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87
Chapter.7 가면 무도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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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셰프 쿡의 피자 하우스]는,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골목의 분위기와 달리 밝고 화사한, 기분좋은 식욕을 돋구는 그런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밝은 녹색 타일이 차곡차곡 발라진 벽에, 커다란 전면 유리에는 유화 물감으로 직접 그린듯한 메뉴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져있었고, 그 가운데 뚱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수염을 한 남자가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OPEN!’ 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어서오십쇼!”
밀가루가 잔뜩 묻은 앞치마를 입은 뚱뚱한 남자는 그렇게 밝은 실내의 분위에 어울리는 밝은 미소로 일행을 맞이하였다.
살짝 긴장한 얼굴로 들어선 교수는 셰프 쿡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그와 마주 인사하였다.
“셰프 쿡! 간만입니다! 장사는 좀 잘 되십니까? 저 또왔어요!”
“음, 이거 죄송합니다만…. 제가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손님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혹시 저희 가게에 자주 오셨습니까?”
“세상에! 셰프! 저 몰라요!? 교수잖아요 교수! 이 집 단골! 지난주에 회사에서 일주일 동안 휴가받았을 때, 일주일 내내 점심으로 여기 피자 사먹었는데! 셰프 쿡, 저 섭섭합니다!”
“아이고오~ 죄송합니다! 이거이거, 단골손님도 잊어버릴 정도라니.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실격이군요.”
“흐흐흐, 미안하면 서비스 팍팍 주시면 됩니다.”
“당연한 말씀을! 특별히 무료로 사이즈업 해드릴 테니 원하는 메뉴를 말씀하시죠!”
마치 둘 만의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떠들고 있는 뚱뚱한 남자와 교수.
이안과 벡스는 별안간 눈앞에서 벌어지는 촌극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교수를 보다, 살짝 뒤로 돌아 소근거렸다.
“야, 짜리몽땅. 이게 다 무슨 쇼냐? 단골?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 피자를 먹어?”
이안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이코 갱의 소굴로 들어가는데, 화기류를 이용하면 안된다길래 내심 ‘안전 차원에서 큰 소음을 내지 않는 규율같은게 있는건가?’ 같은 생각을 하며 육탄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평범한 피잣집 아저씨와 옛날 얘기를 떠들어대고 있는게 아닌가?
“쉬이잇! 죠! 교수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랬잖아! 앞에 봐 앞에! 가게 주인이 너 쳐다본다!”
그 말에 이안이 화들짝 놀라 몸을 돌리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교수와 잡담을 나누던 가게 주인이 순식간에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며 눈이 터질 듯 부릅뜨고 이안을 관찰하고있었다. 카운터 쪽에 기대있던 교수가 이마에 손을 짚는게 보였다.
“뒤에 계신 분은. 누구?”
“아, 아아! 같이 온 일행입니다. 일행!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모여서 피자를 좀 먹을까, 하고!”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시겠. 습니까? 요즘 치안이 안 좋아졌는지, 도둑이 기승을 부려서 말입니다.”
뿌득, 뿌득, 뿌드득!
교수가 필사적으로 무마하려했지만, 이미 스위치가 들어간 사이코 갱은 교수의 말을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밀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거칠게 벗어던진 셰프 쿡은 가게가 울릴 정도로 이빨을 갈아대며, 커다란 밀대를 손에들고 살벌한 기세로 카운터를 넘어왔다.
“정부는 뭘 하는 건지, 경찰이, 세금을 받아 처먹고! 도둑놈 하나 못 잡으면-서어어어!! 나 같은 소상공인은 뭘 먹고 살란 말인지이이이!!! 빌어 처먹을 도둑! 무전취식! 블랙 컨슈머어어!!!”
부우웅!
“다 죽여 없에야 해! 밀대로 내리쳐서! 가죽은 벗겨서 도우로 만들고 새빨간 소스를 듬뿍 발라서! 노오란 지방을 듬뿍 얹고 갖은 고명을 얹어서 손님들한테 대접해드려야지!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십쇼 손님! 셰프 쿡은 손님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언제나!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망하고! 핵이 떨어져 모든게 박살날 지언정! 고객 만족을 실현합니다아아!!”
