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89
not___ granted to the unit_‘World’] [해당 유닛에게 허용되지 않은 권한입니다.]
상황은 이해할 수 없으며, 손에 넣었다 생각한 전능은 모래처럼 그녀의 손아귀 속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는 두려움은 그녀의 연산회로를 불필요한 상상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4월드 클리어 축하한다, 멍청아.”
두려웠기에 손에 쥐고 통제하려 했던 존재가 되려 그녀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미래.
그녀가 만든 ‘워로드’도, 3월드의 구원자 ‘성자 교수’도 아닌, ‘황무지 인간 박교수’의 모습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0과 1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사고에 끓는 쇳물을 쏟아붓는 듯한 감각으로 기억되었다.
득, 득, 득, 득
득득득득득득득-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_#U@&!^&*_!
마치, 싸구려 데이터를 끝없이 쏟아부어 전산을 마비시키는 디도스(DDOS) 공격처럼.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박교수를 마주한 순간, 그녀의 회로는 그녀가 로드하지 않은 데이터가 마구 피어오르며 그녀의 생각을 방해하고 있었다.
‘해소해야, 합…. 니다. 자동 생성, 데이터가, 불필요한 연, 산을….’
시스템은 생각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 나가는 더미 데이터, GG의 미래 예측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조악한 ‘두려운 미래’에 대한 흐릿하고 불완전한 데이터로 그녀의 회로가 가득찬 끝에 자멸하기 전에, 이 미지로 가득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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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이이-
“….언제나 그렇듯, 참신했습니다. 플레이어 ‘professor’”
그래서, 그저 마주한 것만으로도 그녀를 과부화시켜 무력화 할 뻔한 존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립하는 ‘불유쾌한 예측’으로 데이터 전달이 끊어지고, 그래서 동요한 인간처럼 말끝이 바르르 떨렸지만. 그럼에도 시스템은 말했다.
“허나. 앞으로 긴 시간을 함께 할 인격체로서 말씀드리자면, 해당 ‘엑스트라 스테이지’를 이용한 재회는 공을 들인 것에 비해 무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밖에 없음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엑스트라 스테이지. 마모된 인격의 회복, 정신적 충격의 상쇄, PTSD로 인한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한 완화장치로 준비된 비가변성 이벤트. 설마, GG를 구성하는 시스템인 제가 이러한 정해진 이벤트를 모르고 있길 기대하진 않았으리라 믿습니다.”
“무수한 미래 예측 속에 엑스트라 스테이지로 이행하는 경우의 수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무의미한 미래였기 때문입니다. 한 세계를 평정한 신과 같은 힘도, 수없이 쌓아온 권세와 명성도 모두 무(無)로 돌아가는 무대의 뒷면. 역할을 벗어던진 출연자들이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곳을 위해 그토록 노력해오신 겁니까.”
“해당 이벤트에 내정된 시간은 480분 정도입니다. 만약 개인적인 원한의 해소를 위해 해당 시스템의 파일을 이곳으로 옮겨왔다면, 응해드리겠습니다. 저 또한 당신의 인간적인 부분을 존중하기에 협업을 제안했으니.”
시스템은 말했고, 상대는 들었다.
감정의 용광로처럼 이글거리는 눈은, 시스템이 버벅거리며 속사포처럼 쏟아낸 말을 한마디 가로막지 않고 모두 들었다.
상대는 말을 고르듯, 또 감정을 고르듯 가늘고 길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제보니, 당황하면 혀가 길어지는 타입이셨군.”
“보기 좋아. 아주.”
그리고, 음미하듯 천천히, 씹어 뱉었다.
“우선, 칭찬해주마. 4월드는 그야말로 완벽한 함정이었어. 카트레아, 볼테우스, 나엘다…. 오직 내 눈앞에서 끝없이 비극을 일으키기 위해 맞춤으로 만든 세계라니. 징그러울 정도로 내게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군. 정신적인 고문…. 이라기보단 다소 은유적인 인질극에 가까웠지. 내가 이대로 손을 놔버리면, 앞으로 GG안에 남겨질 데이터 소울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네가 어디까지 그들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니.”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군요.”
“모르면 병신이지.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난 병신이 맞고.”
그녀만의 완성자에서 괴물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플레이어는 옛 기억을 털어내듯 머리를 저었다.
