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22
122
변호인 강태훈 122화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몇 개월 뒤에는 이제 태훈은 국선 변호인 자리에서 벗어나 사선 변호사로서 범현과 동업을 하게 될 것이었다.
2개월 전쯤에는 도혜의 가족과 태훈의 가족들이 만나 결혼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다.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해서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으며 배려하고 존중하였다.
특히나. 도혜의 부모님의 경우는 날 때부터 난 집안이라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신 두 분이었다.
반대로 태훈의 부모님의 경우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선 경우에 해당하는 편이었다.
때문에 도혜의 부모님이 얕잡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분은 예의와 덕망을 갖춘 분이었으며 태훈의 부모님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드렸다.
부모님도 그런 도혜의 집안에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결혼 날짜가 잡혔다.
내년 7월 예정이다.
지금이 9월이었으니 결혼까지 약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었다.
그리고 범현의 법률 상담소는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현재 그는 작은 일을 해줄 인턴 두 사람을 고용해 일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만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범현은 바빠져 있었다.
그리고 태훈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국선 변호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지내고 있었다.
태훈은 사무실로 들어오는 스물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그는 한눈에 봐도 꽤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새까만 피부와 몸에 울긋불긋 드러난 잔 근육, 거친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커피 한잔하시겠어요?”
“네.”
태훈은 믹스커피를 타서 그의 앞에 내려놨다. 그는 쭈뼛거리고 있었다.
국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 남성 이진영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다소 민망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첫 운을 떼었다.
“제가 얼마 전에 성폭행 혐의로 마찰이 생겼습니다.”
“성폭행 혐의요?”
성폭행 혐의라는 말에 태훈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전말은 모르지만. 성폭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는 역시나 민망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처음 만난 건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였어요. 제가 지금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힘든 일을 하다 보니까 많이 외롭기도 하고 새벽 6시에 나가서 7시에 돌아오고 하니까.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고 해서 여자 좀 만나보겠다고 소개팅 어플을 깔았습니다.”
소개팅 어플이라는 것을 운운하며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개팅 어플을 하는 사람은 대개 외로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이고 다른 이들에게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할 것이다.
‘나 인맥 없어서 소개팅 어플로 여자 구한다.’
라는 것은 부끄럽게 다가오기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여자아이를 한 명 만나게 되었어요. 나이는 스무 살이고 이름은 엄수연이라고.”
태훈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로 입을 축였다. 그러면서 김진영의 얼굴을 살폈다.
뭐지?
태훈은 촉이 팍! 하고 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성폭행 사건이 아님을.
지금 이진영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그는 성폭행 혐의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엄수연이라는 여자아이의 이름이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스쳤다가 지나갔다.
그리고 목소리도 그러했다.
“되게 귀엽고 예쁜 친구였어요. 저보다 여섯 살 어려서인지 모르겠는데. 하루 이틀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외로움도 서로 달래고 그랬습니다. 제가 챙겨주기도 많이 했고, 수연이가 절 챙겨주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킨십도 하게 되고. 그랬죠.”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물여섯 건장한 청년과 20살 여자가 스킨십을 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다 관계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2개월 동안 연락이 뚝- 하고 끊어지더군요. 그리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의 얼굴로 난감한 기색이 여렸다.
“수연이의 아버지라는 분이었는데, 관계를 가진 사실을 알고 있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강제추행을 했다고…….”
뭔가 이상했다. 남자와 여자는 합의 하에 관계를 한 것이다. 또 여자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문제 될 것이 있는가?
물론 다양한 형태로 사건이 진행될 수 있기에 일단 계속 경청했다.
“당신은 지금 지적 장애인을 강간한 혐의라고.”
“네?”
태훈은 이어진 그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지적 장애인을 강간한 혐의? 그 말은 엄수연이라는 여자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말로 들렸다.
“맞습니다. 지적 장애인 3급이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고소하는 게 맞지만, 딸아이의 상처를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피해 입지 않게 되도록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으니 합의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1천만 원에.”
“이진영 씨께서는 엄수연이라는 여성분이 지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나요?”
“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가끔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거나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그게 장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죠. 그냥, 안 좋은 습관이 있구나. 했을 뿐이에요. 또 엉뚱한 아이구나. 라고 넘겼죠.”
사람들은 대게 ‘장애인’이라는 언급에 대게 어딘가 모자라고, 그 불편함이 보이는 사람을 떠올린다.
태훈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인 하면 눈이 안 보이는 사람. 청각 장애인은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며 그 구별은 어렵지 않다.
말을 나눠보면 되니까. 그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을 보면 되니까.
그렇지만 지체장애인 3급의 경우는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그 표가 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진영 씨는 현재 그 사건에 관련해서 자문을 받고 싶으신 건가요?”
진영의 말을 토대로 하면 두 사람이 합의 하에 하였던 관계였고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졌었다.
