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9
Chapter.1 오, 해피데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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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去來) 라는 것은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의 가치가 비슷해질 때까지 조정한 다음, 서로의 재화를 교환하는 것, 그것이 거래다.
지금 내 경우의 문제는, 거래 상대가 원하는 것이 내 손에 없다는 것. 아니, 있긴 있는데, 절대 줄 수 없는거라 그렇다. 트롤이 원하는 건 신선하고 야들야들한 내 고긴데, 그걸 줄순 없잖아?
[좌측 정강이 – 골절 : 회복중(오염된 붕대 + 부목(90%)]‘다리는….. 아직 멀었나.’
90%면 살짝 뼈에 금이 간 정도? 뛸 수는 있겠지만 힘껏 땅을 박차는 순간 다시 부러질 것이라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 등을 보이며 도망가다 넘어지는 먹이라. 이건 저 트롤이 부처 예수의 환생이라도 못 참지.
결국 어떻게든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우우…. 말, 줘라! 줘라아아!!!”
쾅!쾅!쾅!
자신의 말에 반응이 없자 화가 났는지, 노툼은 커다란 손으로 땅을 내려치며 분을 풀고 있었다.
‘어떻게하지? 어떻게 해야 나흘동안 굶은 트롤 영역에서 먹을 것 하나 안주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몸뚱아리를 끌고 나올 수 있지?’
방법은 있을 것이다. 방법이 있으니까 퀘스트겠지. 트롤은 지금 배가 고픈 데다가, 피 냄새를 맡아서 매우 흥분한 상태. 게다가 나흘이나 굶었으니 그 흉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
‘어, 잠깐만. 나흘, 무려 4일을 굶었다고? 트롤이?’
필사적으로 생각하던 교수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트롤의 특징은 괴력과 말도 안 되는 재생력. 재생력이 높다는 것은 곧 신진대사가 활발하다는 의미야. 체네 에너지를 빨리 소모한다는 의미라고. 그래서 일반적인 트롤은 반나절만 굶어도 흉성이 폭발해서 영역 밖으로 사냥을 나갈 정도로 눈이 돌아가버린다. 그런데 4일이나 굶었다고? 그건 아무리 노툼이 이성적인 트롤이라도 불가능해!’
사람도 사흘을 굶으면 먹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못한다. 그런데 배가 비는 순간부터 흉폭해지는 트롤이 나흘을 굶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제가 잘못됐어. 노툼은 지난 4일동안 굶은게 아니야. 먹긴 뭘 먹었는데, 그게 자기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점점 퀘스트의 윤곽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내 생각이 맞다면, 녀석을 설득해야 한다.’
교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저기…. 노툼?”
“말, 말 줘라 작은 큰 인간.”
“워워워, 진정해! 네 말이 맞다! 물론 줘야지! 우리가 미안하다 노툼. 그동안 배 많이 고팠지?”
살살 달래듯 말하자, 노툼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툼. 힘세다. 먹이 구하는 것, 어렵지 않다. 늑대, 곰, 다람쥐, 사슴 먹었다. 맛있는 사람 하나, 둘, 셋. 그냥 지나가게 뒀다. 맛없는 늑대, 곰, 다람쥐, 사슴 먹었다. 약속 잘 지킨다. 노툼의 배, 든든하다. 노툼의 혀, 배고프다.”
역시. 노툼의 욕구는 본능의 영역이 아니라, 기호의 영역에 가까웠다. 가장 좋아하는 말고기를 위해 맛있는 사람고기를 포기하고, 선호하지 않는 야생동물로 배를 채우며 기다린 것이다.
‘이 악랄한 게임에서 두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로 숲을 걸으면서 늑대 한 마리 만나지 않은게 이유가 있었구만.’
“좋아 노툼! 말을 주지!”
교수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멀쩡한 손으로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최대한 멀쩡해 보여야 한다. 노툼에게 먹이가 아니라, 대화상대로 보일 수 있게.
“오오오! 말! 하나, 둘, 셋, 넷, 다섯! 어디 있나!”
“저어~기 언덕 너머에! 다섯 마리가 아니라 10마리! 아니 100마리나 준비해뒀다!”
“여…열? 백????”
