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82
Chapter.6 영광의 이름으로(17)
***
“”“같잖은 잔재주를 부리다니, 건방진지고!”“”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알드리치가 광장 위에 가득하던 언데드들을 단숨에 처리한 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전투에 임하던 흑마법사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몇이나 보냈더냐. 수십? 수백? 좋다. 마음대로 해보거라! 이곳에 묶인 망령은 그 수십 배가 넘으니, 어디 한번 네 영혼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 잘난 뱃사공 노릇을 해보란 말이다!”“”
쿠구구구구구구-
흑마법사의 주문과 함께 다시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는 지면.
교수는 생각에 앞서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마을 하나 정도의 인구는 진즉에 넘어섰다. 이 마을은 펠라스에서 토브룬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지. 저 녀석, 펠라스의 피난민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흡수한 거야!’
알드리치가 주문을 외우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광장을 가득 메운 언데드들을 움직이던 원동력, 그 안에 묶여있던 영혼들이 이곳을 떠났다는 것을. 하지만 저 흑마법사의 말대로라면, 아직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영혼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남았으니 여기서 시간을 주게 되면 좀전의 상황이 반복된다는 뜻이었다.
“보르카. 저 방벽, 딱 한 번만 뚫어줄 수 있겠어?”
“….시도는 해보겠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장담은 못 하겠군.”
그렇게 늑대인간과 교수가 들썩거리는 지면을 딛고 힘차게 도약하려던 순간,
“그건 내가 해결해 줌세.”
주문을 준비하던 오트만의 손이, 마침내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따각, 딱, 뚜둑!
언데드들의 악다구니와 비명이 사라진, 적막한 광장. 그 사이로 이제는 익숙한 손가락 꺾는소리가 들려왔다. 수계 마법사의 장기는 마법의 연계이니, 오트만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는 것이다.
교수와 보르카가 주춤한 사이, 잠시 일그러졌던 흑마법사의 얼굴에 오만한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어리석구나! 찰나의 망설임으로 유일한 기회를 잃어버렸으니! 오너라! 망자의 군대여! 일어나라! 기워 붙인 절망이여! [언데드 라이즈]! [서먼 패치워크 자이언트]!”“”
쩌적, 쩌저적!
오트만의 주문이 완성되기 직전, 순식간에 발동된 흑마법사의 주문에 엄청난 양의 검은 재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마구 들썩거리는 지면. 누가 봐도 거대한 것이 나오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오트만님!”
“걱정하지 말고 구경이나 하시게.”
“그래도…. 시간을 더 주면 알드리치가 벌어준 기회가 전부 날아가게 될 거란 말입니다!”
“아니, 절대 그럴 일은 없을걸세.”
들썩거리며 거의 부풀다시피 한 지표면을 바라보며, 오트만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라…. 그래, 마법사의 위험도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에 비례하니.”
쿠과가가가각-!
.
.
.
.
.
오트만의 자신만만한 선언과 함께, 순간 모든 진동과 소음이 사라졌다.
툭, 두둑-
지면을 뚫고 나오는 썩은 팔뚝 하나.
가까스로 밖으로 나온 듯 허우적거리던 팔은, 이내 힘없이 제가 나온 구멍 속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네 이놈…. 무슨 짓을….!”“”
“별것 아닐세. 그저….자네가 내게 시간을 너무 많이 준 것뿐이야.”
구우우우-
뭔가 거대한 것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한껏 부풀어 오른 지면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래로, 아래로, 완전히 부서져 내리며, 끝없이 아래로.
“이보게 교수. 혹시 마법전 제 1의 법칙을 알고 있나?”
“상대 마법사가 준비한 전장에 섰다면 전장을 바꿔라?”
“잘 알고 있군.”
오트만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게 된 교수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본디 마법사란 상식 밖의 일을 행하는 자가 아닌가?”
따각!
제 5위계 수계 마법
“[오트만 보들레르의, 싱크홀]”
콰르르륵!
완전히 무너져내린 지표면의 아래쪽으로 거대한 공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요사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새하얀 뿌리를 제외하곤 텅 빈 공간의 가장 아래쪽에, 소용돌이치는 물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언데드들이 보였다.
