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51
Chapter.4 눈꺼풀(23)
***
[일어나.]또옥. 또옥.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검은 공간. 교수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이곳이 언젠가 왔던 그곳임을 느꼈다.
‘기생충······. 결국, 나를 다시 이곳으로 끌고 온 거냐?’
내가 허공을 향해 으르렁거리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턱을 괴고 있는 기생충의 검은 연기 같은 얼굴에 나타났다. 녀석은 평소의 그 비웃음과는 다른, 아주 시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염병하고 있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헛소리 그만하고 왜 나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얘기하시지?’
[뭐? 내가 불러? 너를?]스륵-
공중에 둥둥 떠다니던 놈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녀석의 검은 연기 같은 손에는, 다른 부분과는 이질적인 살 색 손가락이 두 개 달려있었다. 의식 속 내 왼손에는 없는 검지와 중지. 내 몸에서 완전히 놈의 의지하에 있는 부분.
터억.
그 이질적인 손가락이 달린 오른손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깨라고. 밖에 지금 시간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으니까.]밖에? 이 자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는 녀석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쳐내려고 하는데, 놈의 검은 손가락 하나가 사라지며 그 위로 살색의 손가락이 자라나는 것이 보였다.
[아, 이거 받아간다.]교수는 화들짝 놀라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없어졌다. 방금전 까지 있던 자신의 약지가. 놈의 손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너무 그러지 마라. 이거 지인 할인까지 포함해서 엄청 싸게 쳐준 거라고? 나가서 내가 해놓을 일을 보면 나한테 고마워서 절이라도 할 걸?]쩌적-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에 금이 가며,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휴, 이제야 깨는 것 봐. 느려 터진 껍데기 자식.]‘이, 이봐! 기다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교수의 외침을 기생충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새로 생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후비적 거렸다.
[나가서 들어라. 그리고 정 고마워서 못 견디겠으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빌려주던가.]‘제기랄! 무슨 소린지 알아듣게 얘기해야······!’
화아악!
틈이 갈라지며 검은 공간이 빛으로 가득 찼고, 그대로 교수는 깨어났다.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역시 고통이다.
두통과 어지럼증. 안쪽에서부터 몸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
‘내가 뭘 하다가 정신을 잃었더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부드러운 입술. 어, 음…. 그다음에 뭐였더라? 이것보다 더 중요한,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
‘주제를 알거라 짐승아! 너 따위는 나와 손을 섞을 자격조차 없느니라!’
“아이작!”
벌떡!
교수의 몽롱한 의식이 확 깨어났다. 그제야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사방에 멀쩡한 집기가 없었고, 언제나처럼 온갖 빨간색 알림이 깜박이는 상태창에, 미친 듯이 위로 올라가는 중인 대화창과, 한쪽 구석에는 자신의 팔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아이작이 있었다.
교수가 보기에는 살짝 잿가루 같은 게 좀 묻고 약간 찢어진 상처가 있을 뿐인 멀쩡한 팔이었는데, 아이작은 끊임없이 무언가 뜯어내려는 듯 자신의 팔을 긁어내다가, 다시 머리를 붙잡고 소리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끄아아악! 안돼, 안돼! 내 몸에서 떨어져, 제발! 악몽이, 악몽이 세상을 뒤덮을 거야! 막아야 해, 내가, 내가 막아야 해에에에!!!”
퍼억!
단말마와 같은 아이작의 비명과 함께, 그의 뒷목이 부풀어 터지며 살찐 지네 같은 것이 튀어나와 그의 머리 위로 기어올랐다.
“이런 미친! 인섬니아 크랩(Insomnia crap : 불면증 게)이라고? 진짜 뮤트 비주류 개체는 다 나오는 거냐!”
인섬니아 크랩. 저번의 땅굴 벌레, 페일 페이스와 마찬가지로 흔하게 볼 수 없는 특수 개체 중 하나다. 6급~5급 정도로 분류되지만, 손바닥만 한 크기에 전투력은 전혀 없고, 그런 주제에 여왕이 직접 잉태해서 생산해야하므로 채산성도 그리 좋지 않은, 쓰레기에 가까운 개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딱 두 가지다. 파고들어간 숙주의 정신을 약화시키고 그 안에 여왕이 원하는 이미지를 심는 것과, 숙주가 의식 불명에 빠지거나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키리리릭, 키릭! 키리릭!
