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42
142
변호인 강태훈 142화
싸움은 태훈 쪽이 승소를 거머쥔 것이 확실시했다. 강태산 대표가 무리하게 그 사건을 계속 진행되게 두기보다는 오히려 합의하려고 할 것이다.
기소도 끽해야 약식기소로 바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일이 분명하게 있었으니까.
남은 것은 이제 영석의 어머니와 영석이에게 있었다.
비상 법무법인의 상담실에 두 사람은 앉아 있었다. 태훈의 ‘승소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두 사람은 안도하는 기색이 되었다.
물론 판결이 나진 않았지만, 태훈은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강태산 대표가 직접 오겠다고 하니 얼마나 창피하고 급급한지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곧 비상 법무법인의 문이 열리고 강태산 대표와 뒤이어 강대환, 여비서가 함께 들어왔다.
이범현과 이백호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특히나 이백호는 강태산을 쏘아보았다. 자신을 버린 법무법인의 대표이다.
물론 그 당시 한성호로 인해 자신은 해고 처리된 것이지만 강태산도 그것에 수긍했겠지.
자신은 그래도 나름 대한 법무법인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였기에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천하의 강태산 대표가 어찌 이런 누추한 법무법인에.”
중얼거리듯 내뱉는 말에는 조롱이 껴있었다. 강태산은 그를 보며 황당하단 웃음을 지었다.
감히 자신에게, 일개 변호사 따위가 저런 말을 하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곧 그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지금 자신은 합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괜한 마찰은 피해야 했다.
“상담실로요.”
범현이 말해주고 그들이 상담실로 들어갔다.
영석과 그의 어머니를 보고 강태산은 작게 묵례를 취했다.
그러나 표정만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생선 파는 사람에게 자신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니. 이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석의 어머니는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이제까지 모든 것을 거짓이라고 부정만 하던 그들에게 화가 났다.
아들을 나쁜 놈으로 몰았던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그녀도 생각이 있었다. 아버지로서 과연 아들이 그랬을 것을 몰랐을까?
그녀가 생각했을 때는 NO였다.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상황을 만들었겠지.
“제 아들놈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더군요. 제가 잘 주의를 주고 교육시켰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는 다시 한번 작게 묵례를 취했다. 대환도 고개를 숙였다.
대환은 이미 밖에서 태산에게 대들다가 뺨을 한 대 맞은 상황이었다.
영석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그것이 허울이든 아니든, 그래야 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고 일을 급하게라도 종결시킬 수 있으니까.
대환은 그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듯이 차라리 자신이 소년원을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뺨을 맞은 것이다.
“합의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어머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또한,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을 압니다. 물론 현재 영석 군도 저희 아들에게 몹쓸 짓을 했지만, 원인을 제공했던 것은 저의 아들이니…… 원하시는 금액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결국, 모든 것은 돈으로 끝난다. 더 이상 태산은 예의를 차리기보다는 어서 금전적인 문제를 끝내버리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태산이 쓰게 웃었다.
“5천만 원 정도면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영석과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돌아보았다. 넙죽 그 돈을 받기에도 조금 그랬으니까.
하나, 영석 쪽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합의를 봐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요, 그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아버님. 아이 교육은 똑바로 시켜주셨으면 좋겠네요.”
강태산은 그 독기어린 목소리에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따위 여자에게 그런 소리를 듣다니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
“가끔 제가 일하고 있는 시장에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다 자기 자식한테 그래요. 넌 저런 사람들처럼 안 되려면 열심히 공부하라고. 저희는 그 말을 알아요. 저희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에 한성희 의원님께서 저희 시장에 오셨어요. 부인 분하고 자주 오시던 분이죠.”
한성희 국회의원. 국회의원 중 상당하게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였다.
성품도 훌륭한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었는데, 태훈도 그의 소문은 익히 들었다.
정계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자.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되었다.
“자기 아들에게 그러더군요. 너는 열심히 공부하고 멋진 어른이 되어서 이곳의 사람들도 모두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갈 사람이 되라고. 부모가 무엇인가요. 단지, 아이를 키워주는 사람인가요?”
영석은 그녀를 사뭇 다르게 보았다. 자신의 어머니는 항상 비굴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시장에만 가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움직이며 어서 오라고 하는 사람이니까.
무엇이든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운 사람이니까.
또한, 배운 것도 없어 이런 말조차 알기나 할까 했다. 하나, 그녀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아이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이다.
홀로 아이를 키운 것도 몇 년이다.
그녀도 그 정도 충고를 할 만큼의 자격이 있었다.
강태산의 수치는 극에 다다랐다.
그 말은 즉,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무척이나 잘못되었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입을 닫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영석의 어머니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태훈은 합의서를 꺼내 작성했다.
먼저 영석의 어머니 것을 적고 그다음 강태산 대표가 적은 후 도장을 찍었다.
합의서를 작성한 후에 강태산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의 뜨거운 낯짝이 보이진 않지만 느껴졌다. 그가 나서고, 영석의 어머니는 영석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 올려놓았다.
