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504
다____]
치직, 치직!
포탄이나 다름없는 교수의 공격에 맞은 드론의 화면은 산산히 부서졌지만, 그럼에도 드론은 잔뜩 쪼개진 화면 위에 무언가를 힘겹게 그려내고 있었다.
[너어어어느은___위이이이이로오오오오-]벌컥!
콰작!
“병원장님! 교수님! 이안씨! 모두 무사하십니까!”
드론의 마지막 말은 거칠게 열린 문이 그것을 완전히 박살내는 것으로 끝맺어지고 말았다.
“우, 우라질. 2050년도쯤 유행하던 로보틱스 호러 영화 한편 다봤네….”
“드론을 이용한 해킹 공격이라니…. 전파가 약한 지하 암시장에서 이런 짓을 할만한 놈들은….”
차례로 병실에 들이닥치는 경비대의 소란 속에서 이안과 우진이 각자의 감상을 토로하는 동안.
교수는, 마지막 순간에 티캣이 화면위에 그려낸 장면이 아직도 눈에 박혀 있었다.
깨진 화면 속의 어딘가.
하얀 벽, 무수한 화면. 화면마다 연결된 수십개의 전선과, 수십개의 전선을 꼬아 만들어진 굵은 전선이 다시 수십 개가 되도록 모여들어 향하는 곳.
수십개의 전선이 등에 연결된 소녀는, 분명 그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감각은 그녀를 알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바깥의 내 자매를 부탁해요.]스며들 듯 떠오르는 기억과 목소리.
분명, 처음보는 게 분명한 소녀의 얼굴은.
“세계수….님?”
이제는 사라진 데이터 세계의 주민, 모든 월드를 관찰하고 보살피던 은발의 소녀를 닮아 있었다.
소녀의 눈은, 그가 아닌 화면을 향해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하얀 방을 가득 매운 모든 화면이 비추고 있는 단 하나의 장소를.
고장난 드론, 티캣의 시선으로 바라본 교수의 모습을.
“자매….인가.”
사실, 38구역 이야기 중 우진에게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너무 허황되고, 그걸 도대체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얼버무린.
인간처럼 말하고 사고하며, 저마다 뜻을 가진 채 연합해서 움직이는 3형 변종 집단.
예술가 연합.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모를 일그러진 정신이 발현된 존재들의 집단.
삑. 삑. 삑.
고장난 드론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구조 신호를 발하고 있었다.
이곳의 좌표가 아닌, 여기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의 좌표를 가리키면서.
명실상부한 초대장이었다.
삑. 삑. 삑.
구조 신호는 재촉하듯 울리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생각한 게드로이츠의 게임이, 새로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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