“나는 연구마법사인지라,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단 말일세. 흑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가 사역하는 언데드의 90%가 두 발로 걷는, 그러니까 발을 디딜 곳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지. 마침 입구에서 사용했던 물이 충분히 지하에 스며들었으니, 안쪽부터 깎아 올렸던 걸세. 처음에는 저 흉측한 거목을 쓰러트릴 목적으로 행했다만…. 위력이 모자랐던 모양이야.”
“그, 그럼 입구에서 사용했던 그 파도를…. 통째로 다 끌고 오셨단 말입니까?”
“음? 당연한 것을 묻는군? 전투를 앞둔 수계 마법사가 물을 버리고 오겠나? 지하수가 이동하는 길을 통해 전부 다 꽉 쥐고 왔지. 흑마법에 의해 오염된 대지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오트만은 형편없이 일그러진 흑마법사의 얼굴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저걸 보아하니 잘 된 것 같군.”
“동의합니다. 엿 먹은 적의 얼굴은 언제나 작전의 성공을 의미하지요.”
교수의 눈에도, 소년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추례한 노인의 얼굴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
“”“건방진 벌레들 주제에…. 감히 이 몸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새하얀 나무와 푹 꺼진 공동만 남은 광장에, 분기에 가득 찬 흑마법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견 분기에 차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교수는 그가 적잖이 당황했음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제는 승기가 이쪽으로 넘어왔으니까. 그를 보호해줄 언데드는 대부분 저 아래에 있고, 자신과 동급으로 보이는 수계 마법사와 흑마법사가 그를 노리고 있으며, 상당한 전투력을 지닌 전사 둘이 그 둘을 지키고 있으니.
어느덧, 흑마법사의 머릿속에 패배의 공포가 슬며시 자라나기 시작했으며,
“””그럴리 없다.”””
그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흑마법사들의 피조물에 불과한 뮤트에게 떠밀려 여기까지 온 것도 끔찍한데, 저런 얼치기 용사들에게 패배하고, 죽는다고? 내가?
“””절대 그럴리 없다, 절대로, 절대로 그럴리 없어! 나는 지지 않는다! 저주와 사령의 대 종사인 이 내가! 겨우 너희 벌레들 따위에게!!”””
샤아악!
흑마법사의 각오와 함께, 그의 손톱이 날카롭게 자라났다. 할 수 있다. 나는 이런곳에서 죽을만큼 하찮은 존재가 아니니! 그가 수십년의 세월동안 불태워온 영혼들과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바로 그 자신이다! 할 수 있다! 실패할리가 없어!
“”“겨우 이까짓 수작으로 나를 넘어설 수 있을 성 싶더냐! 정녕 그리 생각하였다면,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알려주마!”“”
검은 재를 타고 인피목(人皮木)의 위로 날아간 흑마법사는, 그대로 자신의 열 손가락을 가슴에 박아넣고 그대로 좌우로 열어젖혔다.
“”“크으으으으! 보라, 위대한 흑마법의 정점을! 위선 가득한 길을 걸어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지고의 경지를!”“”
피를 토하며 자신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는 흑마법사의 주변으로, 인골이 쌓여 만들어진 나뭇가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죄가 쌓이면 업이 되며, 쌓인 업은 형틀이 되어 죄인의 삶을 증거할지니!”“”
콰악!
흑마법사는 단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갈라진 가슴에서 자신의 심장을 뽑아내어 높이 들었다. 곧이어 마을 전체에 흩어진 검은 재가 광장으로 모여들더니, 그의 심장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불길한 바람이 불었다. 누가봐도, 끔찍한 일의 전조라는 것을 느낄수 있는 바람이.
“나를 던져주시오! 저놈이 영창을 끝내기 전에!”
심상치 않은 기운에 넓은 공동을 뛰어넘어 놈에게 달려들기 위해 준비하던 교수 앞에, 보르카가 달려와서 말했다. 그는 뭔가 대단히 초조해보였다.
“던지라고? 지금 저 한가운데로?”
“시간이 없소! 내가 여기서 이성을 더 잃어버리기 전에, 빨리!”
그제야 교수는 보르카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은빛 영기를 담고 있던 털은 빛을 잃고 칙칙한 회색이 되어있었다. 그도 모르는 사이 흑마법의 마력이 저만큼이나 파고든 것이다.
