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81
Chapter.6 영광의 이름으로(16)
***
“오트만 마법사님, 마나는 어떻게 좀…. 괜찮으십니까?”
“문제없네. 좀 전에 시전한 `웨이브`에서 내 마나가 들어간 부분은 거의 없거든. 대부분 제자들이 구성해놓은 기틀에 내가 수식을 얹은 거지.”
제자들이 준비한 마력으로 술식을 사용하는 행위. 그러고 보니 아이작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해 공마 수정의 영향권 안에서 마법을 사용했었다. 제자들이 탑의 마력원에서 마나를 추출하여 넘기면, 그가 술식을 구사하는 방법으로.
“수계마법은 이런식의 연계가 흔한 편입니까?”
“음…. 아무래도 다른 계열에 비해 쉬운 편이지. 물이라는 다루기 쉬운 매개를 대상으로 펼치게 되니 말이야. 사실 입구부터 저렇게 거창한 마법을 쓰려고 한 건 아닌데, 어린 녀석들이라 그동안 부담이 심했는지 저렇게 무리를 해버렸지 뭔가. 워낙 자네가 겁을 줘놔서 그런지, 뭔가 보여줘야 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더군.”
교수와 오트만이 화기애애하게 마법사-토크를 나누고 있자, 알드리치는 인상을 구기며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봐들, 미안한데, 혹시 우리가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잊어버린 것은 아니지? 인근 대지에 타락의 기운이 아주 진득하게 흐르는 것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이성을 잃게 될 거라고.”
엘드리치의 걱정 섞인 잔소리에 교수는 주변을 슥 둘러보며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에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도 마찬가질세. 비록 전투에 특화되지는 않았다고 하나 엄연히 다섯 깨달음을 담은 마법사이니. 몸이 죽을지언정 이성을 잃을 일은 없을걸세.”
“….제발 그러기를 빌지. 한창 싸우는 중에 옆에 있던 놈이 미쳐 날뛰면 곤란하니까.”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요.”
[아니! 장담 못 하겠는데! 뭐가 이렇게 많이 기어들어 오는 거야!]교수는 그 순간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성난 불평에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더러워! 역겨워! 껍데기, 빨리 여기서 나가던가, 저 거지 같은 탑을 부숴버리든가 해야겠어! 나 이거 싫어!]`어 그래. 고생이 많다.`
[잠깐 들어와서 도와주라! 너 그때 내가 갈궜을 때 처럼 화악, 하고-]`수고하시고.`
몸은 부정형인 주제에 청소부 같은 옷에 대걸레까지 들고 있는 모습을 한 하이드가 머릿속에서 슬며시 기어들어 오는 흑마법의 기운을 박박 밀어내는 이미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이드는 의식만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라고 볼 수 있으니까.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흑마법의 기운이 불쾌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지.`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흑마법사를 상대할 때 가장 짜증나는 부분 중 하나가 별다른 흑마법에 당하지 않아도, 그 영역 안에 있기만 하면 몸에 흑마법의 기운이 축적되는 것이다.
흑마법사는 그 내부의 기운과 동조하여 회피가 불가능한 저주를 자기 마음대로 걸 수 있게 되는데, 하이드 덕분에 뜻하지 않게 그런 흑마법사의 공격으로부터 어느정도 내성을 가지게된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마을의 중심으로 접근하던 일행의 앞에, 마침내 검은 안개에 휩싸인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자들을 데려오지 않길 잘했군.”
“크르르….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체도 못 보는 애송이들이 이런 걸 봤다간, 까무러치고 말았을 거야.”
GG에서도 현실에서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온갖 더럽고 역겨운 꼴 다 봤다고 자부하던 교수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탑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거대한 나무였다.
인골이 가득한 대지가 원한을 품으면 저런 것이 자라날까.
척추가 잔뜩 모여 단단하게 자리 잡은 거대한 줄기 위로 굵은 혈관이 줄기줄기 기어오르며 맥동하고 있었고, 그렇게 살아 숨 쉬듯 요동치는 줄기에서 대퇴골과 갈비뼈로 이루어진 가지가 뻗어 나와 그 끝에 무수히 많은 살색의 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줄기의 혈관이 맥동할 때 마다 그 끝에 달린 인피(人皮)에 잎맥처럼 자리잡은 모세혈관이 함께 움직였고, 덕분에 뼈로 이루어진 나무는 바람부는 언덕의 고목처럼 끊임없이 살아움직이며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주변을 가득 매운 검은 재는, 그 흔들리는 나무에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고개를 한참 위로 들어야 끝이 보일 만큼 거대한 나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체가 있어야 이만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지. 거기, 빛에 눈이 먼 용사와 검은 마나의 길을 걷는 아해야, 나의 영역이 아직도 6점이라 생각하느냐? 진심으로?”””
