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24
124
변호인 강태훈 124화
“흐압!”
그는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의외로 도혜가 그것을 피해내자 눈빛이 묘해졌다.
뒤쪽에서 당장 도혜의 다른 동료가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해 보였다.
그는 몸으로 뚫고 지나가려 했다.
도혜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수갑을 꺼내면서 번쩍 뛰어올랐다. 그녀의 양다리가 그의 목을 휘감았다.
도혜의 다리는 바닥을 향했고 그대로 엄태호의 중심이 바닥으로 향하며 그가 쿵!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이거 안 놔. 이 X녀어……!”
“닥쳐!”
퍼억!
미란다 원칙을 읊으려고 하자 엄태호가 반항하며 욕설을 지껄였다. 서둘러 팔을 등 뒤로 빼낸 도혜가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는 여자에게 맞은 것이 수치인 듯 잠시 멍하더니 얼굴을 구겼다.
“이런 X년이 확…….”
“닥치라고 했지?”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아프냐? 아프지? 아플 거야. 넌 오늘 경찰서 들어갈 때까지 맞을 줄 알아.”
어차피 엄태호는 양손이 속박되었고 쓰러졌던 경찰관도 출혈이 조금 있긴 했지만 괜찮은 듯 보였다.
도혜의 사무실 수사관이 덩치도 컸고 유도도 3단인 무술 유단자였기에 그를 무리 없이 이끌고 갈 수 있었다.
그를 차량에 태우면서도 계속 인상을 구기던 도혜는 그의 머리를 신명 나게 때렸다.
엄수연이 이제까지 그 때문에 느꼈을 고통에 비한다면 아주 경미한 것이었다.
그가 차에 타고 구급차를 불렀다. 머리에 작은 출혈을 일으키는 경찰관을 위해서였다.
“에이, 피도 얼마 안 나는데 무슨 구급차를 타고 가요.”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타 봐요.”
“그렇긴 한데.”
경찰관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지만 도혜는 빙긋 웃었다.
“X년이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신고를 해? 내 경찰서에서 나가기만 하면.”
“야.”
차량에 올라 수사관의 손에 의해 호송줄에 꽁꽁 몸까지 묶인 그가 험악한 얼굴로 욕설을 해대자 도혜가 눈알을 부라리며 돌아보았다.
‘계집 따위가 감히.’
그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도혜가 뒷좌석으로 넘어갔다.
그러고는 대가리를 또 쳤다.
“아오 이 썅…… 어?”
그가 욕을 하는 순간이었다. 엄태호는 갑자기 물컹 하는 기분 좋은 무언가가 얼굴에 닿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향긋한 향기도 났다.
도혜가 그의 목을 끌어와 가슴에 그의 얼굴을 파묻은 것이다.
그래놓고 도혜는 울먹거리더니 순식간에 돌변했다.
“이런 개나리 십자석이 대한민국 검사를 성폭행해?”
“아, 아니 X년아 네, 네가.”
“내가 뭐? 봤죠. 봤죠!?”
도혜는 가슴 쪽을 팔을 교차해 무척 큰 수치심을 느꼈다는 듯이 가리더니 앞 좌석에 탄 수사관을 보며 말했다.
수사관도 룸미러로 보고 있었는데, 도혜가 일부러 끌어온 것이다. 그렇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네요. 대한민국 여검사 가슴에 얼굴을 파묻다니…….”
“아, 아니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
“닥쳐 이 새끼야!”
차악!
또 한 번 도혜의 손이 날아갔다. 이번에는 오른쪽 뺨이었다. 연이어서 왼쪽 뺨 오른쪽 뺨을 수차례 번갈아 가면서 한 여섯 대 때렸다.
그녀는 수치스럽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엄태호는 너무나 놀라고 황당해 어이없는 표정으로 양 얼굴을 감싼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당신 대한민국 검사 성폭행한 혐의가 얼마나 큰지 알지? 증인도 있어.”
“아니, 그럼 대한민국 검사가 이렇게 사람 패도 돼!?”
“내가 언제?”
“그럼 나는 언제.”
“난 증인이 있다니까.”
“나도 증인…… 이런 X발 다 한 구석이네!”
“그럼 이렇게 하죠.”
도혜의 얼굴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옷을 추스른 그녀는 다시 한번 엄태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짜악!