“음…. 아직 거기까진 모르나? 그래, 지금 우리가 있는 숲, 이 숲을 가득 채울 정도의 말을 준비해뒀다는 소리지! 자, 생각해봐! 말! 히히힝 하고 우는 말이 숲 속에 가득!”
“수, 숲속에 가득!”
“그래! 숲속에 가득! 손가락을 꽉 채울 만큼, 발가락을 꽉 채울 만큼!”
“우, 우우우우! 그우우우!!”
노툼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숫자를 세는 시늉을 하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부르르 떨었다.
‘이 미식가 트롤이 나흘이나 자기 영역을 지나는 사람을 건드리지 않게 만든 것은 기대감이야. 지금 인내하면 그 인내가, 훗날 더 큰 보상으로, 더 맛있는 먹이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이 트롤의 이성 한쪽 구석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던거야.’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정해져있다. 그 기대감을 더욱 부풀려 트롤의 이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한 다음, 그 사이로 내 몸을 빼내는 것. 다행히 내가 노툼을 다시 만날 일은 없으니, 마음껏 공수표를 남발해도 문제 없었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던 트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노툼 준비됐다! 말 어디 있나!”
“그게…. 저기, 저어기 너머에 있는데….”
“그우?”
노툼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응시했다. 수확 철 밀이 넘실거리는 밀밭 너머 지평선을.
“그게….. 쇠인간 쪽에 나쁜 일이 생겨서 말이야.”
“나쁜….일?”
“그래, 나쁜 일. 아주아주 나쁜 일. 못된 놈들이 나타나서 노툼의 말을 훔쳐 갔거든!”
“그뤄어? 노툼의 먹이, 훔쳐 가?”
“그렇지! 쇠인간이 지금 여기에 오지 못한 것도, 못된 놈들이 더 이상 말을 훔쳐 가지 못하게 하려고 지키고 있어서 그런 거거든!”
잠시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듯 하던 노툼의 얼굴이, 별안간 흉측하게 찌푸려졌다.
“그럼, 말, 없다?”
‘여기서 말 잘못하면 죽는다!’
꿀꺽!
“지금은! 지금은 없다고! 내일까지는 전부 몰고 올 수 있을 거야! 약속! 약속이다 노툼! 내일 이 시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말들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기대감을 충분히 키워둔 다음, 리스크를 진다. 산더미 같은 말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노툼의 기대감이 이성을 지탱하면 성공, 눈앞의 고기에 대한 욕망이 이성을 누르면…. 씨발 이정도까지 했는데 그럼 안되지!’
난 할 만큼 했다. 사실 노툼의 지능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시도도 못해봤을 방법. 여기까지가 내 최선이다. 만약 노툼이 다시한번 흉성을 드러내면….. 몰라. 그럼 그냥 게임 꺼버릴 거야. 산채로 씹히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느니 개처럼 노가다해서 간게한테 70만 실링 값고 말지.
그래도 성공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고 봤다. 그도 그럴게, 이 녀석, ‘쇠인간’ 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움찔거렸거든? 아무리 지능이 높다고 해도 야생 식인 몬스터를 교육하는데 어느 정도의 강압이 포함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아마도 기사와 자신의 수준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쇠인간’과 관련된 인물이니, 손을 대는데 어느정도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잠시 ‘이성과 본능사 이에서 갈등하는 트롤의 얼굴’ 이라는 대단히 전위적인 장면을 보여준 노툼은, 정말 땅이 꺼지도록 큰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툼? 어디가는거지?”
“그우. 노툼. 배고프다. 사냥하러 간다.”
“그럼, 날 잡아먹지 않는다는 소리지?”
스윽-
‘트롤주제에 표정도 풍부한 녀석이군.’
등을 보인 채 고개를 돌린 노툼은, 아직까지 약간 미련이 남은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툼. 현명하다. 산더미 같은 말, 히히힝! 이면 살아있는 말. 쇠인간은 내 부탁 들어줬다. 그럼 노툼도 기다린다.”
“살아있는 말? 부탁?”
“그욱. 살아있는 말. 지금까지 전부 죽은 말만 줬다. 찢어진 말, 잘린 말, 부푼 말, 이상한 게 잔뜩 섞인 말. 노툼은 뭐든지 잘 먹지만, 살아있는게 제일 맛있다. 그래서 쇠인간한테 살아있는 말 달라고 했다. 그뤄.”
