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84
Chapter.6 영광의 이름으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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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스슥-
“어어어, 알드리치! 저거, 저거 사라지는데!”
“시간이 다 된 거지. 안 그래도 조각나서 위태로운 영혼을 억지로 붙여놓은 데다 그 영혼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놈의 영혼에 남아있던 힘이 전부 소모된게야. 아무래도 뮤트가 통제에서 벗어난 게 어지간히 화가 났던 것 같더군.”
“이런…. 아직 알고 있는 정보가 제법 남은 것 같았는데. 다시 소환할 순 없습니까?”
“불가능하네. 놈의 별이 사라져버렸어. 영계로 돌아간 게 아니라 완전히 소멸했다는 뜻이지.”
쩝.
교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지나가다 때려잡은 놈 치고는 아주 굵직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놈이라 최대한 쥐어짰어야 하는데, 여기까지가 최선이었나 보다.
“뮤트가 흑마법사의 명령에서 벗어났다. 지금이 124년 말인데, 흑마법사의 비중이 벌써 줄었다라….”
교수는 영혼의 입에서 나온 정보를 곰곰이 생각해보다, 가방에서 양피지 몇 장과 펜, 목탄을 꺼내 부산스럽게 뭔가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뭐하나?”
“보고섭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정말 ‘광명 교단의 용사’ 같은 일을 한 거잖아요? 한 일에 대한 보수는 받아야지요. 겸사겸사 저쪽에 전해야 할 정보도 있고.”
“으음. 성실하구먼. 자네 그림도 그릴 줄 알았나?”
“이쁜 건 못 그리고, 이런 것만 좀.”
교수는 보고서와 함께 첨부할 직계지역 지도를 대충 스케치하며 대답했다.
서부전선에서는 로드릭/헤브라힘 연합군과 뮤트 본진의 전면전이. 북부에서느 뮤트와 흑마법사 사이에서는 내부 분열이.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뮤트를 적대하는 동시에 광명 교단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우리 일행까지.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그사이를 외줄 타기 하듯 건너가야 하는 상황이다. 약간의 착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복잡하다 싶으면 무조건 정리해서 차분하게 뜯어보는 게 좋지, 싶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랑 서면으로 정리해서 써놓고 판단하는 거랑 꽤 많이 다르거든.
‘무엇보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놓으면 대화방의 집단지성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면서 정보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주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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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행 경과 보고서]작전 지역 : 토브룬 북동부, 당글테르
보고자 : 용사 교수
목표 : 침투, 섬멸, 암살
주요 경과 :
1. 광명 교단 토브룬 지부에서 명령 확인 및 성물 ‘넬피아의 빛’ 수령. 보급 후 준비된 용사대와 합류하여 익일 출진.
2. 침투 경로(붙임 1 : 교수 용사대 작계 지도)상 존재하던 마을을 지나던 중 이단 징후 확인, 서부전선의 상황을 고려하여 지원 없이 용사대 단독으로 진입.
3. 흑마법에 의한 오염이 당글테르 전역에서 확인. 다수의 언데드 및 흑마법사와 조우, 교전.
4. 고위 흑마법사 ‘울만 폰 라스테아’ 사살, 타락의 근원 구조물 파괴 및 소환된 악마 격살(붙임 2 : 악마 및 타락 구조물의 개략적인 형태 스케치).
5. ‘울만 폰 라스테아’ 사살 후 영혼을 심문하여 정보를 입수
1) 여왕의 권속, ‘말하는 뮤트’ 는 현재까지 총 세 개체가 존재함을 확인, 각각 하얀 죽음의 에데오르나, 샛별의 팔카투스, 불명.
2) 뮤테이션 블러드는 흑마법의 피조물로 탄생하였으나, 세 번째 권속 ‘샛별의 팔카투스’가 주도한 저항에 의하여 현재는 흑마법사의 명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상태. 영혼의 진술에 따르면 고위 흑마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이 강제로 뮤트의 기생체에 감염된 상태이며, 인류를 대적하는 것에 공조하지 않으면 흑마법사와 뮤트 모두 공멸하는 것을 강조하여 반 강제적 협조를 얻어냈다고 함.
3) 악마 소환이 가능한 고위 흑마법사가 격전지에서 떨어진 동부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과 흑마법사의 진술을 토대로 ‘뮤트와 흑마법사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다’ 는 가설을 세움.
4) 위에 기술한 다수의 정황으로 추측건대, 세 번째 권속 ‘샛별의 팔카투스’는 대단히 교활하고 지능이 높으며, ‘전쟁 정치’에 관한 이해도 또한 가지고 있는 개체로 판단됨. 첩보전에 대한 가능성도 유의할 것.
