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95
Chapter.7 가면 무도회(10)
***
풋-쉬아악!
콰아앙!
“다음!”
“야, 나 한 번만 쏴보자, 응?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한다니까?”
“헛소리, 하지 마! 다음! 다음 탄약줘!”
그의 간절한 부탁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벡스를 불퉁하게 쳐다보며, 하이드는 상자에 들어있던 RPG 탄두를 발사관에 끼워주었다.
“쪼잔하게…. 내가 이런거나 하려고 여기까지 나온 게 아닌데…. 사람이 시일-수 한번 할 수 있는 거 가지고….”
풋-쉬아악!
“한번 좋아하시네! 네가 쐈던 건 죄다 빗나갔잖아! 덕분에 놈이 이 거리까지 접근하게 된 거고! 처음 안전거리만 유지했으면 이렇게 다급해질 필요도-”
[끄우어어어-!]콰아앙!
[꺼윽!]“없었단 말이야! 다음!”
벡스가 발사한 RPG탄은 정확히 괴물의 목 언저리에서 폭발하여, 막 소리를 지르려던 놈의 목소리를 끊어버렸다. 거칠게 달리는 트럭의 화물칸 안에서, 활짝 열린 뒷문을 통해 RPG를 발사하는 일. 목표물이 커다랗다고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비정상적으로 균형감각이 뛰어난 벡스나 가능한 일이었지.
빵빵!
허겁지겁 탄두를 장착하는 두 사람의 귀로 클랙션 소리와 함께 이안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드! 전방 갈림길!”
“어…. 왼쪽!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오르막!”
끼이이익-!
“으아악! 죠! 운전 살살좀 해!”
“하이드 녀석이 코너 다 와서 가르쳐줬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와르르르!
급격하게 방향을 꺾으며 화물칸 안에 쌓여있던 상자와 총기들이 마구 쏟아졌고, 하네스로 화물칸에 몸을 묶어 고정한 벡스와 하이드는 그 성난 화물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든 RPG-7에 장전을 하기위해 애쓰고있었다.
“으아악! 4.5kg짜리 금속 덤핑이다!”
“야! 기생충! 빨리 다음 탄 달라고!”
“상자가 엎어졌어! 지금 주는거랑 주머니에 넣어둔게 마지막! 탄 가지러 가려면 이거 풀어야 해!”
“뭐? 그럼 지금 화물칸 안에 RPG탄두가 굴러다닌다고? 당장 하네스 풀고 그것부터 주워! 목표는! 목표는 몇 개나 남았는데!”
“어….”
하이드는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이 든 얼굴로 화물칸 벽에 그를 고정해주던 줄을 풀며, 필사적으로 기억을 뒤졌다.
일반 RPG탄은 아무리 먹여도 잠시 충격을 받아 움찔거릴 뿐, 거의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올드 픽처를 상대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
교수의 빠른 판단력과는 별개로, 무의식을 관찰할 수 있는 덕분에 한번 본 것은 모조리 되새김질할 수 있는 하이드의 말도 안 되는 기억 검색능력 덕분에 가능했던 계획!
“2곳! 하나는 여기 골목 지나서 바로야! 벡스, 나 좀 잡아줘!”
“망할! 이런 위험천만하고 불안한 계획을 짜놓다니! 햅번 녀석, 깨어나면 두들겨 패줄거야!!”
“그, 급해서 그랬겠지! 껍데기도 정신이 없었으니까, 하, 하하하하….”
‘어…. 어쨌든 교수 머리통에서 나온 계획이니까 맞는 말이겠지? 안쪽에 들어있을 때 나로서는 이런 계획 같은 거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하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코너를 도느라 트럭의 속도가 줄어든 순간, 트럭 밖으로 몸을 쑥 내밀었다.
“으아으윽!”
한 손으로는 트럭에 고정된 자신의 줄을, 다른 손으로는 하이드의 몸에 묶인 줄을 붙잡고 버티는 벡스.
