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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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강태훈 147화
도혜는 그녀를 진정시키느라 그것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또 임만기의 저 행동은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의심이 안 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태훈이 보았을 때는 뭔가 이상했다. 확실하게.
임만기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쉰한 살의 평범한 가장.
그렇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것이다.
과연 상식적으로 한 집안을 이끄는 가장이 남의 집안을 무너뜨리고 그 아내와 맞닥뜨린다면, 저렇듯 미안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저 정도의 표정밖에 나올 수 없을까?
만약 태훈이 그 사건의 당사자였다면 아마 그녀 앞에서 무릎 꿇고 울며 사죄를 했을 것이다. 분명 자신은 큰 죄를 저질렀으니까.
물론, 가해자가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었다.
하나 임만기는 평범한 가장이 아니던가?
저건 마치 자신이 죽인 게 아닌 것처럼, 죄책감이 없어 보이지 않는가.
“진정하세요.”
도혜는 결국 울음을 흘리면서 남편의 이름을 울부짖는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도혜의 품에서 한참이나 울었다.
경찰서 내에 암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모두가 그녀와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태훈과 도혜는 함께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도혜는 며칠 잠을 못 자고 수사에 전념했는지라 몸이 많이 무거워진 상태였다. 그녀는 한숨 자기 위해 집으로 가려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랐다.
“도혜야.”
“응?”
태훈은 아직도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도혜를 불렀다.
그녀는 지금 몹시 힘들어 보였다.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정말 자신이 잘못 짚었나? 아니면 다른 게 있나?
그 두 개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그때 태훈은 이 미심쩍은 사건이 이대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뺑소니로 사망한 피해자 아내의 눈물을 보면서 그리 생각했다.
만약 범인이 비서가 아니라면? 정말 그가 아니라면.
지금의 결정은 그 여자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 박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다른 가정의 가장을 죽였다면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 피해자 가족들과 만난다면 참지 못할 거야.”
“그렇겠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데 봐봐, 도혜야. 임만기는 안 그랬어.”
도혜가 태훈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니 그의 말대로였다.
임만기는 그러지 않았다. 미안한 기색을 보이는 것 같기는 했지만, 사람을 죽여 놓고 보이는 그런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같은 사람이 사람을 실수로 죽인다?
그건 분명 엄청나게 큰 죄임이 분명하니까.
“확실히 이상해.”
도혜의 말에 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나 자료 좀 보여줄 수 있어?”
“이거?”
“응.”
태훈은 그녀가 가져온 갈색 봉투에 담겨 있는 자료를 보게 해달라고 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긍했다.
운전대를 잡은 태훈은 인근 카페로 차를 움직였다.
* * *
도혜는 자신이 임만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 주었다.
넥타이.
네티즌이 알려주었었던 그 넥타이를 지목했다.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김민욱에겐 분명 알리바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민욱은 이 사건에서 배제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건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제3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태훈의 눈은 도혜가 가져온 자료들을 유심히 흩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각 시간이 찍힌 시간대를 대조해 보았다. 이쪽 CCTV에서 다른 쪽 CCTV로 넘어가는 것에 시간이 부합한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음 CCTV로 넘어가는 곳이 느린 곳이 있음을 발견했다.
임만기는 김민욱을 타워 펠리스에 데려다준 후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건 아마 술을 마신 그 공백 시간 같았다.
그렇다면 술을 마셨다는 술집 주위의 CCTV 영상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만기가 술을 마셨던 그곳!
“CCTV 어디서 확인해야 할까?”
“통합관제센터. 근데 내가 이미 확인해 봤어.”
“나도 확인해 보고 싶은데.”
도혜는 조심스러웠다.
태훈도 그냥 한 번 꺼낸 말이다. 자신은 수사권을 가진 이도 아니었고, 단지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훈은 불길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CCTV 속에 진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도혜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가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야.”
두 사람은 곧 CCTV통합관제센터로 향했다.
CCTV통합관제센터 안에는 수백 대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CCTV를 확인하는 통합관제센터 직원들이 있었다.
경찰도 세 명 정도 있었다.
이들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소매치기 범을 쫓거나 혹은 이미 벌어진 사건을 추적하고는 한다.
사진이 찍히지 않은 공백 시간에 임만기가 있었다는 술집 근처의 CCTV를 확인했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그는 김민욱을 데려다주고 지인과 술집으로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분명 찍혀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흐른 후, 그는 술을 마시긴 한 것인지 얼굴이 붉어진 채 밖으로 나오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곧장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량에 올라탔다.
김민욱을 모시는 바로 그 차량.
술을 마시고 그 차량에 올랐다는 그의 진술과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차는 출발했다.
출발한 차는 결국 사고를 일으키러 가는 것일 거다.
도혜와 태훈의 입에서 얕은 신음을 흘러나왔다.
정황은 너무나도 맞아떨어졌다. 임만기의 진술과 그리고 김민욱의 알리바이가.