결 :
* 내분에 의해 적은 두 세력으로 갈라섰으며, 상호 불신으로 인하여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마법 전력의 대부분이 서부전선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 마법전의 비중을 높이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됨.
* 용사대 구성원에 성직에 종사하는 이가 없는 관계로 점령지에 대한 완벽한 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음. 당글테르 지역에 대한 정화인력을 요청함.
* 흑마법에 의한 정신 오염으로 마법사의 일부가 작전 수행에 지장이 있다 판단, 작전에서 제외할 것을 건의함. 대체 인원 필요.
인류의 앞날에 광명이 가득하길.
라투라, 로 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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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탁!
“캬아아, 명문이다! 어이, 보르카! 어때? 이 정도면 광명 교단 본단에서도 우리 쪽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
자기가 써놓고 자화자찬하는 교수의 모습에도, 보르카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세상의 문물을 잘 모르는 그의 눈으로 봐도 교수가 지금 손에 들고있는 보고서는 제법 짜임세가 있어보였으니까.
“….대장, 요즘 용사들은 이런 것도 배우는거요?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한데….”
“교단에서 배운 건 아니고, 옛날에 군 생활 할 때 이런 걸 좀 만질 일이 있어서.”
교수는 완성한 보고서를 뿌듯한 얼굴로 다시 한번 살폈다. 아, 옛날 생각나네. 14 특작대 생활할 때는 이런 보고서를 매일 수십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올리면서 제발 우리 애들 밥좀 달라고 징징거렸는데. 개놈들이 보급을 자꾸 빼먹어서.
– 간장게이바 : 보고서 깔끔한 것 보소. 군침이 싹 도네. 진짜 돔에 취직할 생각 없음?
– 흥안만두 : 이쁜 거 못 그린다고 하더니 스케치도 잘 나왔는데?
– professor : 그러게.
예술 특성 때문인지 첨부한 지도나 스케치도 제법 볼만하게 나왔다.
어느덧 주변에 모여 내가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일행들은 제법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스승님, 이거 굉장히 중요한 정보 아닙니까?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거 전황을 뒤바꿀 수도 있는 정보잖아요? 이걸 전하면 우리에 대한 교단의 인식도….”
“으으음, 그렇지. 적들이 내부 분열을 일으켜 자멸하는 중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 아닌가? 하늘이 인류를 돕는구먼.”
“글….쎄요. 그건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교수는 대책 없이 복잡해진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 같았다.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 인지는 까봐야 아는 거니까.
지금 당장은 확실히 좋은 일이다. 거의 로드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전면전이 펼쳐지는 지금 이 순간 적들이 분열하여 그 힘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골치 아픈 일 이었다.
왜냐하면 교수가 알고 있는 여왕의 약점들은 대부분 흑마법사들이 그녀를 억제하기 위해 한 일에서 기인한 것들인데, 그들이 빠르게 제압당함으로써 그러한 부분들이 사라지게 됐으니까.
‘권속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여왕의 체구를 비대하게 키운 것. 권속 생산량은 변함없었지만 여왕은 그 체구로 인해 둥지에서 나올 수 없는 몸이 되었지. 흑마법을 사용한 강제적 정신감응이 너무 자주 이루어진 탓에 끝내 여왕의 지능은 성장을 멈추었고, 무엇보다 여왕의 심장…. 이라기보단 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명의 근원을 너무 오랫동안 몸에서 떨어트려 놓은 탓에 상당히 쇠약해지기도 했고. 만약 울만의 말대로 흑마법사가 여왕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었다면, 이런 약점들이 대부분 사라졌을 거야.’
정확히 보면 이건 내분이 아니다. 적들 내부에 존재하던 두 개의 당파가 하나로 통합되며 일어나는 작은 마찰이었을 뿐.
‘지금 잠깐 유리해진 상황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갈수록 어려워지겠군.’
이젠 정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여왕이 직접 움직이며 자원이 많은, 그러니까 약하고 인구가 많은 국가를 향해 이동해 새로운 둥지를 차리고 지금 같은 소수 정예가 아니라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할 수도 있고, 아예 여왕 그 자신의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변수는 많아질 터.
[음, 한마디로 네가 잘해야 한다는 소리 아냐?]‘그렇지. 썅.’
결국 상대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잠깐 약해진 지금, 어떻게든 상대에게 피해를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반쯤 비어있는 상대의 진형에 던져넣은 용사대라는 비수가 정말 훌륭한 한 수 였다는 것. 교단이 죽으라고 보낸 용사행이니 대충 이름 값이나 높여서 적당히 호작거리다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대충 날려버리기엔 너무 중요한 포지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수는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일행들과 같이 영구동토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여 여왕의 둥지를 습격하게 된다면, 하는 가정을 해보았다.
