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78
Chapter.6 영광의 이름으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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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일어난 교수는 뻥 뚫린 숙소의 벽 너머로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태양을 보며,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뭘 하는지 숙소 밖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법사들에게도 인사를 건넸지만, 오히려 더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참 훤하게도 뚫렸군.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시원해. 가만 보면 내가 커튼으로 보따리 만들었을 때도 그렇고, 이렇게 난리를 피워서 주변을 개박살 내놔도 막상 다 끝나고 보면 결과물이 참 그럴듯하게 만들어져있단 말이지?”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받아 동심원처럼 하나둘 밝아오는 보르카가 발사(?)된 흔적을 보고 있으니 문득 든 생각이다.
‘구멍이 정말 예쁘게 났다.’
흔적만 보면 신화시대 인물들이 튀어나와서 롱기누스의 창이라도 던진 것처럼 장엄하고 멋있게 구멍이 나 있었다. 실상은 주먹으로 후려쳐서 뚫고 날아간 흔적인데.
생각해보니 마탑에 공마 수정 박아넣은 것도 그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쑤셔 넣었는데, 지금도 멀리서 보면 무슨 행위예술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멋있게 박혔단 말이지? 폐허가 된 마탑과, 그 옆에 박힌, 보라색 신비한 빛을 뿌려대는 수정 기둥이라니.
[특성 : 반짝이는 시선 – 당신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봅니다. 예술과 관련한 활동에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습니다.]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없다. 예술 보너스. 내가 한 행동 때문에 뭔가 만들어지면, 특성 보너스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보기 좋게 바뀌는 것이다.
‘아직은 어떤 용도로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켜볼 가치는 있겠어. 지금까지 특성에 숨어있는 효과가 나빴던 적은 없으니까.’
일단 특성에 관한 생각은 여기까지만. 당장 도움도 안 되는 예술 특성 같은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우선, 파티 원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었으니 이제 객관적인 전투력을 측정해 편제를 나눌 차례.
“어디보자….마트랄린 마법사님은 2위계?”
“예, 예! 2위계, 흐름과 유동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흐름과 유동이라…. 정석이네요.”
“죄, 죄송합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마법사들의 위계와 깨달음에 관한 것을 정리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앤들러, 3위계. 깨달음은?”
“흐, 흐름과 변화, 중압의 깨달음을 얻었어요.”
“오! 변화에 중압이면 파괴 물법이잖아? 대단한데?”
“꺄아악!”
교수가 짐짓 놀라며 칭찬을 하는데, 어째 마법사들이 어젯밤에 봤던 것보다 더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작은 감탄, 작은 손놀림에도 깜짝 깜짝 놀라면서 비명을 지르는게….
‘야, 혹시 어젯밤에 뭔 일 있었냐?’
[음? 아아, 흐흐흐흐. 있었지. 너 자는 동안 마법사들이 잘린 손 자라나는 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거든. 너 잘 때 눈을 반쯤 뜨고 자더라? 그래서 좀 봤다. 거의 다 가려서 근처에 서성거리는 발 모양 밖에 못 봤지만, 아무튼 마법사들은 맞았어.]아이고야. 어쩐지 손에 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했더니. 그걸 봐버렸구먼.
[그래서 내가 적었지. 뭘 꼬라보냐고.]….응?
하이드의 말에 교수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한 번 더 곱씹어보았다. 적었다? 마법사들 눈앞에서, 왼손으로?
‘적었다고?’
[응. 손가락으로. 잠깐만…. 아, 여깄다. 이거 봐봐.]하이드의 말과 함께 떠오른 영상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모여서 자라나는 오른손을 구경하는 마법사들 그리고, 그런 그들 앞으로 살아움직이듯 기어가는 왼손.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굴이 시퍼렇게 죽어가는 그들 앞에서 손가락이 바닥에 뭔가를 적고-
[저, 저주다!] [손이, 손이 살아서 움직여!] [흐이이익! 괴물이다!] [우릴 지켜보고 있었어! 자는 척하면서 우릴 관찰하고 있었다고!] [이, 이대로 있다간 당하고 말 거야!] [물! 물을 찾아라! 우리 몸을 지킬 만큼 많은 물이 필요해!]그 모습을 보고 산타는 사실 아빠라는 소리를 들은 아이처럼 경악하는 마법사들.
[아, 재밌었다.]‘너야 재밌었겠지. 저 마법사들은 무슨 죄야.’