끔찍한 광경에 넋이 나간 일행들 사이로 유리판을 긁는듯한 목소리가 파고든다. 놈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것처럼 소리 없이 나타났다. 일행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허공에 흩날리듯 부유하는 그것은, 핏기 하나 없는 새하얀 얼굴의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교수는 그런 흑마법사의 모습을 보며, 역겹다는 듯 말했다.
“말하는 것만 보면 나이깨나 먹은 것 같은데 취미가 고약하시군그래. 혹시 애들 좋아하시나? 다 큰 성인보다 이제 막 걸음마나 뗀 아이들을 보면 더 흥분되고 그런가?“
“””흐음. 교단의 용사라기보다는, 저잣거리의 용병에 더 어울리는 놈이구나. 마법사는 스스로의 심상으로 세상을 정의하니. 겉모습은 껍데기에 불과하지 않느냐? 기왕이면, 젊은 모습이 좋을 것 같아 그리했지.”“”
소곤소곤
“말의 앞뒤가 안 맞는데?”
“마법사잖소. 그러려니 하시오.”
교수와 보르카가 속삭이는 동안,
소년은 일행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 등을 돌려 거목을 바라보았다.
“””놀랍지 않으냐? 세상은 본디 하나를 얻으려거든 하나를 내어주게 만들어졌거늘. 이 인피목은 가장 하찮은 것을 이용해 가장 위대한 것이 되었으니. 그러한 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거기 아까부터 말이 없던 동문의 아해야, 답해주지 않겠느냐? 너라면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피조물인지 알것이 아니더냐?”””
고막에 직접 대고 말하는 것처럼 울리는 소년의 물음에, 알드리치의 노쇠한 음성이 한껏 노기(怒氣)를 담아냈다.
“빵점이다, 사령술사. 비효율의 극치로군. 영혼의 태운 재가 이다지도 눈에 보일 정도로 쌓이다니. 마학을 탐구하는 이의 작품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기 짝이 없어. 영의 순환에 대해 민간인보다도 무지한 수준이야.”
알드리치의 욕설에, 소년의 모습을 한 사령술사는 껄껄웃으며 답했다.
“””빈곤한 이는 작은 푼돈조차 평생의 귀물인 것처럼 아낄지니. 아해야, 영을 다루는 이라면 담대해야 하느니라. 저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것이 하찮은 영혼일지니. 보아라, 살아있었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밭이나 갈고, 소나 치며 무의미하게 살아갈 가축 같은 영혼을 태워 만들어진 이 위대한 업적을.”””
소년의 모습을 한 흑마법사의 텅 빈 눈에 진득한 녹색 안광이 피어오르며, 그 손길을 따라 마을 전체가 공명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폐부에 가라앉은 한탄이 모여 삶을 이룰지니. 일어나라. 악몽조차 되지 못한 원한들아.”“”
[라이프 오브 디스페어]우웅-
흑마법사의 주문이 공동을 울리며 주변에 자욱한 검은 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말에 화답하듯 뼈와 살로 이루어진 나무가 입을 열었다.
“오아아아아아아아-”
투둑.
“우우우우-”
투두둑-
“아아-”
하얗고 빨간 나무에서 열매가 자라났다.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얼굴이, 봄비처럼 부드러운 소녀의 얼굴이, 굳은 입매의 청년의 얼굴이. 나무 가득 자라난 수많은 인간 군상의 얼굴들은 모두 기이한 열락에 물들어있었다.
고통과 환희에 찬 얼굴들의 입에서 공간을 밀어내듯 기이한 울음이 울려 퍼졌다.
정신을 조각내고 속을 진탕시키는 그 비명속에서 알드리치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며 말을 전했다.
“5위계! 최소 5위계 끝자락에 도달한 흑마법사다! 그것도 저런 식으로 한 지역에 뿌리박고 적을 상대하는데 특화된 놈이야!”
