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52
Chapter.4 눈꺼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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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일단 지금 상황을 다 정리한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 간장게이바 : 아니 시발! 게임 끄고 지금 당장 나와야 한다니까!
– professor : 괜찮아, 괜찮아. 이제 거의 다 끝났고, 정리만 하면 되니까.
– 간장게이바 : 야! 네 대가리에 이상한 게 쳐들어갔다고!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교수는 한숨을 푹 쉬며 한바탕 난리가 난 대화창을 시야에서 치웠다.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목구멍이 포도청인걸 어떻게하냐….”
무엇보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 포기하고 나가기도 그렇고. 여기 안전지대 아니란 말이야. 여기서 로그아웃하면 그대로 자동진행인데,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빚은 갚아야지.
아이작을 끝으로 마법사들을 모두 정리한 교수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서문에서 토브룬 병력의 주의를 끌던 도둑 길드원들이 마탑에 도착했다. 사전에 얘기했던 대로 커다란 방수성 나무상자를 잔뜩 들고온 길드원들은 탑에 박혀있는 기다란 보라색 기둥이라거나 난장판이 된 탑 내부를 보고 다소 당황하는 듯 했지만 락샤샤의 길드원답게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그들이 가장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도둑질을 시작했다.
박살 난 금장식과 너덜너덜한 샹들리에, 애매하게 생긴 조각상부터 마탑의 고서, 마법 아티팩트, 마법사들이 입고 있던 로브까지 그들이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잘 정리된 장물 상자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허망한 눈으로 약탈당하는 마탑을 지켜보는 속옷만 입은 마법사들을 구경하는데, 밖에서 철컥거리는 갑옷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슬슬 도착하셨구먼.”
저 멀리, 토브룬의 기사단이 시뻘게진 얼굴로 도시를 횡단하고 있었다.
마탑의 바닥에 깔린 카펫을 뜯어내던 도적 중 하나가 그 광경을 보고 서둘러 락샤샤에게 다가왔다.
“마스터, 토브룬의 병력이 탑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가면 늦지 않을 것 같은데, 들고 튈까요?”
“음…. 글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락샤샤는 받은 질문을 그대로 교수에게 넘겼다.
“못 가요, 어차피. 쟤들은 말 타고 와서 도착한 거고, 아마 저 뒤로 보병들이 개떼처럼 포위하고 있을 겁니다.”
“그, 그럼 방어 준비를 해야 됩니까?”
“어…. 아니? 그냥 하던 일 계속하세요. 꼼꼼하게 털고.”
“….예?”
“엇차, 어차피 쟤들 못 들어와요. 어디보자…. 락샤샤, 나 아직 괴물처럼 보이죠?”
“음, 글쎄요? 제 기준에는 나름 보기 괜찮은데?”
“으윽!”
이 아가씨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오네.
교수가 옆에 있던 도적에게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가리키자, 그가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괴물처럼만 보인다면야. 멀쩡한 모습보다 너덜너덜한 이 모습이 더 위협적일 수도 있겠지.
적당히 체력을 회복한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홀딱 벗은 마법사들 쪽으로 다가갔다.
분한 눈으로 점점 깔끔해져 가는 마탑을 보고 있던 마법사들은, 상처투성이 뮤트가 그들에게 다가오자 긴장하는 눈치였다.
“어디보자…. 누가 좋으려나….”
“이, 이 괴물! 아이작 고문님을 살해한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까지 죽이려는 것이냐! 출타하신 탑주님만 돌아오시면 너 따위는······. 너 따위는!”
늙은 마법사는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도 눈을 치뜨고 교수를 비난하고 있었다. 음, 훌륭한 기개야. 이런 마법사가 많으면 뮤트와의 전쟁이 좀 수월해질 텐데.
“아이작 고문님? 아, 백작이 마탑의 고문이었구나? 어쩐지. 탑주 하기에는 성품이 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너네 아이작 목에서 막 이상한 게 같은 거 튀어나오고 하는 거 못 봤냐?? 막 인간을 어쩌고 하는 거랑?”
“이이익! 너희 괴물 놈들이 아이작 고문님의 몸에 심은 것이 아니냐! 이 악적! 너희 짐승들도, 금전에 눈이 멀어 너희에게 협력하는 저 비루한 도적들도 천벌을 받을 것이다!”
교수는 뭐라고 하려다, 그가 마법사임을 상기하고 바로 포기하고 다시 다른 마법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집과 아집의 결정체인 늙은 마법사를 설득하느니 차라리 길가의 바위와 토론을 하고 말지.