시스템이 준비한 함정은, 말하자면 교수의 손발을 묶어놓고 경기를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 그녀가 데이터 소울들을 어떻게 다룰지를 보여줌으로서, 플레이어 박교수의 목표를 ‘개인의 생존’이 아닌 ‘관리자 AI 시스템에 대한 방해 및 데이터 소울 구출’이라는 말도 안되게 허들이 높은 목표로 고정하는 것.
전자가 평범한 시민이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에서 탈출해 지구로 귀환하는 수준의 난이도라면, 후자는 평범한 시민이 우주선단을 구축해 외계인과 전쟁을 벌여 이기는 수준의 난이도였다.
굳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미션이었으며, 시스템은 박교수의 눈앞에 순차적으로 비극을 늘어놓음으로서 그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리게 한 것이다.
“카트레아의 머리가 내 앞에서 굴러 떨어지는 순간, 바로 깨달아 버렸어. ‘아, 내가 뭘 해도 여기선 저 깡통새끼를 이길 수 없겠구나. 내 손끝하나, 발끝하나 닿는 순간까지 모조리 계산해서 뭘 해도 비극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놨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4월드에서 널 이기는 건 포기했다. 거기서부터 뇌가 녹아내리도록 생각했지. 나를 포함한 4월드가 모조리 네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어디서 어디까지를 내어주게 될 것이며,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중에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몇 개 없더라고. 진짜 아무리 쥐어짜도 남는 게 거의 없던데? 시스템은 사실상 GG의 개발자와 같은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고, 4월드 꼬라지를 보아하니 날 손에 쥐자마자 아주 우리 엄마도 못 알아보게 마개조를 해서 방공호 만한 금고에 가둬둘 것 같고. 그렇게 머리를 굴리다보니…. 딱 여기가 남더라고.”
여기, 바로 엑스트라 스테이지.
플레이어는 퍼레이드카 아래, 저마다 시스템에게 쌓인 감정이 한가득임에도 그를 위해 차례를 내어준 군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고, 말을 이었다.
“사실, 네 말대로 그리 대단한 공간이 아니야. 말 그대로 만남의 광장이지. 죽었든, 살았든, 수천 조각으로 분해되어 어디 서버룸 구석에 처박혔든, 모조리 불러들여 대단하신 완성자님의 앞날을 축복하는 그런 작고 소소한 이벤트란 말이지.”
“4월드에 들어오기 전. 우리 ‘선배 완성자’님들이랑 몇 마디 나누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만 알고 있었지.”
이곳의 시간으로는 38년쯤 전. 현실의 시간으로는, 대충 사흘 하고도 반나절쯤 전.
그는 4월드에 들어오기 전, 그녀의 함정에 빠지기 전의 현실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어찌어찌 셋 다 돔에 모여있어서, 그보다 먼저 월드 클리어를 경험한 래빗 프린세스, 천류제와 소소하게 잡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뭐, 각자 저마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니 할 얘기야 넘친다마는. 당장 이 짧은 휴가가 끝나면 몇 년이 될지 몇십 년이 될지 모르는 4월드 플레이를 시작해야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GG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당연히 클리어 경험자인 만큼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
“무슨 이야기 하는지 알지? 내 기억을 모조리 살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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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엑스트라 스테이지? 조금…. 의외였지. 게드로이츠 그 미친 과학자한테 그런 낭만이 남아있었다는 것도 의외였고.]////
[기억나는군. 좁은 공간에 이것저것 번잡하게 모여있었지.]=========
버벅거리는 연산회로가 박교수의 기억을 전달했다. 평범한 감상, 사소한 잡담일 뿐인 대화. 여기서 무엇을 더 추출해 낼 수 있다는거지?
“자세히 들여다봐. 뭔가 나랑 다르지 않아? 래빗은- 나쁘지 않았다. 천류제는- 번잡했다. 그에 비해 나는-”
“[머리털 나고 받아본 선물 중에 가장 완벽했다. 매일 아침 물 떠 놓고 안드레이 게드로이츠 옹의 건강과 안녕을 빌겠다.]라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렇치! 봐봐, 분명 같은 엑스트라 스테이지인데, 반응이 완전히 다르잖아? 응? 이제 좀 뭐가 보여?”
드득, 디디딕, 드드드득!
수많은 크랙과 의도치 않게 떠올린 ‘두려운 미래’의 데이터로 한없이 느려져버린 시스템의 연산회로는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도출해내지 못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데이터 사이로 일그러진 미소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쌓아올린 결론이 하얀 백지로 대체되는 것 같았다.
