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5
Chapter.1 오, 해피데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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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그래, 예상은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라 함은 사실상 문화하수도에 가까운 것이고, 온갖 뒤틀린 욕망과 광증이 난무하는 대재난 이후 사회에서 익명성은 과거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몸집을 키운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거대하고 더러운 괴물과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과 다름없음을 알고있었다.
– Jokass : 엌ㅋㅋㅋㅋㅋㅋ
– 노루Drug해요 : 엌ㅋㅋㅋㅋㅋㅋㅋㅋ
– 스피드 웨건 : 분명 내가 잘 알아듣게 설득한 걸로 기억하는데.
– professor : 상황이 그렇게 됐다.
– 하이웨이나초맨 : 엌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정신병이고 나발이고 방송으로 돈 벌어먹겠다고 공표한 이후, 대화방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게……
– 간장게이바 : 엌ㅋㅋㅋㅋㅋㅋ 얘야,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 노루Drug해요 : 그래서 인생이 더 재밌는 거 아니겠어?
– 간장게이바 : 물건이랑 잔금은 확인했냐? 내가 다른건 몰라도 강호의 도리는 잘 지키는거 알지? 봐줄 생각 없으니 각오하심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빨리 후원자를 찾은것도 좋았고, 그게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역 대화방 사람인 것도 좋았다.
근데 왜 하필 간장게이바 저 인간이냐고. 7년 동안 검증이 끝난 인성파탄 미치광이잖아! 순수 악이라고! 100명이 알고있으면 100명 모두 고개를 절래절래할 그런 놈이라고! 하필 저 인간한테 조건부 플레이를 받아야한다니!
벌써부터 목구멍 언저리가 간질간질 한게 당장이라도 ‘ㅎㅎㅈㅅ, 농담이었음^^’ 하고 황무지에 스크랩이나 뒤지러 나가고 싶었지만, 내 발치에는 벌써 도착한 빨간 가스캔이 족쇄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 스피드 웨건 : 그나저나 되게 빨리 구했네.
– 간장게이바 : 나 돈 많음. 거 사람이 겨우 거무튀튀한 기름 한통이 없어서 뒤지기 일보 직전이라는데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잖아?
– Jokass : 멀쩡한척 하지마라 미친놈아
– 하이웨이나초맨 : 사람인척 하지마라 변종놈아
그렇다. 방송 공지후 만류하는 채팅창을 빠르게 잠재우기 위해 ‘발전기 고장났고, 다른 팩션은 죽어도 가입할 생각 없고, 휘발유 없으면 예비 발전기 못돌림’ 이라고 공표 하자마자 ‘아, 그럼 계정비 빼고 나머지는 기름으로 보내주면 됨?’ 하는 채팅이 올라오더니 그로부터 8 시간이 지난 지금, 이렇게 휘발유 한통이 내 눈앞에 떡 하니 자리잡은 것이다.
“살았다아아!! 우린 이제 살았다구요 주인님! 전기가! 아아아 은혜로운 전기가 쉘터 구석구석 깊숙이 퍼져나가고 있어어어어!”
“넌 살았지. 난 아니고.”
“에이~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러세요오오? 그래도 다 아는 사람들인데 설마 엄청 가혹하게 굴리거나 하겠어요?”
“아는 사람이니까 더 긴장하는거야 임마.”
솔직히 일말의 기대 정도는 품고있었다. 사실 채팅만 저렇게 치지 속내는 점잖은 사람일지도 몰라, 얼굴은 몰라도 7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쌓아온 우정이 있는데 그냥 평범하고 건전한 플레이를 요청해줄지도 몰라! 같은 기대를.
– 간장게이바 : 음…..휘발유까지 딱 70만 어치 줬으니까, 특성 3개 ~ 4개 정도면 적정가 맞지?
– professor : ㅇㅇ
– 간장게이바 : “전설적인 악취”, “노출증 말기”, “특이한 식단 : 오물”, “습관성 구토”
– professor : 야 너 어디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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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기대는 첫 수에 박살났다.
– Jokass : 너어는 진짜…..
– 간장게이바 : 70만.
– Jokass : 인세의 성자가 따로 없으십니다!
– 노루Drug해요 : 아 70만 선입금에 저정도면 감사합니다~ 하고 큰절이라도 두번 올려야지 ㅋㅋㅋㅋ
– 간장게이바 : 고롬고롬.
– professor : 좀 봐주라…..나 앞으로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한단 말이야….
그래, 눈 딱감고 똥구더기에 구르는 광대 한달하고 목숨 부지할 수도 있지. 그런데 내 구형 발전기는 앞으로도 계속 휘발유를 잡아먹을테고, 나는 그 휘발유 값을 위해 지속적으로 실링을 벌 필요가 있다.
거지같은 옵션을 붙일수는 있는데 최소한 어떻게 방송이 지속될만한 걸로 잡아달라고. 똥먹고 똥뱉는 냄새나는 알몸남자를 돈주고 보려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냐.
– 간장게이바 : 오케이. 그럼 잘 알려진 걸로 하자고. 9274983 시드, ‘살인마 빌리’ 월드. 어때? 괜찮지? 이거면 방송 흥하는거 검증 됐잖음? 그러고보니 빌리 요즘 방송 안하던데 뭐함?
