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37
237. 어린이날 (2)
모두 레오의 등 위에 타고 있었다.
“대체 내가 왜…….”
활공 중인 레오의 가장 바쁜 곳은 얼굴이었다. 시종일관 짜증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중에서도 구시렁거리는 입은 쉴 틈이 없었다.
“어째서 너희들을 전부 태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를 타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는가? 이해 못 하겠지. 나는 한때 신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아는가?”
지율이가 해맑게 대답했다.
“몰라!”
“……잘 들어라.”
“아니야!”
“뭐라?”
“괜찮아!”
“아니, 들어봐라. 내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안 궁금한데.”
거절도 해맑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맑은 거절은 생각보다 효과적인 듯했다.
“아니, 분명히 들으면 조금 재밌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레오는 다시 구시렁거렸다.
구시렁거리는 드래곤.
그것도 마블 드래곤.
“앗! 장막 지났다!”
방금 투명 장막을 통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휴도가 작게 보였다.
“지율이 집 거의 다 왔네.”
현백이가 생긋 웃었다.
“무룩이. 무룩이 보겠네.”
오순이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무룩이 잘 지내지?”
지율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지냈는지 만나서 물어봐!”
점점 휴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들 즐거워 보였다.
평소에는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그게 가장 행복했고.
당연히 함께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유독 느낌이 다르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게 아니다.
처음으로 동심의 세계라는 것을 배워간다.
어린이날의 어린이는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다.
전부 지율이 덕분이다.
살면서 누구 덕을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매일매일 덕을 보며 산다.
지율이는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도 덕을 나누려 애쓴다.
나눈 덕은 다시 더 큰 덕으로 돌아온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라는데, 내 생각에는 그 이상이다.
제곱에 제곱이 되는 듯하다.
“다 같이 가니까 너무 좋다!”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고, 현백이와 오순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고성우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 * *
“맛있다.”
현백이는 양손으로 허니포켓 줄기를 잡고 끝에 입을 대고 있었다. 마치 빨대를 사용하는 것처럼 꿀을 먹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게. 바로 먹는 맛은 또 다른 것 같아.”
오순이는 허니포켓 잎을 입에 가져가서 조금씩 뜯어먹었다.
“그치? 되게 맛있지?”
지율이는 허니포켓의 꽃봉오리를 통째로 입에 넣고는 와구와구 먹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식사는 무엇이냐?”
레오가 툴툴거리며 물었다.
“가서 앉아 있어. 금방 해줄 테니까.”
내가 퉁퉁거리며 대답하자 레오는 바로 돌아서지 않고 따져들었다.
“손님을 초대했으니 제대로 대접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고 준비하는 거잖아. 되게 쪼잘거리네.”
“뭐? 쪼잘?”
“그래 인마.”
“뭐? 인마?”
“들었으면서 뭘 자꾸 복기하고 그래?”
“아무튼 식사가 맛없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러자 무룩이가 갑자기 말을 보탰다.
“가만두지 않겠다냥.”
팔짱을 끼고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레오가 무룩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 뭔가 좀 아는 것 같군.”
“당연한 소리다냥. 너야말로 뭐가 중요한지 아는 것 같구냥.”
“그렇다.”
“너무 걱정할 건 없다냥. 저래 봬도 훌륭한 요리사다냥.”
레오는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다시 무룩이와 눈을 마주쳤다.
“확실한가?”
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너 내가 한 밥 먹은 적 있잖아.”
하지만 레오는 들은 체도 안 했다.
“확실한 거냐?”
무룩이는 오른쪽 앞발을 자신의 턱 쪽으로 가져가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면서 대답했다.
“맞다냥. 저래 봬도 제법이다냥. 솔직히 밥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다냥. 지난번에 먹었던 생선요리는 기가 막혔다냥.”
“생선요리?”
“그렇다냥.”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
“이쪽으로 오라냥.”
왠지 모르게 무룩이와 레오는 죽이 잘 맞는 듯했다. 이상한 데서 이상하게 까다롭게 구는 서로를 알아본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오순이는 그런 레오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워낙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좀처럼 무룩와는 가까워지지 못하는 듯했다.
“오순아, 여기도 먹을 수 있어. 봐봐.”
현백이가 허니포켓의 뿌리를 잘근잘근 씹었다.
지켜보던 지율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닌데.”
“어?”
현백이가 당황했고, 삐삐가 옆에서 끼어들어 손짓을 했다.
“삐삐! 삐삐삐삐!”
현백이는 삐삐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지율이가 통역했다.
“뿌리는 먹는 거 아니라고.”
현백이는 뿌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말했다.
