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0
10
변호인 강태훈 010화
그리고 그 남성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확신한 피해자의 아들이 그를 죽임으로써 살인자가 되어 법정에 섰던 사건이다.
사건은 상당히 난해했다. 변호인으로서는 정상참작을, 검사로서는 살인마에게 더욱 높은 징역을 구형해야 옳은 것이다.
모레면 시간은 촉박했다.
조금은 즉흥적인 모의재판이기는 하였지만, 이 안에는 실제 변호사들도 있었고, 10년 이상 경력의 판사 출신이며 현재는 변호사로 직종을 바꾼 문수 역시도 있었다.
자신들의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때였다.
* * *
실제 사건을 빗댄 만큼 두 사람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자료 조사와 판례, 그와 비슷했던 사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또다시 경쟁하게 된 것이다.
장난과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에게는 자존심을 건 대결일지도 몰랐다.
서로가 증거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중 하나라도 놓치는 중요한 자료가 있다면 밀리게 된다.
태훈의 경우는 무조건 피고가 감형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공부는 5시까지 끝나지 않았고 두 시간 쪽잠을 잔 상태에서 법무 법인에 출근했다.
그들은 일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로 공부하며 모르는 것은 물어보기도 했다.
특히나 범현이 실제 판사로 근무했었던 문수에게 많이 물어봤다.
지금 현재는 범현이 태훈보다 입술이 바짝 탈 상태이다.
실상 태훈은 조금 여유롭다. 일단 그는 실전 경험이 많았다.
물론 살인의 경우 처음 맡아보기는 하지만, 실전경험과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큰 무기로 작용한다.
“네, 아버지. 다름이 아니라. 12년 전에 있었던 ‘청담동 살인 사건’ 있잖아요. 그와 비슷한…….”
그리고 반대로 범현에게 이로운 점은 판사로 재직하고 계신 아버지가 계셨기에 조언을 많이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다음 날이 되고 두 사람의 눈은 퀭해졌다. 한마음 법무 법인 식구들은 불이 붙은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 재밌는 듯싶었다.
모의재판은 밤에 열린다.
실제 연수원에서 하는 모의재판은 법원 안에서 진행된다.
정말 똑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방청객이 ‘모의재판’임을 모르고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히 이번 모의재판은 순전히 두 사람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문수가 연 조촐한 추억 만들어 주기에 가깝기에 실제와는 달랐다.
“좋았어.”
마지막 자료까지 꼼꼼히 확인 후 태훈은 자료를 챙겼다.
그에 반면 범현은 아직도 계속 뭔가를 뒤지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자가 누나다.
“응, 누나.”
– 너 있는 법무 법인이 한마음 법무 법인이라고?
“응, 왜?”
– 누나가 들러서 우리 막둥이가 그렇게 폐를 끼치는데 인사라도 드려야지.
“얼씨구.”
태훈은 콧방귀를 낀다. 철이 더 일찍 든 것은 태훈이다. 아무래도 한 번 인생을 살아보았기 때문에 부모님도 가끔 ‘애늙은이’ 같다고 하기도 한다.
누나가 온다는 말에 태훈은 문수에게 물었다.
“그 연예인 강혜지 씨? 방청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문수는 픽 웃었다. 강혜지가 온다는 말에 법무 법인 사람들은 조금 들떴다. 요즘 한창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누나였다.
그리고 어느덧 업무가 끝이 났다.
업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누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와, 진짜 오셨네.”
법무 법인 사람들은 매니저와 함께 들어오는 누나를 보고는 무척 반겼다.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누나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흥했다. 시청률 25%를 넘어섰다. 광고도 이젠 TV만 틀면 숱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누나가 자랑스러운 태훈이다.
“저희 이제 모의재판 시작할 건데.”
“아, 들었어요. 저희 태훈이가 얼마나 못하는지 봐야죠.”
“혜지 씨가 재밌는 부분이 있네요.”
그녀의 말솜씨에 TV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듯 법무 법인 사람들은 웃어 재꼈다.
“범현이 안녕.”
“서울 중앙 지방 검찰청 이범현 검사라고 불러주시겠습니까?”
“맞을래?”
“헤헤.”
범현과 누나는 안면을 텄기 때문에 장난도 주고받는다.
곧 분위기를 무겁게 잡는다.
앞쪽으로 중앙에 재판장 역할인 문수가. 우배석 강민후, 좌배석 한소원이 앉았다.
살인범 역할은 고두환 변호사가 맡았다.
한마음 법무 법인에서 막내이니 어쩔 수 없다.
문수가 분위기를 가라앉히고는 실제 판사로 재직하였을 때와 같은 눈빛으로 법정을 흩듯 사무실을 흩는다.
죄인처럼 앉아 있는 고두환을 본다.
“지금부터 2003년 1월 5일 서울 중앙 지방 법원 제2 형사부 재판을 진행합니다. 사건번호 204021. 피고인 고두환의 살해혐의 사건에 대한 공판을 시작하겠습니다 ”
형식적인 이야기가 지나간다. 주소나 혹은 주민등록번호 등 그가 하는 일등을 묻는다.
모두 끝나고 검사 역할인 범현이 일어난다.
