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28
128
변호인 강태훈 128화
‘이 사람이었어?’
그는 바로 약 20년 전.
지혜를 스폰으로 두고 미성년자를 상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을 벌였던.
전주에서 법률 상담소를 운영했던 김용만 변호사였다.
김용만 변호사가 들고 있던 포크가 툭- 하고 떨어졌다.
김용만의 기억에 태훈은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열여섯 살 어린 소년한테 변호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탈탈 털렸으니 당연했다.
20년이란 세월이 지나 그는 주름도 늘고 훌쩍 늙었다. 올해 쉰다섯이 된 그는 이제 서른여섯이 된 태훈을 보자마자 덜컥 겁부터 먹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아아, 오, 오랜만이네.”
태훈이 싱긋 웃으며 말하자 김용만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자신의 기업 CEO로 있는 정태현은 분명히 유능한 사람이었다.
600만 원에서 100억을 벌어들인 신화! 사람들은 유언비어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진짜였다.
그는 600만 원을 100억으로 만들 만큼의 능력과 힘. 운이 따라줬다.
그런데, 또 그만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서인지 성격이 개차반이었다.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치고 다니는 사고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저번에는 최고급 한우 전문점에 같이 갔었는데, 테이블에 고춧가루 하나가 놓여 있자 그대로 상을 엎어버리고 사장 무릎을 꿇리게 한 사람이다.
물론 고춧가루가 테이블에 묻어있는 건 업소에서 잘못한 것이지만 바쁘다 보면 그런 경우가 분명히 있었고, 보통의 사람이라면 ‘여기 한 번만 닦아 주세요’라고 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그 정상적인 것이 아닌 화부터 내고 봤다.
‘니들 내가 뭐 하는 사람인 줄 알아!?’외쳐대면서 그렇게 지랄 발광을 해대니 그때 김용만도 상당히 난처했다.
이처럼 그가 벌인 만행은 꽤나 되었는데, 그때마다 뒷수습해 준 게 바로 김용만이었다.
정태현의 사상처럼 세상은 웬만하면 돈이면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정태현이 여성을 폭행했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도 불편한 일 하나 해결하겠거니 했더니, 상대 변호사가 다름 아닌 강태훈이었다.
김용만도 강태훈에 대해서 기사로 몇 번 접했다. 그 때문에 마주치지 말아야지. 라고 하면서 살아왔는데. 이렇게 맞닥뜨린 것이다.
“왜 이렇게 긴장하세요?”
“아, 아닐세. 자네. 늠름해졌구만.”
“그때도 늠름했지요.”
“그, 그랬지. 정말 어른스러웠지.”
그는 헛기침을 겔룩 했다. 한이슬은 김용만이 훨씬 어린 태훈에게 쩔쩔매자 놀랐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자 또 그 헬스클럽 앞에서 아주 작은 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태훈이었다.
그런 태훈을 정태현이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실력 있는 변호사라고 말했던 나이 먹은 변호사가 쩔쩔매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혜는 잘 지내요. 아마 내년쯤이면 결혼할 거예요. 변호사하고. 지혜가 변호사하고 인연이 깊네요.”
“하하, 그, 그런가? 이거 화환이라도 보내야…….”
“누구 결혼식 망칠 일 있어요? 화환을 보내시면 안 되죠.”
태훈은 대놓고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초반 기세부터 정태현의 변호사가 밀려버렸다.
그는 헛기침을 했다.
“자자, 일 이야기 해야지.”
“그래요. 말해 보시죠.”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이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에서 진득하게 흐르는 땀을 품속에 손을 뻗어 손수건으로 닦은 김용만은 이슬을 보았다.
“정태현 대표님께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퍽이나요.”
이슬은 실소를 흘렸다. 뒷감당이 두려울 뿐이지 자신한테 미안해할 사람은 아닌 것을 이슬이 잘 알았다.
그녀도 사실 바에서 그를 만나 그가 돈이 많고 매너도 좋은 것 같았기에 만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만나보니 완전 별로인 사람이었다.