“딱 한 번! 전력을 다하면 잠깐이나마 놈의 방어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오.”
보르카는 거기까지만 말한 뒤, 입을 열지 않았다.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에서 침이 흐르고 있었다.
물론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뒷말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수는 각오에 찬 그를 보며, 말없이 배구하듯 두 손을 모아 아래로 받쳤다. 그런 그의 손 위로, 보르카의 맨발이 올려졌다. 흑마법에 침식당해 싸늘한 주변 공기 덕분인지 체온이 높은 늑대인간의 발이 불꽃처럼 느껴졌다.
“너 튼튼한 거 믿고, 전력으로 날린다.”
“늦지 말고 따라오기나 하시오.”
콰아아아아아-!
교수는 고개를 들어 흑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얼마나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였는지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시간이 없다. 뭔진 몰라도 저게 완성되게 두면, 골치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후으으읍!”
꽈아악!
교수의 양팔에 힘이 들어갔다.
“다리에 힘 빡 줘! 간다!”
보르카가 준비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교수는 전신의 힘을 실어 두 손으로 보르카의 발을 밀어 올렸다.
“우랴아아아악!!!”
“크아아아아!!”
튕겨져 올라가는 힘에 맞춰 다리를 박찬 보르카가 섬전처럼 흑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두근- 두근-
어느덧 검은 재를 남김없이 빨아들인 심장은, 칠흑처럼 검게 변해 스스로 약동하고 있었다.
생기를 잃어가는 흑마법사의 눈은, 그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 죄를 쌓아. 형틀로 계단을 만들어, 저 천상의 위선자들을 끌어내리라”“”
콰득!
“크어어엉!”
순간, 흑마법사를 감싼 인골(人骨)의 벽을 뚫고 들어온 보르카의 손톱이 정확하게 흑마법사의 목을 베어내며 반대편 벽을 뚫고 날아갔다.
멀리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던 교수도, 알드리치와 그를 부축하던 오트만도 모두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잘린 머리가 허공으로 솟구치며, 끊임없이 움직이던 거대한 인피목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성공…. 했나?”
흑마법사를 감싸던 하얀 벽이 허물어지고 작은 소년의 몸도, 그 손에 들린 검은 심장도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잠깐이나마 모두의 뇌리에 승리라는 단어가 스치고 있을 때,
“”“라스트…. 스펠….”“”
웃고 있던 모습 그대로 떨어지던 흑마법사의 머리가 입을 열었다.
[라이즈, 뎀드 원]콰직!
거대한 하얀 팔뚝이 나무를 뚫고 나와 검은 심장을 잡아챘다. 맥동하는 검은 심장의 기운이 팔을 타고 나무를 향해 흘러들어가며-
“이런! 너무 늦었어! 주문이 완성되었다!”
“”“KA-AAAAAAAAA!!!!!”””
알드리치의 비명 같은 외침을 배경으로, 새하얀 악마가 허물을 벗고 태동하고 있었다.
***
그것은 거대한, 뼈로 만들어진 악마였다.
검은 재로 이루어진 거대한 날개.
셋이나 달린 염소의 두개골과 같은 머리.
한 손에는 검은 철퇴를, 반대 손에는 검은 사슬을.
단 한 번의 울부짖음으로 가옥의 지붕을 날려버릴 만한 충격을 뿜어낸 그것은, 천천히 일행의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저게…. 뭡니까?”
“악마. 아니, 완전한 악마는 아니로군. 악마 소환과 리치화 주문을 동시에 사용했어. 놈의 영혼 항아리였던 저 하얀 나무를 이용해, 악마를 소환한 다음 그 의식이 넘어오기 전에 그 몸으로 옮겨갔군.”
“그럼 저게 그 흑마법사라는 겁니까?”
“일부는. 그냥 리치화 주문만 해도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도 성공률이 6할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인데, 전투 중에, 영혼의 틀 자체가 다른 악마의 육신을 이용해, 그것도 5위계 밖에 안된 자가 시도를 하다니. 심지어 주문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숨이 끊어졌으니, 장담하건데 영혼의 대부분을 잃어버렸을 게야. 힘도 온전치 않겠지. 벌써 몸이 무너져내리는 게 보이지않나. 가만둬도 알아서 죽지 않을-.”
