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50
150
변호인 강태훈 150화
그는 익숙한 이름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이름 석 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자신을 처참히 짓밟은 그 빌어먹을 새끼!
그런데 뭐? 안도혜라는 검사의 남편이 강태훈, 그 자식이라고?
– 강태훈 변호사라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사법 연수원 때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군법무관으로 복무한 후 특이하게도 판검사나 사선 변호사가 아닌 인권 변호사부터 시작해, 국선 변호사도 하고 지금 현재는 이범현이라는 사람이 대표로 있는 비상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범현.
그 이름도 참으로 익숙했다.
자신이 아는 강태훈과 지금 안도혜의 남편 강태훈이 동명이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고 통화를 끊은 김민석의 얼굴에 희열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강태훈이라…….”
람보르기니가 경쾌한 엔진소리를 토해내며 출발하였다.
* * *
이영호는 임만기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김민석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니, 계속 부인만 하면 된다고.
그 때문에 안도혜가 방문하여 통화내역과 CCTV자료 등을 내보이면서 연관성을 내세웠지만, 임만기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부인했다.
“더욱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맞아 떨어지지 않나요?”
임만기의 물음에 안도혜는 싱긋 웃었다. 오늘 심문도 여기까지. 그녀는 몸을 돌렸다.
이렇게 계속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수사는 진행되고 있었고, 혹시라도 두 사람이 만났던 부근의 CCTV가 확인이라도 된다면 김민석을 연행하는 것도 가능했다.
경찰서 밖으로 나온 도혜는 기지개를 쭈욱 폈다. 그리고 차를 몰고 곧장 자신의 직장으로 향했다.
차는 수월하게 달렸다. 날씨는 조금 흐린 듯했다.
오늘 비가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비가 오려나 보다.
그녀는 태훈에게 카카오톡으로 비가 올 것 같으니 우산 잘 챙기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차가 빨간불 앞에서 멈춰 섰다.
그때 그녀는 룸미러를 통해 뒤쪽의 검은색 차량을 보았다.
방금 전 사거리에서도 자신의 뒤쪽에 있던 차량이었다. 왠지 감이 좋지 않았다. 그 직감이라는 것이 지금 몹시 좋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녀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해 우회전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전 경찰서 쪽으로 갔다가 다시 한 번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자신을 쫓는다고 생각했던 검은색 차량이 룸미러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바로 옆쪽에 그 검은색 차량이 있었다.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
그것이 확실시 되는 순간이었다.
순간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고였다.
자신은 지금 혼자였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 몇 사람도 때려잡는 것이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게다가 저 차량에 타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몇 사람이나 타고 있는지, 차는 검은색으로 썬텐이 되어 있었기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 번 달려보자, 이거지.”
도혜는 팽팽한 긴장감을 작은 웃음으로 해소했다. 그녀는 곧 자신의 사무실 사람들의 단체톡방에 ‘!’를 보냈다. 그것은 도혜가 만든 신호였다. 위험하다. 신속히 지원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것은 태훈에게도 날아갔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려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부아아앙!
그녀의 차에서 웅장한 엔진소리가 뿜어지며 차가 앞쪽으로 뛰쳐나갔다.
그때부터 빠른 속도로 도로 위를 내달리는 도혜의 차가 칼치기를 시작했다. 앞쪽 차량들을 좌우로 제치면서 달리는 그녀의 차는 빠르고 날카로웠으며 제비 같았다.
그리고 하나 더 확실해진 것!
자신을 쫓는 차량이 한 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벌건 대낮에, 사람들도 많은데. 자신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쫓는다는 것은 오늘 바로 사생결단을 보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도혜는 지금 자신을 뒤쫓는 저들의 배후에 분명 김민석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자신은 현재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었고, 어쩌면 현재 자신과 직계되어 있는 경찰서에도 그의 손이 뻗쳐 있을지도 몰랐다.
김민석이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니라지만, 그는 인성기업의 둘째였다.
그가 가진 자산?
범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신을 쫓는 차량은 총 두 대였다. 아니, 어쩌면 더 있을 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좌측으로 들어가는 척 하다가 순간 핸들을 확 꺾으며 브레이크를 밞았다.