‘흐음…. 인질은 역시 귀족이 좋겠지? 마법사 중에는 귀족도 꽤 많을 텐데. 어디 귀티 나는 녀석이….’
오들오들, 덜덜덜덜….
아, 하나 발견.
“이봐 너.”
“뭐, 나, 나 말이냐?”
“그래 너. 평생 햇빛 한 번 못 본 것처럼 피부도 희고 고운 데다, 손에 굳은살 하나 없는 게….”
“아, 안돼! 난 맛없어! 제발, 제발!”
“응?”
귀족처럼 생겼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마법사는 다른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겁에 질려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 순간, 처음 교수에게 말을 걸었던 노마법사가 묶인 상태로 몸을 날려 교수의 발치를 가로막았다.
콰당!
“안된다! 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을 잡아먹으려 하다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짓이란 말이냐!! 해하려거든 나를! 나를 데려가라! 이 오트만 보들레르! 푸른 피를 타고난 이로서 죽음 앞에 한치의 두려움도 없으니! 나를 데려가거라! 나를!!”
“오트만 마법사님…..!”
“으흑! 저희를 위해, 그렇게까지!”
그렇게 마법사들이 교수 앞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신파를 한편 찍고 있었다. 나도 다 봐주고 싶기는 한데, 미안하지만 마법사 한 명이 좀 급하게 필요해서.
“푸른 피라…. 너 귀족?”
“으음? 그, 그렇다!”
오호라. 귀족인 데다 지위도 제법 있어 보이는 녀석이로구나!
덥썩!
“좋았어! 너로 결정!”
“으, 으아아아!”
“오트만 마법사님!”
“아, 안돼에에에!!!”
교수는 큼지막한 손으로 늙은 귀족을 번쩍 들어 올려 옆구리에 낀 다음, 저쪽에 떨어져 있던 아이작의 시체를 반대쪽 옆구리에 끼고 벽에 난 구멍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락샤샤는 구멍이 난 곳 바로 옆 반쯤 무너진 벽의 그늘에 기대어 숨어있었다.
슬쩍 내다보니, 마탑 주변을 완전히 포위한 토브룬의 기사단과 병사들 앞에서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이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들어라 토브룬의 적이여! 너희는 무단으로 토브룬의 영토를 침입하였으며! 우리들의 자랑거리인 마탑을 파괴하였고! 선량한 시민을 겁박하고 있다! 이에 로드릭 왕국법과 토브룬 시 의회법에 따라-”
“저거 몇 분째 저러고 있지?”
교수는 옆에 끼고 있는 마법사를 의식하며, 일부러 굵고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듯 락샤샤에게 말했다.
척 하면 척이라고, 락샤샤는 바로 그런 그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부복하며 교수에게 대답하였다.
“저자가 도착한 이후로 붉은 뮤트님이 마법사들을 심문하는 동안 쭉 저러고 있었으니, 5분은 훌쩍 넘었답니다?”
“천만다행이군. 저쪽에 돌대가리가 있어서.”
“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 멍청이가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동업자가 몇 명 탑으로 기어 들어왔거든요?”
락샤샤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킨 곳에는 실에 칭칭 감겨 천장에 매달린 암살자가 세 명 정도 있었다.
“뭘 찾는 것처럼 보였나?”
“뭘 찾는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역시. 예상대로다.
‘상상 이상으로 썩어있어서 다행이야, 토브룬 시의 귀족 친구들!’
정황상 리드 플로우 마탑은, 인체실험을 비롯하여 온갖 반인륜적인 실험을 진행하였고, 토브룬의 영주 및 귀족들은 그에 협력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마탑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불법적인 일을 행하면서 저 속이 시꺼먼 귀족들과 거래하면서 안전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귀족의 거래라는 건 원래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밀어야 미소가 나오는 거니까. 아마 저 암살자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문서를 찾기 위해 귀족들이 보낸 사람이겠지. 공식적으로 탑에 대한 구출 작전 같은 게 진행되면 그런 물건이 세상에 나올 수도 있으니까.
저 멍청이가 쓸데없이 떠들어대는 것은 그 시간을 벌기 위함이고.
“그래서. 찾았나?”
“음…. 어느 정도는요?”
락샤샤는 저 착 달라붙는 옷의 어디에 숨겨놨는지 품에서 제법 두툼한 책 한 권을 꺼냈다.
