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528
Chapter +0. 이하, 모두 지불되었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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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륵.
물속을 부유하듯 붕 뜨는 감각이 몸을 감싼다.
삑삑거리는 기계음. 누군가의 다급한 음성, 그리고 그 모든 소리를 고장난 테이프로 재생한듯한 버벅거리는 느낌.
삐이이-
[Access- denied.]‘접근…. 거부됨?’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 머리가 귀로 들리는 음성의 의미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타닥, 탁, 타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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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
[Access- denied. 해당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은 모두 소멸했습니다.]“제기랄! 도대체 뭐하는 데이터가 들어있으면 통합정부 비상코드로도 안 뚫리는 거냐고!”
“파르쿠 형제,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성스러운 전당마저….”
“염병! 알아요! 안다구요!”
사람. 젊은 남자와 늙은 남자. 다급하고 겁에 질렸다.
“씨발, 이딴 수상쩍은 데이터 캡에 내 생체코드까지 연결하다니….”
“수상쩍다니! 어찌 그리 불경한 말을!”
“불경이고 크리스찬이고, 이러다 이상한 고대 에드웨어 같은 거에 해킹이라도 당하면 내 입으로 교단 기둥뿌리가 서너 개쯤 들어갈 줄 아쇼! 일이백만 크레딧으론 어림도 없을거라고!”
“알겠네! 뭐든 알았으니 어서!!”
노인의 채근에 청년이 한숨을 쉬던 청년이 작은 바늘로 자신의 손끝을 찔렀다. 피가 방울져 흐르는 손가락이 앞으로 뻗어 나오고.
삑-
삑-
삑-
삑-
….띠링!
[Access- granted. 유전자 배열 일치. 마스터 코드, 직계 혈족에 의한 접근권한 허용.] [환영합니다, 파르쿠님]“그렇지!”
“오오오, 정말로, 정말로 그분이 이 땅에 다시 임하시다니!”
“보자. 데이터 소울, 데이터 소울…. 뭔 염병할 절차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놨습니까?”
“제발 말을 삼가시오!!! 형제께서 지금 앞두고 있는 일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정녕 모르시겠소! 아니, 애초에 직계 혈족께서 어찌 교에 귀의하기는 커녕 이름조차 오르지 않은 것이오!”
“아이 뭐 지금 와서 따집니까? 각자 사정이라는 게 다 있는 법이죠. 그리고 내가 다른 직계들처럼 교에 귀의했으면 지금쯤 다른 높으신 분들이랑 같이 잡혀갔을 텐데, 47구역 깡촌에서 흙파먹고 살았으니 이렇게 멀쩡한 거 아닙니까? 덕분에 이렇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거고.”
“으으음, 라투라. 이 또한 흐름이란 말인가….”
….라투라?
어딘가 익숙한, 동시에 이 시점에서 들려선 안될 것을 들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럼, 다운로드합니다?”
“부디.”
“제기랄. 오늘 하루만 불법 크래킹을 몇 번이나 하는건지…. 혹시나 인격이 뒤섞이거나 내 쪽이 잡아먹히는 것 같으면 바로 사출시켜야 되는거 알죠? 늦으면 큰일납니다!”
“알겠네. 어차피 절대 그럴 일 없네.”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의 떨리는 손이 아래로 향했다.
-찰칵!
“그분은, 이미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분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나를 구성하던 모든 것이 분해되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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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직- 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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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데이터 업로드] [주의! ‘데이터 소울’ 급 인격 데이터입니다. ‘통합정부 인격 데이터 제한법’ , ‘데이터 인격 인권 보호법’, ‘전뇌 사용 대원칙’ 및 이하 35개 주요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방화벽 해제.] [업로드 하는 중.] [업로드 하는 중..] [업로드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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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완료] [환영합니다, Player ‘professor’]———
-화아아악!
아, 이거. 아는 감각이다. 딱 GG접속할 때 머리 끝부터 확- 당겨지는 듯한 그 감각.
‘손. 발. 이상없음.’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추정. 단련됐지만 전문 훈련을 받은 흔적은 없음.’
‘잘 관리된 지하시설 특유의 과도하게 건조한 느낌. 유리 장식장. 부착형 설명문. 박물관인가?’
‘기름 냄새. 깨끗한 내부와 비교했을 때 이건 외부에서 유입된거다. 내 몸, 그리고 저 구석에 웅크린 사람들에게서 나고있군. 기름과 먼지, 땀 냄새. 오랫동안 씻지 못했다.’