끼이이익!
도로 위에서 차가 미끄러지며 우측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뒤쪽에서 도혜를 쫓는 차량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었다. 차량은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도혜는 곧 눈을 찌푸렸다.
차량 한 대를 따돌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량 한 대가 지금 바로 도혜의 눈앞에 있었고, 도혜의 차량 우측으로 따라붙었다.
“젠장!”
툭. 툭툭…….
그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창에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내렸다.
얼굴을 구긴 그녀는 급박해 보였다. 애석하게도 자신이 방금 들어온 곳은 차량도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부아앙!
쿠웅!
그때 옆쪽에서 함께 내달리던 차량이 도혜의 차량을 가격했다. 차가 크게 진동하며 흔들렸고, 그건 도혜의 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이마로,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창을 내렸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엿이나 처먹어!”
그녀의 가운데 손가락이 치켜 올라갔다. 그 순간, 엑셀은 더욱더 깊게 밟혔다.
부아아아앙!
도혜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스피드였다. 순식간에 옆의 사물들이 휙휙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뒤쪽의 차량도 속도를 내고는 있었지만 쫓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핸들을 꺾을 때마다 심장이 가라앉으며 도혜의 얼굴도 사색이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급박감은 그녀에게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고 있었다.
* * *
집으로 향하던 태훈은 굵은 빗방울이 앞창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한두 방울씩 내리던 비는 순식간에 앞창과 차량을 적시기 시작했다.
태훈의 차량이 집 앞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려는데, 붉은색 람보르기니 차량에서 라이트가 켜졌다.
태훈은 그 불빛에 얼굴을 찌푸리며 한 손을 들어 올려 빛을 막았다.
“개념 없이…….”
람보르기니 차량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뭐 일부러 그런 건가 싶기도 하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람보르기니 옆에 주차된 검은색 차량에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두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한 남성이 람보르기니 차량에 다가가 검은 색 우산을 펼쳤고, 곧 람보르기니 차량에서 개념을 상실한 주인이 내렸다.
차량에서 내린 이를 확인한 태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김민석.
그였다.
그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태훈은 별 감흥이 없었다. 또한 그에 대한 큰 원망이나 분노? 그런 것도 없었다.
그는 스스로 자만하다가 스스로 잃었고, 스스로 도망을 친 비겁한 녀석이었을 뿐이니까.
민석은 황금색 지퍼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다가왔다. 옆에 건장한 남서의 호위를 받으며.
“오랜만이네.”
“그러게.”
태훈은 싱긋 웃었다.
왜 자신을 찾아왔을까.
도혜와 자신이 그 사건의 단서를 쫓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아니, 그런데 왜 굳이 자신을 찾아왔을까.
그 이유는 대화를 나눠보면 알겠지.
민석의 옆에 선 남성은 듬직한 체격이었지만 몸이 빠른 듯 보였다.
넓게 퍼진 어깨. 부드럽게 조여진 허리선. 운동을 상당히 한 사람으로 보였다. 또한 목에 나 있는 칼자국 같은 흉터가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주의해야 할 대상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런다고 태훈이 겁먹을 사람은 아니었지만.
태훈도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깊게 빨아 내뱉으며 피식 웃었다.
“왜 온 거냐. 너랑 나랑 좋은 추억이 있진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또 15년 가까이 흘렀고.”
“그렇지. 너하고 나하고 옛 추억 이야기하면서 술 한 잔 걸칠 그런 인연은 아니지.”
민석은 빙긋 웃었다.
생각할수록 이가 갈린다.
항상 자신은 최고였다. 그 누구보다.
딱 두 사람. 그들을 제외하고.
강태훈.
김민욱.
그 두 사람은 자신을 앞질렀다. 항상 자신보다 우월했고, 촉망받았으며, 존경받았다.
김민욱. 그는 혈육이었다. 그에게 졌다는 것. 사실 많이 분했고, 분노가 치솟으면 죽이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혈육이라는 두 글자가 이성의 끈을 잡아주었다.
