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33
133
변호인 강태훈 133화
신문실로 들어온 함윤지의 얼굴을 도혜는 살폈다. 평소와 다르게 수척했고 항상 오만했던 그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뭐 그런 모습?
누구든 검사 신문실에 오면 이런 표정을 짓고는 하더라.
함윤지도 다를 바는 없었다.
함윤지는 하필 안도혜가 걸린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사건이 세상에 밝혀지고 부모님이 힘껏 뛰어다니셨다.
윤지도 사람을 통해 도혜가 검사로서 어떠한 사람인지 확실시하게 알아봤다.
그리고 완전히 망했다.
윗선은 당연히 도혜를 권력으로 억누르지 못한다. 그뿐 아니었다. 지청장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하는 검사가 바로 안도혜였다.
사실 안도혜가 아니었으면 세상에 이 사실이 밝혀졌다고는 하나, 집행유예로 이끌어갈 수가 충분히 있었다.
그만큼 압력을 가하면 되고 그 압력은 함윤지가 극심한 우울증과 정신병을 앓고 있었고 제대로 된 숙면을 하지 못하자 치료 목적으로 손대게 되었다고 말하면. 미리 입을 맞춘 법관도 ‘아- 그렇구나! 그거 안타깝구나!’ 하면서 집행유예를 때려줄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그런 건 쥐꼬리만큼도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압력으로 병원을 눌러 진단서를 받아내면 도혜는 병원을 털 것이고, 법관이 부당한 판결을 내리면 항소에 항소, 항소를 반복하고 법관마저 털 것이다.
‘친구라면서!? 당장 감옥 가기 싫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설득해!’
함윤지가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있다면 도혜가 그녀를 나긋나긋 봐주고 협조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아는 도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검사로서 그녀가 보이는 입지도 그랬다.
그녀는 학창시절에는 누구보다 예의범절을 중시하였고 한편으로는 친구들과의 화목도 중요시 여겼다.
안 되는 일을 하는 아이라면. ‘하지 마!’라고 하던 게 도혜였다.
그런 그녀를 함윤지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
변호사도, 서울중앙지청의 지청장 역시도 안도혜가 사건을 담당한 이상 힘을 쓰기 힘들다고 발언했다.
결국, 무조건적으로 안도혜가 이 사건을 쥐고 있었다. 수사권 역시 그녀가 가지고 있다.
사실 함윤지는 안도혜가 무척 미웠다.
어렸을 적, 타고난 천생일까. 무시하는 게 일상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게 좋았고 교사들도 말 한마디 붙일 때 조심스러웠다.
그 때문에 자신은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고정관념을 밟고 자신에게 일침을 가한 게 도혜였다.
반에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미술 시간에 실수로 함윤지의 옷에 물감을 묻혔다.
그 순간, 날아간 것은 함윤지의 손바닥이었다.
아이를 몇 차례를 때린 함윤지를 말리는 사람은 아이 중에 아무도 없었다.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놀라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만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배경을 떠올리며 선뜻 ‘뭐하는 짓이야!? 친구를 때려!?’라고 교사도 외칠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함윤지의 뺨을 때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안도혜였다.
짝!
‘뭐……!’
짝!
‘무슨 짓이야……!’
‘아프지? 아플 거야. 오연이도 아파. 오연이도 네가 뺨을 때려서 아프다고.’
그것은 충격이었다. 누구에게도 뺨 한 번 맞아본 적이 없는 함윤지였다. 교사들도, 교장도 자신에게는 고개를 조아렸다.
지적장애인 뺨 몇 대 때렸다고. 도혜가 자신을 때렸다.
화가 난 함윤지도 손을 뒤로 젖혔다. 그 손을 도혜는 가볍게 잡아챘다.
‘네 부모님이 그만큼 잘났고, 네가 그렇게 비싼 옷을 입었으면 그렇게 많이 받고 대접받았으면 베풀면서 살아. 너보다 약한 애들 괴롭히지 말고. 알겠어?’
