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32
132
변호인 강태훈 132화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VVIP석에 앉은 함윤지와 유원호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유원호는 슬쩍 함윤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신경질이 나는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손을 살짝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필요한 거 있으신가요?”
“왜 이렇게 질겨? 내가 비싼 돈 주고 이런 걸 먹어야 해? 응?”
“죄송합니다. 다시…….”
“됐고, 와인이나 더 줘.”
무슨 말을 해도 좋게 나오는 경우가 없었다. 유원호 자신도 검사로서는 그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긴 했지만. 함윤지는 연인인 자신이 봐도 영 아닌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만나는 이유는 그녀의 집안 때문이었다. 그 빵빵한 집안에 들어가면 자신은 더욱 날개를 달 것이고 추후 지청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함윤지 역시도 유원호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집안에서 검사 한 명 물어오길 원했다.
그리고 유원호처럼 부장검사를 달 제목이라면 함윤지는 좋은 사윗감을 물어가는 셈이었다.
핏기가 감도는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썰어 입안에 넣은 유원호는 진동하는 휴대폰을 품속에서 꺼냈다.
평소에 알고 지냈던 형사였다. 물론 두 사람 간의 암흑 간의 거래 하에 꽤나 친분이 두터웠다.
안도혜 검사의 관할 경찰서에 근무하는 녀석이었다. 아직 직급은 낮아도 그래도 많은 것을 주고받는다.
“식사 중인데. 무슨 일인가?”
유원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경찰의 목소리는 흥분감과 동시에 걱정을 담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한마디 한마디 듣던 유원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문자라니?”
– 병원 원장과 주고받으신 문자 내용 말입니다!
“그걸 자네가 어떻게.”
유원호는 경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눈을 크게 떴다. 병원 원장과 문자? 주고받긴 했다.
그에게 성형부작용에 관련한 보상금 명목으로 돈을 받기 위해서였다. 또한, 암묵적으로 윤지가 계속 프로포폴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 그 문자 내용을 가지고 브랜드 성형외과 간호사가 찾아왔다고요. 지금 프로포폴에 관련한 사실이나 연인분 이야기에 금전 문제가 얽혔던 것까지 싹 다 조사 마치고 올라갔습니다.
“……뭐!?”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유원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붉은 레드와인이 담겨 있던 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깨졌다.
챙그랑!
휴대폰을 거칠게 끊은 유원호는 안절부절못했다. 어떻게 간호사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또 자신들이 주고받은 내용은 어떻게 경찰에 넘긴 건가.
오유리가 장인혁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유원호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편으로는 또 큰일이었다.
곧 매스컴에 이 사실이 퍼질 것이다.
역시나.
곧 다시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지청장이었다.
– 자네, 사실인가?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그는 일단은 모른 척 물었다.
그러나 지청장의 입에서는 현재 그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또한, 기자들이 경찰서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곧 이 사실은 전국에 퍼질 것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인터넷. 모두 샅샅이 퍼질 것이다.
기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먹잇감이었다. 미모의 재벌 아나운서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그것도 치료 목적이 아닌 이유로.
또한, 그녀와 내연관계인 검사는 그녀의 부탁에 따라 성형부작용을 일으킨 병원 원장에게 보상금을 직권을 남용하여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프로포폴을 계속 맞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처럼 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어디에 있겠는가.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잔이 깨지며 화들짝 놀랐던 함윤지가 물었다. 가뜩이나 복잡한데 그녀가 성을 내며 묻자 유원호는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닥쳐…….”
“뭐?”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차한 유원호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는 스마트폰을 켰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사태를 살폈다. 실시간 검색어에 당당하게 프로포폴 아나운서라는 검색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것 좀 봐.”
“뭔데?”
그녀는 도통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 무척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을 것 같은 그다.
곧 프로포폴 아나운서라는 검색어를 확인한 그녀는 그것을 클릭했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함 모라고 표현되어 있었고, 성형외과가 운운 되면서 프로포폴 의혹에 관련한 기사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연관검색어에 이미 ‘함윤지’라는 이름 석 자가 떠올라 있었다.
“뭐야, 이거.”
그녀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유원호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 * *
[아나운서 함 씨가 프로포폴 투약혐의에 관련하여 오늘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되었습니다. 아나운서로서 활동하고 있는 함 씨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습적으로 반 년간 프로포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함 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A 씨는 해당 성형외과에서 함 씨가 계속 프로포폴을 맞을 수 있도록 주도했고, 또한 작년 11월에 하였던 수술에 관련한 부작용을 빌미로 약 8천만 상당의…….]뉴스는 신나게 프로포폴 투약혐의에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이범현은 손가락을 퉁겼다.
A 씨는 당연히 유원호 검사였다.
“드디어 저 새끼가 가는구나!”
만천하에 이 사건이 드러난 이상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유원호가 검사복을 벗게 될 것은 기정사실과 같았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그가 얼마만큼의 처분을 받느냐였다.
과연 실형을 살지 집행유예로 끝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감찰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다른 것. 함윤지의 사건은 안도혜 앞으로 현재 향해 있는 상황이었으며, 병원 원장 성폭행 사건 역시 도혜의 앞으로 배당되어 있었다.
일단 그녀는 서둘러서 함윤지의 일부터 처리하는 게 목표일 것이다.
그리고 태훈은 오유리를 돕고 법적 자문을 주고 앞으로 혹시 있을 일들에 도움을 주면 되었다.