– 스피드 웨건 : 자살함. 지가 게임에서 쓰던 대형 면도날 똑같이 만들어서 그걸로 자기 내장을 다 해집어놓은거 레이더가 발견해서 갤러리에 인증샷 올렸더라.
– 간장게이바 : 어…..음…..멘탈이 강한 교수라면 괜찮지 않을까?
– Jokass : 조까
– 홀리 : 저도 그건 좀…..
내 빌리 그양반 방송보고 그럴줄 알았다. 평범한 사람 머리에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넣어두면 당연히 뭐가 터져도 단단히 터지지 안터지고 배기겠냐고. 저건 아까 그 조건보다 더 심각한 지뢰다. 당연히 기각.
– 간장게이바 : …..하, 갑자기 좆같네. 야, 너 내가 봉으로 보이냐?
한번 더 거부의 의사를 내비치자, 간게놈도 슬슬 화가 났는지 채팅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 간장게이바 : 돈을 70만이나 줬는데 이것도 안됀다, 저것도 안됀다……어이 교수, 뭐 할말 없어? 그냥 먹고 튀시게? 내가 병신으로 보였나봐? 왜? 아예 취향대로 쏙쏙 뽑아줄때까지 계속 거절하시지?
– 홀리 : 아니, 그래도 상식적인 선에서 요구를 하셔야지…..
– 하이웨이나초맨 : 쓰읍. 홀리님 몇 살이에요.
– 홀리 : 열일곱이요…..
– 하이웨이나초맨 : 대재난 때 10살에, 하는 말이나 행동거지를 보면 어디 어퍼 돔 같은데서 귀하게 크다 최근에 커뮤니티 들어온 것 같은데…..
– Jokass : 어이 나초, 그만 캐라. 국룰 지켜 새끼야.
– 하이웨이나초맨 : 있어봐. 알려줄건 알려줘야지. 아가씨, 귀하게 자라서 잘 모르나본데…..커뮤니티에 레이더들도 글 올리는거 알지?
– 홀리 : …..네.
– 하이웨이나초맨 : 걔네들이 사람하나 찾아죽이는데 받는 돈이 20만이야. 70만이면 원하는 사람 세명 모가지에 옵션으로 팔다리 한짝씩 딸려오는 돈이라고.
– 노루Drug해요 : …..최저가형 칼로리바 300개 가격이기도 하지. 작은 집단의 보름 식량 값이라는 소리임.
– 홀리 : !!!!!
– 하이웨이나초맨 : 간게놈이 준 70만은 사실상 교수의 목숨값이라고. 원래 뭘 요구해도 다 들어줘야되는 입장인데 지금 교수가 그 알량한 친분 하나로 뻗대고 있는거야. 잘못된건 간게가 아니라 교수라고. 알아들어?
– 간장게이바 : 캬, 나초가 내 변호를 다해주고. 오래살고 볼일이야! 방금 그건 화해의 제스쳐??
– 하이웨이나초맨 : 조까.
“….거 더럽게 말 잘하네.”
전부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하고있는 행위는 지난 7년간의 친분을 팔아서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행위니까. 물론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황무지 사람들이 그런 것 처럼 나도 절대로 손해볼 생각이 없고, 이미 친분을 매대에 올린 이상 무조건 그 이상의 값은 받아야겠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목숨은 항상 가장 무거운 저울추였으니, 팔 수 있는건 다 팔아야 한다.
점점 싸늘해져가는 대화방의 분위기 속에 내가 뭐라도 하려던 그 순간, 항상 그렇듯 스피드웨건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 스피드 웨건 : 그럼 이건 어떰.
– 간장게이바 : 뭐.
– 스피드 웨건 : 한 3년 전 쯤에 유행하던거. 특성 랜덤 조건.
– 간장게이바 : 싫음. 애초에 단가가 안맞아. 그거 해봐야 40만이면 해주던 거잖아. 물가 오른거 계산해도 내가 대가리 하나 값 손해임.
– 스피드 웨건 : 대신 특성 4개 말고 전부 랜덤. 직업, 종족, 특성, 외형….. 설정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너는 그 올 랜덤중에 딱 하나 픽해서 원하는 걸로 교체 가능. 리얼리스틱이야 당연히 키는거고.
– Jokass : 오.
– 하이웨이나초맨 : 신선한데? 그정도면 벨런스도 맞는 것 같고.
– 간장게이바 : 음…..그러다 겁나 좋은거 터지면 어캄? 나 기분 존나 더러울 것 같은데.
– 노루Drug해요 : 그러니까 특성 하나 픽 준거 아냐. 대박터져서 기분좋은 교수한테 똥물 끼얹으라고. 애초에 GG가 조합도 안맞춘 랜덤 특성으로 쑥쑥 밀고나갈만한 그런 이지겜은 아니잖음?
– 간장게이바 : 그렇게 보니까 또 그렇네. 오케이 콜. 교수는?
