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38
138
변호인 강태훈 138화
일단은 합의를 주도해 볼 생각이었다. 과연 해줄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강태산 대표라면 돈은 차고 넘칠 테니까.
먼저 찾아간 것은 아들 강대환이 있는 병원이었다. 지금쯤 영석은 학교에 있을 것이다.
병실은 1인실 특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TV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과자를 먹고 있는 강대환이라는 아이가 보였다.
대환은 또래 아이에 비해 키가 훌쩍 컸다. 태훈과 견줄 정도였다. 체구는 마른 편이었고 상당한 미남형이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누구세요?”
“나 영석이 변호사인데.”
“이렇게 마음대로 와도 되나요?”
그는 날카롭게 질문 던졌다. 태훈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져온 과일 바구니를 내려다 놓았다.
“아! 나 세상에서 과일이 제일 싫은데!”
대놓고 태훈을 경계하는 목소리였다.
태훈이 뭐라 말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합의는 안 봅니다. 저 그때 죽을 뻔했어요. 세상에 같은 반 학우를 책상하고 의자로 내려찍는 놈이 어디 있습니까?”
“그건 영석이가 잘못했지. 같은 학우인데.”
태훈은 속에서 화가 끓었지만 어색하게 웃음 흘렸다.
“아, 한 1억 주면 합의해 줄 의향도 있어요. 1억으로 애들한테 맛있는 거나 쏴야지. 아, 맞다. 영석이네 집은 1억 없겠구나…… 불쌍한 놈, 쯧!”
그 1억을 가볍게 운운하면서 과자를 아구 하고 씹어 삼키는 모습이 무척 얄미웠다.
어른 앞에서도 이러는 녀석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오죽할까.
“근데 영석이가 변호사가 있다니이?”
그는 생각해보니 그 형편에 변호사를 고용했다는 것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저씨 국선이에요?”
“사선인데.”
“헐? 이야 영석이 돈 많네. 어머니가 생선 많이 파셨구나! 하하!”
그의 웃음에서 점차 태훈의 끈이 놓이고 있었다.
“대환아. 너도 이제까지 영석이 괴롭힌 것도 있고 하니까. 좋게좋게 합의 봐달라고 아버님한테 말씀드리면 어떻겠니.”
“제가요? 언제요? me? 제가 영석이한테 얼마나 잘해주는 친구인데요. 이거 참, 영석이 고놈 은혜도 모르고 사람 나쁜 놈으로 모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합의를 보려면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져와야지 순 허풍으로 일관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거 저도 변호사 부를까요? 아버지 부하직원 데려옵니다. 들었죠? 저희 아버지가 대한 법무법인 대표님이신 거.”
그는 콧방귀를 끼면서 대놓고 태훈을 조롱했다. 그는 태훈이 어떠한 변호사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 봤자, 대한 법무법인 이야기를 들으면 벌벌 떨겠거니 여긴 것이다.
“정말 너는 영석이를 괴롭힌 적이 없는 거니?”
“와, 진짜 너무하시네요. 저같이 순진무구하게 생긴 사람이 어딨어요? 얼굴 봐요. 제가 그럴 놈으로 보여요?”
‘그럴 놈으로 보인다.’
태훈은 고개를 순간 끄덕일 뻔한 걸 참았다. 합의 의사 자체가 없었다.
녀석의 목적은 영석이 소년원 가는 것.
“아아, 됐고 빨리 나가요. 저 합의 안 보니까. 그 놈. 이거 봐주면 안 돼요. 콩밥 한 번 먹어봐야지.”
태훈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무조건 잡아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가진 구체적 증거도 없으니 뭐라 말은 못 하겠다마는.
심증적으로는 충분했다. 하나, 법원이 심증보다 물증을 원하는 게 문제다.
그래도 이제 고분고분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대환아.”
“네?”
“어디서 어른 앞에서 다리를 떨면서 과자를 씹으면서 말해.”
“하……!?”
태훈의 이마로 혈관마크가 솟았다. 그의 위협적인 목소리에 대환은 흠칫하더니 헛숨을 뱉었다.