“마탑의 거래 장부에요. 암시장에 나온 뮤트 사체, 생체부터 마법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수갑과 쇠창살이라던가, 마약, 인간 노예 등에 대한 거래 내역이 아주 자세히 적혀있는 장부랍니다?”
“오호라.”
마탑의 비밀 장부. 괜찮은 무기다. 거래 내역이 적혀있다고 했으니 판매자도 적혀있겠지. 귀족 재판에서 증거물로 쓰기 딱 좋은 물건이다. 좋은 물건이긴 한데….
“으음….. 조금 더 직접적인 것은 없나? 귀족에게 보낸 편지 같은 거 라던가?”
“- 지금 당장 마법사들을 풀어주고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시, 로드릭의 분노가 사나운 폭풍처럼 몰아쳐 너희를 일벌백계로 단죄할 것이며-”
당장 약발이 먹히는 게 필요한데. 저 멍청이 입에서 헉! 소리가 나오게 해주려면.
최소한 마탑의 고위 인사가 자필로 쓴 증거가 필요하다. 장부 같은 건 아랫사람이 정리하는 물건이니 얼굴에 철판 깔고 조작된 증거라고 하면 또 당장은 할 말이 없거든. 수사에 들어가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지만 자필 문서라면, 마법을 통해 필적을 확인할 수 있으니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아, 그거.”
교수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낡은 종이뭉치 하나를 꺼냈다.
[item : 아이작 만달리우스의 연구기록]“증거가 내 주머니에 있었네?”
투란에서 백작의 저택을 뒤지다가 발견한 물건.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챙겨뒀었지?
교수라는 이름의 실험체에게 행한 일이 상당히 꼼꼼하게 작성된 연구기록이다. 이거면 빼도 박도 못한다.
“으흠, 그럼. 잠시 실례.”
준비를 마친 교수는, 양팔에 마법사를 한 명씩 끼고 탑에 난 구멍으로 몸을 드러냈다. 흠흠, 목소리 가다듬고. 근육도 범핑좀 해주고. 최대한 사납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선한 신들이 보살피매, 너희 침입자들의 더러운 악행은….”
“그르르르······. 재미있구나. 더러운 악행이라. 정확히 어떤 짓을 말하는 거지?”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이의 헛소리를 끊으며 교수가 입을 열자, 주변의 포위한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그 너머의 시민들에게까지 술렁임이 퍼졌다.
“말을 한다.”
“말 하는 뮤트…. 정말로 말하는 뮤트야!”
“투란을 멸망시킨 괴물!”
“전장의 태양을 쓰러뜨린 괴물이 토브룬의 마탑을 파괴했다!”
‘오오오, 이거 기분이 생각보다 괜찮은데?’
눈 아래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보며 공포에 떨다니. 묘하게 기분이 좋다. 그러고 보니 이 게임을 하는 사람 중에 빌런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꽤 있었지. 이런 맛에 하나보다.
나의 등장에 잠시 당황한 기사단장은 옆에 있던 종자와 잠시 무언가 의논하더니, 다시금 목소리를 키워 외쳤다.
“이 사악한 괴물! 어쩐지 최근 도시에서 알 수 없는 비극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거늘, 모두 네놈의 짓이었구나! 감히 사람을 잡아먹다니! 네놈의 멱을 따고 배를 갈라 그 선량한 영혼을 위로하리라!”
“그르륵, 인간의 입에서 개소리가 나오다니.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네놈.”
“이, 이 괴물 주제에 나를 모욕하다니!”
‘모욕은 니가 했지 임마. 어딜 나한테 실종자들을 떠넘기려고.’
이런 순간까지 정치적이라니. 정말 갈 때까지 갔군. 놈은 지금, 마탑에 들어간 암살자들이 소식이 없으니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여 실종자들에 대한 것을 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다. 저 반응을 보니 기사단장도 아이작에게 돈을 받아 처먹고 불법행위에 협조한 일당 중 하나일 것이 틀림없었다.
“더는 들어줄 가치가 없구나, 인간.”
교수는 장황하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기사를 향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아이작의 시체를 던졌다.
퍼억!
“이, 이건?”
“아이작 님이다! 아이작 만달리우스 백작님이셔!”
“6위계 마법사가 죽었다!”
점점 더 확산되는 공포 사이로, 아이작의 시체를 확인하고 묘하게 안도하는 기사단장을 향해 교수는 외쳤다.