하이드는 그 줄에 의지해 거의 매달리다시피 트럭 밖으로 몸을 내민 다음,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은 빠루로 미리 기억해둔 집행부의 간이 진지 안쪽에 널부러진 상자를 낚아 챘다.
묵직한 상자를 달리는 트럭의 속도로 낚아챈 덕분에 팔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고, 불안정한 자세로 끌어올린 덕분에 안에 있던 내용물도 몇 개 떨어지긴 했지만….
“건졌다!”
“몇 발 남아있어!”
“하나 둘 서이 너이…. 일곱 발!”
어쨌든 건져올리는데 성공하긴 했다.
장고 끝에 하이드가 생각해낸, 부족한 화력을 보충할 방안.
“박격포탄 일곱 발 추가! 마흔 두 발 모았다!”
그것은 바로 연극이랍시고 박격포를 날려댄 집행부 놈들의 박격포 진지를 털어 남은 포탄을 긁어모으는 것이었다. 교수가 그 신발덩어리와 함께 대로를 약진하며 슬쩍 곁눈질로 파악한 박격포 진지의 위치를 하이드는 모조리 기억에서 끄집어낸 다음, 집행부 인원들이 죽고 도망가서 텅빈 진지를 찾아다니며 남은 포탄을 수집한 것이다.
빵빵!
“어어이! 어떻게 됐냐아아!”
“잡았어! 이제 한군데만 더 들르면 돼!”
“빌어먹을, 화력은 보충했다 쳐! 그 많은 박격포탄을 어떻게 사용하려고! 그냥 바닥에 두고 폭파시키면 기껏해야 몸통이나 좀 날리고 끝이야! 치명상은 못 줄 거다!”
“나도 알아!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직진! 저 언덕 너머까지!”
“제기랄…. 교수가 생각해놓은게 있겠지! 그놈 말 들어서 손해본적 없으니까!”
부아아앙!
렙터산 무장트럭의 엔진이 거친 울음을 토해내며 달리고,
“하이드! 탄환! 빨리!”
“이거 마지막!”
“뭐? 나머지는?!”
“코너 돌다가 트럭 밖으로 굴러 떨어졌나 봐!”
“이이이익!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
“아니! 전부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전부 다아아아!!!”
부아앙!
끼이이이익!
희열에 찬 하이드의 외침과 함께 날아오르듯 언덕을 뛰어오른 트럭은 타이어자국을 남기며 언덕위에 세워졌다.
“하이드! 이제 어디로 가!”
“고생했어 메탈죠! 이제 도망갈 필요 없거든!”
“뭐?”
“여기가 데드 엔드라고!”
제법 경사가 있는 언덕의 위, 모형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곳. 구시대 사람들이라면 ‘달동네’라고 불렀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지어진 언덕위의 재개발지구. 하이드가 차를 세운 곳은 그런 높다란 언덕 위에서 툭 튀어나온, 콘크리트와 금속 난간으로 이루어진 전망대 같은 곳 앞이었다.
“껍데기가 유치원 다닐 무렵, 사슴반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자고로 대화라는건!”
너덜너덜해진 목 덕분에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며, 두 팔로 언덕을 기어오르는 올드 픽처.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거라고 말이야!”
그 거대한 괴물의 머리가, 이제 그들과 동등한 눈높이에 있었다.
“어이, 메탈죠! 너 터지는 거 좋아하지?”
“음?”
이안은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분명 같은 높이에 있다지만 박격포 포탄이라는 게 던져서 터트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놈의 머리가 위치한 곳을 보면 전망대에서 20미터쯤 떨어진 곳. 애써 모은 폭발물을 놈의 머리에 날려 보낼 수단이 없는 것이다.
털털털털털털-
딱, 한가지만 빼고.
“밟아.”
“어이, 잠깐만. 하이드, 너 설마….”
이상하다. 예전에도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네 인생에 다시없을 정도로 힘-껏 밟으라고!”