푸북, 푹! 푸욱!
저런 식으로 몸에서 튀어나와 머리에 곧바로 촉수를 박고 숙주를 조종하는 것.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촉수가 완전히 뇌를 파고들어 조종당하는 아이작의 입에서 망자의 울음 같은 비명이 쏟아져 나오며 그의 주변으로 물이 마구 모여들고 있었다. 인섬니아 크랩과 일반 감염인자에 감염된 뮤트의 다른 점이라면, 인섬니아 크랩은 숙주의 지식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수력- 끄르륵, 구-!”
쿠르르르르-!
“저게 수력구라고? 내가 쓰던 그거랑 같은 주문?!”
아무리 크랩이 조종하고 있다곤 해도 6위계 마법사의 깨달음을 다 체득할 수는 없는지 사용하는 주문이 가장 기초적인 수력구였지만, 그 규모와 위력이 달랐다. 주변으로 흘러드는 물을 깡그리 모아 손 위에 발생시킨, 거대한 물의 구체.
`정신을 잃고 뭐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겠지만, 몸이 아주 작살이 났어.`
큰 부상을 입은 적도 많았고, 죽기 직전까지 몰린 적도 꽤 많았다. 하지만 장담컨데 이 정도로 몸이 약해진 적은 없었다. 지금도 움직이면 피부에서 가루가 부스스 떨어지는 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이 몸은, 지금은 더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 없다.
`락샤샤는…. 큰 기대는 못 하겠군.`
온몸에 붉은 혈반에, 실도 거의 다 써버렸는지 단검을 들고 대치하는 모습. 그녀의 부상도 만만치 않았다.
`뭔가, 뭐라도 좋으니 공격할 만한 것. 작은 힘으로도 적을 공격할 만한 것이….`
정신쇠약이 주변에 늘어선 사물을 쓸어담듯 내 눈앞으로 가져온다. 전부 부서지고, 깨어져 나간 파편뿐. 후들거리는 팔로는 저것들을 던지는 것 조차 힘들 것이다.
총 한 자루가 간절했다.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현대의 무기.
찰박.
그 순간, 무너진 건물 사이로 새어 들어온 물줄기가 손끝에 닿으며 번개처럼 어떤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주문. 자신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전하고자 하는 마법의 의미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것.
수인. 자신의 손가락에 이미지를 각인하여 심상을 구조화함으로써, 단단히 정립하는 것.
교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오른팔을 들었다. 엄지와 검지, 중지를 쭉 펴고, 검지와 중지를 붙인 상태로 남은 손가락을 모두 접은 모양. 따로 이미지를 각인한 적은 없지만, 현대인이라면 그 모양을 보고 누구나 같은 물건을 떠올릴 만큼 강하게 이미지가 박힌,
총 모양.
마탑의 마력원에서 새어 나온 물이 교수의 몸을 타고, 천천히 그의 손을 향해 흘러들어 간다.
화약은, 마력으로.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를 따라, 손가락을 총신으로.
마지막, 탄환은.
꿀럭-
바싹 말라붙은 혈관 사이로, 심장이 힘겹게 끌어올린 피 한 방울이 느릿하게 흘러들어 손끝을 향한다.
[수계 마나 친화 – 1위계 : 물의 포용력]왜 몰랐을까? 이런 몸이 된 이후로, 그는 본능적으로 이 깨달음을 사용하고 있었다. 물의 지배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뮤트의 피는 그의 의지에 따라 몸으로 흘러들어왔으니까.
모든 것을 포용하는 물은, 혈액도 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느릿하고, 묵직하게 혈관을 타고 흐르던 핏방울이 손가락에 도달했다. 머릿속에서 `철컥` 하는 환청이 들렸다.
`조준`
한쪽 무릎을 꿇고, 왼손으로 총신의 아래쪽을 받쳐 지지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참아 조준을 안정시킨다. 그는 이미 게임 속 교수가 아니라 완전히 황무지의 박교수로서 행동하고 있었다.