태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 안녕하세요, 강태훈 변호사님. 저 화산 법무법인의 오지성 변호사입니다.
화산 법무법인이었다. 원장 측은 분명히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었다.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 형을 낮춰보려는 속셈일 것이다.
프로포폴을, 그것도 남에게 강제적으로 투약하게 하고 성폭행을 한 것은 분명 실형을 살고도 남을 일이었다.
태훈이 생각했을 때는 아무리 비싼 변호사를 한 트럭 가져와도 힘든 사건이었다.
형을 깎기에는 죄질이 너무 나쁘다.
“예, 무슨 일이시죠.”
– 다름이 아니라 오유리 씨 사건에서 장인혁 원장님께서 합의를 좀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강간 사건의 경우는 합의를 본다고 할지라도 무조건적인 실형을 살게 된다.
그래도 합의를 보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어느 정도는 형을 낮춰준다.
그리고 장인혁은 프로포폴을 함윤지에게 공급해준 혐의가 있었다. 이 역시 죗값을 크게 받을 거다.
1, 2년이라도 줄여보겠다고 뛰는 모습이 애처롭다.
“죄송하지만 의뢰인은 합의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추후, 저희 쪽에서는 유죄판결 후 배상명령 신청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상받을 생각입니다. 끊습니다.”
원장도 분명 파렴치한 사람이었다. 오유리도 그와의 합의를 일절 원하지 않았고 재판이 끝난 후 굳이 합의가 아니어도 돈을 뜯어낼 여력은 충분했다.
태훈은 냉정하게 딱 잘라 전화를 끊어버렸다.
* * *
지청장은 쩔쩔매고 있었다. 현재 검찰에는 함윤지가 소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함윤지의 아버지가 잘 좀 봐달라면서 사정 사정을 하는데 자신도 죽을 맛이었다.
또한, 검찰청장 역시도 전화했다.
죄를 받기는 하겠지만 다른 범죄자들처럼 다루지 못하게 하라는 말이었다.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고 추후, 함윤지 부모들에게 말이 안 나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함윤지의 부모들도 자신들이 이 이상 간섭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안 것이다.
“싫다니까요?”
“안 검사.”
예전에는 이범현 그놈의 자식이 그러더니 이제는 안도혜가 그러고 있었다. 아니, 이범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진 않다.
하물며 도혜의 배경을 알게 된 이후로 지청장은 도혜를 대하는 게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검찰청 내부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녀가 옳지 못한 일을 하면 뭐라고 하지. 그녀는 옳고 그른 일만 해대고 배경도 대단했으니. 이거 참,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아, 왜요.”
“자네 함윤지 양하고 친구이지 않아?”
안도혜는 기가 찼다. 함윤지가 소환되고 이제 한 번 털어볼까, 했더니 급히 지청장이 자신을 불렀다. 지금도 함윤지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왜 불렀나 했더니. 욕도 하지 말고, 목소리도 높이지 말고. 마치 아부를 떠는 것처럼 그렇게 대하라고 한다.
세상에! 어떤 검사가 범죄자 대하면서 ‘어우 그러셨구나. 그래도 괜찮아요, 조금만 구형할게요. 호! 호! 호!’ 이러냔 말이다.
도혜는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한다.
“저는 범죄자 친구 둔 적 없는데요? 그리고 함윤지도 저 친구라고 생각 안 할걸요?”
아마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겠지. 물론 도혜는 그것보다 훨씬 밑으로 본다.
그런 천방지축, 남 귀한 줄 모르는 여자는 재력이나 외모 모든 걸 떠나서 최하위급의 인간이다.
“자네 정말 이럴 거야!? 누구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응!?”
“네. 이럴 건데요?”
도혜는 정말 당당했고 거침없었다. 화를 냈던 지청장의 얼굴이 다시 ‘헤’ 하고 풀어졌다.
“이봐, 안 검사. 나 좀 도와주게나. 응?”
그가 쭈글쭈글한 손을 뻗어 자신의 손 위에 겹치려 하자 안도혜는 기겁을 했다.
“성희롱이에요 이거? 직장 내 성희롱이 얼마나 큰 죄를 묻는지 아시죠?”
지청장은 말문이 막혔다. 세상에 어느 나라 검사가 지청장. 그것도 서울중앙지방의 지청장에게 이렇게 성희롱 운운하는가.
역시 안도혜는 미친년이다.
“됐고 전 갑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죠?”
도혜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지청장이 붙잡을 새도 없었다.
등 뒤로 지청장의 목소리가 퍼졌다.
“그럼 제발 욕은 하지 마!”
도혜는 대꾸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그녀는 귀를 후벼팠다. 지청장이 자신에게 험악한 욕을 하는 것이 들리는 듯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총총총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바깥에는 윤지와 함께 대동해 온 남성이 있었다.
그는 변호사는 아닌 듯싶었다.
“보디가드도 있고 팔자 좋네.”
도혜는 심드렁하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함윤지가 앉아 있었다.
계장과 수사관은 눈치를 봤다. 함윤지가 범죄자라고는 하지만 수사관이나 계장도 함부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었고 도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친구라는 사실은 계장과 수사관도 들었다. 그런 이 사건을 도혜가 과연 어떻게 풀어갈까.
그것은 그들에게도 궁금한 사항이었다.
도혜는 노트북을 챙기고 그녀를 이끌었다.
“뭘 멀뚱멀뚱 앉아 있어? 내가 일으켜주리? 따라 들어와.”
도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함윤지는 머뭇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그녀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