아무래도 이 트롤을 관리하던 집단은 여러 가지 사고록 죽은 말고기를 노툼에게 준 모양이다.
‘대단히 효율적이군. 살아있는 말과 죽은 말의 가격은 천지 차이니까. 몇 푼 안 되는 말고기로 위험한 야생동물이 출현하는 숲을 정리한다니, 머리 좀 썼는데?’
트롤은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는 생물이다. 노툼이 이곳에 계속 자리를 잡고 있는 한, 오크나 다른 트롤이 새로 이 근처에 터를 잡을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 뿐 아니라 이렇게 가끔 배를 곯리면 알아서 숲에 있는 야생동물들을 정리해줄테니 어떻게 봐도 말고기 값보다는 훨씬 이득이다.
‘쇠인간의 정체는 투란 영주 쪽 기사겠어.’
이렇게 되니 힘이 없어서 노툼을 공격하지 못한 게 세삼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이 노툼이라는 트롤은 영주의 재산으로 봐도 무방하니까.
평범하게 잘 성장한 캐릭터로 와서 배고프다고 달려드는 노툼을 만났다면? 생각 없이 썰어버린 다음에 화가 난 영주가 보낸 기사들한테 몰매맞고 성문에 매달렸겠지.
뭐, 어찌 됐건. 이제 위험한 부분은 완전히 넘겼으니까.
코를 씰룩거리는 노툼의 모습을 보니 아직 피 냄새 때문에 괴로운 모양인데, 상황이 정리됐으니 빨리 자리를 떠나 주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그럼 그렇게 된 걸로 알고, 내일까지 조금만 기다려라 노툼! 나 간다!”
교수는 그렇게 말하고, 제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
노툼은 지팡이며, 느슨해진 부목이며 주섬주섬 챙기는 교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딱 봐도 불편해 보이는 팔과 다리, 아직 신선한 피냄새. 노툼은 무엇인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그뤄.”
서둘러 떠나려던 교수의 어깨가 순간 홱 하고 돌려졌다. 어느새 접근한 노툼이 그의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썅! 걸렸나! 아무리 지능이 낮다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말은 너무 질렀나! 적당히 할걸! 좀 더 디테일하게 속일걸!’
순식간에 파도처럼 몰려오는 후회를 곱씹는 교수. 그런 교수를 조용히 바라보던 노툼이 입을 열었다.
“작은 큰 인간. 다쳤다.”
“어,어어! 이거! 별거 아니야!”
필사적으로 부인하는 교수.
노툼은 고개를 저었다. 쇠인간. 강하다. 작은 꼬챙이로 노툼이 휘두른 나무를 잘라버릴 만큼. 나쁜 놈들이 말을 훔쳐 갔다고 했고, 그렇게 강한 쇠인간 마저 자리를 떠나지 못할 정도라면 나쁜 놈도 강하다. 작은 큰 인간은 노툼의 말을 지키다 다친 것이다.
노툼은 자신의 허리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한 작은 큰 인간을 내려다 보았다. 약하고, 다친 작은 생물. 그런데 저렇게 다친 몸으로 노툼과의 약속을 기억해서 돌로 만든 둥지에서 나와 노툼의 영역까지 온 것이다.
“작은 큰 인간. 많이 다쳤다. 힘도 없다.”
“아,아니라니까! 나 아직 멀쩡해! 이 근육봐 근육! 잘 씹히지도 않을거라니까?”
돌연 노툼의 가슴속에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자기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작은 생물이 눈앞에서 꼬물거리는 듯한 느낌. 그 연약한 존재가 자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심장을 간질였다.
“그우우….”
벅벅벅!
이상한 느낌에 가슴을 마구 긁던 노툼이 이제는 거의 패닉에 빠져있는 교수에게 말했다.
“작은 큰 인간.”
“아, 안돼! 산더미 같은 말고기! 말고기를 생각하라고! 제발!”
“길, 위험하다. 나랑 같이 간다.”
노툼은 몰랐지만, 그건 사람들이 ‘모성애’ 라고 부르는 감정이었다.
“…..뭐?”
노툼은 암컷이었다.
***
쿵! 쿠웅!
