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89
Chapter.7 가면 무도회(4)
***
교수는 가면 같은 미소를 지은 잭의 얼굴이 슬슬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권유입니까? 아니면 명령?”
“하하하, 당연히 권유지요.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둔감한 나라도 이게 이상하다는 것은 알겠군. 돔에서 나온 놈들은 죄다 이런 식으로 일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정해놓고 통보하는 식으로?”
이안은 군복이 담긴 상자를 발로 툭 차서 쓰러트렸다.
[햅번] [이안] [벡스]쓰러진 상자 안에서 쏟아져나온 군복 상의에 선명하게 보이는 이름.
물감이나 잉크로 써넣은 것이 아니라 실로 박아넣은 명찰이다. 처음부터 세 사람이 이 일을 받아들일 것은 전제로 옷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난 싫은데? 제대한 사람한테 군복을 다시 입으라고 하다니. 잭이라고 했나? 당신 군 생활 안 해봤지? 그게 얼마나 끔찍한 권유인지 몰라?”
강한 거부감을 내비치며 잭과 대립하듯 교수의 곁에 서는 이안의 모습에 주변에서 뭔가 준비하던 사람들이 슬슬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저런…. 다들 너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군요.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어디까지나 권유입니다. 정 못하겠다고 하신다면…. 어쩔수 없지요. 다만,”
펄럭.
잭은 어느새 벡스가 잘 정리해둔 상자에서 군복 상의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
“올드 픽처가 난동을 부리게 됐을 때, 그 원인을 제공한 인원이 ‘주연 배우’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체벌의 의미가 있다는 것, 아실 겁니다. 까딱하면 그대로 놈에게 살해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만약 그 체벌을 회피한다면…. 여러모로 불이익이 따르겠지요. 호의를 거절당한 저희 돔 측에서 BDSM 캐러밴에 이곳의 수리비를 비롯한 작전 연기에 따른 배상을 청구한다거나, 돔에 비협조적인 적대 집단으로 간주하여 인근 구역에 거래 금지 조치를 취한다거나, 무엇보다 47구역에서 추방되는 것이 가장 먼저겠군요.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고의라고들 말하지요. 혹시 모르잖습니까? 두 번 씩이나 올드 픽처와 얽힌 박교수라는 인물이, 혹시 다른 의도가 있어서 일부러 돔의 관리하에 있는 47구역에 테러 행위를 일삼고 있는거라면? 알고보니 ‘박교수’라는 인물은 돔에 크나큰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면?”
뱀같은 얼굴에 걸린 가식적인 미소. 그 아래 몸을 숨긴, 시커먼 악의.
놈은 알고 있었다. 5년전 돔과 내가 얽힌 그 일을.
판단이 서는 것과 동시에 교수의 얼굴에도 잭의 그것과 같은 가식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적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이 기분이나 감정 상태 같은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이야아.”
교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그의 진심에서 가장 동떨어진 표정을 만들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너 다 알고왔구나? 그럼 쓸데없이 호의니, 뭐니 하는 소리는 왜 하셨을까? 처음부터 그냥 쫓겨나기 싫으면 얌전히 대가리 박으라고 하면 될 것을.”
“이미 지금껏, 충분히 호의를 베풀고 있었잖습니까? 사실 내부에서도 당신을 살려둔 것에 이견이 많았습니다. 이미 완전히 적대 관계로 돌아선 인원을 굳이 살려뒀다가 화근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지요. 5년 전 기록에 따르면 집행부 고위 간부중 하나가 결사적으로 말린 덕분에, 당신이 돔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내버려 두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때 당신을 변호하며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그 간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각하고 말았지요. 음, 전우애라. 가슴 따듯한 이야기로군요.”
집행부 고위 간부.
어머니와 도망쳐 나올 당시, 돔에서 나를 변호할만한 사람.
전우애.
—–
‘솜씨가 많이 늘었군, 밥통’
‘전역 이후로 석 달, 아니 넉 달쯤인가.’
‘어쩔 수 없었다. 네 어머니라는 것을 몰랐어. 나는 이곳에…. 딸과 아내가 있다.’
—–
“루윌 바르토스.”