“”“KAAAA!!! DUUU! RAKA!!!!!”””
쐐에엑!
“이런 제기랄!”
콰아앙!
순식간에 휘둘러진 검은 메이스의 범위에서 두 마법사를 빼낸 교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적어도 우리에 대한 적의만큼은 확실히 넘어간 것 같은데요.”
“으으음. 저놈이 죽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겠군.”
“약점은?”
알드리치는 교수의 질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결국 형태는 변했어도 흑마법사이니. 영혼 항아리를 찾게. 그것만 부수면 나머지는 그냥 특이하게 생긴 뼈 무더기일 뿐이야.”
“그건 굳이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군요.”
알드리치의 말에 교수의 눈이 놈의 가슴을 향했다. 뼈가 바스라져 떨어져내리는 놈의 가슴 위에, 흑마법사가 마지막에 만들어낸 검은 심장이 박혀 악마의 전신으로 그 힘을 전달하고 있는 게 한눈에 보였으니까.
힘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여기서 죽어 캐릭터가 사라진다면, 하이드와 분리될 기회를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교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의식의 저편에 있는 그의 세입자를 불렀다.
‘쓰읍. 하이드, 지금 네가 나와서 저번처럼 광폭화 써주면, 몇 초 정도 사용할 수 있냐?’
‘15초라…. 그러면 정확한 타이밍에, 그 시간 안에 저 심장 앞으로 나를 데려다 줄 수 있겠어?’
[가능은 할 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력이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앞에 도착하면 끝이야. 그다음은 없다구. 돌려준다고 해도, 평범한 성인 남자 정도의 힘만 남아있을 거야.]‘거기까지만 해줘 봐. 나머지는 내가 어떻게 해볼게.’
뚜둑, 투두둑!
허락과 동시에 교수의 의식이 어둠속으로 가라앉으며, 하이드가 표면으로 떠올랐다.
“흐으으음-! 상쾌해라. 가끔은 이렇게 급할 때 말고, 좀 여유 있을 때 밖에 나와서 쉬어보고 싶은데 말이지.”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다음에 하루 정도는 넘겨줄게.]“오오오! 진짜? 껍데기, 약속한 거다! 우리끼리는 거짓말 못하는 거 알지? 무조건이야!”
그렇게 교수, 아니 하이드가 자문자답을 하는 동안, 그의 옆에 서 있던 알드리치는 또 다른 악마라도 본 듯 경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럴수가…. 영혼이, 완전히 뒤바뀌었어? 대관절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아하! 만나서 반가워 알드리치! 늙은이 치곤 좀 멋있더라고! 안에서 다 봤어!”
“안에서? 그럼…. 두 영혼이 공존하고 있었단 말인가? 자네는 도대체 정체가 뭔가?”
“히히. 그쪽이 지금 생각하는 그거. 괴-물.”
하이드는 말 몇 마디로 알드리치를 혼란에 빠트린 다음, 악마가 태어날때의 충격으로 뒤로 넘어진 오트만을 쑥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대답해줘. 혹시 저 위에, 발판 좀 만들어 줄 수 있어?”
“어…. 가능하네. 그런데 자네,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그럼 부탁해!”
오트만의 대답을 들은 하이드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힘차게 공동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 이보게! 잠깐…. 이이익! [플로팅 워터]!”
하이드가 추진력을 잃고 떨어지는 순간, 오트만이 불러낸 납작한 물덩어리가 그의 몸을 튕겨 올렸다. 가볍게 발로 박찼는데도 상당히 멀리까지 날아가는게 보통 물은 아닌 듯 했다.
“반발의 깨달음이 부여된 물일세! 1위계라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양이니, 그대로 그걸 가지고-”
“미안한데! 나는 마법 같은 거 할 줄 몰라! 그건 다른 쪽 교수니까! 지금처럼 맞춰서 계속 소환좀 부탁해 영감!”
“뭐, 뭐라?”
파앙!
물판을 박차고 악마의 품으로 파고든 하이드는, 그대로 온몸에 불을 붙이듯, 전신의 감염인자를 활성화시켰다.