‘이건 뭐야? 네온 색상의 입체 영상 챙이 달린 야구모자? 이 자식은 뭘 쓰고 있는거지? 가죽점퍼랑 바지에도 있네?’
감각과 함께 돌아온 사고능력이 순식간에 주변 정보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나의 상태, 현재 위치, 환경, 그리고 현재 내가 처한 상황등을 모두 고려해 지금 당장 해야 할 행동을 선택한다.
어디보자. 상황이….
-쿠웅!
“라투라! 재림하신 우리의 주여! 교인 라제르드가 위대한 성인을 뵙습니다!”
….어….
“….예?”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이냐.
장소는 박물관. 몸은 꽤나 껄렁해보이는 네온 가죽 자캣의 20대 청년. 구석엔 고생한 티가 역력한 사람들이 겁에 질려 이쪽을 주시하고, 눈앞엔 종교인스러운 옷을 입은 노인이 바닥이 깨져라 머리를 박아대고 있었다.
노인은 날 성인이라 불렀고, 재림한 박교수라 불렀다.
흠. 그렇다 이거지.
“박교수. 박교수라….”
“예, 현신하신 우리의 주여!”
“그…. 라제르드씨? 뭣 좀 물어봐도 됩니까?”
“그게 무엇이든 제 남은 삶을 걸고 반드시 답해드리겠사옵니다!”
“하이구, 뭘 그렇게까지야.”
노인은 대답을 할때마다 머리를 박는게, 이대로 두면 바닥과 노인의 머리통, 둘중 하나는 깨지겠다 싶어 그를 일으켰다. 내 손이 닿자 경련하듯 바르르 떨며 눈물을 좍좍 흘리는게 대단히, 음…. 불쾌했지만. 아무튼.
“혹시 이거, 새로나온 가상현실 게임입니까?”
“게임…. 말씀이십니까?”
“예. 그런거 있잖아요. GG라던가, 버츄얼 라이프라던가…. 아, NPC면 이런 말 못 알아듣나? 혹시 하늘에서 내려와 이 세계를 여행하는 ‘플레이어’라는 여행자들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아, 압니다! 당연히 알지요! 가상현실 게임, NPC, 너무 오래된 단어라 잠시 기억이 안났을 뿐입니다. 주께서 먼 과거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군요.”
….오래된 단어? 먼 과거?
“당연히 아닙니다! 당신께선 이 세계에 실존했던 존재이시며, 위대한 희생으로 우리 곁에 ‘불멸’하는 존재가 되어 지금도 저희 삶을 지탱하고 계시는 ‘행어 교단’의 주인된 자, 박교수님이십니다!”
“어, 예….”
뭔가 엄청난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아무튼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다.
음. 솔직히 새로운 타입의 GG에 투입됐다는게 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는데 그게 아니라 이거지.
“그럼 뭐. 고민할 것도 없네.”
“혹시 하명하실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커억!”
상황에 따른 행동. 나 ‘박교수’가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세계’로 되돌아왔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컥, 커헉! 어, 어째서….”
“나 박교수는 그 위성우와 함께 죽었다. 명실상부하게 뒈졌지. 그러므로 지금의 나를 구성한 것은 나의 데이터 소울에서 비롯한 전자 인격이며.”
콰악!
“그 말은, 누군가 진즉에 소멸했어야 할 GG의 ‘시스템’을 되살려 그 안에 있던 나의 데이터 소울을 끄집어냈다는 뜻이지.”
“커허어억!”
노인의 숨통을 조이는 내 손아귀는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시스템. 만약 그때 그 [월드]를 누군가 되살려 악용하고 있다면 어디까지 일이 틀어질지 알 수 없다.’
사람은 죽기 전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법이고, 개중에는 ‘나 죽은 뒤에 [전자 박교수]같은게 양산되면 어쩌지?’ 같은 생각도 있었다.
그렇잖아. 데이터 소울 같은걸 본 사람이면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누군가 내 인격을 복사해서 마구잡이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내 자랑 같지만 나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알짜배기 샘플이다.
육신은 ‘변종 바이러스’의 유일한 정식 성공 표본이며, 기억은 산채로 변종 바이러스의 변화를 유도한 경험을 가진 초희귀 고급 데이터 덩어리이며, 그것을 제외하고도 인격 자체가 병적인 호구라 양산하면 ‘자발적이고 유쾌한 고지능 노예군단’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다.