5 년전, 돔이 어머니에게 행한 끔찍한 짓의 진상이 담긴 서류를 던져주고, 사죄와 함께 도망친 나의 전우.
“어리석은 남자였습니다. 14특작대는 당시 민간인들에게 우상처럼 취급되는 사람들이었지요. 그 강하고 올곧은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집행부에 남아있기만 했어도 지금쯤 집행부장 정도는 충분히 되고도 남았을 텐데요.”
“그는…. 어떻게 됐지?”
스윽-
“햅번, 듣지마.”
“하라는 대로 해줄 테니까, 앞으로 평생 죽만 먹고 살고 싶지 않거든 그 입 닥쳐라, 뱀대가리.”
“하하하! 세명 밖에 없는 집단에서 이렇게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다니. 어이가 없을 정도로 상하 관계가 개판이로군요.”
풀썩!
들고 있던 군복을 교수에게 던진 잭은, 이안의 경고를 무시하는 쪽을 선택했다.
“돔은 살아 움직이는 정치적 생물 같은 곳입니다. 한번 추락한 이가 다시 위를 향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하지도 않고, 그렇게 내버려 두지도 않지요.”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그만!”
교수의 손이, 팔을 걷어붙이는 이안을 가로막았다.
“잘 알겠습니다. 이번 일을 받아들이고, 돔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야! 겨우 저따위 협박에…!”
“넘어갈 수밖에 없겠지요. 루윌 바르토스의 노력으로 협의가 이뤄진 사안은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살려둔다.’ 였으니. 연극을 거부하고 돔의 행사에 비협조적인 인물, 47구역에 피해가 되는 적대적 인물로 등재된다면, 집행부에서 다시 그쪽을 죽여버릴 합법적인 이유가 생기는 거니까요. 박교수씨를 포함해 그가 속한 집단 전부를 말입니다.”
싱긋-
전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세 사람의 앞에서 웃어 보인 잭은 반대편으로 걸어가며, 고개만 살짝 돌린 채 마지막으로 강조하듯 말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저희 집행부의 행사에 여러모로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군요. 물론 그 반대가 되어도 저희 쪽에게서는 환영하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
그런 그의 뒷모습을, 교수는 냉정한 눈으로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체형, 걸음걸이, 자주 쓰는 손, 몸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치우쳤는지 하나하나 뇌리에 새겨넣듯이. 언젠가 저자의 목에 칼을 박아넣을 때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
“선거일이 다가온 모양이야.”
잭이 떠나고 난 뒤, 교수는 그의 뒤에서 씩씩거리는 둘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선거? 투표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그렇지. 속내야 어찌 됐건 돔은 구 문명,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호자를 자칭하고 있으니까.”
내 과거사를 알고 있다고는 해도 좀 과하게 공격적인 모습.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올드 픽처 길들이기’라는 대형 프로젝트. 전반적으로 뭔가 서두르는듯한 모습에, 무엇보다 감찰부와 크게 대립하는듯한 분위기.
“돔은 행정부, 감찰부, 집행부 세 개의 부서가 권력을 나눠서 가지고, 그 세 부서에서 각각 선출된 세 명의 후보자들이 돔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시장으로 선출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 표면적으로는.”
스윽-
“햅번, 이거.”
“음? 아, 고마워.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언제 챙겼어?”
“아까 죠가 발로 상자를 찰 때부터 둘이 맞춘 거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적들이 모르고 있는 무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암습이라는 건 상대의 인식 밖에서 시작되는 거잖아.”
교수는 벡스가 슬쩍 건네주는 대검을 군복 바지 안쪽을 살짝 뜯어 그 안에 후크를 걸쳐놓았다.
“황무지 사람은 손이나 머리, 둘 중 하나는 빨라야지. 둘 다 빠르면 더 좋고. 어이! 거기! 아무나 이쪽 좀 봐줘! 소품에 빠져있잖아! 대검! 책임 질거야? 디테일 망쳐서 그 괴물 놈한테 잡아먹히기라도 하면, 그래서 돔의 프로젝트가 엎어지기라도 하면!”