뚱뚱한 남자가 한 손에는 몽둥이 같은 밀대를 들고 눈에 핏발을 세우며 성큼성큼 다가오자, 이안은 본능적으로 텅 빈 허리춤에 손이 가고 말았다.
으드득!
살벌하게 다가오는 상대를 적대하지 않는 것은, 한 평생 자유롭게 살기로 다짐한 그에게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참자….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말 것, 일이 틀어지면….!’
이안은 본능적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공격성을 가까스로 내리누른 뒤, 어색한 웃음을 입에 담으며 주머니에서 교수가 준 종잇조각을 꺼내 내밀었다.
“크, 크허흠! 이, 이걸 쓰려고 왔는데. 호, 혹시 다른 가게….로 잘못 알고 찾아온 건가?”
이안이 내민 반들반들한 종잇조각 위에는 피자 그림과 함께 [쿠폰] 이라는 글자가 하얀색으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착!
말없이 이안의 손에서 쿠폰을 가져가는 남자. 쿠폰을 눈앞에 가져다 대고, 손톱으로 긁어보고, 냄새까지 맡아본 뚱뚱한 남자는….
씨이익-!
“저희 가게에 다시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요즘 무례한 손님이 많아 제가 과민반응을 해버렸지 뭡니까! 사과의 의미로 사이드 메뉴를 하나 공짜로 드릴 테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시지요! 허허허허!”
끔찍하게 구겨진 얼굴을 활짝 피더니, 만면에 웃음을 띠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왔다.
“휴우우!”
이안이 고개를 돌리자, 한 손을 가죽잠바 안주머니에 넣고 상황을 주시하던 교수가 이쪽을 향해 슬쩍 엄지를 치켜 세우는 것이 보였다. 딱, 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리는게 잠바 안주머니에 홀스터를 부착해둔 모양이다.
교수는 반쯤 방아쇠를 당겼던 권총을 다시 주머니에 보관한 뒤, 쿠폰을 들고 싱글벙글해있는 쿡에게 말했다.
“저기…. 오래 기다려야 합니까?”
“아이고오오! 아닙니다! 어떤 피자를 원하시는지 말씀만 하시지요!”
교수는 이제 완전히 가게 주인의 모습이 된 셰프 쿡의 모습에, 슬쩍 곁눈질로 카운터 안쪽을 살폈다. 찾고 있는 것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상자. 포장을 뜯으면 항상 카운터 뒤쪽 왼편에 쌓아두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오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으음…. 파인애플 피자로 주세요.”
“파인애플이요? 손님. 다른 메뉴는 어떻습니까? 저희 피자가게의 자랑거리인 미트소스 피자는 미식 잡지에서도 취재를 나올 만큼 유명하거든요! 마침 ‘신선한’ 고기가 들어오기도 했는데….”
“무조건! 파인애플 피자로 주세요. 제가 비건이라, 고기가 들어간건 못먹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눈짓으로 사인을 보내는 교수의 모습에, 이안도 슬슬 어떻게 되는 상황인지 눈치채고 맞춰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 나도 파인애플 피자로 주시오! 나는 고기 알레르기가 있소!”
“아아, 그러시다면야. 요즘 들어 채식주의자 손님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군요.”
주문을 마친 교수는, 가죽 잠바의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내밀었다.
“손님, 죄송하지만 잔돈이 없어서 그런데 카드 계산은….”
“에헤이, 우리 사이에 무슨. 잔돈은 필요 없으니 그냥 가지세요.”
“허허허허!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두 분 다 15분만 기다려주시지요!”
쿵쿵- 철컥!
싹싹한 표정으로 대답한뒤, 가게 안쪽의 조리실로 들어가는 뚱뚱한 남자.
“푸하아- 읍!”
“지금은 말해도 돼. 셰프 쿡은 피자 만들 때는 밖에서 폭탄이 터져도 모르니까.”
그렇게 셰프 쿡이 허허 웃으며 가게 안쪽으로 사라지자, 이안과 교수, 벡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이거….역할극 같은거냐? 중간부터 대충 눈치 보고 맞춰주긴 했는데….”
“어 맞아. 잘했어. 연기 좀 하던데?”