총구의 끝이 적의 머리, 인섬니아 크렙을 조준한다.
제 1 위계 오리진 스펠.
“[ 블러드 샷 ]”
“타앙.”
교수의 입에서 두 글자로 이루어진 주문이 흘러나오고,
푸슉!
마력에 의해 급격히 가속된 피의 탄환이 교수의 손끝을 뚫고 나와 아이작의 머리로 향했다.
커다란 소음도, 단말마의 비명도 없었다.
아이작의 몸이 천천히 허물어지고, 그의 손 위에 모여든 수력구가 흩어지며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정확히 몸의 정 중앙을 관통당한 인섬니아 크렙은, 잠깐 버둥거리다 그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
`해냈다.`
승리했다는 생각이 들자, 몸에서 힘이 스르륵 빠졌다. 마법을 시전한 손은 손가락을 쥘 힘도 없을 정도로 흐느적거렸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의 재생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러고보니, 투란에서 탈출할 때도 탈력감이 상당했지.`
그때는 이미 몸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에서 전투를 끝내서 탈력감으로 끝난 모양이다. 뮤테이션 광폭화는, 사용 후 일시적으로 몸의 재생력을 급감시킨다.
그렇게 축 늘어져 있는 교수의 옆으로 락샤샤가 다가왔다. 교수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부축해 주려는 건가.`
사양할 필요는 없지. 교수가 락샤샤를 향해 손을 뻗자, 락샤샤는 그런 교수를 목덜미를 향해 날카로운 단검을 들이밀었다.
“이름?”
“….예?”
“이름을 말해보시겠어요?”
“저…. 그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좀….”
피싯-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듯 락샤샤의 단검이 피부를 살짝 파고들었다.
“으아아악! 알았어요! 알았다고! 교수! 그쪽 이름은 락샤샤! 이제 됐지! 됐으니까 칼 좀 치워봐요!”
교수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과 교수 본인의 이름이 나오자, 락샤샤는 참고 있던 숨을 뱉어내며 단검을 회수했다.
“다행히 돌아온 것 같네요? 마법을 썼을 때부터 교수일 거라고 확신은 했지만.”
“돌아와? 그건 무슨 소립니까? 내가 나일 거라는 확신은 또 뭐고.”
“….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락샤샤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턱 끝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방을 통째로 프레스기에 넣었다 뺀 것처럼 나무고 석재고 금속이고 할 것 없이 죄다 부서지고 찢겨나간 모습. 공통점은, 모두 물에 젖어있다는 것.
‘마법의 흔적이다. 아마도…. 내가 정신을 차리기 이전에 이렇게 된 것이겠지. 그렇다면 이 정도의 대규모 파괴마법을 락샤샤 혼자서 막아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녀는 내가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작을 견제하기에 급급했는데?’
정신을 차린 다음 교수의 눈에 들어온 아이작은, 대단히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환각을 보고,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지 못 할 만큼.
“설마…. 메이지 패닉(mage panic)?”
마법사는 자신의 심상을 세상에 구현할 정도로 정신적인 것에 예민한 생물이다. 그런 예민한 정신 사이로 트라우마나 어떤 부정적인 심상이 나타나면, 그런 모습들조차 현실에 반영해버리며 끝없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은 1, 2 위계 수련마법사가 아니잖아? 도대체 어떤 사람이 철옹성이나 다름없는 6위계 마법사의 심상에 저렇게까지 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 거지?`
“락샤샤. 혹시 아이작이 크랩에게 당하기 전에 저렇게 만든 게 당신입니까?”
절레절레.
“그럼…. 우리 둘 말고 다른 조력자가 있었던 겁니까?”
절레절레.
“그러면 도대체 누가 6위계 마법사의 굴강한 정신세계에 그만큼의 충격을 줄 수….”
톡톡-
“응?”
락샤샤가 내 말을 끊고, 손가락으로 내 볼을 찌르며 나를 응시했다. 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끄덕끄덕.
“내가?”
끄덕끄덕.
“어떻게?”
