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31
131
변호인 강태훈 131화
법무법인으로 들어간 오유리는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앳된 두 여성은 발에 부리나케 뛰어다녔고 변호사인 듯 보이는 세 남성도 바빠 보였다.
그녀는 일부러 이곳 비상 법무법인을 찾았다. 대한 법무법인이나 화산 법무법인으로 갈까도 했지만, 원장 장인혁은 꽤 발이 넓은 사람이었고 법무법인에도 안면이 깊었다.
때문에 원장과 안면도 없으면서도 실력 좀 있다 싶은 법무법인을 알아봤는데, 그곳이 바로 이곳 비상 법무법인이었다.
확실히 변호사 한 사람은 ‘거성’이라는 조직을 일망타진한 검사 출신인 변호사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대한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데다가, 다른 한 사람은 수많은 난처한 사건을 해결한 소수이지만 정예인 베테랑 변호사들이었다.
“여기 앞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김옥주 인턴이 커피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네며 소파를 권했다.
곧 자리가 났다. 김옥주 인턴이 태훈 앞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들어오는 의뢰인들에 태훈은 목이 남아나질 않았지만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바쁘니 더 활기차고 즐겁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성폭행…… 관련해서 왔어요.”
“그렇군요. 가시죠.”
사람이 많았고, 가벼운 일은 아니었기에 몸을 일으켰다. 보통 가벼운 자문 같은 경우는 자리에 앉아서 건네지만 이런 사건은 상담실에서 진행했다.
상담실로 들어왔다.
“자세한 이야기를 말씀해주실 수 있겠나요?”
“네.”
고개를 끄덕인 오유리는 차근차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의사가 프로포폴을 이용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라.
그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꽤나 심각한 사건이었다.
뉴스가 들썩일 정도의 사건이었으며 벌을 받는다면 성폭행뿐만 아니라 마약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가중처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오유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유리의 사건은 변호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경찰서에 가서 이 사실만 진술해도 확실하게 수사를 해줄 것이다.
그녀가 굳이 변호사를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입수한 증거가 하나 있었다.
오유리가 봐도 상당히 난처한 사건의 증거물이었고 자신이 이 사건을 들고 나타나면 어찌 될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경찰에 이 증거를 가져가면 일단 수사부터 진행이 될 터이고. 그것이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변호사를 찾아온 것이다.
“제가 원장님이 수술 들어간 사이에 증거자료 확보 때문에 휴대폰을 몰래 만졌거든요.”
조금 전 자신의 성폭행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보다도 더 오유리의 표정은 신중했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톡에서 이런 걸 봤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휴대폰의 갤러리를 클릭해 사진첩을 펼쳐 보였다.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태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대화 내용을 캡쳐 해놓은 것이 수십 장이었다.
“읽어보세요.”
태훈은 그녀와 성형외과 의사라는 사람이 나눈 대화이지 않을까 싶어 읽었는데 아니었다.
현재 이야기를 나누는 이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는데, 문제는 프로포폴에 대해서 언급되고 있었다.
프로포폴이라는 문구를 본 태훈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집중해 빠르게 사진을 넘겼다.
언제 또 프로포폴 맞으러 와라.
아예 며칠 치를 챙겨주겠다.
그리고 마지막. 태훈은 자신의 눈을 비볐다.
‘윤지 씨’라는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다.
“이 윤지 씨는…….”
윤지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은 많았다. 동명이인일까 싶어 물었는데, 그녀는 무척이나 망설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직도 그때의 병실에서의 치욕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오늘부로 일 그만둔 거다.
까짓거 다른 병원 알아보면 된다. 안 되면 차라리 시집이나 가겠다.
더 이상 그런 병원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함윤지요. 아나운서. 아시죠?”
“……함윤지 양이군요.”
태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 전 도혜와 해서 카페에서 만났던 여인. 그녀가 프로포폴을 비밀리에 성형외과 의사를 통해 공급받거나 병원에 가서 맞고 있었던 사실이다.
“이건…….”
“이것도 읽어보세요.”
그뿐이 아니었다. 함윤지가 아닌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눈 것 역시 있었다.
태훈의 눈이 빠르게 흩었다.
원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이는 무척이나 강압적이고 협박적인 투가 섞이기도 했다.
함윤지가 성형을 통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을 토대로 보상금을 내놓으라는 메시지였고 입금했다는 내역도 있었다.
법 운운하는 것이 보였다.
또한, 원장은 계속 ‘유 검사님’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태훈은 설마 하며 그녀를 보았다.
“혹시 유 검사라는 사람은.”
“유원호 검사라는 사람인데요. 항상 함윤지하고 같이 왔어요.”
“크흠.”
태훈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오유리는 그의 반응에 물었다.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알죠. 알다마다요. 예전에 맡았던 사건 중에서 그분이 기소하셨고 제가 변호를 했었죠.”
오유리는 흥미를 가지는 표정이 되었다. 그 결과에 대해서. 유원호는 듣기로 곧 있으면 서울중앙지방의 부장검사가 된다고 들었다.
서울중앙지방은 말 그대로 검찰부의 핵심이었고 전부가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이들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저희 쪽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
오유리는 탄식을 흘렸다. 유원호가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은 꽤나 있어 보였다. 그뿐 아니다. 함윤지 역시 배경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마침 찾아온 변호사가 유원호 검사와의 재판을 승소로 이끌어나간 사람인 것이다.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 사람 검사복 입을 체질이 아닌 것 같던데 말이죠.”
태훈은 쓰게 웃었다. 그 말에 확실히 오유리는 동조했다. 사람의 외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지만 함윤지랑 만나는 것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랬다.
하물며 원장에게 불법적인 보상금을 검사의 직권을 이용해 뜯어낸 것이다.