“해, 햅번. 저 사람 설마…. 사이코 갱이야?”
벡스의 물음에, 교수는 주머니에 넣어온 물병으로 목을 축이며 답했다.
“푸하아! 맞아. ‘인육요리사 셰프 쿡’. 대표적인 뉴트럴 사이코 갱중 한 명이지. 사이코 갱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보통 황무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쪽은 A타입, 어그레시브 사이코 갱이야. 말 그대로 그냥 정신이 나가서 고삐가 풀린 미치광이들이지. 혼자 살기도 하고, 저들끼리 뭉치기도 하고. 공통점은 사람을 만나면 죽이고 잡아먹는 거랑 행동에 이성과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
톡톡.
“반대로, 방금 본 것처럼 미치긴 미쳤는데, 뭔가 하나에 꽂혀서 미친놈, 그중에 잘 맞춰주면 이용이 가능한 사이코 갱을 N타입, 뉴트럴 사이코 갱이라고 부르지.”
“그런 것도 있었구만…. 황무지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그럴 수 밖에. 이렇게 분류해야 할 정도로 사이코 갱이 많은건 47구역뿐이니까.”
쾅 쾅 쾅 쾅!
가게 안쪽에서 뭔가를 묵직한 것으로 두들기는 소리를 들으며 교수는 말을 이었다.
“셰프 쿡의 사고는 전쟁 전의 환경에 고정되어 있고, 그의 머릿속에 인간은 딱 두 종류 뿐이지. 손님과, 그렇지 않은 범죄자들. 놈의 대화에 잘 맞춰줘야 해. 아까 봤지? 이안 네가 잠깐 딴말 하자마자 갑자기 미쳐서는 날뛰기 시작하는 거.”
“정말 개미 목소리만큼 작게 말했는데, 귀가 엄청나게 밝은 녀석이더군. 공포영화에 나오는 살인마인 줄 알았다.”
“그거 맞아.”
“….응?”
교수는 반문하는 이안에게 손가락으로 텅 빈 카운터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선반 아래 잡다한 도구 쌓여있는데 보이지?”
“어디…. 아, 저기 말이군.”
“그래. 원래 돔에서 보낸 배달부가 눈에 잘 띄는 노란색 상자 안에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걸 넣어서 셰프 쿡의 가게 앞에 주기적으로 놓고 가거든? 카운터 뒤쪽에 그 상자가 있으면 안심하고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킬 수 있지만, 상자가 없는데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추천하면 무조건 걸러야 해. 셰프는 밀이나 토마토 같은 건 뒷마당에 직접 키우고, 2층에는 작게 축사도 하나 만들어서 젖소 한 마리를 키우면서 치즈도 어떻게 조달하고있지만, 고기는 그럴 수 없으니까. 떨어지면 직접 찾으러 나서거든.”
“어, 어떤 종류의 고기를…. 찾으러 나가는데?”
“뭐든. ‘손님’이 아니면, 살아 움직이는 건 뭐든 잡아서 피자로 만들어버려. 저놈 손에 죽은 사람도 꽤 숫자가 되지.”
“흐이이익!”
교수의 음산한 목소리에, 벡스가 진저리를 치며 카운터 반대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밝은 색감의 페인트로 ‘오늘의 추천’ 이라는 팻말이 붙은 메뉴는 전부 고기가 들어간 메뉴였으니까.
“47구역에 손님 연기도 할 줄 모르면서 쿡의 영역을 돌아다니는 멍청이는 없으니, 미쳐서 근처를 배회하던 사이코 갱이나 갓 죽은 2형 변종이 저 피자의 주재료 일거야.”
“그런 녀석을…. 살려둔단 말이야? 단순히 피자좀 잘 만든다는 이유로?”
이안의 물음에, 교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솔직히 나도 좀 그렇긴 한데…..”
철컥!
“피자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다음에도 또 방문해주십쇼!”
“감사합니다!”
딸랑 딸랑-
셰프의 등장에 하던 말을 끊고 피자를 받은 교수는, 곧바로 가게를 나온 뒤 종이박스를 열고 오랜만에 맡는 훌륭한 피자의 냄새를 음미했다.