“은근히 맛있는데…….”
“삐삐삐삐!”
누가 들어도 아니라는 얘기였다.
현백이는 시무룩해져서 허니포켓의 뿌리를 내려놨고, 오순이는 무룩이와 가까워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금세 잊고는 깔깔 웃었다.
“근데 우리 뭐 먹어?”
고성우가 물었다.
“어린이날이니까 어린이스러운 음식이 좋을 것 같아.”
“어린이스러운 게 뭔데?”
“음…….”
잠시 고민하던 나는 머릿속으로 재료들을 떠올리다가 말했다.
“돈가스?”
“오, 좋은데. 내가 뭐 도와줄까?”
“아니야, 됐어. 애들이나 놀아줘.”
“자기들끼리 잘 노는 거 같은데?”
“그래도 가.”
“응?”
“네가 도와줄 게 없어서.”
“아니야, 말만 해. 도와줄게.”
고성우도 기분이 좋은지 눈까지 반짝이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내키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한마디로 그 의지를 부쉈다.
“방해돼.”
“응?”
“방해된다고.”
“아니야, 나도 도울 수 있어.”
“가.”
고성우는 조금 충격을 받은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손을 바깥쪽으로 가볍게 저었다.
“훠이.”
고성우는 어깨를 조금 늘어뜨리며 몸을 돌렸다.
어쩔 수 없었다.
요리를 할 때 나름대로 내 방식이 있었고, 돈가스를 메인으로 된장국 정도만 끓일 거라서 혼자 하는 게 편했다.
그래도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뒤돈 고성우의 모습을 보니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야, 성우야.”
내가 부르자 고성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환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렇지, 내 도움 필요한 거 맞지?’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
“애들 잘 놀아줘.”
나의 말에 고성우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때였다.
“고옴.”
곰곰이가 고성우의 옆으로 다가가 다리를 톡톡 두드렸다.
“하하, 위로해 주는 거야? 고맙다.”
“멍!”
어디선가 달려온 핫도그는 고성우와 눈높이를 맞출 기세로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하하! 고맙다!”
시무룩해졌던 고성우는 금세 웃으면서 곰곰이와 핫도그랑 뛰어놀았다.
고성우도 금세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곧장 요리에 집중했다.
메인인 돈가스에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돼지고기 등심을 두들겼다. 부드럽고 속까지 잘 익게 하기 위함이었다.
요즘은 유통이 잘돼서 돼지고기도 덜 익혀 먹어도 괜찮다고는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푹 익혀야 마음이 놓였다.
아직 촌스러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먹는 거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하는 돈가스는 만들 줄도 모르고.
“엇.”
돼지고기를 두들겨 패려는데 망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왼손을 검은색으로 물들여 강철처럼 만들었다.
쿵쿵쿵쿵쿵쿵쿵!
웬만한 망치는 명함도 못 내민다.
순식간에 부드러워진 돼지고기는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돼지고기에 밀가루를 묻히고, 미리 만든 계란물에 다시 목욕을 시킨 다음 빵가루로 옷을 입힌다.
이 상태에서도 이미 맛있어 보인다.
돈가스가 푹 잠길 정도로 준비한 기름이 달궈지고 있다.
온도 확인은 간단하다.
빵가루를 한 톨 넣는다.
치이이이이익. 틱틱티딕.
빵가루가 금세 갈색 눈꽃처럼 피며 익는다.
돈가스를 기름에 넣고 튀기기 시작한다.
치이이이이익! 타닥타닥타닥.
그때 아이들이 옆으로 몰려왔다.
“뭐 만드는 거야?”
지율이가 기운찬 목소리로 물었다.
현백이와 오순이도 기대의 눈빛을 반짝거렸다.
어느새 현백이도 뒤로 다가와 있었다.
“돈가스 만들고 있어.”
내가 대답하자 아이들 모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돈가스에 저렇게 좋아할 일인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만들어야겠다 싶다.
돈가스가 튀겨지는 소리를 듣던 지율이가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귀를 살짝 가까이 가져다 대려고 했다.
“어이쿠.”
나는 손으로 지율이의 뺨을 가렸다. 손 안에 얼굴과 머리가 전부 들어오는 느낌이 묘했다.
“위험해. 뜨거워. 기름 튈 수도 있어.”
“그런가?”
“그럼. 항상 불은 조심해야 돼.”
“미안!”
“괜찮아. 근데 귀는 왜 들이대?”
“맛있는 소리가 나서!”
맛있는 소리라.
지율이의 웃음 섞인 목소리는 내게 행복한 소리다.
“그리고 비가 오는 것 같기도 해.”