“사건이 상당히 복잡하네요. 그럼 오유리 씨는 일단 원장을 고소하고 법적 책임을 묻게 하는 게 목적이신 건가요?”
“제가 받은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받고 싶어요.”
“그 부분은 민사를 하면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함윤지와 유원호 검사 일은 검찰에 넘겨야겠지요.”
“그런데요, 만약 검찰에 넘겼는데 제가 해코지를 당하면 어떻게 하죠?”
오유리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이 걱정돼서 변호사에게 찾아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오유리에게는 함윤지가 프로포폴을 맞든, 마약을 하든 뭘 하든지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 검사가 원장의 금품을 갈취한 것 역시 별개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그녀는 성폭행을 고소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성폭행에 관련한 고소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마도 함윤지와 유원호의 사건 역시 드러날 것이다.
프로포폴 투약은 2011년 2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치료 목적이면 몰라도 그것이 아니라면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요즘 국내의 법이 마약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한다.
또한, 유원호가 어찌 될지 심히 태훈은 기대가 되는 바가 있었다. 그라는 사람이 검사복을 입고 있는 것이 꺼림칙한 게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오유리의 말처럼 그녀가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른다.
“혹시 원장도 오유리 씨 휴대폰으로 자신의 대화 내용을 전송한 사실을 아나요?”
“모르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차라리 다행이기는 하였다. 만약 알았다면 원장은 눈이 뒤집혔을 것이다.
그의 카카오톡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그는 광분할 일이었다. 엄연히 함윤지와 프로포폴에 관련한 이야기를 했던 내용이 적혀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곧바로 같이 경찰서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가장 안전해지는 방법은 딱 한 가지였다. 원장이나 함윤지, 유원호가 알기 전에 경찰서에 이 사실을 넘기는 것이었다.
경찰서에 이 사실을 넘긴다면 순식간에 이 사실은 대한민국 매스컴을 타고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바보라고 할지라도 셋 중 누군가가 그녀에게 해코지했다는 사실이 증명되게 된다.
세상에 알려지면 그들은 오유리를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나 나갔다 올게.”
“다녀와.”
범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함께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고 그녀는 긴장되는 기색이 컸다.
“괜찮을까요, 정말?”
또 한 번 걱정 어린 목소리를 토해내는 그녀다.
“그 사람 곧 부장검사도 단다던데, 또 함윤지는 배경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원장도 우리나라에선 알아주는 사람인데…….”
그녀의 걱정이 뭔지 알았다.
부장검사? 대단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인맥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에서 그가 가진 힘은 컸다.
그리고 함윤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뒤로 서 있는 배경은 어마어마했다. 원장도 일개 병원 원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당히 알아주는 성형외과 의사였다.
이 세 사람이 오유리. 자신으로 인해 모두 탈탈 털리게 생겼다.
혹여라도 유원호나 함윤지, 원장이든. 그 권력을 이용해 교묘히 빠져나갈지도 모르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자신에게 해코지할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거다.
“걱정 마요. 법조계가 아무리 인맥으로 더럽게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꼭 그에 구속되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금 그 구속되지 않는 사람 관할 경찰서로 갑니다.”
태훈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쳐졌다. 여자 친구인 도혜에게 너무나도 큰 사건을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도와줄 것이다.
썩은 검찰계의 뿌리 중 하나인 유원호를 통째로 뽑아 올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분명히 수많은 난관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래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녀라면.
“부장검사도 어마어마한 재벌도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아, 성형외과 원장은 그녀한테는 일개 원장일 뿐이죠.”
그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했다. 오유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태훈이 호언장담하는 그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궁금하다.
차는 곧바로 도혜의 관할 경찰서로 향했고 그는 도혜에게 전화를 넣었다.
* * *
다른 업무가 꽤나 바빠도 도혜는 태훈의 전화를 받자마자 한걸음에 경찰서로 달려왔다.
태훈이 있었고 그 옆으로 서른 초반의 청순한 미모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조사가 시작되었다. 형사는 꽤나 심각한 표정이었다.
태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만 들었을 때는 성폭행에 관련한 사건이라고 인지했다.
그러나 프로포폴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또 달라졌고, 유원호 검사와 함윤지에 대한 이야기. 유원호 검사와 병원 원장인 장인혁의 비밀리의 거래 사실에 대한 카카오톡 내용을 보여주자 형사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강력반 반장도 다가와서 조서 내용을 흩어보기 시작했다.
도혜는 태훈에게 다가왔다.
오유리는 태훈이 그토록 믿었던 이가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 여성 검사. 아름다운 여성 검사였다.
겉으로 보면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예쁘기도 하지만 귀엽기도 한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이 윗선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소 놀라웠다.
정말 그렇다.
안도혜는 검찰의 윗선에 주눅 들지 않는다.
더불어 검찰 사람들이 이젠 도혜의 배경에 대단한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함윤지의 부모님만큼 도혜의 부모님도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지청장도, 부장검사가 된다는 유원호도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이야기를 들은 도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은 입안이 썼다.
물론 그녀는 자신에게 말해준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남자친구로서는 너무나도 큰 싸움을 도혜가 짊어지게 한 것이 미안한 것이었다.
“표정이 왜 그래?”
“예뻐서.”
태훈은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편해할 것을 도혜가 안다면 정색을 할 것이 뻔하다.
도혜는 그 조막만 한 주먹을 힘차게 풀었다.
“드디어 유원호 고놈을 잡을 수 있게 되었구만.”
언제 날이 오나. 하고 유원호를 보면서 칼을 갈고 있었던 도혜였다. 이렇게 유원호라는 사람의 검사복을 벗게 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오유리의 조사가 끝나고 따로 도혜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에 오유리를 귀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