가을. 황금빛 밀밭이 바람의 속삭임에 웃음을 터트리고, 티 한점없는 맑은 하늘이 호수처럼 펼쳐지는 계절.
황무지의 삭막한 광경만 몇 년 동안 보고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을 떼지 못할 그런 풍경이지만, 교수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 따위에 쓸 정신이 없었다.
“저….. 노툼? 굳이 이렇게 데려다줄 것까지야……”
“작은 큰 인간, 약하다. 노툼, 강하다. 노툼, 나쁜 놈 으깨고, 말 받아온다.”
노툼의 말을 듣는 교수의 이마에 깊은 시름이 한줄 더해졌다.
하, 세상에.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정말 슈퍼 플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게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큰 인간, 고기를 많이 먹어라. 노툼이 말 한 마리 준다.”
“고, 고맙다, 하, 하하….”
망할.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 professor : 어이, 시청자 여러분. 혹시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뭐 아는거 있는사람?
– 간장게이바 : 아 진짜 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
– takealook : 야 이건 씨ㅋㅋㅋㅋㅋㅋㅋ
– 노루Drug해요 : 아, 이 정도 했으면 채팅 끊은 거 봐줘야지 ㅋㅋㅋㅋㅋ
– 간장게이바 : 교수 The 마성의 남자!
– 흥안만두 : 사람 잡아먹는 몬스터도 그의 앞에선 안전하지 않다! 그의 수비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professor : 노툼이 암컷이라고?
– 간장게이바 : 딱봐도 모름? 가슴도 있고 속눈썹도 긴편이잖아.
– professor : 나도 못본걸 어떻게 봤냐. 그리고 저게 어떻게 가슴이야. 대흉근이지.
– 홀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아까 숲에서 정신쇠약 때문에 채팅창에 글 하나, 둘 올라가는 게 못 견딜 정도로 신경 쓰여서 잠깐 닫아뒀는데, 그동안 저들끼리 떠든 게 억울했는지 누구 하나 도와줄 생각을 안한다.
쿵, 쿵!
교수는 노툼의 어깨 위에서 위아래로 흔들리는 시선에 멀미를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만약 이대로 도시까지 간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우선, 노툼은 트롤이다. 겉으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완벽하게 몬스터. 도시 근처에만 가도 경종을 울리며 경비대와 기사단이 우르르 튀어나올 것이다. 그런 노툼의 어깨 위에 있는 나는…..
‘흑마법사 확정 일 거고.’
흑마법사는 월드 3의 주요 적 집단이다. 월드 3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월드 2 엔딩즈음에 체결된 평화조약을 무시하고 전쟁을 선포한 세팔린 삼국의 영토전쟁에서 시작된 대 전쟁의 시대, 커뮤니티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태양력 121년~124년.
3년간의 끝없는 전쟁으로 소모한 자원 때문에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 사이의 원한만 극에 달한채 소강상태가 되어 치안이 혼란한 시기에 준동을 시작한 흑마법사들의 시대, 태양력 124년 말~127년.
흑마법사의 세력을 막지 못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피조물인 뮤테이션 블러드, 통칭 뮤트의 대규모 침공으로 본격적인 월드 3의 멸망이 시작되는 127년~ 130년.
월드 3는 크게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아직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가도가 이렇게 평화로운 것을 보니 적어도 대 전쟁의 시대는 아닌 모양. 그렇다면 흑마법사들의 시대일 가능성이 높았다.
‘각국 수뇌부에서 70년 전에 모두 소탕했다고 여겼던 흑마법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시작할 시기지.’
그런 시국에 누가봐도 흑마법사같은 모습으로 도시에 발을 들인다? 오, 그냥 자살하는게 100배는 낫지. 이 시대의 기사들은 교양으로 고문도 배운다고.
그런 이유로, 노툼은 아직 도시의 영역 밖일 때 두고가는게 맞다.
그런데….
“그뤄어. 작은 큰 인간, 내 영역에 부드러운 늪 있다. 거기서 다친 짐승들을 많이 만났다. 말을 받으면, 너도 그곳으로 간다. 고기를 먹고 몸을 담그면 금방 나을수 있다. 그뤄.”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냐고?!’
아무리봐도 이 트롤,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