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92
Chapter. 22. 라스트 퍼레이드(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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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추천 : Goodbye to a world (Poter rob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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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띠링- 띠링- 띠링-
[플레이어 ‘professor’___ 연산 모듈[T1]에서 [Lz947]까지__ 통제 권한 승인] [플레이어 ‘profeesor’___ 배경 유닛[영구동토]에서 [열대우림]까지__ 통제 권한 승인] [….승인] [….승인] [….승인]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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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총성과 함께 시작된 승전보는 지금도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끝이다.
기어이 끝에 도달해 버렸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채웠다.
“저게 오트만.”
“저건 노툼. 락샤샤.”
“루실라. 보르카. 알드리치. 이드라실.”
“아스트라드, 카트레아. 나엘다…. 아, 볼테우스.”
탁, 탁, 탁, 탁,
그리고, 검푸른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때마다. 반짝이는 그들을 위한 술잔이 채워질 때마다 가슴을 채운 성취감이 흘러나가, 되려 텅 빈 자리를 상기시켰다.
별 하나에, 술 한잔 씩.
그러다보니, 어느새 반쯤 기울어진 첨탑의 꼭대기는 주인 없는 술잔으로 가득 차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좀 비좁긴 해도 너 앉을 자리 정도는 남겨뒀어.”
달칵.
그 번잡한 술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남겨놓은 공터는, 저 하늘의 빛무리 속에도 제 자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꿀꺽, 꿀꺽,
크흐으으-!
“바깥에 있는 우리 총장님이 봤다면 눈이 돌아버릴 정도의 술도 공짜에, 담배가 아니라 돈을 말아 피운다고 해도 될 정도의 유물 급 담배도 공짜에. 맘 같아선 평생 눌러 앉아버렸으면 좋겠네. 그렇잖아? 사실상 전능에 가깝고. 또 뭐 만들어 볼까? 아파트? 비행기? 밀로 유명한 텔드랏 왕가 전용 브루어리(Brewery : 양조장)?”
홀로 낄낄거리며 던진 질문은 텅 빈 자리를 맴돌아 흩어졌지만,
[박교수 그거, 아마 되도않게 또 남느니 어쩌느니 하겠지.] [내 안 봐도 비디오다 비디오. 어휴, 가장 강한 시련으로 단련되어 완성된 호구라니. 금강석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호구의 영혼이라니!]그 대신, 가슴속 어딘가에 그의 말을 받는 목소리가 있었다.
“….짜식. 이젠 따로 취급이라고 막말 하냐.”
기억을 이어받는 다는 것은 참 고된 일이었다.
마치 첫눈이 내린 대지처럼, 넘겨받은 나의 기억 위에 녀석의 기억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람이 불길 기다리는 민들레 홀씨와 같았다.
꿀꺽, 꿀꺽,
크흐으-
[술…. 드레곤 브레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술이라. 흠…] [콜록, 켁! 웩! 우웩! 무, 뭐 이딴 기억이 다 있어? 어우, 괜히 들여다 봤네!]감각, 혹은 나의 생각과 그것이 겹치는 순간 원치 않아도 하이드의 기억이 터져나왔다.
내가 3월드에 들어와 처음 술을 마신 순간을 들여다보는 하이드.
한번 크게 데이고도 호기심에 못 이겨 몇 번이나 같은 기억을 탐닉하는 하이드.
[….언제 그 녀석이랑 마주 앉아서 제대로 한 잔 하긴 해봐야 하는데.]어느새, 나보다 더한 주당이 되어 홀로 잔을 기울이는 하이드.
생각을 따라 터져나오는 기억들은 내 앞의 빈 자리를 대신하여 나의 혼잣말에 답하고 있었다.
[다 끝나고 나면…. 병신같이 ‘나가기 싫네, 여 살만하네~’ 하면서 밍기적거리고 있겠지. 그렇게나 이 지옥같은 게임에서 나가고 싶어 했으면서.]“….아냐 임마. 진짜로 여기 괜찮아서 그래. 나도 좀 쉬어야지.”
[보나마나 나한테 빚졌다는 생각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술이나 처마시고 있겠지? 뭔 놈의 내적 빚쟁이가 그렇게 독한지. 그냥 가끔은 받으면 그냥 받은 채로 넘어가도 될 것을 허구헌날 받은 만큼 돌려준다고 지랄이야 아주 그냥.]“그러는 지도 그렇게 살았으면서.”
[태교를 함무라비 법전으로 했나.]“푸흡!”
하나를 생각하면 수십 개씩 터져 나오는 하이드의 기억은 마치 그 녀석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였다.