오히려 자신들이 정말 잘못 짚었나 싶을 정도로. 괜한 의심을 하나 싶을 정도로.
“한 번만 더 돌려보죠.”
도혜는 다시 한 번 CCTV 영상들을 그 시간대 위주로 돌려볼 것을 요청했다. 경찰관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귀찮은 듯 보였지만, 검사의 말이었기에 순순히 따랐다.
태훈도 눈에 힘을 주어 집중했고, 도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30분, 한 시간. 한 시간 반.
그러던 중, 태훈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그때 졸고 있던 경찰관은 그 말에 흠칫하더니 서둘러 화면을 정지시켰다.
그곳은 특별할 것이 없는 거리였다.
도로에 차는 없었고, 가로등이 비춰지고 있었다. 다만 이곳은 임만기가 술을 마셨던 지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거기에 한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깔끔한 정장 바지와 와이셔츠, 외투를 걸치고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다음 CCTV 없나요?”
“네. 이 다음 CCTV는 없어요. 이 남자 분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왜 그래?”
도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단지, 거리를 걷는 행인일 뿐이었다.
무심코 봤다면 태훈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거리를 걷는 행인이 태훈의 눈에 너무 익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또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와이셔츠 위에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뒤로 돌려주세요.”
“네.”
태훈의 재차 요청에 경찰관이 뒤로 감기를 눌렀고, 곧 사라졌던 사내가 다시 뒤로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요.”
다시 화면이 멈췄다.
태훈은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신장은 거의 비슷했다.
키도, 체구도.
자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그가 맞다면.
그는 바로 김민석.
인성기업의 둘째 아들이었다.
* * *
김민석.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진,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손꼽히는 인성기업의 둘째 아들. 그는 거의 버려진 자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태훈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렸을 적, 기태를 통해서 자신을 공격하려 했던 사람이 김민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뭐든 자신이 최고가 되려고 했던 놈. 그걸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고 했던 놈이 바로 김민석이다.
결국 한기태에게도 버림받고 그는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 그 후 어디에서도 그의 행적에 대해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해외에서 살고 있으려나? 한때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다. 물론 태훈은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
결국 김민석은 자신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존재였고, 완전한 남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거의 버려진 자식과 같았기에 위협적이지도 않았으며, 대학생 시절로부터 지금은 너무나도 시간이 많이 흐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태훈은 CCTV 속의 사내가 김민석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퍼즐을 맞춰 보았다.
만일 그때 김민욱이 차를 몬 게 아니라, 김민석이 차를 몰았다면?
아무리 아버지의 눈에 난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김민석은 분명 인성기업의 둘째 아들이었다. 또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도 아니었으며, 만약 그가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언론에 인성기업 둘째 아들인 그에 대한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그가 이제까지 벌였던 악행들을 그를 알고 있는 네티즌들이 폭로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인성기업은 분명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민석은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거의 없는 세상이니까.
김민석이 임만기에게 자신의 죄를 덮어씌웠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었다.
분명 김민욱은 용의 선상에서 제외가 된 상황.
임만기가 사람을 친 것도 상당히 미심쩍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민석.
단지 김민석이 그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민욱은 알리바이가 분명했고, 임만기는 의심스러웠으니까.
그렇다면 그 주변에 있던 김민석을 의심하기엔 충분한 상황이 아닌가.
태훈은 도혜에게 김민석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김민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태훈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그가 어떠한 이였고, 얼마나 악랄한 놈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런 사람이 CCTV에 나타났다는 것은, 너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그렇지? 그럼 이제…….”
“김민석을 토대로 임만기를 압박해 보면 알겠지.”
도혜는 싱긋 웃었다.
그렇다고 곧바로 경찰서로 향하진 않았다. 지금은 도혜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또한 정확하게 김민석을 사냥하려면 그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도혜는 수사관에게 전화를 한 통 넣었다.
“응, 인성기업 둘째 아들 김민석이라는 사람 요즘 뭐하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정보 좀 전부 확인해봐.”
수사관은 의아한 목소리였지만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피곤하다.”
누우면 당장 잘 것 같은 기분.
과연 무엇이 진실일지는 대면해 봐야 알 것이다.
그 진실과 대면하기 전, 일단 도혜도 숙면을 취함으로써 긴장을 풀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태훈의 차가 집으로 향할 때 그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범현이었다. 사무실에 코빼기도 안 보이냐는 말을 법현이 할 때, 태훈은 민석의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그 말에 범현도 다소 놀란 듯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롭다는 목소리였다.
– 사실 그 자식 사회에서 매장 못 시킨 게 한이었는데, 정말 놈이 확실하다면 확실히 매장시켜 봐.
범현의 독려하는 말이었다.
이범현도 분명 김민석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였다. 만약 지금 당장 김민석과 마주한다면 가장 치를 떨 사람은 아마도 한기태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