“….쉽게 빈집털이하게 놓아두진 않았다, 이거구먼.”
뚜두둑, 으득!
교수는 지체없이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보르카와 찰랑이는 물 위에 몸을 실은 오트만을 보며 앞으로 나섰다.
“예행연습을 하고오길 잘했군.”
“대장은 아까 그 떨거지들이랑 저 괴물이 같다고 보오?”
“그럼 보르카 너는 좀전의 너랑 지금의 네가 같다고 보고?”
교수의 말에 보르카는 긴 주둥이에 빼곡하게 박힌 이빨을 드러내며 손톱을 세웠다.
키이잉!
“전혀 아니지.”
후두두둑!
“””자아, 발버둥 쳐보거라 귀여운 아해들아. 삶에 대한 집착은 절망을 숙성시키는데 가장 좋은 촉매이니, 네 너희들의 영혼을 귀히 여겨주마! [언데드 라이즈]!”””
흑마법사가 손을 펼치며 핏방울을 흩날리자, 피가 떨어진 자리에서 순식간에 언데드가 솟구쳐 나왔다. 한 손에 자신의 목을 든 듀라한부터, 온몸이 부풀어오른 가스트, 어린 아이의 사체에서 태어난 웨일링 원 등…. 목책 앞에서 만난 것과는 질에서도, 양에서도 비교도 안 되는 언데드의 대군이 끝없이 땅을 뚫고 튀어나왔다.
‘전형적인 흑마술사다. 영역의 중심이 되는 구조물에서 저주의 파동을 발산해 대상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소환물로 발을 묶으며, 그 사이에 추가적인 저주와 흑마법을 쏟아붓는 방식. 벤시나 스펙터도 여럿 보이고, 웨일링 원처럼 저주에 관련된 언데드가 상당히 많군. 저주를 주력으로 삼는 흑마법사인가?’
이런 상대는 그냥 우직하게 싸운다고 끝을 볼 수 없다. 기실 마법사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구축한 이런 환경 자체가 그들의 심상을 어느 정도 현실에 구현해 놓은 것과 같으니,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 되어가며 더욱 주문에 영향을 받기 쉬워지는 것이다.
‘본체. 무조건 본체를 잡아야 한다. 이 정도 흑마법사라면 영역 내에서 저런 괴물쯤은 무한정으로 뽑아낼 수 있을 거야.’
교수는 하늘에서 끝없이 검은 재를 휘두르는 흑마법사를 보며, 달려들 준비를 하는 보르카의 곁으로 다가갔다.
“야, 선수필승(先手必勝), 알지?”
“마법사는 상대해 본 적이 없소만, 적어도 뒤에 있는 친구들을 위해 시간을 끌어줘야 한다는 것은 알겠소.”
보르카는 흑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각각 물과 어둠을 두른 채 주문을 외기 시작한 두 마법사를 돌아보며 재빨리 말했다.
“내가-”
“내가 아래를 맡겠소.”
“제기랄. 먼저 말할걸.”
“대장은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소? 저 치들처럼 날아다니면서 싸우시구려.”
“그러니까, 나는-!”
퍼어억!
교수는 근처의 돌을 던져 쏜살같이 기어 오는 웨일링 원의 머리를 터트리며 말했다.
“그런 거 할 줄 모른다고!”
“그럼 재주껏 해보시오! 보아하니, 못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
보르카는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을 정도로 검은 재를 빨아들이는 흑마법사를 가리키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에라이 썅! 귀찮은 일 짬 때리기나 하고!”
순식간에 언데드를 썰며 앞으로 나가는 보르카를 따라, 교수도 그 차가운 전투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
촤악!
촤아아악!
언데드 사이로 파고든 보르카는 그야말로 양 떼 사이에 뛰어든 늑대처럼 날뛰었다. 날카로운 발톱은 듀라한의 단단한 몸도 거침없이 잘랐으며, 은은하게 영기가 흐르는 그의 은빛 털은 인피목(人皮木)의 비명이 쉽사리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콰아앙!
하지만 그에 비해 교수의 활약은 좀 부진한 편이었다. 보르카가 한 번에 언데드 다섯을 썰어버릴 동안 교수는 기껏해야 한두 마리 정도를 땅에 처박고 있었으니까.