– professor : 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연히 콜이지! 역시 이 시대 최고의 인격자 스피드 웨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그렇게 까지 좋아할 일인가요? 재수없게 나쁜거라도 잔뜩 걸리면 정말 위험한거고, 운좋게 좋은 특성이 여러개 나온다고 해도 조합 자체를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선택권을 상대방이 가지고있는데?”
“당연히 좋아할 일이지! 원래대로라면 나쁜 특성만 줄줄 달고 스타트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인데 눈 딱감고 땡깡부려서 좋게 시작할 가능성이나마 생겼잖아?”
사실상 협상으로는 최상의 성과를 거둔 셈. 올 랜덤 스타트라니, 화제성도 나쁘지 않아 방송용으로도 괜찮아 보인다. 나쁘지 않다. 아니, 최고의 성과다!
이럴때가 아니다. 마음 바뀌기 전에 계약서부터 파야지.
– 간장게이바 : ㅇㅇ 괜찮네. 생각할 수록 재밌어 보임.
– professor : 그럼 거래는 이렇게 하는거지? 올 랜덤 스타트 / ‘간장게이바’ 특성 지정 픽 1개 / 최소한의 휴식시간 제외하고 한 달(인 게임 5개월)동안 플레이 및 방송 유지 / 리얼리스틱 모드 / 동의함?
– 간장게이바 : ㅇㅇ 동의함. 거래확인 누른다?
– professor : ㅇㅋ
쌍방이 대화창에 띄운 거래확인을 누르자 ‘거래가 정상 처리 되었습니다.’ 라는 시스템 메세지가 나타났다.
이 세계에서 실링이 기축통화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 쌍방이 거래확인을 누르지 않으면, 거래가 취소되면서 게드로이츠 사의 드론이 다시 거래품목을 반송해준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있으면 바로 계정 정지.
집단 외부와 실시간 장거리 통신이 가능한 수단이 게드로이츠사의 위성으로 관리되고 있는 GG커뮤니티가 유일한 지금, 계정 정지는 사회로부터 단절을 의미하며, 그래서 팔 다리 없는 사람도 다 받아준다는 돔 에서도 계정 정지먹은 사람은 안받는다.
드론 부품이 탐나서 게드로이츠의 운송드론을 건드린 사람도 당연히 계정 정지. 이 경우에는 바이오 시그널을 추적해 아예 그 사람 반경 500미터 안에 위치한 IP를 전부 정지시켜 버리기 때문에 이 혼란한 세상속에서도 게드로이츠 드론들은 유유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아무튼 계약이 성립됐으니 이제 한시름 놓은 셈. 뒷목까지 뻐근하게 만들던 위기감이 한층 가신 느낌이다.
– 간장게이바 : 자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대가는 지불했으니 바로 시작해 주실까? 전원 착석!
– 스피드 웨건 : /착석/
– Jokass : 빨리이이이!!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홀리 : 두근두근!
+ player ‘뉴트리아지나’ 님이 대화방에 입장하셨습니다
– 뉴트리아지나 : 소문 듣고 왔습니다. 올랜덤 1 부정픽 리얼리스틱 모드 방송이 여기 맞습니까?
– 고래가난다요 : 이 집 방송 잘하네.
– 朝樂氣多際 : 나도 우리 지역 대화방에 소문내고 왔음.
+ player ‘….’ 님이….
+ player ‘….’ 님이….
+ player ‘….’ 님이….
– 간장게이바 : 자자, 새로오신 분들 환영하고, 제가 바로 이 파티의 주최자! 간장게이바 올시다! 70만짜리 컨셉플이니까 기왕 시작한거 다들 즐겨주시길!
– 화약과 피 : 적응 안되는 분위기로군.
– Jokass : 쾅쾅쾅쾅!!! 주인장!!! 문열어!!!! 사람 기다린다!!!!
– 고래가난다요 : 쾅쾅쾅!!
– 뉴트리아지나 : 문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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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준비 되셨죠?”
“그래. 당분간 외부 자극에 반응 못하니까 은폐장이랑 실드 출력 좀 더 올려놓고.”
“넵. 좋은 꿈 꾸십쇼.”
치이익- 쿵.
접속기의 문이 닫히며 푹신한 내부가 내 몸을 감쌓다. 편안하면서도 묘하게 긴장되는, 2년만에 느끼는 감각.
“진짜 다시는 안하려고 했는데…..”
뭐,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좋게 생각하자. 이 게임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좋은 영향도 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사실 쉘터 밖 황무지의 광경과 이 게임안의 광경중 어떤게 더 정신건강에 좋은가를 비교하면 백이면 백 다 게임쪽을 고를 것이다. 사람들이 이 게임이 위험한 게임인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
이런저런 상념을 떠올리는 동안 바이오 패턴 인식을 마친 접속기 내부의 불이 꺼지고, 온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영합니다. 박교수님. 세상, 그 너머의 세상을 위해. 게드로이츠의 게임에 접속하시겠습니까?]질리도록 들었던 목소리에 살짝 불쾌감이 돋아났지만 꾹 눌러 담았다. 생각하지 말자. 이건 내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
“접속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이 멀 것 같은 환한 빛이 나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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