분명히 누구 하나쯤은 ‘메카 박교수’ 같은걸 만들고 싶어했을거란 말이지.
“뭐, 그런 관계로. 만약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렇게 행동하기로 했지. 눈을 뜬 곳이 가상현실 게임이라면, 영면에 든 전대고인을 불법 에드온 따위로 부활시킨 죄를 물어 그놈을 자근자근 줘 팬 다음, 사상 최악의 버그 NPC로 그 세계를 점령해 주겠다. 그게 아니라 현실이라면-”
뚜둑, 뚜두둑!
“끅, 끄으윽!”
“….제 잇속을 위해 되살리지 말아야 할 것을 되살린 놈을 죽이고, 다른 사본과 복제본 따위를 모조리 찾아 삭제한 다음 자결하기로 말이야.”
“물론 다른 괜찮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모르잖아? 나는 막 깨어난 참이고. 그러니 제압해야지.”
“주, 주여….”
목이 졸린 노인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지고 있었다.
“내가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위기는 예방하는게 제일이더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당장 죽을 생각은 없었다. 죽이기 전에 심문부터 해야지. 지금이 언제인지, 바깥은 어떻게 됐는지, 내 데이터 소울은 어떻게 구했고 그걸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모조리 불게 한 다음에- 타앙!
납탄과 함께 다음 세계로 보내주는 게 일반적인 황무지의 국룰이 아닌가. 사람을 그렇게 막 죽이면 안 되지. 아깝게.
“주여, 아니옵, 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제 내면의 신실함을 바라봐 주시옵….소서….”
“….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꽤 나이먹은 상대를 어떻게하면 잘 구슬릴 수 있을지를 궁리하고 있었는데,
이 늙은이. 아무리 목을 졸라도 기절할 생각이 없다. 영감이 쓰러지질 않아.
되려 조금씩 숨이 돌아오고, 말 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 되어가는 게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는 섬세한 작업에 적합해보이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향했다.
‘사람 악력이 이 정도까지 약할 수 있나? 떼깔 죽이는 가죽점퍼는 노약자 수준의 허약함을 감추기 위한 허세? 아니면 늙은이가 젊었을 때 미식축구라도 한 건가?’
‘아니면, 무슨 교단의 키퍼라더니…. 정체불명의 힘이라도 가지고 있는건가! 제길, 약골의 몸으로 이제 막 유사 이세계에 떨어진 박교수가 덤빈 게 우호적인 초고렙 악역 몹이라니!’
작전 변경이다. 상대에게 적의를 드러내고도 제압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반격뿐이다.
나는 놀고있는 왼손을 노인의 목에 더하는 대신, 슬그머니 옆을 향해 뻗었다. 가죽장갑이 있으니 유리 전시장 정도는 맨손으로 깨도 되겠지.
그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야무지게 쥔 내 손이 처음부터 눈여겨봤던 진열장을 향하려던 찰나-!
꾸우우욱-!
[이 새끼가…. 누가 약골이고 허세야!]‘?’
진열장을 내리치던 손도, 노인의 목을 조르던 손도 안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저항에 바르르 떨며 멈춰버리는게 아닌가?
[악력이 약하긴 얼어죽을…! 그 손 떼지 못해, 이 야만의 고대 전자정령 같은 새끼야!]해답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을 제어하며 속에서 박박 악을쓰기 시작한 목소리가 말해주었다.
‘….누구?’
[몸 주인이다 살인광 자식아! 현신인은 얼어죽을, 황무지 세대는 전부 다중 PTSD 살인 중독자라더니! 손 떼고 키퍼 라제르드한테 싹싹 빌어! 누구 인생 망칠 일 있어! 전 세계에 행어 교단 광신도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 저 늙은이가 얼마나 많은 정, 재계 인사의 대부인지나 알아!]‘오호라.’
몸 주인이라.
그렇지. 이게 현실이라면, 내 데이터 소울이 주입된 몸의 원래 주인도 있어야겠지. 그게 이놈이라는 거구만.
털썩!
“쿨럭, 쿨럭! 커헉! 가, 감사, 감사드리옵….”