[그야, 6위계라고는 해도 평생을 연구에만 바친 연구마법사니까. 그 의식은 분명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이 쌓아올렸지만, 그래 봤자 우물 안 개구리가 쌓아올린 탑이라구. 세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가, 생각 이상으로 쫄보였어.]락샤샤가 내 질문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동안, 내 안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내가?’
절레절레.
‘그럼…. 네가?’
끄덕끄덕.
충격을 받은 나를, 왼손 손가락 세 개가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며 일깨웠다.
[그러니까 몸 좀 아껴가면서 굴리라고. 우리, 진짜 죽을 뻔한 거 알아? 아무리 재생력이 좋다고 해도 의식이 담긴 뇌가 날아가면 어떻게 되겠냐? 재생이야 되겠지. 영혼 없이 감염인자들이 으어어- 하고있는 텅 빈 뇌로. 내가 꾸욱, 참다가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네가 자는 동안 몸을 좀 썼다.]‘네가…. 내 몸을 움직였다고?’
[그래. 안될 것도 없잖아? ‘의식불명’ 상태의 몸에, 예비로 챙겨뒀던 또 다른 의식이 들어갔던 거라고? 너, 나 아니었으면 저 인간 여자랑 같이 저 마법사 늙은이한테 잘 압축 당해서 벌써 병조림 됐어 임마!]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건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리얼리스틱 모드는 사용자의 의식을 그대로 게임에 투영한다고 봐도 좋았다. 몸을 움직이는데 일체의 지연시간도 없이, 말 그대로 플레이어의 영혼이 이쪽 세계로 넘어오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게임 속 인격이 내 캐릭터를 움직였다?’
그럼 반대로, 게임 속 인격이 밖에 있는 내 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어이, 뭐가 그렇게 심각해? 잘 쓰고 돌려줬잖아!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뭐가 그렇게 죽상이냐고!]‘닥치고 있어 봐, 기생충.’
확인해야 한다. 정확히 내가 정신을 잃은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행히 나는 정신을 잃은 동안에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을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 professor : 간게, 조카스, 나초, 스피드 웨건님.
– 간장게이바 : 돔으로 와라.
– professor :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다들 봤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나한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 있나?
– 간장게이바 : 너 옛날부터 집단 싫어하는 것 정도는 다 아는데, 알겠으니까? 일단 게임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돔으로 와서 병원부터 기어들어가라고!
지금도 대화창을 가득 메우는 수많은 시청자의 채팅. 대충 봐도 환호하며 멋지다, 훌륭하다 같은 말을 하는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늘상 하던 것처럼 익숙한 아이디들을 하이라이트 시키자, 친한 사람들의 우려 섞인 채팅이 보였다.
– professor : 간게야, 진정하고. 나도 상황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아니까 이렇게 물어보러 온 거잖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간장게이바 : 내가 시발 진정하게 생겼냐! 너 그거, 그거라고! 그러니까!
– 스피드 웨건 : 내가 설명함. 그래도 되지?
– 간장게이바 : ….
– 스피드 웨건 : 많이 혼란스러워 보이니까 세줄 요약함.
너는 정신을 잃었고,
다시 정신을 차렸으며,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며 자기 자신을 ‘하이드’ 라고 칭했음.
‘….하이드?’
[왜에? 킥킥킥킥, 어때, 제법 괜찮은 이름이지? 지킬 박사님?]– Jokass : 우리가 굳이 설명해도 이게 어떤 현상인지 알겠지? 너, 방금 게임 안에서 ‘professor’가 아니라 ‘하이드’라는 이름의 다른 자아가 네 캐릭터를 움직였다고. 그동안 이 게임하다 죽어 나간 수많은 리얼리스틱 모드 플레이어들처럼, ‘잠식’ 당한거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 professor : …..알지.
교수는 지금도 장난스럽게 움직이는 자신의 왼쪽 손가락 세 개를 보며 중얼거렸다.
“게임 속 자아가, 현실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지.
[껍데기, 지난번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가끔 누구랑 그렇게 대화하는 거야?]자신의 경우에는, 게임 속 교수도 아닌 다른 무언가가 밖으로 튀어나와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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