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2
12
변호인 강태훈 012화
2004년도 수능.
393점 인문계 전국 수석. 강태훈.
강태훈은 2004년도 수능에서 수석을 맞이했다.
전주 고등학교에서 다시는 나오기 힘든 인재의 탄생이었다.
실상 태훈 본인도 매우 놀랐다.
수능 수석은 어지간한 천재들도 힘든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범현의 경우 382점으로 그 역시도 대단한 점수를 받았고 지훈도 지방 의대에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점수를 창출해냈다.
전주 고등학교에서 관심을 받던 삼인방이 크게 해냈다고 할 수 있었다.
“범현아.”
“응?”
태훈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나 기쁘긴 한데, 좀 창피하다.”
“뭐가 좋기만 하고만.”
“왜 인마, 멋지기만 한 것 같은데.”
수능 결과가 발표되고 학교 측에 태훈이 수능 수석이라는 점수가 알려진 후 다음 날 학교에 오자마자 학교의 정문에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경)3학년 2반 강태훈의 393점. 수능 수석을 축하합니다(축)
물론 경사가 날 만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동네방네 소문이 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당사자인 태훈도 내심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여! 수능 수석 강태훈이 아니야!”
“이야! 자랑스러운 전주 고등학교의 명물들!”
“열!”
학교로 삼인방이 함께 들어가자 수많은 이들이 아는 척을 했다.
후배들은 동경의 눈빛을.
교사들은 자랑스러움을.
친구들은 부러움을 보였다.
태훈과 범현, 지훈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가슴을 쭉 펴기에 여념이 없었다.
* * *
당연하게도 태훈이 전국 수석으로 수능을 끝내자 가족은 눈물 나게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셨을 정도다.
전국 수석. 그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학교의 주된 관심은 태훈과 범현이 나란히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에 합격하느냐 마느냐였다.
당연하게도 서류는 무난히 통과했다.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 면접에서 면접관은 태훈에게 물었다.
“어째서 판사, 검사도 있는데 변호사를 지향하나?”
날카로운 질문이다. 실상 태훈은 몰랐지만 ‘한마음 법무 법인’의 박문수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공석민 교수였다.
박문수 대표는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하기 위해 오는 태훈과 범현에게 큰 관심을 가졌고 태훈에게는 상당히 큰 기대를 하는 편이었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에 불과했지만, 그는 의젓했고 법에 대해서도 한마음 법무 법인의 이들과 견줄 정도, 아니 그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석민 교수도 그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다.
수능 수석.
쉽사리 마주할 수 있는 인재는 아니었음이 사실이다.
“어떤 분께서 그러시더군요. 판사는 따분하고 검사는 발 냄새가 지독하다. 또 변호사는 목이 아프다.”
범현의 아버지를 뵈었을 때 해주셨던 말이었다.
분명 던지듯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는 교훈이 될 수도 있던 말임이 사실이다.
특히나 만약 판사, 검사, 변호사 셋 중 하나를 고민하던 이가 있었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제가 생각한 판사는 진실을 위해, 검사는 정의(正意)를 위해, 변호사는 사람을 위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태훈이었다면 생각도 못 했을 말이다.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확실하게 인지했다.
“모두가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다른 누군가가 이길 수 없다고 할지라도 오로지 의뢰인만을 위해 헌신하는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변호사를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멋진 말이네.”
면접관들은 태훈의 말에 빙긋 웃었다. 실상 워낙 머리 좋고 똑똑한 전국의 인재들이 면접을 보는 곳이기에 대단한 말들을 많이 준비한 이들이 많다.
그러나 태훈의 말 속에는 뜨거운 진심이 보였기 때문에 면접관들은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 * *
태훈과 범현은 나란히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기로 확정되었다.
지훈도 자신이 원했던 대학교에 합격했다. 태훈과 범현은 서울로 올라가는 대신에 지훈은 아니었기에 이젠 만날 일이 조금 뜸해진 것과 같았지만, 평생의 우정은 변치 말자는 작은 약속의 건배를 했다.
아직 태훈은 갈 길이 멀었다.
이제 반절이나 왔을까 싶다.
아직도 사법 고시에 연수원 과정이 남아 있다.
숨 고를 틈이 없었다.
얼마 전에는 특별하게도 방송에서 태훈과 그 가족을 취재하기 위해 나왔다. 2004년도 수능 수석이라는 이름에 태훈은 신문 기사 한 번 날만 하기도 하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강혜지의 동생이라는 점이었다.
강혜지의 동생이 수능 수석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덧붙여 요즘 한참 외모에 물이 오른 배우인 그녀를 빼닮아 잘생긴 얼굴까지 갖춘 태훈이다.
취재는 평범하게 진행이 되었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했다.
애초에 다른 가정에 비해서는 단란한 편이기는 했다.
가족에 변화가 생긴 것 중 하나가 더 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창업할 수 있게 누나가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분이 얼마 전에 전주에 차린 고깃집은 두 분의 서비스 정신과 맛에 상당한 손님 몰이를 해가는 중이었다.
부모님이 창업하신 가게.
불이 모두 꺼졌지만 고기 상을 펴놓고 TV 앞에 앉아 고기를 먹으며 자신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는 가족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 강태훈 군에게 누나 강혜지 씨란?
VJ의 질문에 TV 속 태훈의 얼굴로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와는 다르게 현실 속 태훈은 헛기침을 크게 했다.
“크허험! 험험! 콜록! 사레가 들렸나!? 콜록콜…….”