도저히 이 사람하고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겠다고 단정 짓고 이별을 고했는데, 갑자기 자신이 다니는 헬스클럽을 등록했고, 그날 태훈에게 까이더니 며칠 뒤에 일하고 있는 술집으로 찾아와 자신을 호명하더니. 그곳에서 술에 취해 폭행을 저지른 것이다.
“합의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합의요?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나.”
이슬은 콧방귀를 끼며 양 팔짱을 끼었다. 그렇지만 태훈이 봐도, 김용만이 보아도 이슬은 합의할 생각이 있었다.
그 이유를 들자면 업소에서 폭행을 당하고 정태현이 나가고 나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큰 수치심을 당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금액이 충족되면 합의를 볼 생각이 분명히 있었다.
태훈이 보았을 때도 그러했다. 정말 철창신세를 지게 하는 게 목표였다면 굳이 태훈을 찾아오지 않았어도 되었다.
경찰서에 가서 그녀가 직접 고소장만 넣어도 사건이 진행되니까.
“혹시 생각하시는 금액이 있으시다면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용만은 무척 우호적으로 나왔다. 일단 태훈과 마찰이 계속 생기는 것이 꺼려졌다.
또한, 잘못은 분명히 정태현에게 있는 것이었다.
“한 2억?”
태훈은 그녀의 2억이라는 말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2억은 옆집 개 이름이 아니었다. 아무리 100억 부자라고 해도 2억을 전치 5주짜리 폭행해서 주는 건 다소 무리한 감이 있었다.
보통 5주 정도가 나오면 정신적 피해보상, 물리적 피해보상 및. 일하고 있을 경우를 반영하여서 많이 나와 봐야 2천이다.
그런데 그녀는 훨씬 높은 값을 부르고 있었다.
“2억은 좀…….”
“싫으면 말아요.”
한이슬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녀도 이번 한 번으로 단단히 한몫 챙기려는 듯 보였다.
태훈도 찜찜하긴 했지만, 의뢰인한테 ‘적당히 하세요’라고 말하기는 그랬다.
“제가 알기로는 그 사람 폭행죄로 집행유예 중인 걸로 아는데.”
‘허이구…… 여우구나. 여우.’
태훈은 굳이 자신이 안 필요하겠거니 했다. 그냥 옆에 경호원으로 붙여놨나 보다. 그녀가 알아서 전부 하고 있었다.
집행유예 기간에 만약 이 사건이 고소가 접수되면 정태현은 그대로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
100억 있으면 뭐하는가.
수갑 차고 죄수복 입으면 똑같다.
‘끄응…… 많이도 알고 있군.’
김용만은 허점을 공격해 들어오자 난처한 기색이었다.
“일단은 대표님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딱 용만에게는 진퇴양난이었다. 2억을 주기에는 전치 5주짜리 치고는 너무 많고, 그렇다고 안 주고 혹시라도 정말 고소장이 접수되기라도 하면 정태현은 징역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카페 앞에 섰다.
“다음에 뵙죠.”
그는 묵례를 취했다. 태훈은 귀를 후비며 무시했다. 사실, 김용만한테 자신이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라는 사람한테 예의를 차릴 만큼 자신의 고개는 가볍지는 않았다. 반면, 김용만은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후다닥 차에 올랐다.
그 모습이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는 것 같았다.
그녀와 다시 차에 올랐다.
“2억 받을 수 있을까요?”
“너무 높게 부르신 거 아니에요? 전치 5주면 2천만 받아도 많이 받는 건데.”
“제 정신적 물리적 피해보상이라고요. 또 그 정도 재력이면 가능하죠.”
“뭐, 그런가요.”
사실 김용만이 태훈에게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오히려 그녀는 더욱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사실 1억 정도 부를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2억을 불렀는데, 꼭 불가능할 것 같지만은 않았다.
