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41
141
변호인 강태훈 141화
기태는 증인으로 담임 선생님과 친구 이우원을 신청했다. 반면 태훈에게는 뚜렷하게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영석 어머니의 경우는 애초에 증인 신청이 거의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오히려 반대신문을 통해서 기태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잘한 절차들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은 김동관 선생은 당연하게도 무조건 한기태의 말이 맞다고 대답할 생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우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판사도 마찬가지였다.
현재의 재판장은 대한 법무법인의 강태산 대표의 후배 판사였다. 강태산의 말을 듣기로는 정말 자신의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판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될 요지가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또 무시하자니 판사에게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누구던가. 자그마치 대한 법무법인의 강태산 대표였다.
그 말을 무시해서 괜히 어쭙잖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한, 누군가 그렇게 하소연을 했으니 판사로서는 어느 정도 그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강태산 대표는 강태훈은 아무런 것도 밝힐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들의 것이 진실이 아니라 자신의 것들이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증인. 증인은 이번 사건에 관련하여서 원고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강대환 군이 박영석 군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저번에도 한 번 그일 관련해서 저쪽 변호사님께 들은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어불성설입니다. 일단 대환이는 학교에서 무척 모범적인 학생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데다가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고는 하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때 박영석 군과 강대환 군 사이의 상황이 어땠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만약 다른 학생들이 들어와서 말리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 겁니다. 대환이도 팔을 붙잡고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당장 무방비로 놓인 상황에서 만약 영석이가 더 나아갔다면 정말 큰일이 났겠죠.”
“학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태의 물음에 김동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이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으니까요. 또한, 혹여 영석이가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면 언제 또 돌발행동이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처럼 학교의 아이들은 박영석 군이 벌인 그 일에 관련하여서 불안해하고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로 인하여 퇴학에 관련한 징계는 당연한 처사였다고 판단됩니다. 이상입니다.”
“원고 측, 반대신문 하시겠습니까?”
판사의 물음에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기태는 눈을 찌푸렸다.
‘뭐야.’
뭔가 이상했다.
태훈이가 이렇게 신문도 하지 않고 넘어갈 이가 아니다. 패배를 단념하지 않고서야. 만약 정말 원고 측 주장이 맞다고 생각된다면 심리적으로 상대방을 압박해 결정적 증거를 착취하는 게 태훈의 목표일 것이다.
그렇지만 고개를 젓는 모습에 기태는 의아할 수밖에.
그다음으로 이우원이 앞으로 나왔다.
“증인은 그 당시 친구 강대환 군과 박영석 군이 있던 자리에 함께 있었죠?”
“네.”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교실에 들어갔는데, 영석이가 밥을 먹고 있더군요. 환기를 시키려고 문을 좀 열었더니 갑자기 왜 문을 여냐면서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쩌다 말다툼이 조금 생겼는데, 그 자리에서 갑자기 영석이가 대환이를 밀치더니 의자와 책상으로 내리찍으며 폭행을 가했습니다. 하지 말라고 소리를 쳐도 계속해서 때려서 저도 무척 놀랐어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증인이 본 강대환 군은 평소 박영석 군을 괴롭혀왔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대환이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오히려 다가가려고 했죠. 일단 영석이가 공부를 잘하니까. 대환이도 많이 친해지고 싶어 했는데, 항상 저희를 꺼려 하고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더라고요.”
“그렇군요.”
몇 가지의 이야기가 더 오고 갔다.
판사가 다시 태훈에게 물었다.
반대신문 하시겠습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반대신문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태훈은 몸을 일으켰다.
“증인 두 분의 이야기가 그런 것을 보면 정말 그게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잔뜩 그들을 향해 조소를 보냈다. 기태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태훈이는 이럴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친구인 자신이 그것은 안다. 직감적으로 본능이 외쳤다.
태훈이 이미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사실 한기태도 박문탁 검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비밀적인 이야기였다. 박문탁 검사는 학교의 구조상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강태산이 승소를 확신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학교 내에서 괴롭힘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태훈이 증거를 찾기가 난처해진다는 것인데. 답이 나온 것은 그가 외부에서 그 증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각에 미치자 기태는 패소를 직감했다.
“증인 두 분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정말 강대환 군이 박영석 군을 괴롭힌 적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제까지 강대환 군의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 등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이는데요?”
“네, 저희는 그런 적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네.”
두 사람이 수긍했다.
태훈은 휴대폰을 꺼냈다.
“강대환 군과 이우원 군이 박영석 군을 끌고 골목길로 들어가는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블랙박스…….’
기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 요즘 대부분의 차에는 블랙박스가 있다. 아니, 없는 게 이상한 때가 요즘의 세상이었다.
그는 얕은 신음을 흘렸다.
태훈이 휴대폰을 연결해서 영상을 틀었다.
