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4
14
변호인 강태훈 014화
벌써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1년 동안 역시나 태훈은 빛을 발했다. 토익이면 토익, 레포트면 레포트, 시험이면 시험, 모든 것이 우수했다. 역시 1학년 수석을 해냈다.
학교 내에서 태훈을 따라올 자는 범현뿐이었다.
그 뒤로는 민석이었다.
근면, 성실했기에 교수들에게도 인기가 큰 편이었다.
이야기하다가 박문수 대표와 아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 공석민 교수의 수업이 진행 중에 있었다.
그는 칠판에 크게 적는다.
‘악법도 법이다.’
악법이라 할지라도 이 법체계 안에 있는 이상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명언이다.
“실상 법은 누군가에는 유리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고 누군가에는 유리하다.
지금의 사회는 그것을.
불리한 자는 힘없는 자라고.
유리한 자는 힘 있는 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법과 대학의 주를 이루는 교과는 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국제법, 노동법, 상법, 행정법, 파산법, 세법 등 실정법에 관한 학문을 주로 이루게 한다.
공석민 교수는 15년 이상을 대형 로펌에서 유능한 변호사로 근무했던 이였다.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도 많이 했던 사람이며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은 때로는 적이 될 수도, 때로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의 강의는 지루하지 않다.
끝나갈 무렵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범현 학생, 강태훈 학생.”
“네.”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모두가 알다시피 두 사람은 지향하는 게 다릅니다. 범현 학생은 검사를 지향하고 태훈 학생은 변호사를 전향합니다. 어쩌면 추후 적이 되어 만나게 될 겁니다.”
강의를 받는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는 정의(正意)를,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존재합니다. 친분이 있다고 법을 지나치지 마십시오. 돈을 준다고 ‘흑을 백이다!’라고 하는 헛된 행동! 그것을 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악법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것으로 강의를 마칩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拍手喝采)가 이어졌다.
석민은 나가기 전 태훈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이번 레포트 아주 훌륭했어. 두 사람 모두!”
“감사합니다.”
그의 칭찬에 태훈과 범현이 빙긋 웃었다.
반면, 민석은 내심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공석민 교수는 그를 무심하게 지나쳤다.
‘제길……!’
항상 이런 식이었다. 석민은 대학교에 와서 태훈과 범현이라는 두 녀석 때문에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 같은 찬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항상 3등. 그것이 자신의 성적이다.
볼펜을 쥐고 있던 석민의 손에서 볼펜이 부서졌다.
와직.
‘저거 500만 원짜리 수제라고 하지 않았나.’
그 모습을 보며 기태는 아까운 표정이 되었으나 곧 간신배처럼 말한다.
“저 녀석들 언젠간 네 밑으로 오게 되어 있다니까.”
“아부 좀 작작해라. 역겨우니까.”
1년 동안 기태에게 저 말만 숱하게 들었다. 이젠 지겹다.
“응? 응…….”
“저 새끼들. 조만간 제친다. 꼭.”
그는 이를 악물었다.
버러지 같은 녀석들이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이번에 밟아야지 하였지만 결국 이번에도 밀렸다.
그러다 그는 재밌는 것이 생각난 듯 빙긋 웃었다.
자신에게는 가장 큰 무기인 돈이 있다는 걸 요즘 잊고 있었다.
그는 지갑을 꺼냈다.
민석이 부순 볼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기태는 그가 지갑을 꺼내자 그 지갑에 시선을 집중했다.
천만 원짜리 수표가 수두룩했다.
항상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하였다. 실상 기태의 형편은 좋은 편이 아니라, 오히려 어려운 편이다.
그가 이렇게 돈을 꺼낼 때마다 부럽다.
그는 2장의 수표를 책상 위로 떨어뜨렸다.
“동네 애들 좀 시켜서 쟤네 좀 주무르라고 해.”
“아무리 그래도 학교 친구인데 그건 좀…….”