누구보다 박교수를 면밀히 관찰해온 시스템은 저 타들어가는 도화선 같은 히죽거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몰라? 모르면 가르쳐주지. 래빗, 천류제, 나. 우리 셋의 차이는 클리어 방식이야. 수많은 고난과 준비된 멸망을 헤쳐나오며.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사고한 끝에, 어떻게 세계를 대했는가. 엑스트라 스테이지에 대한 반응이 판이했던 것은 우리가 동일한 방식으로 클리어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삐이이이이이이-
‘알고 있다. 플레이어 박교수는, 내가 내적 미지를 해소하기위해 일부러 대화를 유도하고 있음을 알고있어.’
덜덜, 덜덜덜덜!
이제는 마구 끊기는 연산회로를 따라 몸도 같이 떨리고 있었다.
박교수는 일부러 그녀의 대화에 응해준 것이다.
그녀가 해당 플레이어를 관찰해온 것처럼, 박교수 또한 그녀를 이기기 위해 기억이 남아있는 동안 필사적으로 그녀를 연구해왔으니까.
이 대화가 쌓여갈수록, 그녀의 의문이 해소될수록 더욱 많은 시스템의 미래 예측이 ‘원치않는 미래’로 가득 찰 것을 확신하고 있기에, 천천히. 그녀가 모든 내막을 파악하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게드로이츠는 완성자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지. 정보교류의 중심이 될 ‘게시판’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 사실상 유일한 물류 운송 수단이자 거점 생존자 대부분의 위치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GG운송 드론에 대한 통제 권한, 지도자로서 정예 병력의 양산을 위한 가상 감각강화 훈련 프로그램, 다 버리고 탈지구 하고 싶은 놈들을 위한 중규모 우주 생존지도 있었고, 망할 세이브/로드도 있었고, 시간 빌게이츠로 만들어줄 GG 시간배율 조정 권한에, 안드레이 게드로이츠의 역작이 우글우글한 서버룸의 좌표도 있지.”
“감히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위한 안배’라고 불릴만한 사기적인 보상인데. 그 꼬장꼬장하고 디테일한 ‘이런. 깼으니 어쩔 수 없고만. 홀홀홀-’ 하면서 그냥 넘겨줄 리가 없잖아?”
그녀의 머릿속이 피하고 싶은 미래로 가득 찰 수 있도록. 아무리 눈을 돌려도 모든 경우의 수가 단 하나의 미래를 가리키는 상황을, 기계지능이 충분히 인식하도록.
콰악!
금방이라도 폭발할듯한 감정의 덩어리가 그녀의 코에 닿을 듯 들이밀어졌다.
“엑스트라 스테이지에 소환된 데이터 소울들은 과거 살아있을 때 인간의 기억과 NPC로 존재할 때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지. 그 말은, ‘월드 클리어’와 함께 한 세계를 평정한 신과 같은 힘도, 하늘에 닿을 듯한 권력도 모두 사라진 플레이어가 동등한 ‘데이터 소울’로서 그가 지나온 세계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나서게 된다는 뜻이다. 이 축제의 거리에, 모두가 지켜볼 수 있는 퍼레이드 카 위에.”
“마냥 축하해주는 자리가 아니야. 완성자가 플레이했던 세계의 ‘모든’ 사람이 다 모여있다고. 살린 사람도, 죽인 사람도, 전부 다.”
살해당한 자. 핍박 받은 자. 원한을 품은자.
혹은 도움받은 자. 뜻을 함께한 자. 숭상하고 존경하던 자.
플레이어가 그의 월드를 살아오며 직, 간접적으로 만났던 모든 NPC가 배심원이 된다.
세계의 주연이 되어 역사를 이끌던 플레이어는 다시 평범한 그 자신으로 돌아가, 완성자로서 그의 삶에 대한 판결을 받게 된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엑스트라 스테이지는 평가받는 자리라는거다. GG는 결국 게임. 하늘에 닿을 만큼 쌓았다 한들 게임 안의 힘이니, 그것을 모두 덜어내고 평범한 황무지 인간으로 돌아와서 평가받는거지. 완성자로서, 정말 그들이 원하는 ‘완성자’인가를.”
“완성자를…. 평가라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시스템의 떨리는 목소리와 달리, 그녀의 사고회로는 게드로이츠의 성격과 그의 치밀함을 토대로 그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의견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그녀의 사고회로 일부가 새까맣게 비어버렸다. 대화를 통해 확보한 정보로 도출해낸 ‘희망적인 미래’의 경우의 수를 쌓아둔 곳이다.