그런데 강태훈에게 그렇게 되었을 때는 정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를 처리하려고 했고, 그래서 되돌아온 것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비난이었고 강태훈의 조소였다.
아직도 그때의 그 기억이 또렷했다.
자신이 한기태를 때리고, 강태훈은 말 몇 마디로 주위의 다른 이들을 잠재웠다. 그리고 태훈과 범현은 그런 자신을 벌레처럼 보았었다.
15년이나 지난 일이라고, 어쩌면 그때는 철이 없었잖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민석에게는 결코 잊히지 않은 기억이었다.
“기태는 잘 살더라. 대한 법무법인에서 에이스 변호사 소리 듣던데? 그 새끼 그거 참, 많이 컸어.”
“기태가 원래, 너보다 머리는 좋았지. 성격도 좋았고. 무엇보다 기태는 누구를 위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는 녀석이니까.”
민석이 기태에 대한 조롱 섞인 말을 하자, 태훈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누구를 위한다는 마음? 한기태가?”
민석은 픽 웃었다. 그 녀석, 그냥 자신에게 돈이나 주워 먹던 놈인데? 그리고 요즘 기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썩 남을 위하는 놈 같지는 않던데?
“적어도 기태는 가족을 위해서 헌신할 줄은 아는 친구야. 그런데 너는 뭐냐? 가족이 남아 있냐. 친구가 남아 있냐. 아니면, 또 다른 뭐가 남아 있냐.”
태훈은 그가 자신의 속을 긁기 위해 온 것이라면, 전혀 꿀릴 생각이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말려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김민석의 밴댕이처럼 그 좁은 속을 처참히 긁고 싶었다.
“아아, 그렇지. 나는 그런 놈이지. 맞아. 그런 놈이야.”
역시 강태훈은 김민석에게 쳐 죽이고 싶은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 저 녀석이 슬퍼하는 걸 보고 싶었다. 죽고 싶어 하는 걸 보고 싶었다.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싶었다.
사실, 오랫동안 이렇게 자신에게 따끔하게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형 김민욱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김민욱에게나 숱하게 들었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은 적이 없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인성기업의 둘째였다.
감히 누가 자신에게 저런 소리를 지껄일 수 있단 말인가.
또 한 번 느낀다.
저 강태훈은, 내가 처참하게 짓밟고 싶다고.
“참, 태훈이 너 결혼했더라?”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태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주아주 예쁜 검사님이랑 결혼을 했더라고. 그 이름이 뭐였더라? 그그…… 안…… 안…….”
그는 옆 사내의 어깨를 툭 치며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그러자 옆의 사내가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도혜입니다.”
“아, 그렇지! 안도혜 검사! 되게 미녀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늦었지만 결혼 축하한다. 내가 결혼식에 갔어야 하는데.”
“누구 결혼식을 망치려고?”
태훈은 실소를 흘렸지만, 문득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싸했다. 그의 입에서 도혜의 이름이 나오자 심장이 뛰었다.
“에이, 그래도 그게 예의가 아니지. 하하. 정말 그렇게 싫어? 내가 결혼식 가는 게?”
그는 태훈의 표정이 풀리지 않자 조소를 흘리면서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며 물었다.
곧 그의 얼굴이 씁쓸하다는 듯 굳어졌다.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에휴. 15년 만에 만난 친구한테 이런 대접이나 받고. 나 그냥 집에 갈란다.”
김민석은 혀를 쯔! 하고 차면서 몸을 돌렸다. 담배를 허공에 튕긴 그는 차량에 오르기 전에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참, 태훈아.”
태훈은 그에게서 시선을 한시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때 민석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맴돌았다.
“비 많이 오는데, 운전 조심하라고. 와이프 분한테 안부 전화라도 한 통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았다.
녀석이, 도혜에게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민석의 웃음에서, 그의 말에서 그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때마침 태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도혜의 사무실 수사관이었다.
“예…….”
– 강태훈 변호사님! 느낌표가 날아왔어요! 느낌표요!
느낌표. 그녀가 위험에 처했다.
태훈의 휴대폰이 품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고 있던 우산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