‘7급 이하 뮤트는 계산할 필요도 없다. 상대가 뮤트라면 내 선에서 전부 정리가 가능해. 6급 이상, 전투기술이 숙련된 개체가 다수 달려든다면 피를 통해 수복하는 속도보다 손실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놈들은 죄다 서부전선 행이고. 에데오르나도 보나마나 서부전선에 참여했겠지. 투란 공방전 이후로 놈은 샬롯에 대한 원한을 불태우고 있었을 테니까. 둘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샬롯의 유전 정보를 이용해 만들어졌다면 대군 전투에 일가견이 있을 테니 이놈도 서부전선 확정. 셋째, 이 ’샛별의 팔카투스‘ 라는 놈이 관건인데….’
“내 데이터에서 기반한 네임드라…. 음…. 상태창.”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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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교수
+ 종족 : [휴먼/뮤트]
+ 성별 : [남]
+ 연령 : [전성기(20세)]
+ 외형 : [거구 / 근육질 / 박색 / 거침 / 감염된 휴먼]
+ 스타팅 : [월드3 / 로드릭 북부]
+ 기원 : [몰락한 기사 가문의 서자]
+ 직업 : [용사 – 광명 교단]
– 특성 :
1. [ 호기심 ]
– 새로 만나는 세상에 대한 흥미가 마구 샘솟습니다. 당신의 스킬 성장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이 추가됩니다.
– 당신은 ‘세계의 비밀’ 에 관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2. [ 마력적성 ]
– 당신은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낍니다. 마력과 관련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 수계 마법, 제 1 위계 ‘포용력’을 깨달았습니다.
3. [ 반짝이는 시선 ]
– 당신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봅니다. 예술과 관련한 활동에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습니다.
– 플레이어가 제작한 물건에 대하여 추가 예술 보정을 받습니다.
4. [ 극단적 재생력 ](유리몸 + 뮤테이션 블러드 재생 강화 + 뮤테이션 블러드 표피 강화)
– 내구도 120 고정 / 자연 회복력 극대화 / 위기시 혈액을 소모하여 ‘뮤테이션 광폭화’ 사용 가능 / 과도한 재생으로 소진된 혈액을 보충하지 않을 시 사망.
– 당신은 몸속 깊이 뿌리내린 감염인자와 동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여전히 그것은 당신의 몸을 차지하기위해 애쓰고있지만, 이제 그것을 컨트롤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웬만해선 당신을 죽일 수 없습니다.
5. [ 명예로운 영혼 ]
– 당신은 아버지의 기상을 물려받았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선택지가 ‘명예’로 고정됩니다 / ‘기사’ 계열 유닛의 호감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 플레이어 행동에 따른 고유 ‘기사도’ 생성 중. 현재까지 확인된 키워드(의리 있는, 용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한, 영민한, 비열한) – 기사.
6. ★[ 극복된 정신쇠약 ]
– 당신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세상을 두려워하던 눈으로 세상을 살피고, 자신을 고립시키던 마음은 외부의 침입에 강하게 저항합니다. / ‘예민한 관찰력’ , ‘강철 의지’ 의 효과를 제공합니다.
7. [HIDE]
– Out of data / Out of data / HIDE가 당신과 함께합니다. / [탈피] : 이제 당신이 HIDE와 함께하게 됩니다.
8. [주술 각인 : 고대 비단 거미의 주시 – 먼 옛날, 검은 비단을 자아내 밤하늘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고대종의 주술입니다. 평생 하나의 정인과 함께했다고 하는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지금까지 음유시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으며, 이 각인은 그러한 설화를 기틀로 하여 생성되었습니다.]
+ 리얼리스틱 모드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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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엑.”
오랜만에 켜봤더니 뭐가 많이 달렸다. 특성에 대해 새로 알아낸 정보도 추가됐고, 음…. 골치아픈 것도 이것저것 추가됐다.
우선 기사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이 몸 어딘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고지식한 기사님이 나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용기, 의로움, 교활, 비열…. 이러다 판타지 기사가 아니라 진짜 트루 중세기사급으로 쓰레기같은 놈이 나오겠는데?’
이건 내 행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이니 어떻게 부정할 수가 없군. 기사도가 완성됐을 때 너무 과한 패널티만 안 나오길 빌어야지 뭐.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특성에 약간의 변화가 좀 있었는데, 지난번에 봤을 때는 ‘???’ 로 표기되어있던 특성이 ‘HIDE’로 드러난 거야 아마 본인이 이름을 밝히면서 일어난 일이겠고. [호기심]쪽은…. 내 사고에 영향을 받아서 변화했을 텐데. 세계의 비밀? 올클각 보고 있어서 그런가? 이건 모르겠고. 수계 마법 얘기야 뭐 그렇다 치고….