“이게 합의하자는 태도예요?”
“보니까 넌 합의 의사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너희 아버지하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아버지와 이야기한다는 말에 대환은 적지 않게 놀랐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 줄은 알 텐데?
물론 그의 아버지가 국내에서 알아주는 법조인이었지만 어차피 태훈으로서는 대면해야 할 사람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바로 가면 된다.
대한 법무법인으로.
“정말 우리 아빠한테 가는 건 아니겠지?”
문이 닫히고 그가 나가자 대환은 불안해졌다. 그래도 태산은 아버지라고.
아들인 자신이 했던 일은 덮어두고 영석의 사건을 중점으로 강하게 처벌되길 원하고 있었다.
부모는 두 부류가 있다.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아는 사람들과.
자기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아는 부류.
태산이 딱 전자에 속하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온 태훈은 담배 한 대를 깊게 빨아 뱉어내고는 대한 법무법인으로 차를 향했다.
* * *
대한 법무법인.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고 의뢰인들은 계속해서 방문했다. 최고의 엘리트 변호사들은 바쁘기 그지없었다.
그런 수많은 변호사는 단 한 사람이 들어오자 모두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그들의 시선은 남성을 향해 있었다.
기태도 막 밖으로 나서려다가 들어온 남성. 태훈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대한 법무법인의 이들은 모두 태훈을 경계하는 시선이었다.
물론 철천지원수 진 것은 아니었지만, 강태훈은 인성기업 사건이나 강무혁 사건 당시 인성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 적이 있는 변호사였다.
그가 이렇듯 당당하게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은, 적군의 진영에 발을 들인 것과 다를 격이 없었다.
그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태훈아, 여긴 왜…….”
기태는 결혼식 때 와주었고 그때 어쭙잖은 이야기는 대강 풀었다. 물론 속 시원하게 푼 것은 아니었지만.
“대표님 계시지?”
“설마 대표님 뵈러 온 거야? 사전에 연락은.”
“안 받으시더라고.”
태훈은 어색하게 턱을 긁었다. 한 마음의 박문수 대표에게 전화해서 연락처를 물어본 후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았다.
때문에 이렇게 무작정 쳐들어왔다.
대표실은 유리 벽 너머에 있었다. 그 앞으로 강태산 대표의 비서가 보였다.
그녀가 서둘러 전화를 넣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번에 내가 사건을 맡은 게 있는데, 강태산 학부모님하고 할 이야기가 있어서.”
“학부모?”
기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 이해했다. 막내아들 말하는 것 같았다. 참 기태도 느끼지만, 강태산은 아이들을 너무 풀어놓고 키웠다.
지금 현재 기태는 공익 법무관을 마친 첫째 아들 녀석을 대한 법무법인에서 교육시키고 있는데 지 멋대로의 성격에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막내아들도 가끔 이곳에 오긴 했는데, 엘리트로 꼽히는 대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을 부른 어조가 틱틱거렸다.
마치 자신의 밑의 이를 부르듯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변호사가 저 녀석 인성은 글렀구나 하고 여기고 있었다.
“들어가 봐도 되지?”
태훈은 앞을 기태가 막고 서 있자 그를 지나쳐 가려 했다. 기태의 손이 그의 팔을 잡았다.
“대표님이 허가하시면 들어가.”
“그래? 그렇다면 뭐.”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합의해 달라고 온 거였다. 나름 부탁을 하기 위해 온 자리다.
때마침 수화기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던 여비서가 다가왔다.
“대표님께서 들어오셔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태훈은 여비서를 따라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강태산 대표는 골프공을 골프채로 툭 치고 있었는데, 때마침 원 안에 골프공이 쏙 들어갔다.
태훈은 작게 손뼉을 쳤다.
짝짝-
“자네 이름이…… 강…….”
그는 기억이 흐릿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물론 그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한성호를 이긴 놈이다.
그것도 이제 막 군법무관 마치고 나와서.
대한 법무법인에 들어오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고 탐을 내는 인재이기도 했다.
“강태훈 변호사입니다. 현재 비상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렇지. 참. 차 한 잔 내오지.”
