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45
145
변호인 강태훈 145화
임만기는 현재 비서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비서로 일하고 있는 곳은 인성기업이었는데, 그가 모시는 사람이 바로 김민욱이었다.
김민욱은 인성기업 회장의 자녀 중 첫째였다.
김민석과 다르게 김민욱은 무척이나 총망받는 남자였고 TV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올해 마흔두 살인 김민욱은 곧 있으면 인성기업을 물려받게 될 것이었으며, 그가 쌓은 신임도가 있었기에 주주들의 지지 역시 어렵지 않게 받게 될 것이다.
경찰서에서 임만기의 진술은 그랬다.
항상 김민욱을 수행하던 그가 어느 날 술을 마시게 되었고, 술김에 늘 부러워하던 김민욱의 고급차를 몰고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막상 사람을 차로 들이받았을 때, 그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차를 끌고 나왔다라…… 술에 취해서.’
태훈은 경찰서 밖으로 나와 담배 하나를 태웠다.
순순히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임만기. 올해 쉰 초반의 평범한 남성.
그는 자수를 했기 때문에 사건은 무난하게 처리될 것이다. 임만기의 형 감량을 위해 국선 변호인이 움직일 테고, 도혜는 자신이 원하는 형을 구형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임만기는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뺑소니로 사람을 죽였다. 또한 술이 만취 상태였다고 임만기는 진술했으며, 며칠 간 잠적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그는 꽤나 묵직한 형량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태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왜 자신이 술을 마셨다고 굳이 말할까?”
뭔가 이상했다. 그 주위에 설치된 CCTV는 너무 흐릿해서 판독이 힘들었다. 그러니 그가 술을 마셨다는 것을 사실 알아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파고든다면 알아낼 수 있기는 하겠지만. 굳이 자신의 입으로 ‘만취’상태라고 진술하는 것은 조금 의아한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술김에 자신이 모시는 김민욱의 차를 몰아보았다?
이 부분 역시도 태훈은 조금 미심쩍었다.
물론 태훈이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태훈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이는 손관식이라는 경찰관이었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뭔가 조금 찝찝하네요. 변호사님.”
“찝찝하다니요?”
“자수를 하러 온 건 좋은데, 뭔가 이상해요. 왜 굳이 저렇게 순순히 만취 상태였다고 밝힐까요? 그냥 저녁자리에서 소주 몇 잔 마셨다고 해도 될 텐데. 이건 마치 일부러 형을 살려고 온 사람 같잖아요.”
물론 자수라는 것 자체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겠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높은 형을 바라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하기 마련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나면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진술하고는 한다. 그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는 양쪽 모두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또 그 비싼 외제차를 술김에 끌고 왔다라? 그 정도라면 정말 정신줄 놓기는 해야 할 텐데, 적어도 자신이 다니는 직장을 내놓아야 하는 거니까요.”
“그렇죠.”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미심쩍은 게 많았다. 손관식 경찰관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머리를 털었다. 어차피 자신들이야 요즘 욕을 제대로 먹고 있으니, 가해자를 더욱 확실하게 조사해서 언론에 밝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담배를 모두 태우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검은색 벤츠 차량이 경찰서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눈을 가늘게 뜬 손관식은 곧 그게 누구인지 짐작한 것인지, 눈을 크게 뜨더니 대뜸 거수경례를 했다.
그 안에서는 다름 아닌 경찰청장이 내렸던 것이다.
경찰청장까지 등장하자 태훈도 다소 놀랐다.
“자수했다지? 순대 뺑소니 사건 가해자.”
“예.”
그는 뒷짐을 지며 경찰서 안으로 들어섰고, 손관식은 그의 뒤를 따랐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업무를 보던 경찰관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거수경례를 했다.
곧 경찰서장이 서둘러 뛰어나왔다.
“저 사람인가?”
“예.”
“지금 언론이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는 건 다들 알 거야. 서둘러 사건을 종결시키고 기소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뺑소니 범이고 하니 금방 처리가 되겠지?”
“네.”
서장은 굽실거리기만 하며 대답했다. 그에 청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그의 팔을 툭 쳐줬다. 그러더니 청장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웃었다.
“요즘 이쪽 경찰서가 사건도 잘 해결하고 치안도 참 괜찮은 것 같아.”
그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태훈이 듣는 청장의 목소리에는 서둘러서 이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압력처럼 들렸다.
한편으로는 내가 만족할 수 있게 사건을 종결시켜라. 어서 빨리!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바탕 경찰서를 휩쓴 경찰청장이 사라지자, 경찰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들었지?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일 마무리 하고 검찰에 넘겨!”
“예!”
서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뭔가 미심쩍다.
그렇지만 경찰들은 그것을 느낄 새가 없는 듯싶었다. 방금 방문한 사람은 경찰들의 수장이었다.
경찰청장.
그 이름은 가볍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
* * *
그때 도혜는 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했다. 이미 경찰들이 확인을 했지만 영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밤중에 방문했던 그녀는 뚜렷한 무언가는 얻지 못했다.
그저 밤중에 돌아다니는 차량 몇 개 정도? 그뿐이었다.
그다음에 향한 곳은 바로 인터넷에 제보를 올린 네티즌이었다.