2천만 원이라는 돈을 주면서 시킨다는 건, 동네 양아치를 시키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깔끔하고 자신의 신상이 들키지 않는 확실한 이들을 말하는 것일 거다.
실제 조폭 정도일 것이다.
“네가 언제부터 내 말에 토를 달았냐?”
민석은 그를 하찮다는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아, 알았어…….”
‘개 쓰레기 새끼…….’
수긍하면서도 기태는 한편으로는 그를 욕했다.
실상 그의 부하 노릇을 하면 떨어지는 게 있었다.
그가 가볍게 던져주듯 바닥에 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라도 던져주면 그것이 1년 치 생활비가 되곤 했다.
가난한 형편에 이를 악물고 서울대 법과 대학에 겨우 장학금으로 들어온 기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부하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이런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 * *
운동을 끝낸 후 태훈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체육관과 집의 거리가 걸어서 15분밖에 걸리진 않는다.
밤공기가 좋았고 또 그 얼마 안 걸리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간다는 건 게을러진다는 증거가 된다.
그 때문에 학교 갈 때나 집에 올 때가 아닌 체육관에 가거나 돌아올 땐 걸어서 가는 편이었다.
편의점에 들려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나온 태훈은 어두운 큰 골목으로 들어섰다.
“룰루루.”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던 그의 콧노래 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인기척이 있다.
뒤에서 쫓아오는 걸음이 분명히 있었다.
그 발걸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뭐지? 인신매매?’
요즘 흉흉한 이야기가 있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일단은 천천히 걸음을 높여서 녀석들이 정말 자신을 쫓는 것인가 파악했다.
확실했다.
자신이 빨라지면 그들도 빨라진다.
우측으로 빠지는 작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일단은 도망치는 게 옳다는 판단이 섰다.
그대로 바닥에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골목은 미로처럼 세 갈래로 꼬불꼬불 엉켜 있었다.
실상 태훈도 잘 모르는 골목이었으나 일단 들어가고 보았다.
그들의 빠른 뜀박질 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는 다시 꺾인 길로 들어서는 순간 욕설을 속으로 지껄였다.
‘젠장!’
막다른 길이었다.
발걸음 소리는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곧 그것은 숨죽인 태훈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이를 본 태훈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인신매매는 아닌가 보네.’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남성이 있었다. 바지에는 체인을 주렁주렁 매단 남성은 딱 보기에도 ‘양아치’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아 X발! 겁나 예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자 새끼였네!?”
그의 목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분포된 그의 친구들이 골목으로 전부 들어섰다.
하나같이 꼬락서니하고는.
빨, 보, 초.
그것이 녀석들 머리 색깔이다.
한숨이 나온다.
이런 녀석들에게 겁먹다니.
“왜 여자였으면 뭐라도 하게?”
“아니, 뭐 가슴 좀 만지고 엉덩이 좀 만져 보려고 했더니만. 남자는 관심이 없다.”
녀석들 손에 들린 것을 보며 태훈은 애초에 여자를 노린 게 아니라 자신을 노린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녀석 손에는 소주병이 들려 있었고 다른 녀석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그나마 다른 한 놈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자신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한편, 양아치 삼인방은 기분이 좋다.
편의점에서 오늘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웬 모범생같이 생긴 안경 낀 녀석이 오더니 1천만 원을 줄 터이니 법과 대학생 두 놈을 해결해달라고 했다.
그들은 순순히 수긍했다.
안 걸리면 OK.
그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사람 잘못 건드렸다.
법과 대학생이라고 해서 얕봤나 본데. 태훈은 평범한 법과 대학생이 아니다.
자세를 잡았다.
“이야! 어디서 운동 좀 배우셨나?”
“오! 옹박 같았어!”
“이야. 겁나 멋있네. 이 X새…….”
한 녀석이 낄낄거리며 웃는 척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소주병으로 머리를 공격해 들어왔다.