“쌤쌤. 수사관님. 저 안에 좀 들어가서 증거가 될 만한 것 좀 챙겨서 나올게요.”
“네.”
“만약 수사관님 성폭행하면 그대로 머리에 총 쏘면 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도혜는 거침없이 뒷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으아아악 X펄! 검사하고 경찰하고 짜고 사람 이상하게 만드네.”
“닥쳐, 또 처맞을래?”
곧이어 수사관의 목소리에 도혜가 픽 웃었다. 그녀는 곧 그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까 전에는 긴장한 채여서 제대로 흩어보지 못했다. 주방은 그래도 깔끔한 편이었다. 수연의 방으로 보이는 곳도 깔끔했다.
집이 낡은 것을 제외하고는. 다르게는 엄태호가 생활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거실에 들어온 그녀는 코를 틀어막았다.
거실에는 담배 냄새가 찌들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먹다 남은 인스턴트 음식이 뒹구는 것은 당연했고 썩은 내가 진동했다.
벽지는 담배를 방에서 피워대니 누렇게 찌들었다.
그리고 한 편에는 의미 모를 끈적한 무언가를 닦은 듯한 티슈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불쾌해진 그녀는 이런 사람과 살았던 수연이 측은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곧 눈에 띄는 것을 집어 들었다.
불쾌하게도 끈적한 무언가(?)를 닦은 휴지들 사이에 있던 것이었는데 바로 통장이었다.
그 통장을 펼친 도혜는 내역을 확인했다.
현재 잔액은 13,521원이었고, 입금 내역은 1년 동안 자그마치 1억이 넘었다.
한 사람당 1~2천만 원 사이였다.
2년이면 엄태호가 수연을 이용해서 챙겨 먹은 돈만 하여도 2~3억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 잔액이 13,521원이라니.
일단 없어진 돈의 행방을 또 추가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차에 오른 도혜는 오르자마자 그의 머리를 또 한 대 쳤다.
퍼억!
“출발.”
“씨…….”
휙!
“내가 뭘?”
욕설을 내뱉으려던 그는 도혜가 손을 위로 들어 올려 보이자 흠칫 놀라며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 능청을 떨었다.
그렇지만 도혜가 또 머리를 후려쳤다.
‘개 같은!’
그는 언젠간 기필코 복수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차는 경찰서로 향했다.
* * *
도혜의 연락을 받은 강력계 형사들이 경찰서 앞에서 담배를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도혜의 차량이 도착했는데, 때마침 경찰관과 진영, 수연, 태훈이 조사를 마무리하고 식사를 하고 오는 길이었다.
강력계 반장들에 의해 팔이 잡힌 엄태호는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야 이 개 X년아! 애비를 경찰에 신고해!? 너 너, 이년 나 나가면 보는 거야! 응? 다리를 쭉 찢어버려야 해. 저거.”
수연은 자신의 아버지를 보자 진영의 등 뒤에 서둘러 숨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이렇게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얼굴이 굳어진 도혜가 엄태호의 귀에 속삭였다.
“당신은 거기를 확 터뜨려 버려야 하는데 말이지.”
“이런 개……!”
보는 눈도 많겠다. 여기서는 때리지 못할 거라고 여긴 엄태호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곳은 도혜의 관할 경찰서다.
CCTV 사각지대가 어딘지를 알고 있었고 어떻게 몸을 틀고 때려야 안 보이는지도 알았다.
도혜는 발에 힘을 빡 주고 짧고 굵게 그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끄으윽!”
그가 정강이를 부여잡으려 할 때였다. 도혜의 발이 그의 급소를 걷어찼다.
“꺼억…….”
강력계 반장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딴청을 피우며 휘파람을 불어대었다.
도혜가 이렇게 때린 범죄자만 다섯 트럭은 되는 듯 그들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태훈은 헛웃음을 흘렸다.
곧 강력계 형사들이 고통에 찬 엄태호를 끌었다.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거기가 아파?”
“이 X발…… 다 한통속이야…….”
엄태호는 울상을 지었다. 그는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린 것이다.
태훈은 오돌오돌 떨다가 경찰서로 끌려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수연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수연은 아버지와 더 이상 함께 있지 않고 싶다고 했다. 태훈은 그러기 위해선 수연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연이 경찰서에서 뿐만이 아니라 법정에서 혹여라도 증인으로 신청이 된다면 모두 세세하게 증언을 해주어야 했다.