“제때 재료만 조달해주고, 이렇게 구시대 복장을 하고 손님인 척 할 수만 있으면 녀석은 정말 훌륭한 요리사거든. 스크랩이나 실링이 아니라 별 쓸모도 없는 구시대 화폐를 받으니 사실상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사람을 죽이잖아? 안전보다 중요한게 있나?”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돔에서 셰프 쿡을 살려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거든. 돔의 고위층 사람 중에 하수인을 시켜서 매일같이 셰프 쿡의 피자를 배달해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아마 그 치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2층의 젖소도 돔에서 선물했다는 소문이 있으니까. 그래도 최근에는 그 노란 박스가 늦게 도착한 적이 한번도 없어서 셰프가 이상한 고기를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누구누구 때문에 중앙 구역이 통행 불가가 되어버렸으니까. 지금쯤 배달부가 그 노란 박스를 들고 한참 중앙구역을 우회해서 돌아오고 있겠지.”
쭈우욱-
교수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자를 한 조각 뜯어,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이제 수중에 몇 장 남지 않은 구시대 지폐를 사용했지만, 이 맛은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으음…. 2년 만에 먹어보는 셰프 쿡의 피자로군.
“하, 후- 어우 뜨거워. 너희들도 식기 전에 먹어. 뜻하지 않게 두 판이나 시켰으니, 하나는 지금 다 먹어도 되거든. 나머지 한판은 오늘 할 일에 쓸거니까 건드리지 말고.”
“으음…. 그럼 어디….”
“한 조각만 먹어볼까?”
교수의 말에 미심쩍은 표정으로 피자를 향해 손을 뻗는 이안과 벡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이 아귀처럼 달려든 피자 박스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무튼, 47구역에는 저런 ‘인육요리사 셰프 쿡’처럼 N타입 사이코 갱이 제법 많아. 돔 근처에 사는 ‘와일드 와일드 박영준’이나 지도 수집가 ‘투스닢.’,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용병 알란’ 이나 ‘원나잇 레이디’도 유명하지. 47구역이 살기 좋은 구역으로 유명한 것은 안전한 것도 있지만, 이런 녀석들 덕분에 구시대의 서비스를 돔의 밖에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 막말로, 이정도 전문가가 만든 피자, 황무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걸?”
“끄어억! 이건…. 동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맛이로군.”
“역시 부자 동네는 환경부터가 다르구나….”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는 이안과 벡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묘한 불안이 어려있었다.
“어이, 교수.”
“응?”
“분명, 저 피자집에 들어가기 전에, 네가 ‘예행연습’이라고 했었지?”
“그렇지.”
“우린 중앙에 그 괴물을 진정시키러 가는 중이었고.”
“음, 잘 기억하고 있군.”
“그럼, 가서 한다는 일이…. 설마?”
교수는 손에 묻은 기름을 바지에 슥슥 닦으며,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라고 말하는듯한 이안의 눈을 향해, 크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맞아. 우리가 오늘 할 일은, 지금쯤 돔에서 나온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준비하고 있을 무대의 주연이 되어서, 행동 원리에 이상이 생겨 폭주하는 올드 픽처 앞에서 각본에 따라 연기를 하는 거야.”
“그거···. 안전한 거 맞지?”
“음…. 어느정도?”
불안해하는 벡스의 말에 교수는 애매한 대답을 되돌려주었다.
“작년에 올드 픽처를 자극한 사건이 다섯 건, 연극에 참여한 사람이 열 일곱 명이었고, 사망자가 스물 일곱 명이었으니까.”
“이런 씨부럴! 생환율이 0% 아래쪽이잖아!”
“해, 햅번, 사실 나도 유서를 준비하긴 했는데, 만약 일이 잘못되면….”
“괜찮아, 괜찮아. 세 번째 연극이 좀 크게 터져서 주변 사람들까지 휘말려서 죽어서 그렇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묘하게 자신감이 어려있는 목소리. 벡스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햅번. 너 이거…. 해봤어?”
“어…. 음…. 어쩌다보니?”
3년 전, 아무 생각 없이 중앙 구역을 털다 올드 픽처를 만나 실수로 놈의 집에 불을 질러버린 것을 떠올리며, 교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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