멱살을 잡고 영석을 끌고 가는 모습, 뒤에서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넘어뜨리거나 머리를 후려치는 모습 등이 보였다.
그리고 영상은 단 하루의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네 번 정도 다른 날 같은 장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우원과 김동관은 사색이 되었다. 한순간에 판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이우원 군 정말 괴롭힌 적이 없습니까? 박영석 군의 증언에 의하면 이우원 군이 강대환 군과 함께 괴롭혔다는데요?”
“그게요…… 그게…….”
그는 말문이 막혀 차마 끝말을 내뱉지 못한 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강대환 군은 학교에서 무척 성실한 학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리더십이 뛰어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라고.”
김동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기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을 눈으로 묻는 것이다.
그러나 기태는 답해줄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도 이 상황이 참 뭣 같았다.
괜히 말도 안 되는 사건에. 강태산 대표의 피붙이라는 이유로. 이런 조잡한 사건에 뛰어든 것이다.
실상. 이런 사건은 학교폭력 문제만 놓고 보자면 한기태가 맡을 급이 아니었다.
단지, 그 문제의 발단이 성화 고등학교였다는 점. 강태산 자녀의 일이었다는 점에 비롯되어 자신이 참석하게 된 것이었는데, 패소를 가져가게 생겼다.
“재판장님. 이처럼 강대환 군과 이우원 군은 수시로 박영석 군을 괴롭혀왔습니다. 또한, 그들의 증인 두 사람은 거짓된 증언으로 인해 위증의 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영석이가 저한테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김동관은 교사라는 사람이 더욱 뻔뻔하게 나왔다. 분명 영석의 증언에 따르면 수차례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선생님. 한 번 생각해보시죠. 이미 답은 나왔습니다. 더 이상 구차하게 그러지 마세요.”
태훈은 조소를 머금었다. 김동관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판사는 이 사건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복잡했다.
확실한 건, 이 상황에서 퇴학을 시키면. 성화 고등학교가 아마 언론의 하이에나들의 먹이가 되어 뜯어 먹힐 것이다.
또한, 대한 법무법인도 오히려 더 실추를 당하게 되겠지.
판사도 이 사건은 퇴학 처분 취소를 내려야겠다고 단정 지었다.
재판은 끝났다.
모두가 밖으로 나섰고 태훈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어린 우원을 잡았다.
“우원아.”
“네!? 네?”
그는 무척 당혹해 두 번 대답했다.
태훈은 USB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 블랙박스 영상 있거든. 그것 좀 대환이한테 전해줄래?”
“네. 네!”
“그래, 참, 우원아. 너도 법 쪽으로 한 번 아저씨 좀 봐야겠다.”
태훈은 싱긋 웃었지만, 그 웃음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너도 이제 법의 처벌을 받기를 기다리라는 의미였다.
강대환의 경우는 영석도 아무리 화가 나도 의자나 책상으로 내려친 혐의가 있다지만 이우원은 영석에게 맞은 적이 없었다.
일반적인 괴롭힘을 계속해서 당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 사실을 알기에 사색이 되었다.
한숨을 쉬는 기태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태훈과 눈이 마주치더니 쓰게 웃었다.
‘내가 왜 이런 사건을 맡았을까.’
‘대형 로펌도 참 힘들겠다.’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태훈도 법정 밖으로 나섰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강태산 대표가 이제 영석의 어머니와 영석에게 사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 * *
후배 판사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은 강태산은 블랙박스 영상이라는 이야기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문탁 검사가 조사해본 결과, 대환의 괴롭힘을 입증할만한 것이 없다고 하여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다가 이렇게 크게 데인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제 여기에서 영석의 어머니 역시 소송을 걸고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나 법정에서 거짓까지 증언한 상황이니 죄질이 더욱 나빠진 상황이다.
그래도 영석이 소년원을 갈 확률이 높고 대환이 쉬이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합의를 봐야 한다.
합의를 보지 않으면 좋을 게 없었다.
그리고 합의를 보려면 영석의 사건이 종결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쪽 어머니가 합의를 보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빌어먹을!”
그는 주먹 쥔 손으로 책상을 크게 내리쳤다. 책상이 진동하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얼굴이 붉어진 강태산은 앞으로의 상황이 눈에 보여졌다.
강태훈 그놈이 얼마나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일지, 자신을 조롱 섞인 표정으로 볼지.
또한, 대한 법무법인이 비상 법무법인에 밀렸다는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퍼지면 얼마만큼의 피해를 보게 될지.
그것들이 생각에 미치자 골이 아파 왔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버튼을 눌렀다.
“강태훈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여기로…… 아니, 내가 직접 간다고 연락 좀 넣어놓지. 어머님이랑 영석이라는 아이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
그 말을 끝으로 강태산은 피곤한 듯 머리를 의자에 기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