“거 제대로좀 하시오!”“뭐가!”
“그 있잖소! 나랑 싸울 때처럼! 크게 한 방 날려버리란 말이오!”
“못해! 그거 하면 팔 하나 날려먹어야 하는데, 그럼 흑마법사는 누가 잡냐! 내 펀치는 일회용이라고!”
“뭐라? 이런 쓰레기 같은-”
“하극상 하지 마라!”
콰악!
달려드는 듀라한의 머리를 받아낸 교수는, 그대로 뺏어든 머리를 하늘에 떠 있는 흑마법사에게 힘껏 던졌다.
떠어엉-!
투포환처럼 날아간 머리는 순식간에 모여든 검은 재와 부딪혀 강한 금속음을 내며 부서져내렸다.
“제기랄. 파고들 틈이 없는데….”
상대가 뮤트가 아닌 것이 이렇게나 아쉽다니. 광폭화를 할 수 있었다면 그냥 앞뒤 생각없이 몸을 날렸겠지만, 지금은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있어 쉽사리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전력으로 뛰어드는 데 다리를 쓴다고 치면 오른팔 한방, 왼팔 한방. 두 번의 공격으로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을까?’
잠시 달려드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교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이작과의 싸움을 돌이켜보면 마법사는 항상 자신의 몸을 지킬 수단부터 강구하고 전투에 임하는 편이다. 딱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검은 재는 모조리 자신의 주변에 두르고 소환한 언데드만으로 공격하는 모습. 대충 봐도 전력의 7할 이상을 방어에 투자한 모습이다.
구우우웅-
“오오오오오오오!!!!”
“오아아아아아-!”
시간이 지나, 다시 매달린 머리들이 울부짖기 시작하고,
“”“삶은 곧 죽음을 향하는 길이니, 목적지가 네 발밑 있음을 알라. [ 라스트 워드 ]”“”
흑마법사의 저주가 그 소리를 촉매로 실체를 가진 거대한 파동이되어 울려퍼졌다.
힘겹게 전투를 이어나가던 보르카와 교수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귀를 막고 웅크렸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지끈거렸고, 몸이 쇳덩어리라도 된 양 무거웠다. 심지어 땅이 저절로 움직이며 그들의 몸을 매장하려 하고 있었다.
비틀거리던 보르카가 교수의 곁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크으으으, 대장! 이대로는, 오래 못 버텨!”
“제기랄! 어쩔 수 없나. 보르카! 마법사들 잘 지켜라! 이렇게 된 이상-”
– 귀를 기울일지어다 –
뚝-
교수가 저주가 더 쌓이기 전에 하늘을 향해 뛰어 들려던 그 순간, 별안간 나지막한 목소리가 광장을 관통하더니 악을 쓰며 달려들던 언데드들이 멈춰 서며, 그 목소리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단 언데드만이 아니었다. 교수도, 보르카도, 검은 재를 휘두르던 흑마법사도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지만, 마치 영혼에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강하게 울리는 음성.
– 가는 길이 멀다 하여, 발걸음을 멈춘들 돌아갈 길은 없으니 –
소리의 근원은 뒤에서 주문을 준비하던 알드리치였다. 그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올 때마다, 교수에 목에 걸린 영혼 항아리에서 그림자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와 바닥을 타고 흘렀다.
순간, 교수와 보르카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창백한 소년의 손가락이 알드리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보르카!”
“알고있소!”
파밧!
“”“[헤이트리드 쏜즈]!”“”
눈을 감고 있는 알드리치의 앞을 가까스로 막아선 둘이 온몸으로 증오의 가시를 막아내는 동안, 검게 물든 눈을 뜬 알드리치가 허리를 숙여 어느새 광장 바닥 전체에 얕게 흐르는 검은 마나에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 길 잃은 영혼이여, 네 속에 마지막 이정표가 남았으니, 향하라 –
“[망향(望鄕)]”
파스스슥-
광장을 가득 채운 주문의 끝에는 거창한 소리도, 화려한 빛도 없었다. 그저 검은 마나를 뿜어내던 영혼 항아리에서 작고 하얀빛이 흘러나와 그 사이로 스며들었을 뿐.
다만, 알드리치는 살짝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고,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그와 반대로, 광장에 있던 모든 언데드들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질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