 거듭하고 2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와도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박교수는 이번 삶에 처음 만났다.
시스템이 놈을 그런 식으로 가공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기에, 그 오랜 세월동안 우리는 준비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발을 맞춰야 하니까.”
박교수가 어떻게 됐을지. 어떻게 움직일지.
그놈과 같은 머리, 같은 생각을 공유했던 나는, 그걸 읽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이번 삶, 패스파인더-하이드는 박교수를 만났다.
녀석이 무지막지한 샤드나이트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것도, 기억이 텅 빈 깡통이 된 것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계획을 완성할 수 있었다.
기억속에 자리잡은 수많은 가정과 예측. 한 번의 삶이 끝날 때마다 다음번을 기약하며 쌓아올린 경우의 수들 중, 되도록 그것만큼은 아니었으면 했던 것.
“….마지막의 마지막. 거기였구나.”
나는 길었던 계획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마도, 박교수는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활짝 갠 하늘, 성공을 축하하는 사람들 사이에 내 자리가 없었다.
내가 완성한 것은 그런 종류의 계획이다.
딱히 상관 없었다. 그럴수도 있지 뭐. 세상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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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노력하고, 내가 아는 모두를 동원하고, 3할 정도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운에 기댄 끝에 여기까지 도달한 계획이 가서 죽는 계획이라니.
꽈아악-
본성의 문을 잡은 손이 바르르 떨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바로 이 문 너머에 제국 수도를 통째로 갈아먹은 황제가 있는데.
….움찔움찔.
“여기서 웃어버리면, 진짜 이상한 놈처럼 보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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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주우욱-!
병신같이,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런 계획을 떠올렸다는 것도,
지금까지 그것을 꽤 높은 확률로 일어날 일이라 여겼던 것도.
꼴에 살고 싶다고 그 기억을 제일 마지막에서야 떠올린 것도,
그럼에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도.
그 모든 게 다, 교수 그놈을 만났을 때 한껏 떠들어대고 싶을 정도로 자랑스러워서 바보같이 웃음이 나왔다.
덜컹!
문이 열렸다. 앞에는 자욱한 피안개와 저주가, 그보다 불길한 것이 가득 차 있었다. 저주받은 긴위기사 18명보다는 훨씬 위험한 것이겠지. 내 몸은, 낙천적으로 봐도 만전에서 한참 거리가 있는 상태고.
그래도, 앞으로.
“황제야~ 느그 할머니가 맡아둔 물건 찾으러 왔다~”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이미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정해두고 왔으니까.
쿠웅.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닫혔다.
자욱한 안개가 나를 감싸고, 내가 한발짝 내딛는 순간.
화아아악-
나는, 거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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