화물칸에서 장전된 RPG-7 한정을 들고 내리는 하이드를 보며, 이안은 오래전, 땅속 깊숙한 곳에서 괴물을 피해 전력으로 허머를 몰던 때를 떠올렸다.
땅속 깊숙이 위치한 지하 벙커와, 모형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의 전망대.
어보미네이션에게서 멀어지기위해 밟은 엑셀과, 올드 픽처를 들이받기위해 밟아야하는 엑셀.
그 지하에서 그는 새 차를 얻었으나, 이곳에서는 차를 폭약과 함께 낭떠러지에 던져넣을 판이다.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대칭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은, 같은 얼굴, 같은 몸을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물을 가진, 박교수의 또 다른 인격.
“와하하하하하! 이거야! 이 흥분! 이 쾌감! 아아아, 세상은 정말로, 너무나도 아름다워!”
하이드.
“니미럴. 운명 같은 거 믿지 않기로 한 지 꽤 됐는데···.”
너덜너덜한 몸으로 경사를 기어오르는 괴물과 RPG를 들고 미친 사람처럼 입이 찢어져라 웃는 하이드를 보며, 이안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로 핸들을 꽉 쥐었다.
***
또옥. 또옥. 또옥-
규칙적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온 사방에 칠흑같이 밀도 있는 어둠. 그 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
“또 여기냐.”
교수는 이제 제법 익숙해진 의식 공간에서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았다.
가끔 정신을 잃거나 하면 여지없이 끌려오던 그 공간. 지금까지와 차이점이 있다면, 매번 이곳에 떨어질 때마다 그의 눈앞에 둥둥 떠다니며 키득거리던 하이드 녀석이 없다는 점이다.
“….녀석이 이곳에 없다는 건, 나와 자리가 바뀌었다는 뜻이겠지.”
절반의 성공이다. 올드 픽처의 정신파를 맞기 전에 가정한 최선의 상황은, 게임 속에서 하이드가 저주를 막아주었던 것처럼 정신파도 녀석이 맞아주고, 교수 자신은 멀쩡한 상황.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공격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여분의 의식…. 이라고 볼 수도 있는 녀석이 어떻게 효과를 반감시켜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신파의 영향은 내가 직격으로 맞고, 하이드 녀석만 쌩쌩하게 밖으로 나갔군.’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인데…. 가만. 지금 내가 의식이 돌아온 거지? 현 상황 파악되고. 사고 멀쩡하고. 기억도 멀쩡하고.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는데 아직도 내 몸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여기있네?”
염병할, 정정해야겠군. 절반이 아니라 반의반쯤 성공했다. 밖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 의식이 돌아오면 다시 몸의 주도권이 내게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하이드가 밖에 있다니.
‘가만있어봐. 이거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데?’
죽는 것은 면했으니 최악은 아니지만, 거의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 아닌가?
내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는데도 메인 컨트롤 앞에 하이드가 앉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녀석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매일같이 ‘밖에 나갈래! 하루만! 한 시간만 놀다 오게 해줘!’ 하던 놈이니 쉽게 돌려주려고 하진 않겠지. 이거…. 크게 좆된 것 같군.”
교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떤 정보도 없고, 할 수 있는 가정이라곤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것뿐. 이대로 앉아서 하이드가 몸을 돌려주길 기다리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더 교수의 성미에 맞았다. 뺏겼으면, 다시 빼앗아 오면 되는 거지 뭐.
교수는 뻐근한, 적어도 그런 것 같은 몸을 한번 풀어준 뒤, 이 의식 속 공간에 그가 이용할 만한 것이 뭐가 있나 훑어보았다.
손을 뻗으면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은 짙은 어둠. 쓸모없음.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어딘가에 떨어지고 있을 물방울. 음, 이곳에 수감되어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시계나 달력 대용이 되어주겠군. 끔찍해라. 이것도 지금은 쓸모없음.