“….그래, 니 말이 다 맞다. 시스템은 죽었고, 데이터 소울은 모두 안식에 들었고. 할 일도 없는 이 지긋지긋한 게임에 1초라도 더 남아있고 싶지 않아.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꼴꼴꼴꼴-
탁!
“나가는 순간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발이 안 떨어지는걸 어쩌냐?”
기억이 돌아오고, 정신이 들고, 내 머릿속에 남겨진 네 기억을 본 순간부터.
엑스트라 스테이지를 준비할 때도, 마침내 걸려든 시스템을 비웃을 때도,
놈을 자극하고 끝내 삶이 간절해진 시스템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 넣는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되네었다.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을까.
이미 흔적도 없이 분해되어 내 기억의 일부가 되어버린 하이드를,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까.
“모르겠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그래봐야, 고작 아홉 시간의 궁리 끝에 내린 ‘불가능’이잖아.”
녀석의 말대로 받은 것이 너무 무거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지금은 몰라도, 이렇게 술이나 홀짝이면서 한 200년 정도 궁리하면 또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네가 그랬듯, 나도 받은 만큼 되돌려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란 말이다.
내가 이곳을 나서는 순간, 어쩌면 내가 찾지 못했을 일말의 가능성도 모두 사라져 버릴텐데.
하이드, 이렇게 날더러 그냥 나가라는건 너무 잔인하고 일방적인 처사가 아니냐.
[….받은 만큼 돌려준다. 그게 우리 방식이지.]기억 속 하이드는 또다른 기억으로 답했다.
난장판이 된 나의 내면 속, 낡은 소파에 누워 어설프게 매달아둔 기억들을 바라보는 녀석의 눈은, 어쩐지 나를 마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걸 털어놓지 않으면 저 때문에 내가 희생했다고 평생 자책할테니까. 다소 운명론적이긴 하지만…. 원래 저렇게 태어났다고 하면 지가 어쩌겠어.]기억속 하이드는 그렇게 스스로의 변명을 마쳤지만.
“미련한 자식아. 기억을 통째로 넘겨줘놓고, 도대체 뭘 어떻게 숨길 생각이었냐….”
본디, 사람은 하나의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수십 가지 다른 생각을 떠올리기 마련이며, 하이드 또한 다르지 않았다.
『왜. 왜 그렇게까지 널 도왔을까.』
애써 감추려 다른 생각들로 덮어버린, 녀석의 본심.
‘타고난 게 그렇다.’
‘나는 네게서 떨어져나온 자기애에서 태어났으므로, 그냥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이드가 날 위해 남겨둔 변명 아래, 녀석의 본심이 머리를 들었다.
『….그야, 그게 우리 방식이니까.』
“….이 미련한, 200살이나 쳐먹고도 변하지 못한 머저리 같은 자식아….”
기억 속 하이드의 머리 위로, 속삭이듯 녀석의 본심이 떠올랐다.
[나도 데이터 소울이니, 다른 파편들처럼 기억 하나는 챙겨갈 자격이 있겠….지?]사라져가던 하이드는 휘황하게 빛나는 기억들 속에서, 작고 볼품없는 기억 하나를 꺼내 소중하게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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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내 이름은 하이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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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주 오래전. 뮤트 인자에서 태어난 작고 사악한 인격이 숙주인 나의 기억을 뒤져 자신의 이름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억.
『하이드. 제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숨다(Hide)는 의미의 하이드. 혹은…. 네게는 숨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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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내 이름이야! 어때, 껍데기!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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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건 가죽(Hide)이라는 의미에서의 하이드였어.』
“이런, 바보, 천치같은 놈….”
기억에 스며들었기에 한점 숨길 수 없는. 가장 순수한 진실이 텅 빈 가슴을 채웠다.
『가죽. 숙주인 너를 ‘껍데기’라고 부르던 내가, 스스로를 ‘가죽’이라 명명하다니. 어찌나 뻔한 야망인지, 나도 참 그때는 너무 어렸지.』
기억 속 하이드는, 오래전 기억 속의 스스로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해리성 인격장애. 혹은 정신분열증. 그건, 사람의 정신이 자기 파괴적인 자아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일부를 분리해내는 거라고 해.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문제가 되는 부분을 똑- 떼어내는거지.』
『나의 본질, 박교수가 스스로 도려낸 자기애(自己愛). 그건, 다시 말해 가만뒀으면 몇 번이고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갔을 정도의 자기혐오에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였다는 거야.』
『처음 태어났을 때의 나는 너를 정말로 없애버리고 싶어 했다고. 적대했고, 몸의 지배권을 원했으며,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이 하이드가 몸의 주인이 되길 원했지.』
그래서 하이드. 껍데기인 나를 밀어내고 스스로가 가죽(Hide)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담아, 하이드였다.