태훈은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의뢰인이 원하게 해주는 게 좋은 일이긴 했지만, 너무 돈만을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훈계를 두는 것은 주제넘었기에 속으로 혀만 쯧! 하고 찼다.
* * *
“2억? 미쳤네. 그거.”
김용만은 대표실에서 그 이야기를 건넸다. 정태현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양 팔짱을 끼고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자신이 술 좀 먹고 때리긴 했다지만 그거 한 번에 2억이라니.
2억이면 어떤 사람은 10년을 일해야 버는 금액이었다.
“아무래도 집행유예 때문에 이번에 구속되면 안 좋으니까. 되도록 합의를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압니다. 그런데 평소답지 않으십니다.”
정태현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일단 최대한 깎아보겠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강태훈과 김용만이 수차례 만나야 한다. 그러기 싫으니 자신도 모르게 초조해져 합의를 빨리 끝내버리라는 식으로 말하자 정태현이 뭔가 이상하다 느낀 것이다.
“아무래도 정말 고소장이라도 접수되면 큰일이니까요. 일단 최대한 깎아보기는 하겠습니다.”
“네. 일단 최대한 깎아보고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정태현은 그 여자를 상대로 1억 이상을 주면 억울할 것 같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형편이 형편이니까.
물론 그가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정태현은 똥 밟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큰 코끼리 똥을.
* * *
김용만이 금액을 깎기 위해 전화를 거는 사람은 태훈이었고 태훈도 이슬과 계속 전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합의금 1억 5천에 딱 그렇게 하기로 이야기가 났다.
다시 김용만과 태훈. 이슬 세 사람이 만났다.
이슬의 통장으로 1억 5천이 입금되었고, 그 자리에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 작성을 끝내고 나자마자 김용만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전해주시겠어요?”
태훈이 눈을 흘겨 뜨며 말했다. 정태현에게도 하는 말이었지만 반대로 김용만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20년이 지난 일이고 지금의 그는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의 그 일은 분명히 악질적인 일이었다.
김용만은 어색하게 웃었고,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을 쳤다.
통장에 1억 5천이라는 돈이 생기자 한이슬은 날아갈 듯 기쁜 표정이었다.
몇 대 맞고 1억 5천 벌었으니 크게 남는 장사였다. 한편으로는 1억 5천 뜯기고 배 아파할 정태현을 생각하니 고소하기도 했다.
이제 태훈이 할 일은 끝났다.
그녀가 헬스클럽 인근에 살고 있기에 그곳에 데려다주기 위해 차에 태웠다.
“가기 전에 밥이나 먹고 가요. 비싼 거 살게요.”
“괜찮습니다.”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먹고 가요. 고마워서 그래요. 1억 5천이나 생겼는데.”
태훈은 난처했지만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이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한이슬은 강태훈에게 다소 호감이 있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저 정도면 잘생겼고 직업도 변호사에 성격도 좋잖아. 최고네.’
사실 속으로는 꼬셔볼 생각도 하고 있었다.
바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렇고 그런 여자라는 생각을 하는 게 옳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그녀는 그렇고 그런 여자 부류 중 한 사람이다.
태훈에게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태현과 만났던 게 뜯어먹기 위해서였다. 명품 백과 명품 옷. 비싼 밥. 외제 차를 타기 위해서.
그러다 그의 폭행성과 개차반 같은 성격에 결국 봉임에도 불구하고 헤어졌는데, 어찌어찌 하니 1억 5천까지 뜯어냈다. 그녀로선 흡족하다.
식사를 끝내고 나왔다.
“저쪽에 커피숍 하나 있는데, 커피 테이크 아웃해서 가요.”
“그러죠.”
태훈은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몬 태훈은 카페가 아닌 모텔촌이 나오자 의아한 표정이었다.
모텔촌에 숨은 맛 좋은 원두를 볶는 카페라도 있는 건가 했는데, 그녀의 손이 태훈의 허벅지 위에 올라갔다.
“쉬었다 가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