그의 몸. 유령처럼 희끄무레한데 비해, 유난히 빛이 밝은…. 왼손.
“안과 밖이 뒤집혔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이 손을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건가?”
음, 좋아. 이건 쓸모 있겠다.
교수는 천천히, 왼손의 감각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이물감.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미지근한, 마치 체온에 데워진 듯한 매끄러운 금속과 검지손가락 끝에 걸린, 상대적으로 좀 차가운 금속. 익숙한 형태.
‘이건….방아쇠? 하이드가 총을 들고 있나?’
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 나오면 온종일 총 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녀석이었으니까. 즐거운 것에 환장하는 녀석의 성격상 총이 보이면 일단 쥐고 봤겠지.
손의 감각이 동기화되자, 천천히 하이드가 느끼고 있는 다른 감각들도 공유되기 시작됐다. 불투명 유리 너머로 실루엣만 확인하듯 흐릿하게 느껴지는 청각, 후각, 그리고 시각.
‘하이드는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군.’
음, 결심했다. 다음에 좀 상황이 진정되면 하이드한테 하루 정도 몸을 빌려줘야지. 제대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거 10초만 보고있어도 개짜증나는데 녀석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평생을 이런 식으로 내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잡생각은 여기까지만 하고, 교수는 점점 익숙해지는 불투명한 감각에 집중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언성을 높이고 있고…. 마찬가지로 익숙한… 아, 이건 벡스로군. 벡스가 악을 쓰며 뭐라고 말하고 있군.
“….빨리…! 이녀석…. 미쳐….!”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선명하게 들린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것처럼 하이드가 보고 있는 시야도 천천히 공유되기 시작하는게….
‘…..왓?’
눈앞에, 올드 픽처의 거대한 머리통이 있다.
‘도주 계획은? 아예 실패한 건가? 아니, 그런 것 치고는 일행의 상태가 너무 멀쩡한데? 음…. 한명 빼고. 정신파는 광역 공격이니 저렇게 한 명만 핀포인트로 미치게 만들 수는 없을 텐데?’
하이드의 시야 한쪽 구석에, 트럭에 짐을 묶거나 할 때 쓰는 굵은 벨트로 꽁꽁 묶인 채 펄떡거리는 이안의 모습이 잡혔다. 그의 얼굴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목도하고 그를 저지하려는 사람처럼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Nein! Nein!! Was zum Teufel machst du denn? Hoer dich auf! Ich bin sicher, dass es noch bessere Wege geben! Bitte! Lass mich frei!!!!!(안돼. 안돼! 뭐 하는 짓이야, 멈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이것 놔 이 개자식들아!!!!)”
“….뭐라는 진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죠! 교수의 계획이야!”
“벡스! 괴물의 목구멍이 거의 다 재생되어가! 시간 끌면 제로 거리 샤우팅 직격이다! 그 멍청이는 내버려 두고 밟아!”
“Wenn der Schaden zu groß ist, ist es bedeutungslos, den Kampf zu siegen!(전투에 있어서 승리와는 별개로 그 피해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의미 없는 승리가 된다!) 나는 감당할 수 없어, 그 차는 황무지에서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이자 가족이라고! 운명따위 개나 줘라! 내 차는 안된다 이놈들아!! 벡스 이놈아! 내가 그러라고 운전을 가르친 줄 아느냐아아!!”
‘안 들린 게 아니라, 원래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이었군. 이안 저 녀석도 벡스랑 닮은 구석이 있단 말이야. 흥분하면 외계어 튀어나오는 거나, 독일어 튀어나오는 거나. 못 알아듣는 건 메 한가지니까.’
부아앙! 부아아앙!
제자리에서 엑셀을 밟으며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트럭의 엔진소리가 사나웠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하이드가 그가 남긴 기억을 못 봤거나, 개무시했다는 것. 대신 자기 나름대로 놈을 상대할 계획을 세우고, 그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
끼기기기기긱-!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트럭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기생충! 하이드! 이번에도 빗나가면 진짜 우리 셋 다 끝이야!”