“닥쳐봐, 좀!”
혜지가 듣지 못하게 시끄럽게 하는 태훈의 입에 상추를 쑤셔 넣어 입을 막았다.
–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작고 가녀린 사람이기도 하지만 강하고 누구보다 의젓한 사람이기도 해요. 평생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흠흠, 대사가 조금 그렇구나.”
“호호, 그렇긴 하네.”
무척이나 낯간지러운 대사였다. 태훈은 괜히 무안해져 콜라만 마셨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VJ는 그 마이크를 혜지에게 가져갔다.
– 혜지 씨에게 가족이란?
“콜록콜록! 크함! 여기 왜 이렇게 습해. 콜…….”
“좀 조용히 해!”
“네…….”
이번엔 누나가 조금 전 태훈이 보였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세 사람이 일제히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요…….
“윽, 닭살. 누나가 저런 멘트를 하다니.”
실제 누나의 평소 성격은 무척 터프하고 쿨한 편이었다. 방송용 멘트가 곁들여진 것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모습이다.
“입맛이 떨어졌구나.”
“나도 그래.”
아버지와 어머니는 수저를 조용히 놓으신다.
태훈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이제 내일이면 태훈은 서울로 올라간다. 아직 개학일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리 범현과 올라가 있기로 이야기했다.
오늘은 하하, 호호 웃으며 한숨 돌릴 수 있어 편안했다.
* * *
2월 10일. 태훈이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로 올라온 그에게 누나는 오피스텔을 잡아 주었다.
“누나. 혼자 살기엔 너무 크지 않아?”
오피스텔은 18평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확실히 혼자 살기엔 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덧붙여 서울권의 집값은 월세든 전세든 뭐든 다 비쌌다.
최소 이 정도 오피스텔이면 월세라고 해도 월 40 이상은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 들어가는 애가 이런 데에서는 자 줘야지.”
그녀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리고 곧 그녀는 태훈을 이끌었다.
태훈을 이끈 그녀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차 키 하나를 꺼냈다.
“네 차야.”
“응? 다시 한번 말해줄래?”
“너 대학교 합격 축하 선물이라고.”
“…….”
누나 혜지는 태훈을 끔찍하게 아낀다. 아니 가족을 통틀어 전부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자신은 싸구려 옷을 입어도 가족에겐 좋은 것을 해주려는 사람이다.
축하 선물이라고 있는 것은 소나타 차량이었다.
태훈은 1월에 졸업하자마자 면허증을 땄다.
물론 운전에는 이미 큰 일가견이 있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
“하이구, 얼마 하지도 않던데요.”
차 한 대 값 정도와 오피스텔 구해주는 가격이 이젠 정말 얼마 하지도 않을 정도의 재력을 갖추었나 보다.
하긴, 연 억대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누나다.
“어깨 펴고 다녀. 누구한테든 지지마. 넌 우리 집안 장손이니까.”
태훈은 내심 그녀에게 고마웠다. 항상 이렇듯 자신을 챙겨주는 그녀가 너무 좋다.
물론 물질적으로 잘해줘서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들어가.”
태훈이 주차장에 주차된 밴에 오르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빙긋 웃은 그녀는 곧 유유히 사라졌다.
* *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모든 이들의 이목은 태훈과 범현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방송에 강혜지의 동생이라고 전파되었고 2004년 유독 어려웠다는 수능에서 수석을 차지한 변호사를 꿈꾼다는 강태훈.
유능한 판사를 아버지로 두고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를 어머니로 둔 태훈 못지않은 성적을 가지고 있는 이범현.
이 두 사람에게 이목은 집중될 수밖에.
두 사람 모두 훤칠한 키에 얼굴까지 잘생겼으니 특히나 여자들은 눈을 더욱 떼지 못하게 마련이었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수많은 이들이 두 사람에게 유독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권해지는 술잔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범현과 태훈 두 사람 모두 말술이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유독 두 사람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가 있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서 사자였었고 항상 관심을 받았으며 찬사를 받았던 이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
그는 바로 김민석이었다.
그는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다.
얼굴도 잘생겼다.
특히나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가족력이다.
아버지가 인성 기업의 회장님이었다. 많은 것을 갖춘 아이이다.
그러나 정작 범현과 태훈에 의해 항시 받던 찬사와 부러움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태훈도 내심 김민석이라는 이가 거슬렸다.
실상 태훈은 인생의 변곡점을 가지게 되었다.
본래 지방대에 갔으나 현재는 국내 최고의 서울대, 법과 대학으로 왔고 수능에서도 수석이라는 이름을 거머쥐게 되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러면서도 태훈에게는 원수와 같은 기업 회장 자녀의 등장에 신경 쓰일 수밖에.
그러나 민석에 대해서 아는 건 많이 없었기에 지금 그다지 나쁘게 보고 있진 않다.
그 인성 기업에 문제가 있던 것이지 회장의 아들인 재벌 3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태훈은 몰랐으나 민석은 문제가 있는 경계해야 할 요주의 인물이었다. 성격이 악랄하고 포악했다.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어 하고 더욱더 큰 욕망을 충족하려는 이였다.
많은 것을 가졌어도 더 많은 걸 가지려고 하는 악랄한 이였다.
더 우스운 것은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진의 무리를 만들어 학교의 아이들을 괴롭힌 장본인이며 배경을 이용해 학교 전체를 휘어잡았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회피했던 존재.
김민석이 태훈과 범현을 아니꼽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