어쩐지 나보다 일찍 일어난 마법사들이 많아서 부지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못 잤던 거냐.
교수는 측은한 눈으로 그를 경계하는 마법사들을 보며, 작성하던 기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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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교단 결사대 인원 구성.
1. 교수 : 지속력이 뛰어난 탱커. 근접 박투에 능함. 암살당할 위협이 없는 지휘관.
2. 리드플로우 학파 마법사, 오트만 보들레르 등 5명 : 5위계 1명, 3위계 2명, 2위계 2명. 준수한 마법 전력. 오트만은 연구마법사에 가깝지만 3위계 두 명은 쓸만한 파괴 마법을 다수 보유함. 체력 약함. 장거리 이동 제한. 보급 제한. 쓰레기.
3. 보르카 달룬 : 늑대인간. 강인한 생명력. 광폭화 없이 싸웠을 때 근소한 차이로 이김. 유틸리티는 부족하지만 전사로서 발군. 수인 특유의 후각을 사용한 탐지 능력과 야간 시야를 생각하면 암살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음. 한번 두들겨 팼더니 말 잘들음.
4. 노툼 : 히어로 유닛. 임무는 실패해도 얘는 살려서 나와야함. 전형적인 근접탱커. 트롤이라 얘도 유지력 좋음. 강한 근력이 주 무기. 트롤치고 머리도 좋음. 잘 가르치면 금방 클지도?
4. 흑마법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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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 라인이 생각보다 괜찮군. 전부 알아서 힐이 되잖아? 나도 그렇고, 늑대인간도 특유의 생명력에, 트롤은 피로 포션을 만들 정도이니 말할 것도 없고.”
자박 자박 자박 자박.
대충 정리를 끝낸 교수가 마지막으로 흑마법사를 부르려고 할 때, 신전 쪽에서 결사대 숙소를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작은 발소리, 멀리서도 보이는 흰 법복.
세나디스. 이곳 토브룬 광명 교단의 주교다.
세나디스는 숙소로 들어온 다음, 뻥 뚫린 벽면에 잠시 눈길을 준 뒤 아무런 동요 하나 없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라투라, 로-하람. 평안한 밤 되셨습니까, 용사님, 그리고 결사대분들.”
“아, 뭐. 그럭저럭 평안했지. 교단에 잡혀 온 것 치고 아직 손가락이나 손톱도 안 뽑혔고, 고막이 터지지도 않았으니까.”
불편한 침묵 속에서, 교수는 결사대를 대표하여 다소 날카롭게 대응했다. 어제 교단에게 임명받은 용사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교단의 인사와 너무 친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교단에 대한 적개심이 전부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 좀 불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세나디스 정도면 눈치채고 맞춰주겠지. 그 정도 눈치는 있는 여자니까.’
과연 세나디스도 교수의 생각을 읽었는지, 교수의 말에 맞춰 똑같이 날카로운 어조로 답했다.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머무를 곳을 지하로 옮겨드릴 수 있습니다. 축축하고, 어둡고. 마법사님들에게는 친숙한 곳이겠네요.”
“됐고, 아침부터 귀한 발걸음을 옮기신 이유부터 들어봅시다. 신성한 사제님이 아침기도도 빼먹고 찾아올 일이라면, 분명 중요한 일이겠지?”
“네. 이단자라도 듣고 깜짝 놀랄 소식을 들고왔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세나디스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금 더 여유를 드리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 출발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밤, 자비와 관용의 헤브라힘 교단이 뮤트가 완전히 절멸할때까지 ‘무자비’할 것을 선포했으니까요.”
“헤브라힘이…. 무자비를 선언했다고?”
헤브라힘 교단은 자비와 관용의 신 헤브라힘을 섬기는 선신 교단의 대표격인 교단이다. 귀족전쟁 시절 군벌이 쳐들어와 신전을 약탈 해갈때도 ‘다 뜻이 있겠지요~’ 하고 넘어가던 사람들이 무자비, 그러니까 성전을 선포했다고?
“아니, 도대체 뭘 어쨌길래 그 호구, 아니 선량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빡이 돈 겁니까?”
교수의 물음에 세나디스는 다소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
“그게…. 하얀 섬광, 에데오르나가 헤브라힘의 신녀를 납치했다고 합니다.”
“….염병.”
‘어째 잠잠하다 했더니…. 슬슬 시작하는 건가?’
상황이 다시 급변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병력을 끌어모으던 뮤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
몇 시간 뒤, 교수 일행은 산더미 같은 짐을 지고 교단을 떠나고 있었다.