“피고인 고두환은 현재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는 1999년 일어난 사건번호 199132.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피해자 김원호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자 이에 원한을 품고 3년 동안 그를 미행하였고 그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따라 들어가 목, 가슴, 복부, 얼굴 등을 13여 차례를 찌른 후 암매장한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피고인 고두환이 피해자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 후 치밀하게 그를 야산에 묻은 후 평상시와 다름없이 행동했다는 점, 그 수법이 무척 잔인했다는 점을 염두 하여 형법 제24장 250조에 의거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생각 외로 꼼꼼한 조사였다. 더불어 혜지의 경우는 어린 두 녀석이 장난 좀 치겠거니 했지만, 무척 진지했다.
다시 형식적인 이야기가 또 오갔다.
“변호인 측 진술하시겠습니까?”
“예.”
태훈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확실히 피고 고두환이 피해자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치밀하였던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재판장님. 피고인은 3년 전 사건번호 199132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혈육인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 당시 피고의 나이 고작 열아홉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쓰러져 현재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여 있습니다. 적어도 피고 고두환은 그런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일용직에서 근무하였고 3년이란 시간을 지옥처럼 살아왔습니다. 또한, 그에게는 모셔야 할 어머니가 있는 것을…….”
“이의 있습니다. 변호인은 현재 감정적인 것에 휘둘려 사건에 임하고 있습니다.”
범현이 손을 들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문수는 고개를 저었다. 범현이 너무 긴장했다.
“변호인 계속 진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상 감정적일지도 모르나 법원은 어느 정도 피고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을 시를 감안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와 원한 관계였다는 것을 감안하여 형법 제51조 및 53조를 참작하여 징역 15년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증거 조사와 증인 신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재판장은 증거와 제출할 자료를 요구한다.
내려온 스크린에 범현은 준비한 증거를 보였다.
“국립 과학 수사대로부터 받은 자료입니다. 보시면 가슴과 목, 얼굴까지도 피고 고두환은 거의 난도질을 하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또한, 여행 가방에 그를 넣어 옮기기 위해 다리뼈와 목의 뼈까지 골절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문자 내용을 보시면 피고인 고두환은 친구와의 문자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 보입니다.”
자료와 문자를 확인했다. 실상 조금 엉성한 것이 있는 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었다.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태훈의 차례였다.
‘태훈이 파이팅.’
누나 강혜지도 어느덧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에 몰입했다.
“피고 고두환이 아버지를 잃고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와 얼마 전 있었던 재판의 판결문을 제출합니다. 실제 법원이 밝혀내지 못했던 진실을 피고인 고두환이 밝혀냈습니다. 그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단정 지었을 때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 그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바를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제출했던 것은 고두환이 수감되기 전 제출했던 검찰에 우편으로 제출했던 증거였다.
그 증거는 수립되었고 구속되기 전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거다.
법원은 실제로 피고의 증거를 통해 피해자 김원호가 피고의 아버지를 죽였음을 이미 인정한 상황이다.
실제로는 재판의 경우 이렇게 바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장 역인 문수와 우배석 좌배석,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꽤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본 법원은 변호인이 제출한 정신과 의사의 소견의 우울증이라는 증거를 인정하는 바이다. 또한, 피고인이 아버지가 죽은 후 받았던 고통과 슬픔 역시 이해한다. 아버지를 죽인 이가 그가 맞다고 단정 지은 후 피해자를 무참하게 살해한 것은 죄가 크나 우발적인 범행이었고 또한 3년간 고통받으며 어머니를 위해 살아왔던 피고 고두환의 심정에 대해서도 이해한다. 그러나 피고 고두환은 법이 아닌, ‘살인’으로 그 죄를 물은 것에 대한 죄는 분명히 있고 피해자 김원호가 아무리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라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를 그의 가족들이 가질 것을 알면서도 살해한 점을 판단하여 피고인 고두환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바이다.”
무기징역에서 20년 정도라면 어느 정도 두 사람의 승부가 50:50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우와아! 난 20년이다! 와아! 자유다!”
“연행해.”
“넵!”
판결문이 나자 두환이 장난스레 양팔을 펼친다. 재판장 역할이었던 문수는 우배석, 좌배석 판사 역할이었던 두 사람에게 말하고 그의 양팔을 잡게 했다.
“게으르고 일 안 하고 먹기는 더럽게 많이 먹어서 사형.”
“헉……! 재판장님. 아, 아니 박 대표님. 헤헤. 살려주세요.”
“집행!”
“끄으윽!”
강민후 변호사가 그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한다. 순식간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다시 펴졌다.
‘법정이란 이런 건가?’
혜지는 다소 놀란 모습이었다. 태훈이 다가온다.
“나 어땠어?”
“올, 좀 멋있던데.”
그녀가 웬일로 칭찬을 해준다.
“범현이도 되게 잘하더라?”
실제로 범현도 무척 잘했다. 태훈이 조금 봐준 감이 없지 않아 있었긴 하지만 실제 법과 대학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기 때문이다.
“이거 조금 출출한데.”
문수는 두 사람에게 칭찬하고는 배를 문질렀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혜지가 빙긋 웃는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게 있죠.”
그 말과 함께 매니저가 피자 네 판을 들고는 들어온다.
“오, 누나 센스.”
찡긋-
그녀가 윙크를 해 보인다. 조금 전 그 무거웠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피자에 한마음 법무 법인 이들은 환호한다.
방학 동안 꽤 유익하게 지낼 수 있어서 무척 뜻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