“걱정- 마시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나는 엄마가 없지만, 두 번의 실패로 확실히 감을 잡았다고!”
부아아아아앙-!
덜컹- 파바박!
거의 전망대의 끝까지 풀로 엑셀을 밟은 뒤, 재빨리 문을 열고 탈출하는 벡스.
콰직!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 나가던 검은 무장 트럭이 전망대의 난간을 부수고 그 앞, 올드 픽처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고,
“자아, 메탈죠! Say Goodbey to your old friend(네 오랜 친구에게 작별인사나 하시지)!!”
“너를, 하이드 네놈을 내 진정한 친구라 생각했건만!”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지! 두꺼비는 새집을 주면 헌집을 내어주고, 사람도 새 친구를 사귀면!”
풋-쉬아악!
“헌 친구는 보내줘야 하는 법이야!”
브루투스에게 칼 맞은 카이사르 같은 표정을 한 이안. 하이드가 그런 이안에게 윙크를 날리며 방아쇠를 당기자, 그런 그들의 사정을 알 리 없는 무정한 RPG탄두가 올드 픽처의 미간에 처박힌 무장트럭을 향해 날아갔다.
정확히 무장트럭의 화물칸으로 빨려들어가는 탄두. 그리고 이어지는-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대폭발.
[어이 하이드. 너…. 뭘 한거냐?]“아? 아! 껍데기! 잘잤어? 기상 알람치곤 좀 많이 시끄러웠지?”
교수는 폭발의 후폭풍과 파편을 피해 전망대 아래쪽에 바짝 엎드린 하이드의 기억을 읽으며, 그만 이마를 감싸쥐고 말았다.
‘망할! 이런 위험천만하고 불안한 계획을 짜놓다니! 햅번 녀석, 깨어나면 두들겨 패줄거야!!’
‘미안하다, 죠! 햅번의 계획이야!’
“Nein Mein LKW!! NeinNNNNNN(안돼, 내 트럭! 안돼에에에에)!!!”
….무섭다. 차 하나 때문에 45구역에 단신으로 건너와 그 지하벙커에 기어들어간 녀석인데.
[….저거 감당할때까지 네가 몸 가지고 있어라.]‘키득키득! 아아, 어지러워라~ 의식이, 흐려진~드아아~’
화아악!
하이드의 말과 함께 한줄기 서광이 비치며, 점차 밝아지기 시작하는 의식 공간.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 난리를 벌여놓고 ‘안’으로 도망치겠다고?]‘뭐, 결과만 좋으면 된 거 아냐?’
안개가 걷히듯 점점 명확해지는 감각과 시야. 온전히 몸의 주도권을 되찾은 교수는, 한쪽에 단단히 묶여 게거품을 물고 독일어로 발광하는 이안과, 머리가 있던 부분이 깔끔하게 날아간 채 천천히 허물어져 내리는 올드 픽처를 보았다.
후두둑, 후두두둑!
감찰부 엑소슈트 부대한테 맡겨뒀으면 알아서 처리됐을, 머리통이 날아간 올드 픽처.
“으어어어어어! 우어어어어어엉!!!”
절친한 친구가 눈앞에서 폭사하는 것을 목도한 듯 대성통곡을 하는 이안.
좋은 결과. 좋은 결과라…. 이번 사태의 해결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이건…..
.
.
.
.
‘무슨 일이 있어도 하이드 너한테 새 몸을 찾아주고 말겠다.’
[오! 감동했어? 내가 일을 좀 잘하긴 했지!]아니. 내가 너랑 같은 몸을 쓰니까 네놈을 줘 팰수가 없잖아.
교수는 간단하게 남들 하는데로 맡겨두면 알아서 흘러갔을 일에 이렇게까지 깊숙이 개입된 상황을 보며,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