그 말이 끝이었다. 안도혜는 너무나도 차가운 시선을 끝으로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일으켜주고 달래주었다.
사실 함윤지는 처음 그녀와 봤을 때 친해지고 싶었다.
자신과 버금가는 집안을 가진 아이였고 여자인 자신이 봐도 질투 나게 예뻤으니까.
그러나 자신과 전혀 상극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아닌 지적장애를 앓는 더러운 여자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더 보듬어주었다.
그때부터 안도혜를 철전지원수로 그녀는 머리에 고정되었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욱 다른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급식소에 가면 남녀 아이들을 불문하고 도혜의 주위로 아이들은 밥을 먹었고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긴 했다. 자신과 어울리는 돈의 노예들.
진심이 없는 허울 같은 친구.
시험을 보면 안도혜는 항상 전교 1등을 하였고 학교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혜는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도 좋으신 분들이네.’
교사들이 입방아에 올린 말이다. 그녀는 커서 크게 될 것이다.
‘우와, 쟤가 안도혜야?’
인근 학교 남학생들은 그녀를 보러 왔고.
‘도혜야. 고마워.’
많은 아이가 그녀를 아끼고 좋아했고 사랑했으며.
‘도혜는 정말 착해.’
그녀가 자신들의 친구인 걸 기뻐했다.
그러나 함윤지는 갈수록 더 멀어져갔고 더 외로워졌다. 변하려고도 해봤지만 그게 되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되고서 미모의 아나운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부러움, 남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담아도 그녀는 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원점으로 온 것 같다.
도혜가 그녀의 앞에 있었다.
실형은 피해야 했다. 감옥에 갈 순 없었다.
“자, 신문을 시작해…….”
도혜가 깍지를 껴 손가락을 푸려는데, 함윤지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무릎이 천천히 바닥에 닿았다.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그녀는 푹 고개를 숙였다.
* * *
감찰부 사람들과 함께 유원호는 신문실에 있었다. 감찰부 사람들은 유원호의 눈치를 살폈다.
“죄송합니다. 일이 너무 크게 벌어졌어요. 문자 내역이 공개된 상황이고 여론도 심각해서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서울지청의 부장검사를 유원호는 정확히 3일 뒤에 달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 유원호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검사직은 박탈당할 것이다.
공갈죄와 변호사법 위반. 쉬운 이름이 아니었다. 하물며, 함윤지가 프로포폴을 받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기까지 했다.
유원호의 경우는 함윤지처럼 뒤에 빽이 없다.
지청장이나, 검찰청장? 이제까지 열심히 닦아줬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줄 리 만무했다.
지금 검찰에서 유원호 같은 사람이 나왔기에 국민은 ‘검찰 믿고 살 수 있겠어? 청장부터 잘라야 해, 지청장부터 잘라야 해.’ 하는 판국이다.
그런 판국에서 그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접해 들었다. 오유리로 인해 이 사건이 시작되었고 그 옆에 있던 사람이 강태훈 변호사였다.
사소한 의뢰인의 의뢰를 들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유원호는 강한 분노를 느꼈다.
태일기업과의 좋았던 연줄도 강태훈에 의해 모두 끊겨 뒷돈 줄이 모두 끊어졌고 그에게 패소한 후로 되는 일이라고는 부잣집 재벌 딸내미 하나 문 것뿐이었는데, 그 일이 전부 망해버렸다.
그 잘난 놈. 너무나 싫다.
* * *
“뭐하는 거니 너?”
도혜는 함윤지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음에도 목소리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함윤지의 눈물이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치욕스러워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안도혜에게. 그토록 미워했던 안도혜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잘못했어. 도와줘, 도혜야. 나 실형 받으면 안 돼. 부모님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어. 제발 도와줘…….”
그녀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있었다. 부모님도 재계에서의 이미지가 있는 분들이었다.
딸이 프로포폴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가면, 아예 호적을 파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재계는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잔인하고 무서운 곳이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려나?”
그 말이 자신을 돕겠다는 말로 들은 것인지 함윤지는 고개를 들어 도혜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픽 웃고 있었다.
