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523
Chapter. 24. 가장 위대한 채권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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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우우우-
로켓의 불꽃이 점화된 순간, 적과 아군의 시선이 모두 그것을 향했다.
돔의 지휘관도, 렙터의 독전관도 한순간이 생명을 좌우하는 전장에서 병사들이 한눈을 팔았음에도 그들의 군기를 탓하지 않은 이유는.
이 황량함 밖에 남지 않은 땅을 완전히 떠나는 이들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고.
지휘관이 말한 의미모를 승리의 순간에서 어떤 기쁨을 찾아야 할지 궁리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으며, 혹은.
-콰아아아아아!
그 우주선의 표면에 매달린 그들이 잘 아는 인간의 형상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나는 왜 이런 자살행위를 택했을까.
곧 시속 29,000km에 다다를 우주 발사체에 몸을 던지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할 곳으로 가는 비행체에 맨몸으로 매달렸을까.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어.’
살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정말 누군가를 내 앞에 세워서라도 살아남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47구역을 떠나왔다. 적의 아가리 속으로 몸을 던지면서도 머리 한구석으론 쉼 없이 내 한계를 가늠했고, 실제로 ‘더는 안되겠다’ 싶은 지점에서 전투가 끝나기 전에 뒤로 돌아서기까지 했었다.
-번쩌억!
만약, 돔의 진형에서 뿜어져나온 빛줄기가 사전에 약속했던 것과 달리 우주선을 향하지 않고 렙터의 본진을 꿰뚫었다면.
———
치이익-
[모, 목표 건제함! 제우스, 빗나갔습니다!] [신호 유도지점을 오차없이 관통했습니다!] [결국, 메탈죠 이 어리석은 작자가…!]———
만약, 그 우주선을 노렸던 공격이 빗나간 순간, 감정이 격해진 영 총장이 열린 회선으로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화아아악!
만약, 우주선과 건물 사이로 날아가버린 그 빛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드넓은 황무지를 캔버스삼아 위태롭게 마주한 두 남자의 그림자를 늘어뜨리지 않았다면.
‘안돼…’
내가 그것을 보지 않았다면.
타앙!
한 발의 총성을 듣지 않았다면.
그 총성이 들려온 곳에서 비틀거리며 기어나온, 이안이 아닌 누군가를 보지만 않았더라면!
끄드드득, 끄기익!
….지금처럼 우주로 향하는 쇳덩어리에 손톱을 박아넣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첨단 장비를 대동한 의료진이 기다리는 후방에 도달했을 것이고, 영 총장이 사전 지휘관 회의 때 첨부한 자료속 ‘서버룸 임무 완수 및 귀환 소요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춘 내 남은 시간을 초조하게 재며, ‘돔에서 우주 임무를 위해 교육받은 전문 요원’들이 이미 한계까지 소모한 나를 대신해 치료제를 가져다주길 간절하게 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고 싶었다.
터어엉!
그러니, 내가 안전한 후방이 아닌 이미 발사된 우주 발사체의 표면에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 있는 것도.
엄청난 고온에 살이 익고, 폐가 쪼그라들고, 끝끝내 희미하게 남아있던 몸의 감각이 전부 사라져버린 것도.
오직 생각만 남은 기이한 생명체와 같은 상태로, 푸른 하늘 너머 차갑고 외로운 어딘가에 도달하게 된 것도.
“전부…. 네 탓 이다…. 이 새끼야….”
내가 알아선 안 될 것을 알게 해버린 네 탓이다, 이안.
제우스의 공격이 네스트가 아닌 우주선을 향했다는 것은 영 총장이 나를 속이고 처음부터 우주선을 파괴할 목적이었다는 뜻이겠지.
빗나간 순간 네 욕을 입에 담았다는 것은, 그 정확했던 유도 신호를 책임진 사람이 너였다는 뜻이겠지.
네가 우주선 코앞까지 도달했음에도 그것이 빗나갔다는 것은 너 또한 영 총장을 속였다는 뜻이고.