“이건 또 뭐냐.”
[주술 각인 : 고대 비단 거미의 주시]아예 못 보던 특성도 하나 생겨있었다.
“특성 같은 게 뜨면 알림음 때문에 못 알아차렸을 리가 없는데. 왜 몰랐지? 하이드, 혹시 내가 아나야랑 있을 때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나?”
[아나야? 어…. 있었지?]‘엥? 언제?’
[그때 있잖아. 헤어지기 직전에, 막 아나야가 네 얼굴을 부여잡고 혀가 막 뱀처럼-]‘아.’
바로 이해했다. 모를 만 하군. 그때 나나 하이드나 둘다 셧다운 상태였으니까.
아마 심장 어림에 각인을 심었을 때 생성된 특성인 것 같았다. 아직은 아무 효과도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이것도 플레이 하다 보면 하나씩 드러나겠지. 뭐.
아무튼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긴 했다. 처음 용병조합에서 트랩퍼로 전직하고 ‘내 몸보다 훨씬 단단한 나뭇가지! 쇳조각 따위를 마음껏 쓸 수 있어!’ 하고 희희낙락하던 캐릭터가 어느새 ‘웬만해선 죽지 않습니다’ 까지 오다니. 정말 인간 승리가 따로 없군.
[그런데 갑자기 옛날 생각은 왜 떠올리는 거야?]‘음? 아아, 그러고 보니 넌 상태창이 안보였지? 별건 아니고, 저 팔카투스라는 놈이 내 옛날 특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네임드라고 하니 얼마나 답이 없나 생각하는 중이었거든.’
오랜만에 확인하는 바람에 얘기가 좀 삼천포로 빠졌는데, 사실 저 상태창은 정말 내가 피똥을 싸가면서 갖은 고생을 해서 깎아낸 작품이다. 에데오르나에게 피를 줄 때만 해도 유리몸, 정신쇠약에 마력 좀 쓸 줄 아는 쓰레기 특성 시트 였으니까. 팔카투스는 그런 특성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권속인 것이다.
특성을 이어받았다고 해도 지식까지 넘어간 것은 아니다. 뮤트가 근육 생성의 메커니즘 따위를 알 리가 없으니 나처럼 떡대 괴물이 됐을 리는 없고.
재생력으로 약한 몸이야 어떻게 커버한다고 쳐도 정신쇠약은 극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특성이다. 나만 해도 정말 운이 따라줘서 어떻게 넘겼는데,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뮤트가 이걸 극복했다고 보는건 힘들지.
‘그럼 복잡한 사고를 시작하면 끔찍한 두통과 함께 생각이 멈춰버리는 특성을 가진 상태에서, 흑마법사의 견제를 받아 가며 판을 짜고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정치적인 움직임까지 계산해서 움직였다고?’
겪어봐서 아는데, 정신쇠약 달고는 절대 불가능하다. 만약 가능성이 있다면….
“이거, 몰빵 캐릭 같은데?”
여왕이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뭔가 수작을 부렸다는 것.
특성을 이어받았다고는 해도 그것을 어떻게 배합하는지는 여왕의 재량. 팔카투스는 아마 육체적인 면을 극단적으로 줄여 거기서 발생한 리소스를 다른곳에 투자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거기서 육체적인 면을 더 줄일게 뭐가 있겠냐마는….. 하는 짓을 보니 그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결국 어떻게 봐도 전투력이 뛰어난 개체는 아니라는 게 내 추측이다.
그럼 대부분의 병력이 서부전선에 묶여있고, 전투력이 입증된 여왕의 1,2번 권속도 집에 없고, 어디 있는지 확인이 안 된 3번 권속은 전투력이 0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니까….
“진짜 집이 비었잖아?”
어떻게 여왕의 둥지까지만 침투하면 손쉽게 그 모가지를 딸 수도 있다는 뜻.
– 간장게이바 : 잠깐만. 이거 그냥 기회가 아니라, 개 쩌는 기회가 아닐까?
– 스피드 웨건 : 상황, 타이밍, 구성원이 좀 애러인 것만 빼면 이것보다 더 괜찮기도 힘듦.
– Jokass : 왔냐. 진짜 와버린거냐고, 어이!
– takealook : 안돼! 이대로 클리어 해버리면 아나야는! 샬롯은! 이대로 끝날 순 없다고!
“야, 잠깐만…. 농담이 아니라, 클리어 각이 진짜로 보인다고….! 언럭키 매들리였던 내 교수 캐릭터 플레이에, 드디어 행운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거야!”
지금껏 사람들이 농담삼아 ‘이러다 클리어하면 대박나는거 아님?’ 하는 소리가 현실로 다가오자 대화방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교수의 마음도, 그 대화방처럼 술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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