도혜는 새삼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그 전문가들은 대게 수십 년 동안 그 계통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고, 그들 중에는 경찰보다도 나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현재 네티즌 수사대가 활발하게 범인의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현재 도혜는 범인이 자수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경을 낀 뚱뚱한 체격의 남성은 딱 보면 요즘 흔히 말하는 ‘오타구’같은 인상이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를 했다.
“정말 문제 삼지 않는 겁니다?”
“네.”
도혜는 빙긋 웃었다.
그는 협조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자신도 그 사건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으며, 한편으로는 자신이 쫓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물론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면 그 죗값을 받아야 하지만 수사에 관한 협조라면 도혜도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곧 그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작업실로 들어가자 여섯 대의 모니터와 찌든 담배 냄새, 여기저기 널린 군것질거리, 음료수 캔들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삽니다. 제가.”
그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현재 차종조차도 밝혀지지는 않았죠?”
“네.”
“제가 주장하는 차량은 벤츠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건 CCTV 사진뿐이었다. 차량의 윤곽이 너무나 흐릿해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라이트에서 비춰지는 불빛만 확인이 되었다.
그는 그것이 벤츠라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를 말해주었다.
도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는 벤츠를 예로 들면서 CCTV의 사진들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그가 한 불법적인 일은 사건 당시 주위의 CCTV 영상을 빼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식은 죽 먹기라고 했다.
대한민국 경찰이 관할하고 있는 곳의 CCTV 영상을 빼내는 일이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고 말하다니. 이 분야에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에 국과수에서 제의가 온 적도 있어요. 합법적인 해커이자 프로파일러로 활동해볼 생각이 없냐고.”
프로파일러. 국내에 정말 몇 없는 극소수의 존재들이었다.
프로파일러의 시초는 미국이었다. 그들은 전부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바늘 하나 떨어진 것만으로도 범인의 행동, 신장, 체중, 습관 등을 추론하여 수많은 범죄자가 소탕한 존재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프로파일러를 양성했고, 그들 역시 국내에서 알아주는 두뇌들이었다.
검사인 도혜도 프로파일러한테는 막 대하지 못한다. 그만큼 그들은 천재였고, 난해한 사건을 잘 해결하고는 했다.
앞의 남성이 프로파일러 제의까지 받았다면 그가 가진 재능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제가 추측하는 범인은 바로…….”
그는 사진 수십 장을 쭈르륵 나열해 보이면서 한 남자를 지목했다.
그 남자는 고급 술집에서 나와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었는데, 그때 비서로 보이는 이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운전석에 올랐다.
뒷좌석에 탄 남성은 태훈이나 도혜와 비슷한 나이대로 추정되었으며 키가 훤칠하게 컸다.
“바로 이 사람입니다.”
“왜죠?”
그는 뒷좌석에 탄 사람을 지목했다.
그 말에 도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차를 모는 사람은 비서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사진 몇 장을 더 보여주었다.
“적어도 이 사람은 비서입니다. 나이만 살펴봐도 오랫동안 뒷좌석에 탄 사람을 모셨다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운전은 조심했을 것이고, 또 베테랑이겠죠. 술을 마신 것 같지도 않고요. 결정적으로.”
그는 사진 한 장을 더 꺼내 보였다. 그 사진은 언론에 공개된 것과 같이 무척이나 흐릿한 사진이었다.
뒷좌석에 탄 사람이나 비서나 두 사람 모두 넥타이를 매고 있었는데, 운전자의 모습만 무척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다.
“이겁니다.”
그는 툭툭 사진의 어느 한 지점을 두들겼다. 그가 가리킨 곳은 바로 넥타이 쪽이었다.
분명 뒷좌석에 탄 남성은 넥타이를 매지 않았었다. 와이셔츠와 마이, 정장 바지를 입고 있긴 했지만 넥타이는 메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스쳐 지나가듯한 옷매무새에 흐릿한 검은색 무언가가 보였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넥타이인 줄도 모를 것이었다.
그렇지만 넥타이라고 듣고 보니 확실히 넥타이 같았다.
“그럼 만취했던 뒷좌석에 탔던 남성이 그때 차를 몰았다?”
“예.”
“그래도 문제는 있네요. 벤츠라는 사실만 아는 것일 뿐이니.”
“주위 카센터에 연락해서 고치러 왔던 벤츠 차량을 조회해 보세요. 또 흐릿하지만 남성의 키나 체형 등은 파악이 가능하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도혜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탐나는 인재였다.
밖으로 나선 도혜는 그에게 건네받은 자료를 챙기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때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요즘 휴대폰이 간혹 말썽을 일으키더니 결국 꺼졌나 보다.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자신에게 와 있는 수십 통의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흩던 중 눈을 찌푸렸다.
거기에는 범인이 자수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태훈도, 검찰 수사관도, 관할서 경찰들도.
서둘러 경찰서로 와달라는 메시지도 보였다.
그녀는 곧바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담당 경찰관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태훈도 아직 경찰서에 있다고 했다.
곧 도혜가 탄 차량이 경찰서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경찰서에 도착한 도혜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자신을 반겨주는 경찰들과 태훈을 볼 수 있었다.
“자기는 어떻게 알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한테 자문 구하러 오셨더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태훈은 여전히 미심쩍은 게 많았다. 그렇지만 변호사로서 관여하기에는 난처한 게 분명히 있었다.
한편으론 도혜가 그 미심쩍은 부분을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