“그…. 용사, 님?”
“그냥 대장이라고 불러라 보르카.”
“크흠, 흠! 그럼 대장. 굳이 이렇게 식량을 많이 들고 갈 필요가 있나? 그래도 나름 광명 교단의 용사 행이라고. 지나가는 길에 신전이나 그냥 민가에 요청하면 식량 정도야 얼마든지 제공해주지 않겠어?”
“그냥 식량이라면 주겠지. 그런데 토브룬 만큼 말린 생선이 많은 지역은 흔치 않을걸?”
교수의 말에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마법사들이 움찔했다.
“가는 길에 현지 조달도 하겠지만, 일단 보급은 많이 챙겨올수록 좋지. 부피가 커서 그렇지 딱히 무거운 것도 아니잖아?”
“그워. 바삭한 물고기. 맛있다.”
“아이고! 노툼! 그거 먹으면 안돼!”
어쩐지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더니!
교수가 소리를 지르며 말리자, 노툼은 입안 가득 씹고 있던 마른 생선을 꿀꺽 삼킨 다음 한 움큼 쥐고 있던 마른 생선도 가방에 쑤셔넣고 언제 그랬냐는 듯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맛없다. 바삭한 물고기. 안 먹는다.”
“먹지 말라는 건 아닌데…. 노툼. 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 보여?”
“그워. 보인다. 파란옷 인간. 바싹 말랐다. 곧 죽는다.”
조금 안색이 안 좋긴 하지만 수계 마법사는 그래도 마법사치곤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 나름 건강한 편인데, 노툼의 기준에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나 보다. 하지만 그걸 내가 굳이 정정해줄 필요는 없겠지.
“그래. 저 파란옷은 약하고 병든 인간이야. 병이 너무 심해서, 물고기가 아니면 입에 대지도 못해요. 그러니까 마른 생선은 저 사람들 주고, 우린 다른거 먹자.”
“그워. 무리의 약해진 생물. 보살핀다. 강하고 훌륭한 우두머리다.”
출발한 이후로 벌써 다섯 번째 그의 머리를 토닥이는 노툼. 그의, 아니 그녀의 흐뭇한 얼굴을 보며 교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였다.
– professor : 아니지, 진짜 아니지?
– 스피드 웨건 : 확실함. 트롤의 발정기는 여름, 여름이 아니라도 기온이 32도가 넘어야 시작됨. 애초에 다른 종족을 상대로 발정했다는 기록도 없고. GG가 세상에 나오고 지난 11년 동안 단 한 번도 기록이 없었으면 그건 불가능한 거라 봐도 됨.
– 간장게이바 : 씁. 아쉬워라.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트롤이었는데.
– professor : 뒤질래.
일단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노툼에게 왜 내 말을 이렇게 잘 듣는 건지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대답이 나왔었다.
“큰 작은 인간. 어…. 교수? 교수. 마음에 든다.”
“허어억!”
“숲에 혼자 있으면 사냥한다. 돌아다닌다. 해가 지는 것, 구경한다. 잠 잔다. 말, 안한다. 할 사람 없다. 하지만 숲을 나오고 나서, 말 많이 한다. 지는 해보다 아름다운 것 훨씬 많다. 이상한 것도 훨씬 많다. 힘든 것도 많지만, 재밌다.”
쓰윽 쓰윽-
“교수, 말 잘 통한다. 붙어 다니면 편한 인간.”
“휴우우. 그런 의미였구나. 그럼 내 옆에 붙어다니는 것도….”
“편하다. 말 안 통하는 인간, 죽이고 싶다. 못 참으면 돌 둥지에서 쫓겨난다. 이미 못 참아서 여기까지 왔다.”
결국 처음 나와본 인간 세상이 마음에 들었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영 불편한 게 많아서 말도 통하고 친한 교수랑 같이 다닌다는 의미였다.
– 스피드 웨건 : 아, 번식기인 여름이 지나 가을이되면 암컷 트롤은 그때부터 모성 본능이 엄청 강해짐. 자식이 없으면 주변 트롤의 자식을 빼앗기위해 습격할 정도로. 노툼이 너를 쫓아다니는 이유에는 이런 것도 포함되어있을 것임.
됐어. 그런 지식, 굳이 알고 싶지 않아. 안 그래도 맨날 내가 뭐만 하면 흐뭇하게 지켜보는 거나 툭하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드는 것부터 예상은 했다고.
다그닥, 다그닥!