“뮤테이션 광폭화”
쐐에에엑-
떠어엉!
곧이어 날아든 거대한 철퇴와 오른손이 맞부딪치며, 철퇴를 든 악마의 팔이 뒤로 젖혀짐과 동시에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친 하이드의 몸이 포탄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이이익! [플로팅 워터]”
파앙!
“와-후! 나이스 캐치! 물 법사 할아버지!”
날아오는 힘까지 이용해 더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가는 하이드.
그의 몸은 방금 전 충돌로 활짝 열린 가슴 대신, 반대쪽 손에 있는 쇠사슬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번에 내가 실패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 한번에 확실하게 해야겠지!’
“8초!”
콰직!
저주의 마력이 담긴 사슬을 껴안은 하이드의 팔과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지만, 아랑곳하지않고 사슬을 붙잡고 공동의 끄트머리에 착지한 하이드는 그대로 산을 뽑아내듯, 온 힘을 다해 사슬을 잡아당겼다.
콰자자작!
“””KAAAAA!!!!!”””
안 그래도 부서져 내리던 악마의 골격이 거대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조각나고, 악마의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박살나며 붙어있던 검은 날개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KUUU!!! DU KAA! TESAAAAA!!!!”””
“그래그래! 나도 잘 알아! 몸이 잘 부서지는 건 골치 아프지! 5초!”
파아앙!
저주로 인해 악마와 비슷하게 바스러지기 시작하는 몸으로 공동에 뛰어든 하이드는, 재빨리 그의 발치에 생성된 오트만의 마법을 밟고 추락하는 악마의 가슴을 향해 뛰어들며 전력을 다해 두 팔을 해머처럼 내리찍었다.
뻐어어억!
콰드드득!
“”“KAAAAAA!!!!”””
싱크홀이 만들어낸 구멍의 벽면을 잡고 어떻게든 기어오르려 안간힘을 쓰던 악마는 가슴 위에 떨어진 하이드의 충격으로 결국 버티지 못하고 벽면에 긴 자국을 남기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뼈는 모름지기 땅에 묻혀있어야 하는 법이지! 3초 남겼다! 한 방 정도는 가능해!”
화아악!
하이드의 말과 함께, 교수의 의식이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다.
“고맙다, 하이드.”
교수는 지체없이 목에 걸고 있던 성물을 뜯어낸 다음, 성물의 본체를 손에 들었다.
커다란 타원형에, 양 끝이 약간 뾰족하고 가운대가 빈 형태의 성물.
[item : 넬피아의 빛 / 잔존 신성력이 모두 소모될 때까지 파괴 불가 (4500/4500) / 신성력 증폭 / 빛이 있는 곳에 두면 천천히 신성력 회복 / 잠김 / 잠김 / 잠김 ]효과는, 신성력이 없는 교수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증폭 효과.
‘성직에 종사하는 이였다면 저 뒤에 잠긴 효과도 모두 사용할 수 있었겠지. 쥐꼬리만큼의 신성력이라도 있어 성물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면 신성력이 저 둥근 구멍에 모이며 눈과 같은 형태가 된 성물이 이런저런 능력을 뽐냈겠지만!’
“이거 보자마자, 이렇게 쓰면 되겠다 싶더라고!”
교수는 신성력이 모이는 가운데 구멍에, 네 손가락을 끼워 성물을 손에 단단히 쥐었다. 교단의 성직자가 보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 법 한 모습.
교수는, 오른손에 넬피아의 빛을 너클처럼 끼고 있었다.
키이이잉-!
흑마법의 마력에 반응한 성물이 휘황한 광휘를 뿌리기 시작하는 순간, 교수는 전력을 다해 오른손을 악마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KAAAA!!!! KU DEKA!!!! ALSEKRA!!! MAHELA!!!!”””
“닥치고 뒈져!! 원래 악마는 용사님 손에 맞아죽는게 전통이야!!!!“
콰직-
성물을 낀 교수의 주먹이 검은 심장을 감싼 뼈를 부수고,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쿠화아아아아악-!
“”“KAAAAAAAAAAAA!!!!!!”””
찬란한 성광이 거대한 동공을 가득 채우며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