『….그리고, 당시의 어린 나는 꿈에도 몰랐지만. 당연하게도 너는 그 내면에 품은 사악한 속내를 다 알고 있었지.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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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내 이름은 하이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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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는 몇 번이고 그 순간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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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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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내를 들여다본 내가, 별생각 없이 그것을 긍정하던 순간을.
『넌 정말 별생각 없었지. 평범한 사람이 추위에 떠는 고양이를 보면 보듬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듯, 너의 내면에 자라난 암덩어리 같은 인격을 마주하고, 공감하고, ‘어, 답답하겠다. 저 녀석도 언젠가 제 몸을 가졌으면 좋겠네.’ 하며.』
『나의 존재를 긍정하고…. 내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평생을 호인으로 살아온 박교수이기에 숨 쉬듯 품었던 생각은…. 알을 깨고 나온 동물이 제 부모를 각인하듯, 갓 태어난 인격에게 화인처럼 새겨졌다.
『그 순간이, 나를 정의했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던 증오는 그날을 기점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껍데기라는 호칭은 박교수로, 형씨, 어이, 너 따위로 변해갔으며.
가끔은,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였다.
하이드에게 있어 나는 그런 존재였기에.
사라져가는 하이드의 표정은, 더 없이 행복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잔뜩 쌓여 굳어버린 자기혐오를 걷어낸 것은…. 우습게도, 그렇게 버티며 살아온 네 삶이 만들어낸 네 자신이었어.』
『그렇게 너는 하이드라는 존재에게 지금의 삶을 선사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생각하는 모든 순간을, 그때의 단 한번의 긍정으로 만들어내었어.』
『그러니, Give and take, 받은 만큼 주는거야. 우리 방식대로.』
“빌어먹을, 빌어먹을….”
『네가 나에게 삶 전체를 주었으니. 나도 네게 삶으로 그것을 값는 것 뿐.』
기억 속 하이드가 사라져간다. 내겐 사소한, 그에겐 더없이 빛나는 기억을 품고.
『그러니, 우리 사이엔 아무런 빚도 없는 거야, 아버지.』
『나의 삶, 내가 버텨온 200년. 모두 당신에게 받은 그 순간으로 만들어 왔으니까.』
“끄흑, 윽, 크흡…!”
『그러니, 존재하지도 않는 빚에 끙끙거리지 말고 당장 꺼지라고. 내 세계에서.』
그의 기억이, 마지막을 향한다.
『음, 물론 이 생각 그대로 전해버리면 혼자 청승맞게 징징 짤테니까. 그냥 ‘자기애에서 태어나서 그렇게 도울 수 밖에 없었던 걸로’ 생각해야겠지.』
“….푸흑, 큭, 끄흡…. 프흐흐흐흐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못잡은 숨이, 결국 두 감정을 모두 안고 터져나왔다.
무릎을 치고, 폭소를 터트리고. 술병을 던지고,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둘 떨어진 빗방울은. 주인 없는 잔들을 채워 흘러넘치게 하고 있었다.
“아아. 역시, 헤어지기 전에 너한테…. 거짓말 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야 했는데.”
뭐가 자기애고, 뭐가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다냐.
네가 그렇게 소중히 품은 기억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속내를 훤히 드러냈는데.
“하이드.”
하이드.
나의 친구이자, 형제이며, 가족이자, 라이벌이었던.
가장 오랜 나의 이해자여.
“….나 간다.”
끝내 목에 매여버린 많은 말들을 대신해, 빗물이 가득 찬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띠링- 띠링- 띠링-
“고마웠다. 네 삶의 모든 순간에.”
[관리자 권한 A/W/S/A-1/S-1 이양 완료] [최종 시퀸스___완성자 혜택 [No.1] to [No.7]___ 예비 완성자에게 전달된 3종을 제외한 나머지, 해금]그리고, 막바지에 다다른 알림음을 향해 명령했다.
“….로그아웃.”
-띠링!
[임시 개발자 ‘professor’ 접속 종료합니다.]여전히 무겁지만, 앞으로, 나아갔다.
스팟-!
전자 세계의 유일한 관리자가 사라지고.
쿠구구구구구!
목적을 다한 엑스트라 스테이지가 데이터 조각으로 산화해가며.
휘릭- 휘릭- 휘릭-
높이 들어 올려졌던 잔은, 그대로 떨어져 부딪혔다.
아주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던 주인 없는 잔에게로.
채앵-!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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