그녀는 작게 웃어주었다.
영석은 강한 어머니의 모습에 우물쭈물.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훈은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선 강태산은 화가 잔뜩 난 것인지 길거리에 찌그러져 있는 캔을 발로 걷어찼다.
그는 자신이 추태를 보였다는 사실을 알고 서둘러 옷매무새를 추슬렀다.
비서 역시도 당혹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아는 강태산 대표는 이렇듯, 흥분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강태산은 너무나 큰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받았다. 그런 여자에게 자신이 그런 조언을 듣다니, 어이가 없고 이 상황이 짜증이 났다.
그는 대환을 보았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는 삿대질하며 그렇게 단호히 말했다.
강태산은 못 봤을까?
강대환의 시선이, ‘저 아줌마 말처럼, 자신 좀 돌아봐 줘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아버지로서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줬냐고 대환은 묻고 있었다.
강태산은 항상 누구보다 바쁘고 냉정한 사람이니까.
아직도 대환이의 그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강태산이다.
* * *
퇴학 처분에 관련해서 취소 판결이 떨어졌다. 성화 고등학교에서 퇴학이 물러진 것이다. 태훈은 영석이 짐을 싸는 학교에 함께 왔다.
길을 가다가 저번에 회의실에서 만났었던 교사들이 태훈을 보고는 모두 길을 돌아서 가거나 시선을 회피했다.
만약 태훈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무슨 소리를 할지도 몰랐고, 교사들이 또 뭐라고 할지도 몰랐기에 일부러 태훈이 동반한 게 사실이었다.
짐을 모두 챙긴 영석은 태훈과 함께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그래도 모진 곳이라면 모진 곳이지만.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인 것인지 영석은 계속해서 학교를 돌아보았다.
“왜 아쉬워?”
“조금요.”
태훈의 물음에 그는 씁쓸한 미소로 화답했다.
합의금 5천은 입금되었고 우원이의 사건도 부모님과 합의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원의 부모님도 꽤 녹록지 않은 합의금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저 되고 싶은 게 생겼어요.”
“되고 싶은 거?”
막 교문을 나서는데 영석은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태훈을 보았다.
“변호사요.”
“변호사?”
변호사라는 말에 태훈은 빙긋 웃었다. 왜 이 아이는 변호사가 되고 싶을까. 사법체계의 순위에서 가장 밑바닥인 것이 바로 변호사다.
판사와 검사가 주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째서 영석이는 굳이 이런 변호사를 하고 싶다는 것일까.
“강태훈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되겠어요. 저희 어머니같이 없는 사람들도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그런 변호사가 될 거예요.”
태훈은 말없이 웃으면서 이런 대견한 말을 해주는 영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영석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태훈도 생각한다.
그는 훌륭한 어머님 밑에서 자라왔으니까.
또한, 세상이 권력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에 배웠으니까.
자신보다도 더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걸어본다.
* * *
새벽 한 시, 날씨가 무척이나 춥다. 뱉어내는 숨이 입김으로 허옇게 변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식간이다.
순대가 판매되는 노점상 트럭으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야위고 피부가 조금 가만 남성의 앞으로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며 트럭으로 오는 이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응, 자기야. 순대랑 간이랑. 아아. 허파도 많이 넣고? 그래, 떡볶이도 한 1인분 사갈게. 한 15분 정도면 될 거야.”
그의 목소리는 다급하기도 한 한편, 행복한 소리가 껴있었다. 눈치 빠른 장사꾼은 싱긋 웃었다.
“아내분이 애를 배었나 봐요?”
“네. 이제 15주요.”
“첫 아이시죠?”
“네.”
그의 물음에 남성의 얼굴로는 활짝 웃음꽃이 맺혔다. 올해 스물아홉. 그의 이름은 신동관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흔히 좀 논다던 이 중 한 사람이었던 그는 한 사람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군대를 전역 후 술집에서 서빙이나 하던 그에게 지금의 와이프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녀는 착했고 아름다웠으며 자신을 배려해주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신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또한,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과 결혼해준 사람.
그런 그녀가 아이를 배었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제 과거, 양아치처럼 껄렁거리던 신동관은 없다고 그는 굳게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었지만. 막노동판에서도 분명하게 그 틀에서 대우받는 기술이 존재했고 그것을 배우는 것에 여념하고 있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와 아내를 위해서.
순대가 스티로폼 일회용 용기에 잘 쌓이고 떡볶이도 포장되었다.
“특별히 많이 넣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는 계산하고 걸음을 빨리했다. 뭐랄까. 이 기분.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것이지 않을까.
막 모퉁이를 돈 그는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품속의 휴대폰은 또다시 울리고 있었다.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고 횡단보도로 뛰어간다.
“응, 자기야 나 이제 집에 가고 있…….”
그 말을 채 끝맺기 전이었다. 불길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환한 라이트 불빛이 그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