잭이 떠나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움직이던 사람들이 벡스의 말을 듣더니, 그중 한명이 다가와 대검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대검을 일행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나저나 표면적이라고 한 것을 보면, 실제로는 그리 민주적이지 않은 모양이로군?”
“당연하지. 수작이 은밀하고 더럽기로는 황무지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인 돔인데, 그 마굴의 일부를 좌지우지할 우두머리를 선발하는 거라고. 언더돔에 사는 하층민들은 사실상 투표할 기회조차 없고, 위쪽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표는 4~5% 정도? 나머지 95%는 전부 돔의 상류층,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이 되지.”
사실상 민주주의라기보단 로마의 과두제에 가까운 모습. 중세의 귀족 대가문 같은 위치를 차지한 돔의 상류층은, 그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대표로 추앙한다.
“처음에 감찰부를 언급하며 그쪽과 내가 커낵션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도, 감찰부에 더 협조하면 그리 좋지 않은 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암시였겠지. ‘올드 픽처’ 길들이기라는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이렇게 급격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난 4년간 이룩한 성과에서 집행부 쪽이 좀 밀리는 감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고. 사실 47구역 중앙에 올드 픽처를 묶어놓는 데 성공하면서 47구역 전체의 안전을 급격히 높인 건 감찰부의 업적이었거든. 감찰부가 놈을 묶어놓는 데 성공했으니, 우린 놈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 뭐, 이런 식의 보여주기로 성과 면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겠지.”
“그럼, 일부러 네 과거를 들먹이며 널 자극한 것은? 딱 봐도 네가 덤벼들기를 바라던 눈치였는데?”
“우리 손에 아직 커다란 성과가 될만한 물건이 남아있으니까. 벡스, 그 열쇠 안 팔렸지?”
“응? 아, 그렇지. 경매에서 고정가격으로 돌려놓고 판매 걸어놨는데, 끝을 모르고 가격을 올리던 녀석들이 막상 가격을 정하니까 러브콜이 뚝 끊어지더라고.”
“그렇겠지. 무려 돔의 다음 도시가 될 곳의 보안키니까. 행정, 감찰, 집행 세 곳 중 어디 하나가 그걸 차지하게 되는 순간 정치적 성과 그래프가 한쪽으로 확 기우는 거라고. 아마 엄청나게 치열하게 서로 견제하고 있을걸.”
능글능글한 미소. 남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언행.
놈의 모든 행동은 대놓고 그 의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제발 덤벼들어라.]만약 내가 이성을 잃고 놈에게 달려들었다면, 그 즉시 법적으로 나를 조지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진 집행부의 위력 부대가 우리를 전부 죽이고 BDSM의 남은 모든 것을 털어갔을 것이다. 강력한 정치적 무기가 될 45구역 벙커의 보안키부터, 쉘터, 발전기, 무기까지 먼지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정치라는건 돈을 쏟아부어야 매끄럽게 굴러가는 것이니까.
“덤벼들지 않으면 그것대로 좋은 것이지. 감찰부처럼 집행부도 H.I.V로 알려진 우리 실력은 높게 사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감찰부에서는 회유를 통해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했다면, 집행부는 협박을 통해 우리를 도구로 써먹으려고 하는 거야. 어느 쪽을 선택해도 집행부 쪽에는 이득이지.”
품이 넓은 군복 바지 위로 상의를 걸치던 교수는, 앞주머니에서 들리는 짤랑이는 소리에 혀를 내둘렀다. 군번줄이라니. 가지가지 하는군.
“그럼 47구역에 있는한…. 이대로 녀석들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거냐? 어이 교수, 진심이냐!”
“47구역이 아니라 돔에게 밉보이면 어딜 가도 제대로 살 수 없을걸?”
“그래서. 이렇게 살게? 죽기 싫으면 목줄 채워진 개새끼마냥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지랄하지마.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셋이 평생 쫒겨다니는게….!”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게, 내가 돔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나보군. 그러면서도 쫒겨 다니는걸 ‘셋’이라고 표현하다니. 이걸 바보같다고 해야할지, 의리있다고 해야할지.
“내가 미쳤냐. 그렇게 확정된 거였으면 다른 생각 할 필요도 없이 저 잭이라는놈 대가리 부터 뜯어서 들고 돔에 쳐들어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숙이는 척 한 거야.”