“부탁이야. 응? 도와줘.”
“일단 일어나.”
그녀는 함윤지를 일으켜 세웠다. 그것이 수긍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윤지의 얼굴로 화색이 생겼다.
그녀는 천천히 윤지를 자리에 앉혔다.
‘그래, 아무리 서로가 물어뜯어도 몇 년 친구인데 우리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혜는 착하니까. 정말 착한 아이이니까.
아무리 자신이 그렇게 못되게 굴고 했어도 그녀라면 용서해 줄 것이다.
“이야기를 해봐.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거야?”
“그게…….”
“괜찮으니까 말해봐.”
도혜는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서 윤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 치료 명목이었다라…… 우울증 뭐 이런 거.”
병에 관련해 치료를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받았다. 참작해 줄 이유가 충분하다. 또 법관에게 뒷돈 좀 주면 더 참작될 것이다.
“그럼 내가 이 사건에서 조용히 져주면 되는 건가? 수사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함윤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제까지 너한테 못되게 굴었던 거 다 사죄할게. 그러니까 한 번만 도와줘.”
도혜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넘어왔다고 여겼다. 그녀를 설득했다.
이제 자신은 감옥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도혜는 그 조막만 한 손으로 귀를 후비더니 몸을 일으켰다.
“이걸 확!”
그녀가 주먹을 쥔 손으로 손을 젖히자 함윤지는 눈을 질끔 감았다. 과거 도혜에게 뺨을 맞았던 것이 트라우마로 조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주먹을 내린 도혜는 한숨을 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남자들이 담배를 왜 피우는 줄 알겠다.”
그녀는 답답한 이 심정에 열불이 치민다는 표정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척 우호적이었던 그녀가 한순간에 변해버리자 함윤지는 놀라고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
윤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네가 무릎 꿇어서? 그거 이제까지 나한테 못되게 군거 사죄한 거 아니었어?”
도혜의 태연한 물음에 그녀는 말을 잃었다. 도혜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무슨 네가 울면서 무릎 꿇고 빌면 ‘아, 딱하구나. 그래 그러자.’ 이럴 사람인 줄 알았냐?”
윤지가 아는 도혜는 착하고 자비롭고, 선한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 감싸고 돕는 아이였다.
“너, 넌…….”
“난 뭐? 야. 정신 차려. 네가 벌인 죗값. 네가 달게 받는 건 당연한 거야. 네가 불쌍할 이유가 없다고.”
“뭐?”
안도혜는 너무나도 차갑게 말했다. 안도혜는 분명 학창시절에 누구보다 착실했고, 선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존재였다.
그리고 나이를 먹은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건 아무 이유 없이 힘든 사람들이었다. 스스로가 그 일을 만든 게 아니라, 갑자기 닥친 일에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함윤지 같지 않은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안도혜도 커서도 어느 정도 변한 게 있었다.
그건 범죄자들의 눈물의 호소의 이유를 잘 알아야 한다는 거다.
1천 원짜리 빵을 훔치고 배고팠다고 말하며 울며불며 애원하는 아이와.
어마어마한 재력가의 부모님. 자신의 유흥을 위해서 팔뚝에다가 마약으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여성이 봐달라고 애원하는 것.
분명 두 가지의 질 자체가 달랐다.
함윤지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저지른 범죄?
그만큼 악독한 것이 있을까.
용서할 것도 자비를 베풀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거 아냐? 네가 뱉은 말들은 전부 녹취되었다는 사실.”
안도혜는 너무나도 차갑게 웃었다.
“자, 조사 시작한다. 이름.”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차가운 도혜로 인해 두려웠고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들이 눈앞에 들이닥친 것이다.
그녀가 벌인 범죄다. 그녀가 이제까지 남을 무시하고 짓밟은 만큼, 가져가야 할 업보다.
“이름! 빨리 대답 안 해!?”
“함……윤지…….”
“나이.”
“서른일곱.”
그렇게 성난 도혜의 목소리와 함께 조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