아마도 그건, 저게 살아남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저게 있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껄인 누군가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서버룸에 있는 치료제 맞으면 산다!’ 라고 말하며 생각없이 제 변종화를 악화시킨 누군가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주선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그러니,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 정밀한 기계는 외부에 이물질이 달라붙어 있다는 것만으로 추락해버릴 수도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내 수명이 대기권을 돌파하는 열기에 못 이겨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남았다 한들, 공기가 없는 영하 270도의 우주에서 얼어붙은 몸으로 그저 우주선에 매달려 있는 게 전부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머릿속으론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후화아악!
나의 마지막 생각은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차가운 허공으로 바뀌는 순간에 정지했다.
어느 순간. 몸을 잡아당기는 압력도, 온몸을 태우던 열기도, 이미 찢어진 고막을 대신해 온몸으로 느껴지던 소음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극도의 적막함.
감았던 눈을 뜬 것인지, 탄화된 눈꺼풀이 떨어져 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어이 그 순간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밤이 깊은 시간. 발밑에선 내가 떠나온 나의 세계가 멀어져가고 있었으며.
머리 위로는 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밤하늘, 달이 환하게 빛나는 모습, 별이 반짝이는 하늘은 어디에도 없는 텅 빈공간.
그 짙은 적막함이 피부에 닿은 순간, 나는 반쯤 얼어붙은 손을 바스라뜨리며 앞으로 뻗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죽으면.’
파삭!
깨져나간 손톱과 손가락이 눈앞을 지나 천천히 우주공간 속으로 멀어져갔다.
‘지금까지, 이 순간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은…!’
그 생각과 함께 떠오른 것은 선한 의지나 대의 같은 것이 아닌 두려움이다.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라 칭하고, GG속 모든 이들이 성자와 같다 치켜세웠지만, 내가 알기론 지금껏 나를 앞으로 밀어낸 동인은 그런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 4월드에서 원치않게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잠겨들었던 내가 발견한 부끄럽고 내밀한 나의 본성.
죽음에 한없이 가까워진 지금, 보다 선명해진 그것이 내 몸을 억지로 움직인 순간.
머리위로 이 검은 우주에서 한없이 이질적인 흰 그림자가 어리고 있었다.
마치 자전거 바퀴의 중심에 원뿔형 기둥을 세워둔 것 같은 형태.
『—』
소리없는 진동이 한 차례 지나간 순간, 우주선이 맞닿은 부분부터 차례로 잠들어있던 그것에 불을 밝히며 새 생명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방이 텅 빈 우주속에서 홀로 회전하는 팽이와 같이 생긴 그것의 겉면에는 [NEXT SPACE]라는 검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차가운 어둠이 내 눈을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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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박. 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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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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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여전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이다.
‘아니. 이건…. 꿈인가?’
차이가 있다면, 이미 감각이 다 사라진 몸으로도 얼어붙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우주의 추위와 달리 이곳에선 부드러운 밤과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것. 지면에 얕은 물이 고여있다는 것.
인지한 순간, 익숙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한 책장. 정리된 잡동사니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모빌처럼 하늘에 매달린 자리. 오래된 소파.
그리고, 몸에 비해 작은 소파에 어떻게든 비집고 누워있는 무언가.
‘설마. 정말로 거기있는 게, 너…. 인거냐?’
마치 이름을 말하면 꿈에서 깨기라도 하는 듯, 나는 차마 녀석의 이름도 부르지 못한 채 한걸음씩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작은 소파위에 드러누운 누군가가 몸을 뒤처기는 것이 느껴졌다.
늑대처럼 긴 주둥이. 날카로운 이빨. 안광이 형형한 짐승의 눈.
‘하이드.’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북받치는 감정이 터져나오지 않게 하기위해 애써야했다. 본능적으로 이것이 살얼음처럼 깨어져나갈 희미한 순간임을 알고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얼마나 그리웠던가.
사랑하는 사람에겐 더 이상 걱정을 끼치지 않기위해 숨겨왔던 두려움도.
친애하는 이들에겐 더욱 당당해보이기 위해 감춰왔던 감정도.
혼자 담아둔 생각도, 고뇌도, 기쁨도, 부끄러움도.
가까운 이들과조차 나눌 수 없었던 본질에 가까운 감정을 당연한 듯이 나눴던 존재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녀석이 사라진 순간, 내 정신의 일부였던 하이드인 만큼 만에 하나 사후세계가 존재한다 해도 다시는 만날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엔 이렇게 만나다니.