“척?”
“그래 임마.”
뚝딱 뚝딱.
깡! 챙그랑!
군복을 마저 입은 교수는 주변을 조금이라도 더 전쟁터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거, 무조건 엎어져. 집행부는 이번 프로젝트가 자충수가 돼서 실각하게 될 거다.”
올드 픽처를 교육해? 웃기는 소리. 집행부는 대다수의 위력 부대와 실전파가 모인 곳이니, 연구인력은 다른 파벌에 비해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삽질을 작전이라고 진행하고 있지.
감찰부에서 행정부의 연구인력을 싸그리 동원해 놈의 행동 원리를 파악하고,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는 계획을 세워 모형 정원에 놈을 가두는 데 성공했을 때 죽은 인원이 공식적으로만 127명 이다. 아무리 사이코 갱과 비슷하게 특정한 규칙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해도, 놈은 변종. 사이코 갱 대하듯 평범하게 연기만 한다고 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녀석을 가르쳐서 쥐락펴락하겠다니. 그것도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작전으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만큼 집행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겠지.
“아까 그놈이 말했지. 돔은 한 번 추락한 이가 다시 위를 향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하지도 않고, 그렇게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고.”
득의양양하게, 살아남은 승리자의 표정으로 루윌의 죽음을 전하던 놈의 얼굴.
“내가 돔을 참 싫어하긴 하는데, 저 추락한 집행부 친구들을 조지러 간다면 한 손 거들어줄 의향이 충분히 있지. 안 끼워주면 돈내고라도 참여할거라고.”
보고 싶다. 그 처지가 바뀌어, 추락하다 못해 바닥에 떨어져 완전히 박살 나버린 놈들의 얼굴을. 그 구겨진 얼굴 위에 침을 뱉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놈들의 시체를 난자할 것이다.
“딱 내가 있는 진흙탕까지만 떨어져라, 개자식들아. 확실하게 대접해 드릴 테니까.”
[키득키득]교수는 오랜만에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른 옛 분노를 삼키며, 몇 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루윌의 문서를 떠올렸다.
행정부 소속 연구원 세 명. 돈 받아 처먹은 감찰부 정보계원 다섯 명.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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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 올린다 바르바토스
집행부 : 아들러 키엘
집행부.
집행부
집행부
집행부
집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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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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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73명.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이르다고 했지만, 나는 군자가 아니니…. 5년이면 충분히 참은 것 같거든.”
찌이잉-!
정확히 12시 정각이 되자 중앙구역 전체를 관통하는, 유리를 긁는듯한 정신파.
“가자고, 친구들. 집행부 전송 파티에 늦고 싶지는 않으니까.”
올드 픽처는 12시가 되면 은신처에서 나와 모형 정원을 배회하기 시작한다. 준비한 무대에 도착할 때까지 제법 시간이 있으니 슬슬 어떤 식으로 놈을 길들일지 브리핑을 시작할 터.
‘집행부는 3형 변종에 대해서 완전히 잘못 알고있어. 지난번 올드 픽처 프로젝트를 주도한 감찰부와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돔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모양이야.’
이 프로젝트는 무조건 실패하게 된다. 47구역은 자연 발생하던 사이코갱과 기타 변종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주던 올드 픽처라는 보안관을 잃게 될것이며, 누군가는 그 원망을 감당해야 할 터.
‘일단 놈들의 명령을 따르지만, 죽고 싶은 생각도, 뒤에 두 녀석을 죽게 놔둘 생각도 없으니. 필사적으로 움직여야겠지.’
완벽한 작전 수행으로 그 누구에게도 트집이 잡혀선 안됐다. 사소한 실수라도 하는 순간 집행부는 작전의 실패가 그 실수로 인하여 벌어진 것이라고 물고 늘어지며 교수 일행의 탓으로 돌리려 할테니까.
모든 원망은 집행부가 무능한 탓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주마. 어디 한번 마음대로 사용해보라고! 이래뵈도 불가능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니, 혹시 알아? 정말 기적을 일으켜줄지!”
찌이이잉-
교수의 다짐에 화답하듯, 저 멀리서 올드 픽처의 정신파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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