지율이의 말에 현백이와 오순이는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다.
화창했다.
평소에 비 오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좋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날을 보내는 만큼 맑은 날씨가 좋았다.
“자, 가서 놀고 있어. 금방 다 되니까.”
내가 말하자 아이들은 ‘네’ 하고 대답하면서 곧장 몸을 돌렸다.
지율이는 아이들과 함께 걷다가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나를 슥 돌아봤다.
“빠아.”
“응?”
“돈가스 맛있게 해줘야 돼?”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하지.”
“빠아.”
“응.”
“고마워!”
“고맙기는.”
저러니 요리하는 보람이 없을 수가 있나.
* * *
“자, 다 됐다.”
메인인 돈가스는 각자의 접시에 하나씩 올려줬다. 그리고 테이블 가운데 산처럼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간장, 케첩, 설탕 대신 허니포켓, 식초, 후추, 밀가루, 버터 대신 밀크본 열매를 사용한 경양식 돈가스 소스는 입맛을 확 돋웠다.
그냥 소금만 찍어서 먹어도 맛있었고.
돈가스와 함께 먹기 좋게 샐러드와 다른 밑반찬들도 준비했고, 목이 막히지 말라고 된장국도 끓였다.
채식을 선호하는 삐삐를 위해서는 계란물을 입히지 않고 따로 채소를 튀겨서 준비했다.
“자, 먹자.”
내가 말하자 아이들이 입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아아아!”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해요.”
현백이와 오순이가 고개를 꾸벅였다.
“고오오오옴!”
“삐삐삐삐!”
곰곰이와 삐삐는 싹이가 만들어준 나무포크와 나무나이프를 제법 능숙하게 사용했다.
“헥헥헥헥!”
핫도그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접시에 얼굴을 가져갔다.
“음!”
큼지막한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은 고성우는 엄지를 세워 보였다.
“나보고 가라고 한 이유가 있었구나? 계획이 다 있었네.”
“알면 됐다.”
“아이, 또 말을 뭐 그렇게 해.”
“사실은 사실이니까.”
“에라이.”
고성우는 툴툴거리는 척을 하면서 입에 돈가스를 넣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밥도 크게 한 술 떴다.
“맛있구나.”
어느새 싹이는 무슨 귀족처럼 우아하게 돈가스를 썰고 있었다.
뿌듯해하고 있는데 뭔가 허전했다.
그러다 나의 시선은 레오에게로 옮겨졌다.
다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콰삭콰삭콰삭콰삭.
손바닥 두 개를 붙인 것보다 커다란 돈가스를 4등분해서는 하나씩 해치우고 있는 레오.
밥도 국자로 푸듯 크게 떠서 입에 밀어 넣었다.
샐러드도 소가 여물 먹듯이 씹는데, 일단 맛있게 먹는 듯했다.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레오의 먹방.
모두의 시선이 고정돼 있었고, 큼지막한 돈가스를 포크로 찍은 레오가 물었다.
“뭐냐, 다들. 왜들 그렇게 쳐다보는가?”
고성우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굶은 건 아니지? 연구소에서 밥 안 줘?”
“흥! 입맛에 맞을 뿐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전부 태우고 오느라 힘을 많이 썼으니 에너지를 보충할 뿐.”
“그래 뭐, 맛있게 먹어.”
싹이는 다시 우아하게 돈가스를 썰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천천히 먹거라. 음식은 충분히 있다. 아무도 너의 것을 뺏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레오는 코웃음을 쳤다.
“뺏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뺏을 수 없는 것이다.”
싹이는 레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방금 뭐냐? 그건 무슨 뜻이냐?”
레오가 따져드는데, 싹이는 무시했다.
“대답해라!”
레오가 재촉하는 와중에 지율이가 물었다.
“레오야, 근데 인사했어?”
“무슨 인사를 말하는 것이냐?”
“잘 먹겠다고, 돈가스 맛있다고.”
“뭐, 돈가스는 입에 맞는다.”
“그러니까 인사했어?”
“뭔 인사?”
지율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아빠한테.”
왠지 모르게 효과음으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만큼 지율이의 목소리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핫, 고작 이런 걸로 일일이 인사를….”
레오가 코웃음을 치는데, 지율이는 아무 말 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조금은 초점이 나간 듯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봤다.
“…인사를 해야지. 응, 인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군.”
레오는 곧바로 나를 향해 포크로 찍은 돈가스를 들어 보였다.
“굉장한 맛이군! 고맙다! 훌륭하다!”
그리고 레오는 차마 곁눈질도 못 하고 흰자로 지율이의 눈치를 살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3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