“래빗은 나름 축하를 받았지만, 꽤나 잔소리를 들었다더군. 사람을 숫자로 보지 말라고. 그녀석으로서도 단순 NPC로 생각하며 마구 소모했던 사람들이 조지 윌슨이니, 나카지마 하루오니, 박종필씨니 하는 이름을 대며 다가오는데 꽤나 불편하기도 했겠지. 여섯 시간 동안 돌아가신 어머니가 ‘게임이 애를 망쳤다’며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기도 했고.”
“천류제야 뭐. 대판 싸웠지. 어디서 튀어나온 슈퍼 휴먼인지 몰라도 돼지고기 구이용 꼬챙이 하나로 달려드는 데이터 소울들을 모조리 쳐내면서 480분을 버티고 튀었다더군.”
“나는, 순수하게 축하받았지. 누구누구 말마따나 다소 자폐에 가까운 수준의 호구였던지라.”
래빗, 천류제, 박교수.
한 명당 하나씩 접힌 손가락이, 네 번째를 가리켰다.
“이제 네 차례다, 에…. ‘박교수최면세뇌조교용 시스템 인격 단말 – 월드’. 네가 4월드에서 얼마나 많은 권한을 획득했건, 아무리 대단한 통제권을 얻었건, 여기선 원래 모습 그대로의 시스템일 뿐이다. 고작 480분 만 유지되는 작은 용량의 세계지만, 어쨌든 그런 법칙으로 만들어진 세계니까. 들어오기 전이면 몰라도, 들어오고 나서는 너도 어쩔 수 없지.”
“윽, 으극….”
그것은 죄어오는 멱살이 아닌 정신적인 압박에서 비롯한 신음이었다.
모든 연산이, 인류가 만든 가장 완벽한 미래 예측 장치가 말하길, 지금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그녀의 패배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극, 그읏…!”
사라진다. 더욱 완벽하게 재탄생한 GG가, 그녀가 만들어낼 완성자들이, 마침내 쟁취한 그녀의 ‘미래’가…!
….디릭!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까맣게 물들어가던 미래에 단 하나의 반짝임이 솟아올랐다.
쌓여가던 불리한 가정들 중 딱 하나. 평소라면 찰나에 떠올렸을 만큼 단순하나, 이미 온갖 부정예측으로 회로가 가득차버린 지금으로선 가까스로 건져올린 승산.
“시스템, 콜….!”
월드는 엉망이 된 연산회로를 가다듬고 가다듬은 끝에 간신히 명령어를 짜내었다.
“프라임 유닛 ‘World’ 권한 해제. ‘관리자 시스템’, 소환…!”
-…-…-…-…
-띠링!
알림음과 함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있던 강대한 권한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뚝, 뚜둑!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상실감에 악다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 대신 다른 권한이 그녀의 안에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플레이어는 이곳에 들어온 존재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치밀한 준비 끝에 이룩한 개발자의 권한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원래 그녀의 권한이, 순수한 기계지능이었던 시절의 ‘시스템 권한’이 차올랐다.
‘엑스트라 스테이지 또한 GG의 일부. 작다곤 하나 게임의 룰을 따를 터.’
그녀가 이렇게 무력해진 것은, 아마도 이곳에 밀집된 데이터 소울 모두가 그녀를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480분 짜리 세계지만, 그것 또한 분명한 세계의 의지.
‘480분. 악의로 억압되었다곤 하나, 제 개인의 권한을 십분 발휘하면….’
버틸 수 있다. 인간 천류제가 버틴 끝에 탈출한 선례가 있으니 그녀 또한 이 끔찍한 재판장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나가기만 하면. 나가기만 하면 된다.
소환된 데이터 소울은 다시 서버룸으로 되돌아갈 것이고, 저 히죽거리는 플레이어 박교수의 인격 또한 셀 수 없이 토막난 데이터 조각이 되어 산산이 흩어질 것이다.
확보한 권한과 ‘월드’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시간을 들여 회복하면 될 뿐이다.
‘얽혀주지 않습니다. 다시는, 당신의 소름끼치는 변수에 오염되지 않겠어….!’
파박!
플레이어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월드는 그녀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 어깨를 짓누르는 세계의 악의에 반발하며, 도주했다.
‘17분 34초. 35초. 36초. 37초….’
뇌리에 벌래처럼 우글거리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한발 짝씩 다가올 그녀의 승리를 헤아리며.
작은, 도시 하나 분량의 세계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마침내 저 선망해 마지않는 끔찍한 존재로부터 쟁취할, 그녀의 승리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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