그 순간, 몸은 빠르게 반응하고 판단했다.
단숨에 상체를 껴안으며 바닥으로 넘어뜨려 버렸다.
등 뒤에서 야구방망이가 휘둘러졌다.
탱!
한 대 맞았다.
등 뒤로 강렬한 통증이 맺혔다.
다시 휘둘러지려고 할 때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파운딩.
빠르게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주먹은 쇠와 같이 단단했고 빠르기는 깃털과 같았다.
단숨에 한 놈을 때려눕혔다.
“제, 제발…… 그, 그만…….”
녀석에게서 얕은 신음이 나온다. 몸을 일으킨 태훈은 손목의 뼈를 풀었다.
우드득-
“일로 와 봐. 주물러 줄게.”
“이런 미친 새끼…….”
태훈이 바닥으로 넘어뜨려 쓰러졌었던 빨간 머리가 다시 소주병을 휘둘러댄다.
요리조리 피하며 빈틈을 찾아 뒤돌려 차기로 소주병을 격파했다.
와장창!
“흐이이익!”
잔해가 자신의 근처로 떨어지자 녀석은 치를 떨었다. 그 틈에 강하게 명치를 두 번 가격 했다.
“커억!”
상체가 숙어지는 틈을 타서 무릎으로 찍어 올렸다.
“크윽!”
“너희 순전히 나 삥 뜯을 목적이었냐?”
뒤로 넘어가려는 녀석의 멱살을 잡으며 아직 멀쩡한 놈과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의 녀석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이, 씨, X팔!”
멀쩡한 초록 머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잎과 뼈대가 바싹 마른 나무의 화분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모래를 한 움큼 집어 태훈의 얼굴에 뿌렸다.
“크흑!”
팔로 가렸지만 다 막아내진 못했다.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히도 녀석들은 잔뜩 겁을 먹어 도망치는 듯싶었다.
쫓아갈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시야를 회복했을 때 그는 숨을 크게 뱉어냈다.
“한심한 새끼들.”
실상 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순히 삥 좀 뜯으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 나쁜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김민석.’
그러나 설마 이런 비겁한 짓을 하겠냐 싶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골목을 유유히 나선다.
* * *
되려 얼굴이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사람은 태훈도 범현도 아닌 기태였다.
잘 해결했는지 묻기 위해 접선했을 때 양아치 삼인방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분노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이 X발 그 새끼 그냥 법대생이 아니었잖아!’
‘너 때문에 뒤질 뻔했어, 개새끼야!’
그들은 품속에서 1천만 원을 빼앗아 챙기고는 그대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 1천만 원으로 깽값을 하겠다나 뭐라나.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김민석은 일이 틀어진 걸 용납하지 않는다.
화장실로 끌려왔다.
“왜 저 새끼들 얼굴은 멀쩡한데, 네 얼굴이 이렇게 귀티가 흐르냐.”
그는 실소를 흘렸다.
“으응, 그, 그게…… 마, 말 들어보니까 태, 태훈이 녀석이 주먹을 잘 쓴대…… 그 사람들이 쪽도 못 쓰…….”
“야.”
꾸욱.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그의 볼을 민석이 꾹 눌렀다.
“넌 뭔가 무섭거나 거짓말이 들통날 것 같으면 보조개가 생겨. 이 하찮은 새끼야.”
그는 기태의 머리채를 움켜잡고는 힘껏 젖혔다.
“크윽……!”
“어디서 동네 양아치들 섭외했냐?”
민석의 추리력은 빨랐다. 기태는 놀란 토끼 눈을 했다.
“주인한테 거짓말하는 개새끼는 자고로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지.”
가뜩이나 맞고 온 기태에게는 서러움을 복받치게 한다.
그러나 일단 자신이 양아치를 섭외해서 이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정말 2천을 들여서 정식 조직 폭력배들을 섭외했다면 태훈이라고 했을지라도 분명 큰 피해를 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