‘….신이라는 거, 생각보다 융통성이 있구나.’
재회의 첫마디가 이런 얼빠진 소리가 된 것은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이게 얼어붙어가는 내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건, 죽어가는 뇌세포의 마지막 시냅스건, 아무렴 어떨까.
‘이렇게 됐다는 건 결국 내가 실패했다는 뜻이겠지.’
결과는 동일한 것을. 결국 나의 이야기는 끝났다. 두 번의 세계를 구해냈지만, 마지막 세 번째에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풀썩!
녀석이 비켜준 자리에 몸을 던지자 낡은 소파는 기억했던 그대로 먼지를 피워올렸다. 먼지와 함께, 남겨진 사람들의 이름도 떠올랐다.
다나, 신시아, 벡스, 에젤, 우진 영감님, 조카스를 비롯한 수많은 게시판 친구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흥안만두, 그 외 셀 수 없이 떠오르는 얼굴과 이름들.
‘하이드. 너는 알지? 남들이 다 나를 용자니, 불굴의 인간이니 해도 실상은 그냥 벌벌떨며 도망다니기 바쁜 그냥 박교수라는거.’
‘가만보면 메탈죠 녀석의 통찰력이 기가 막혔던거지. 나보고 체리라고 했잖아? 내가 최근에 생긴 별명이 수십갠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보다 어울리는 별명이 없더라고. 겉으로는 쿨 한척, 대범한 척, 똑똑한 척 다 해도 그 속에는 17세 쫄보 찔찔이 박교수가 그대로 남아있던거야. 거기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고.’
『….』
‘야, 듣고있냐? 간만에 여기서 재회했는데 영 반응이 시큰둥하다?’
『….- –, —-.』
그말에 슬쩍 고개만 돌린 하이드의 입이 열렸지만, 입만 뻐끔거릴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라는거야. 하나도 안 들리니까 좀 크게 말해 자식아.’
녀석의 커다란 종아리를 걷어차며 말하자 하이드가 크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스치듯 지나간 녀석의 숨결은 놀랄만큼 차가웠다.
『—. — – —- — — ——-.』
‘….하이드?’
입만 뻐끔거리던 녀석이 별안간 손톱으로 내 가슴을 쿡 찔러왔다.
꾸드드득!
차갑다. 너무 차가워서 폐가 얼어붙고, 뼈가 갈라지고, 온몸이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 냉기가 무언가를 흐릿하게 떠올리게 만들어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 그렇-는 —는데.』
푸욱!
희미하게 들려오는 하이드의 목소리와 함께, 녀석의 발톱이 그대로 내 몸을 관통해버렸다.
‘안돼. 이건….’
『안되긴 뭐가 안돼. 잘만 되는구만.』
‘하이드, 넌 알잖아. 너만은 알잖아. 내가, 내가-’
『….그래. 알지. 누구보다 잘 알고말고.』
푸우욱!
발톱이 더욱 깊숙이 찔러들어왔다. 가슴은 감전이라도 된 듯 고통스럽고, 터져나온 냉기에 세상이 얼어붙어가는 가운데. 그만큼 더 가까워진 하이드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거의 다 왔잖아. 응? 너도 알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 아직 고통을 느끼고 있잖아. 아직 살아 있잖아. 그럼, 아직 더 할 수 있잖아?』
차가운 냉기 사이로 흐릿하게 인공물이 어른거린다. 하얀 바탕. [NEXT SPACE] 한없이 차갑고 고통스럽기만한 현실의 그림자.
『듣고싶은 이야기야 많지. 하지만,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난 이야기는 굳이 받을 생각없어.』
촤악!
『꺼져, 아버지. 가서 이런 밋밋한 노말엔딩 말고 제대로 된 엔딩을 가져오라고.』
하이드의 발톱이 내 가슴에서 빠져나온 순간, 피 대신 흘러나온 것은 현실이었다.
한 팔을 뻗은 채로 우주선 표면에 얼어붙은 나. 그 위로 회전하는 우주 장기 생존 거주지 넥스트 스페이스. 그곳에 성공적으로 도킹한 우주선.
‘–, —! —…. —!’
이번에는 반대로 내 말이 들리지 않았다. 우주에는 소리가 없었으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이드가 피식, 하고 웃으며 다시 제자리로, 소파 위로 돌아가 몸을 뉘이는 것이 보였다.