“그 시체가 누구의 것인지는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콰악!
“으, 으아아아!”
교수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노마법사를 포박한 줄을 한 손으로 잡고 그대로 밖으로 내밀었다. 밧줄에 묶인 노마법사의 몸이 허공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으아악! 으아아아!”
“우리의 요구조건은 하나다! 지금 당장 병력을 이곳, 마탑 건물의 소유지 밖으로 물리지 않으면, 앞으로 5분에 한 명씩 여기서 마법사를 떨어트리겠다. 마나도 쓰지 못하는 허약한 마법사가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띠링-!
[특성 – ‘명예로운 영혼’이 상황을 판정 중입니다.]한참 협박을 진행하던 교수는, 저번의 락샤샤때 처럼 새빨간 경고음과 함께 떠오르는 ‘명예로운 영혼’의 경고에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그래, 이쯤에서 이게 걸려들 줄 알았지.
저번에 락샤샤 앞에서 한번 된통 당한 이후로 대화창 사람들을 통해 이 특성에 대해서 조금 알아봤는데, 다행히 어느정도 공략이 완성된 특성이라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명예로운 영혼은 기사의 혈통을 가진 캐릭터에게 대부분 생기는 특성인데, 같은 이름이라도 효과가 여러모로 다른 경우가 많았다.
‘기사라고 해도 성향이 천차만별이니까.’
보통은 가문의 기사관을 따라가곤 하는데, 문제는 이 교수 캐릭터가 가문에서 뭘 배우기도 전에 가문이 폭삭 망해버렸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의식은 기사가문의 사람이니 기사도는 따라야겠는데,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지.’
그래서 이 캐릭터의 기사관은 어렸을 적 들어본, 이야기책에나 나올법한 중세 기사의 고지식한 모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나라 최고의 기사도 여자고, 게임의 최종 목표가 뮤트 여왕을 때려잡는건데 여성 폭행 불가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었다.
‘뭐, 레이디라서 못 팬다고? 양 손에 샷건을 한 자루씩 들고 쏴대는 평범한 황무지 여성을 보면 주먹이 아니라 칼빵도 놓을 수 있게 될걸?’
다행히 해법은 아주 심플했다. 기사관이 정립되지 않아 이런 디폴트 값으로 고정된 것이니, 반대로 기사관을 확립해 주면 되는것. 물론 그게 기사의 명예를 지키며 레이디를 섬기는 고전 기사일지, 아니면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에 욕설을 내뱉으며 썅 마이웨이를 사는 택시 기사일지는 내 맘이다.
‘엄청난 기회지. 명예로운 영혼은 플레이 성향을 좌우하는 특성이니까. 그걸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라고. [기사 캐릭터의 호감도+] 라는 기본 효과는 보너스에 지나지 않아.’
공략에서는 이미 확립된 기사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기사관이 확립될 당시의 캐릭터를 설득해야 한다고하는데, 가문을 잃고 울면서 뛰쳐나온 꼬맹이가 이 47구역의 세치 혀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있나.
‘자, 이 마탑의 마법사들은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어 제 배를 채운 악덕 영주 같은 놈들이며, 상습적으로 마탑의 어린 수련생들에게 물 고문을 가하는 극단적인 세디스트이며, 뮤트를 연구해 인간 사이로 퍼트리려 한 왕국의 암덩어리 같은 녀석들이다.’
틱,틱,틱-
띠링-!
[특성 ‘명예로운 영혼’이 상황 판단을 완료하였습니다 : /타락한 마법사! 왕국의 적! 목을 매달에 죽임에 마땅하다! 이런 악적을 옹호하다니! 저 기사들은 잘못된 주인을 섬기고 있구나!/ 판정 – 통과]이런 식으로, 캐릭터 히스토리에서 비롯한 특성은 어느정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게- 스피드 웨건님의 설명이었다. 언제나 고마워요! 스피드 웨건!
이미 히스토리가 깊은, 기사 가문에서 100년동안 기사도만 배운 캐릭터 같은거로 시작했다면 이런 식의 편법은 먹히지 않았겠지만 교수의 경우 히스토리 자체는 그냥 부모님을 잃어버린 청소년 이니까.
흔들, 흔들-
“우아아악! 으아아!”
“우헤헤헤! 상황만 잘 끼워 맞추면, 이런 짓 쯤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는 말이지!”
교수는 손 끝에 매달린 노마법사를 마구 흔들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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