“감사는 무슨. 그쪽보다 더 말 잘 통하고 아는 거 많아 보이는 친구가 생겨서 잠시 놔준 것 뿐이니까. 존재해선 안될 내 데이터 소울을 그쪽 교단인지 뭔지가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그것은, 실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까 하여 선대 교황께서 어떻게든 교수님의 디지털 영결식을 거행하고자 하셨으나, 그 불경의 끝자락을 달리는 통합정부가 어찌나 그것을 반대하던지…. 결국 교수님을 이리 혼란한 세상에 다시 거하게 하셨으니 결국 우리의 죄지요. 죄입니다….허흐흐흑!”
노인은 내 적대적인 태도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손모양으로 멍이 든 목을 주무르며 연신 나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이쯤되자 슬슬 내가 뭔가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예민했나?죽기 전에 만난 놈들이 렙터, 게드로이츠 같이 인류급 개쓰레기들이라 그 마지막 기억의 여파가 지금의 나를 공격적인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게 아닐까?
나는, 보다 기초적인 질문부터 해야 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저기…. 약골 친구?’
[파르쿠 새끼야!]이 몸의 주인, 입체 내온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가죽 점퍼와 야구모자의 주인이 신경질 적으로 답했다.
‘그래, 파르쿠. 그…. 지금이 몇 년도냐?’
지금은, 그 위성우와 함께 내가 사라진 이후로 얼마나 지난 시점이냐.
‘행어교단력?’
[성인의 희생으로 세계가 회생한 연도를 기점으로 세는 거래. 어, 그러니까…. 박교수 당신이 죽은 날을 기점으로 말이야.]‘158년이라고?’
그것은 쉬이 믿기 힘든 숫자였고,
그 정도면 내가 알던 것과 많은 것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고 인정하게 할 정도의 숫자였으며,
동시에 아주 작게 품었던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릴 정도의 숫자이기도 했다. 사람은 158년이나 살지 못하니까.
‘…158년. 158년이라.’
인정했다. 내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라는 것을.
‘좋아, 158년 뒤의 미래에서 만난 약골 친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시작해? 뭘?]‘그야 물론 고대의 폭력적인 공기와 부활 후유증으로 다소 난폭하게 시작됐던 우리 관계 말이지.’
물론 이 얘기는 내 옆에서 갈수록 거뭇하게 멍이들어가는 목을 주무르고 있는 영감님과 해야될 얘기지만, 어째서인지 목에 생긴 멍을 대단히 자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기는 듯한 얼굴을 보아하니 나중에 처리해도 될 것 같으니-
‘도대체, 158년이나 지나서 나를 깨운 이유가 뭐지?’
우선은 이거지.
왜 나를 깨웠냐. 대충 봐도 이것저것 엄청나게 중요하고 깨우면 큰일나는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는데, 그러한 리스크를 지고도 내 데이터 소울을 자기 몸에 집어넣은 이유가 뭐냐?
[….살려주세요.]‘아.’
아뿔싸. 치명타로군. 그건 내 전문 분야지. 내가 뭐에 약한지 아주 잘 알고 있군.
[우, 우웩! 이 감정은 뭐야…. 뿌듯함? 자존감?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당신 변태야?]‘아, 이런 식의 공유 인격도 감정을 공유하나? 거 부끄러운데.’
[….당신이 진짜 ‘그’ 박교수, 플레이어명 ‘professor’는 맞는거야? 나중에 알고보니 저 안에 들어있던게 이상한 황무지 세대 얼치기의 데이터 소울이였다, 뭐 이런건 아니지?]‘왜 아니겠어. 그것도 맞지.’
이상한 황무지의 얼치기라. 그것만큼 나를 잘 표현한 문장도 없겠군.
어렴풋한 내면 속, 네온투성이 옷으로 표현된 녀석의 인격이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리는 것을 보며 나는 낄낄거렸다.
‘좋아, 도와주지.’
원래는 158년이나 봉인되어있다 깨어낸 내 데이터가 지금 세상에 혼란을 일으킬까 싶어 조용히 자삭하고 사라지려 했지만, 하필이면 ‘살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하필이면 내 약한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고.”
[응? 약한 부분?]“그런 게 있다. 흐흐흐흐!”
난 원래, 속에서 찡얼거리는 목소리에 약한 편이라.
속는 샘 치고 한번 발을 담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의 죽음 이후 158년, 도대체 또 무슨 난리가 났길래 ‘야만의 고대 전자정령’ 같은 걸 깨워서까지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건지.
생각만 해도 재밌어 보이는 그 이야기를, 나는 들을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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