“앞길을 비켜라!”
“히히히힝!”
저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말 위에 탄 기사 한 명이 대로를 전력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무장에, 토브룬의 상징에 새겨진 작은 깃발. 전령이다.
그들의 옆을 휑하니 스쳐 지나가는 전령을 보며 교수는 말했다.
“전장에서도 슬슬 반응이 있는 모양이군. 저렇게 전령이 급하게 달리는 것을 보면.”
“대장,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건가?”
“음…. 원래는 킹스랜드 서부의 강줄기를 끼고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헤브라힘 친구들이 무려 ‘무자비’를 선포했으니 계획을 좀 변경해야겠지. 헤브라힘 신전의 본단도 킹스랜드 서부에 있으니, 그쪽에서 출발한 자비의 성기사들이 서쪽 전선을 엄청나게 압박해줄 테니까.”
“그럼 더욱 서쪽으로 진로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군이 많은 곳으로 가는 게 더 안전하고 수월할 텐데….”
교수는 보르카의 말을 들으며, 오는길에 달그림자에 들러 받아온 지도를 꺼내들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 평범하게 지원군이 뛰쳐나와 전선이 두터워진 경우라면. 그런데 애초에 헤브라힘의 성기사들은 뮤트가 자극해서 튀어나온거잖아? 저쪽이 만들어둔 판이란 말이야?”
다시 생각해도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내가 붉은 뮤트로 이름을 날린 덕분에 각국의 국가들, 마탑들은 완전히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전은 딱히 피해를 본 것도 없고, 특히나 헤브라힘 같은 경우에는 치료와 정화로 이름이 높은 교단이니 앞으로 있을 피해를 대비하여 교단의 인력을 전장으로 더욱 많이 파견한 시점. 전 인류가 전투준비태세로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 빈틈을 노려 자비의 대리인이라고도 불리는 그 헤브라힘의 신녀, 안나 마리아를 홀랑 납치해간 것이다.
‘어우, 아까워라. 장판 힐 없으면 최종 시나리오에서 밀고 들어오는 거 버티기 힘든데.’
안나 마리아는 치유와 정화에 특화된 교단의 신녀답게, 엄청난 신성력을 바탕으로 군단 규모의 광역 힐과 정화를 지속적으로 걸어주는 치유 특화 히어로 유닛이다. 딱히 동료로 만들지 않아도 알아서 전쟁에 참여하기 때문에 굳이 공략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도 하나는 넘버 원에 가까운 인물.
여튼간에 그렇게 교묘하게 수작을 부릴 줄 아는 상대가 만들어 놓은 판이다. 장담하는데, 서부 전선으로 가면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일 것이다.
“우리가 힘을 좀 쓰는 편이라고는 해도 그런 군단규모 전투에서는 장기말에 불과할 뿐이야. 심지어 상대가 준비한 전장이라니. 가면 개죽음밖에 안 된다. 대신 서부 전선이 그렇게 두터워지면 장점이 하나 있거든?”
“그게 뭡니까?”
“병력 말이야 병력. 그쪽에 죄다 몰려갔으니 서부에 인접한 중앙은 몰라도, 동부는 텅 비었을걸?”
일반적인 플레이였으면 몰라도, 교수가 플레이하는 월드에서의 뮤트는 병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 저렇게 한쪽에 집중하게 되면 어디 하나 단단히 구멍이 나게 되는 것이다.
‘놈들이 서두르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 수 있지.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을 줘서 로드릭을 비롯해 샨달라 자유도시 연합, 펠 하임 제국, 극동부 사막 국가에, 엘프, 대 수인 부족까지 참여하여 징병창이 돌아가게 되면 인류가 숫자로 뮤트를 압박할 수도 있게 될 테니. 투란에서 전투의 여파가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왔군!’
초반에 도박 러쉬가 망해서 어떻게든 끌어모은 병력과 엘리트 병력을 이용해 인류측에 타격을 입혀야 하는 것이 뮤트측 입장인 것이다.
“이건 정말 기회일 수도 있어. 어쩌면…. 정말 이대로 뮤트 여왕의 목전에 칼날을 들이밀 수도 있겠어!”
교수는 작은 목탄으로 토브룬에서 투란을 지나, 펠라스를 거쳐 북부로 향하는 선을 그었다.
“펠라스로 간다. 완전히 비어있지는 않겠지만, 잘하면 전투 대기 중인 군 병력과 협력해서 도시를 수복할 틈을 만들 수도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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