“네. 대표님.”
꾸벅 정중히 고개를 숙인 여비서가 나갔다. 골프채를 집어넣은 그는 앉을 것을 권유했다.
“그래, 무슨 일로 왔나.”
그는 모른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뗐다. 그도 들었을 것이다. 강태훈이 이번에 그의 자녀에 관련한 사건을 맡았다고.
“대표님 아드님 일 있지 않습니까. 강대환 군. 이번에 제가 박영석 군 변호를 맡았거든요.”
“그런가?”
그는 생소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 검은 속이 훤히 보였다.
“그러한데?”
“합의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합의라…….”
강태산은 눈을 감고는 생각에 빠진 것처럼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비서가 들어와 커피 한 잔씩을 두 사람 앞에 놓았다.
“대충 정황은 들었네. 갑자기 달려들어서 주위의 물건들로 내려찍었다지.”
‘갑자기’라는 단어에 태훈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자식의 잘못은 짚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요. 대표님. 아드님께서 이제까지 박영석 군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혀왔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 난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건 박영석 군이 그러던가.”
“예.”
“음…….”
태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도 안다. 그 녀석도 성격이 불과 같았고 남을 짓밟기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못나도 아들인 것을. 또 아들이 다치고 나서 어째서 그 아이가 대환이에게 그런 일을 벌였을지 대환을 추궁해 보았다.
처음에 입을 열지 않던 녀석이 불같은 화를 내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는데,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는 사실이었다.
태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단지 더 이상은 그런 일 없게 하라는 충고를 하였고 철저히 덮자고 생각을 마쳤다.
추후 대환이가 커서 학창시절에 그런 아이였다. 라는 이야기가 있으면 별로 좋을 것은 없었고 부모인 자신 입장에서도 썩 좋을 게 못 되었다.
또한, 아무리 그래도 아들이 꽤나 크게 다쳤다. 애비 된 마음으로서 편치 못했고, 특히나 가장 화났던 것은 아이의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생선 가게를 운영한다지?
그것도 시장에서.
그런 가진 것 쥐뿔도 없는 놈의 자식이 귀하디귀하게 자라온 자신의 아이를 건드렸으니 속이 뒤집혔다.
강태산도 그만큼 꽉 막힌 재계 족속 중 한 사람인 것이다.
“자네 예상외일세.”
“예?”
“보면 모르겠나. 박영석이라는 그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자기 딴에는 무마해 보겠다고 하는 소리 같은데, 자네가 그 말을 믿을 줄은 또 몰랐구만.”
태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강태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거짓말일 수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강대환과 박영석을 놓고 본다면 누가 위아래인지가 보인다.
누가 지배하려 들고, 누가 지배당하는지가 보인다.
또한, 박영석은 머리가 빼어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무모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오히려 더 현실성이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증거.
그것을 아는 강태산은 쐐기를 박았다.
“그런 것은 또 자네가 조사해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뭐 같은 반 학우들한테서나 담임교사한테나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대환이가 평소에 영석이라는 친구를 괴롭혔는지 말았는지. 난 이 사건 관련해서 합의 볼 의향이 없네. 그리고 만약 대환이가 정말 그렇게 하고 다녔다고 나 역시 확신했다면 내가 먼저 아마 영석이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서로가 잘못한 것을 두고 차나 한잔하며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고 일을 무마하려고 했을 걸세. 뭐하러 복잡하게 일을 크게 키우는가. 하나, 이것은 가만히 있는 내 아들 녀석을 영석이라는 그 친구가 건드린 격이니. 나 역시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합의는 미안하지만 봐줄 수가 없을 것 같군.”
태산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학우들은 당연히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하겠지.
담임교사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모두가 영석이 아닌 대환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그 어린아이가. 벌써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불공평함을 만드는 게 누구인가.
아직 어린 학생들 사이가 그 급이 나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성화 고등학교 아이 중 상당수가 남을 무시하고 어른 공경도 없고,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은 다 아이들이 그렇게 타고난 게 아니라. 어른들을 통해서 내려간 습성이었다.
이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영석이 느낀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태훈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