그래야 최대한 오랫동안 그녀는 아버지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상 태훈은 이진영의 변호사라는 말보다는 엄수연의 변호사라는 말이 맞았다.
이진영이 의뢰를 하기는 한 것이었지만 그는 힘 있는 법조인을 원했던 것이고. 이진영은 국선 변호인 선임 자격이 전혀 되지 않았다.
반대로 엄수연은 해당 사항이 분명히 존재했으며 이진영의 사건은 종결이 된 것과 다름없었다.
엄수연의 경우는 이제 진행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정신적, 육체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그 피해를 전부 합산하여 엄태호가 그만큼의 죄를 받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또한, 그가 더 이상 그녀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것도 그의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연은 조사가 끝이 나고 집에 돌아가도 된다는 경찰관의 말이 떨어졌다.
태훈과 도혜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내 수연이 진영의 손을 꼭 잡고 ‘헤-’하고 웃는 모습을 보자 안도했다.
진영이 알아서 잘 챙겨줄 것이다.
“들어가요.”
“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서고 태훈과 도혜는 함께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도혜가 수연이 했던 것처럼 손을 잡고는 ‘헤-’하고 웃었다.
“어때 내가 수연 씨보다 귀엽지!?”
“음……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
태훈은 정말 진지하게 말했다. 도혜가 허탈하게 웃었다.
심문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유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이다.
이미 강력계 형사와 팀원 몇몇이 와있었다.
“저거 완전 개새끼인데요?”
강력반 형사의 말이 이어지고 곧바로 들려온 말은 정말 충격적이고도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아니 내가 시킨 게 아니라니까? 2년 전쯤인가. 수연이가 오더니. ‘아빠, 아빠를 위해서 제가 계획한 게 있어요.’ 하더니. 자기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한다고 했다니까? 내 핏줄이야. 정신은 오락가락해도 지 애비한테는 뭔가 해주고 싶었나 보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응? 난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파서 수연아 아버지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그러지 마라. 몇 번이나 만류했어요.”
심문을 진행하는 강력계 형사는 실소를 흘렸다.
“아- 그런 사람이 수연 양 팔아서 번 돈을 흥청망청 다 쓰셨구나.”
뿌드득-
형사의 이빨이 절로 갈렸다. 밖에서 지켜보는 도혜와 태훈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도혜는 1억이 넘는 합의금 장사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1억이라는 돈이면. 수연이를 그렇게 누추한 차림새로 만들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 돈은 다 어디다 썼어?”
“음…… 어! 기부했소, 기부! 우리 수연이 같이 불쌍한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소!”
“……하.”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사람이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구나.
“당신 도박하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미 엄수연 씨가 전부 진술했거든.”
“그런 X년. 찢어 죽여 버…….”
그는 험악하게 욕을 지껄이다가 경찰관이 노트북에 두들기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고 적소?”
“반성의 기미가 X도 안 보인다고 적었는데?”
“반성하오.”
“그러든가 말든가.”
경찰관은 귀를 후벼 팠다. 수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곧 경찰관이 나서고 태훈과 안도혜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강력계 반장은 눈을 빛냈다.
서울권에서 미친년이 한 명 있었다.
원래는 개꼴통도 한 명 있었는데, 몇 개월 전에 사직서 내고 현재는 열심히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었다.
꼴통이 사라지고 더욱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미친년’ 도혜였다.
혈혈단신. 여성의 몸으로 검찰 간부들조차 쩔쩔매게 만드는 여성.
얼마 전에 그녀의 부모님 직업이 소문을 타고, 타고 간부들의 귀에 들어갔고 그들은 충격에 빠졌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뻗어 나가는 게임회사 부회장의 딸.
더군다나 그녀의 수사방식은 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그녀의 아버지가 날개를 달아주어 이젠 함부로 터치를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 태훈은 강력반 반장이 봤을 때. ‘미친놈’이었다.
왜냐.
미친년하고 만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물론 강력반 형사가 말하는 ‘미친년’은 나쁜 의미가 아닌 대단한 의미였다.
함께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을 보며 강력계 형사는 어떤 식으로 두 사람이 그를 몰아붙일지 내심 기대가 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