『명심해. 당신 눈에는 가슴속의 그놈이 열일곱 체리보이라도, 당신을 만나온 다른 모두의 눈엔 그녀석이 영웅이고, 용사였고, 성자님이며 희망이었다는거.』
『나야 뭐, 두말할 것도 없지. 내 아버지. 나의 우상. 마이 히어로.』
쩌저적-
챙그랑!
끝내, 얼어붙은 수면과 함께 세상이 무너지며, 하이드의 모습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4월드의 마지막 순간, 딱 하나 주인을 찾지 못했던 잔을 손가락 위에 장난처럼 세워둔 모습으로.
『다음엔 제대로 찾아와. 그때 한잔 하게.』
풀썩이는 소리와 목이 쉰 듯 킬킬거리는 녀석의 웃음소리가 잔향처럼 흩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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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움찔.
-파직!
움찔, 움찔,
-파지이익!
“흐어어억!”
[깨어났군, 깨어났어! 역시 이런곳에서 죽을 정도로 약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정신이 든 내가 쉬어지지 않는 호흡에 매달려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약간 어눌하고 광의어린 목소리가 내 머리를 후벼팠다.
[아아, 정말이지. 이 정도면 더는 우연이라 여길수가 없지 않은가! 마침 자네 가슴속에 대용량 배터리가 포함된 게드로이츠 컴퍼니에서 가장 강한 주파수와 연결된 통신기가 들어있다니! 우주공간과 넥스트 스페이스 내부로 단절된 상태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니! 자네가 여기 있는 것도,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마주하는 것도 내가 전혀 의도한 상황이 아닌데!]‘….우주. 넥스트 스페이스. 게드로이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고가 돌아오고 있었다. 마치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었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아직, 살아있다.’
파직! 파직!
가슴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이 그 원인일 것이다. 외부 개입에 의해 강제로 방전된 배터리. 주변을 다 태워먹었지만 결국 심장에 필요한 만큼의 충격을 주는데 성공한 억지스러운 심장마사지.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것에서 느꼈던 날카로운 통증의 정체가 이것이었다.
[널 죽게 두진 않지. 암, 절대로 그렇게 둘 수 없고 말고! 나의, 아니 앞으로 나아갈 인류의 가장 큰 재산이나 다름없는데! 이 차가운 우주에서 죽어선 안되지!]나는, 죽어가던 나를 되살린 이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얼어붙은 몸으로 우주선에 매달려 있는 나와 가장 가까운 창문에 매달려있다 시피한 모습.
전신은 감전된 사람 특유의 혈관모양 피멍이 가득하고, 축 늘어진 혀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며, 눈은 쉴새없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였고, 팔과 다리도 경련하거나 갑작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쪽을 보는군. 그래, 그렇게 하나씩 집중하는거야…. 변종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극한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 개발됐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몸에서 활동하는 바이러스다보니 활동 온도는 인간의 체온에 가까울 수밖에 없지. 절대영도에 가까운 우주에선 쉽게 활성화 될 수 없을게야….] [내 모습이 추레해도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보다시피, 이마에 총알이 박혔거든? 불수의근을 움직이는 근육 대부분이 기능을 상실했지. 개인적으론 자네가 이 시설 안에 들어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냄새가 지독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그렇게 말한 게드로이츠는 창문 너머로 삐걱거리는 몸을 기괴하게 흔들며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아아, 옛 세계를 올바른 길로 조정할 과학자와 앞으로의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지도자가 이런 망가지고 추악한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다니. 골계스럽달지, 아이러니하다고 할지.]눈과 혀의 통제를 잃은 체 웃음기를 머금은 그는, 마치 이쪽으로 넘어오고 싶기라도 한 듯 두 손과 얼굴을 창문에 바싹 붙이며 말했다.
[오래토록, 아주 오래토록 자네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네. 박교수, 나의 완성자.]우스꽝스럽게 망가진 모습일지언정 그 눈빛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형형했다.
그렇게, 게드로이츠가 오래토록 품어왔던 자신의 얘기에 빠져있는 사이.
….뚜둑!
나는, 한 마디 정도 움직이기 시작한 오른쪽 약지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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