그 사실을 입증만 하게 된다면 어려운 사건은 아니었다. 걸리는 것은 지체장애인이라는 그녀의 신분이었다.
“이 사건도 있지만, 수연이 일 때문에…….”
그는 말을 하기 조금 망설였다.
태훈의 눈이 일그러졌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 전화가 온 후 며칠 뒤에 저한테 공중전화로 전화가 왔어요.”
“공중전화로요?”
“네.”
굳이 그녀가 공중전화로 그에게 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가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그 미안하다는 의미는. 이진영을 몰아간 것에 대한 미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상, 두 사람은 합의하에 한 관계였다.
그런데 엄수연에 의해서 강간범으로 몰리게 된 이진영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듣고 보면 다른 혹이 분명히 있었다.
여성은 관계를 가졌고 2개월간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일을 끝내고 싶다.
2천 원을 요구.
여자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여자는 지체장애인이다.
“설마…….”
“네, 그 설마가 사실입니다.”
태훈의 커졌던 눈이 이진영의 대답에 일그러졌다.
“들어보니 수연이가 저처럼 성관계를 맺은 후에 아버지가 접근해 돈을 갈취해간 사람이 꽤나 많았답니다. 수연이 말로는 아버지가 모두 시킨 일이라고 하더군요.”
참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태훈은 말이 턱 막혔다. 그 말은, 지체장애인인 딸을 이용해서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연이는 저한테는 미안하다고. 저한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그래서 숨기려고 했는데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드라마틱한 상황이 와버렸다. 생각해 보면 소개팅 어플에서 남자는 주로 여성과의 관계를 위해 어플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원나잇을 위해서 어플을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이진영은 첫날 그녀와 만났을 때 손조차 대지 않았고 좋은 오빠 동생으로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본 것이다.
그것은 두 번째 만남. 세 번째 만남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이진영은 엄수연에게 자상했고 그녀는 항상 어플로 만나면 그 당일 날 관계를 맺고 아버지가 합의금 장사를 위해 전화를 하고가 반복되었는데, 이진영은 다른 남자들과 다르기 때문에 엄수연도 진심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진영은 지금 진심 그대로였다.
이 상황에서 이진영이 아버지에게 당했으니 엄수연은 미안하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자기 좀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아버지하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들어보니까. 아버지도 수연이 몸에 손을 댄 것 같더군요. 이런 상황에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변호사님을 찾아 왔습니다.”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진영이 온 것은 그 합의에 관련한 법적 자문이나 재판으로 갔을 시에 싸울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아버지에게서 엄수연을 빼내 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겠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엄수연 씨가 아버지에게 폭행 및 협박을 통해 그 일을 ‘강요’ 받았는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진영은 태훈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게 귀를 기울였다. 진심으로 그녀를 그 지옥 같은 사람에게서 빼내고 싶었다.
“그리고 앞서 그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이진영 씨가 합의 하에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즉, 엄수연 씨가 경찰에서 직접 사실 그대로를 진술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게 된다면 법정공방에서 가려야 한다는 것인데, 그럼 일이 복잡해지겠죠.”
“그게 쉽게 될까요?”
태훈은 쓰게 웃었다.
“법조인들은 법으로도 싸우지만. 인맥으로도 싸웁니다.”
진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같은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전부 검사, 변호사 판사니까요.”
“아.”
그 말은 태훈이 직접 검사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는 이야기였다.
이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이 만약 전부 사실로 밝혀지면 그 아버지란 사람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태훈은 낮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은 사건 정황에 대해서 더욱 탄탄히 확실하게 할 필요가 존재했다.
이진영은 다행히도 그녀와 만나면서 카톡을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이진영과 엄수연의 대화 내용은 마치 연인과 다를 것이 없었다. 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간격을 보면 2분 단위였다.
확인하자마자 대게 답장을 보냈다는 것이거나 서로의 연락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마음이 카카오톡을 통해서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
“제가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의 휴대폰 번호를 받은 태훈은 나서는 그에게 묵례를 취했다.
그가 밖으로 나서고 태훈은 힘이 빠진 듯이 자리에 앉았다.
“별 개 쓰레기 같은…….”
지적장애를 앓는 딸을 이용해 합의금 장사를 한다? 그것도 성을 이용해서?
그 아버지란 작자의 낯짝을 서둘러 보고 싶었다.
* * *
태훈에게 가장 가까운 검사라고 하면 당연히 도혜였다. 도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태훈은 진영과 함께 도혜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들어오자 도혜가 몸을 일으켰다.
이진영은 숨이 막혔다.
‘안도혜 검사’라고 쓰여 있는 패 앞에 선 여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진영이 본 여자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자초지종은 태훈에게 들었고,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진영이 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사무실 내의 수사관들이 도혜를 보았다.
그들의 예상이 딱 맞아 떨어졌다.
“이런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