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70
170
변호인 강태훈 170화
태훈은 폐가 뒤쪽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도혜에게 건네었다. 도혜도 현재 어떠한 상황이 구축되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이번 사건의 수사권을 가진 것은 도혜가 아닌, 이두열 검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도혜는 평소 친분이 있는 국립과학수사대의 연구원에게 비밀리에 담배꽁초의 DNA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워낙 조심스러운 일이었기에 연구원도 도혜와 친하다고는 하나 많이 꺼려 했지만, 결국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이재두가 포승줄에 몸이 포박된 채 검찰로 넘어왔다. 수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그의 옆에는 변호사인 태훈이 함께였다.
검사실로 들어가기 전, 포승줄이 풀리고 이재두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두열 검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두열 검사는 변호사를 향해 살짝 묵례를 했다. 태훈도 그에게 묵례를 해주었다.
“자, 조사를 시작해 봅시다.”
이두열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용의자를 변호하는 상대방은 강태훈 변호사였다. 특히나 더 껄끄러운 것은 그의 와이프였다.
바로 안도혜 검사다.
상당히 강한 적수를 만났다. 만일 일이 틀어진다면 자신에게 불똥이 튀게 될지도 몰랐다. 물론 그렇다고 강태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황이 너무나도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욱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사건 발생 당일 날. 이재두 씨는 분명히 그곳 폐가에서 피해자 김경오 씨와 함께 계셨었고, 함께 술을 마시다 마찰이 생겼죠. 그리고 그가 잠든 틈을 타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렇게 의심은 받고 있지만, 제가 범인은 아닙니다.”
이재두는 너무나 당당했다.
당연했다.
이두열도 그가 당당한 이유를 안다. 그는 범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정황이 너무 확실하지 않나요?”
양손을 깍지 낀 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이두열은 무슨 변명이라도 더 해보지 하는 표정이었다.
이재두는 분명한 정황이라는 이 올가미에서 빠져나가기 힘들 거라고, 이두열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시간대에 그곳으로 진입했던 차량은 이재두의 것이 유일했고, 그는 홀로 왔고, 다른 사람이 오간 적도 없었다. 그리고 이재두가 들어가고 한 시간 후에 불이 타올랐다.
그 불에 김경오가 질식사로 죽었다.
“정황은 확실하지만 검사님, 조금 조심해주시죠.”
태훈은 싱긋 웃었다.
이두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변호사는 대놓고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웃으면서 말은 하지만 그는 분명히 자신에게 뾰족한 이를 드러내 보였다.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죠.”
조서를 뒤적이며 이두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같았으면 자신도 강하게 받아쳤겠지만 상대가 강태훈이었기에 한 수 접어주기로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예, 그렇죠. 무죄추정의 원칙.”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어떤 가해자도 모두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배려하고, 존중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모든 조사가 끝났다.
당연하게도 조서에는 이재두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을 펼친 것으로 끝이 났다.
이재두가 먼저 수사관의 손에 의해 끌려 나갔고, 태훈은 물끄러미 이두열을 보고 있었다. 이두열도 뭔가 심상치 않은 그의 눈빛에 몸을 일으키지 않고 있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제 얼굴에 뭐라도……?”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능청을 떨었다.
“아닙니다, 단지, 제가 아는 어떤 검사님하고 닮으셔서요.”
“아는 검사님이요?”
“예.”
태훈도 도혜에게 이두열이 어떠한 검사인지 들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딱 떠오른 검사가 한 사람 있었다.
“유원호 검사님이라고…… 아, 지금은 검사가 아니죠.”
태훈은 이두열이 이번 사건에 확실히 연류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이리라.
자신의 의뢰인은 그들의 손장난에 놀아나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 마음 다잡고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사람을.
유원호 검사.
그는 이두열이 무척 따랐던 검사였다. 물론, 서로 비슷한 부류였기에 잘 맞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두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아, 유원호 검사님이요. 훌륭하신 분이었죠.”
“그렇죠.”
태훈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중 누구도 여전히 몸을 일으키지 않고 있었다.
묘한 기류가 감돌며 긴장감이 생겼다.
태훈은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들쳐보듯 하다가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이야, 이거 원재남 국회의원이라고 아시죠?”
원재남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두열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들썩일 뻔했다. 태훈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맞구나. 원재남이 연관된 게.’
사실 아직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재두가 죽였는지, 다른 누군가가 죽였는지. 게다가 이재두가 혹시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이젠 확실해졌다. 남은 의심이 싸악 사라졌다.
원재남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고, 그 밑의 잘잘한 것들이 움직이며 일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기사 보니까 얼마 전에 또 무료급식 봉사활동 다녀오셨다네요. 참 좋으신 분인 것 같네요.”
“조, 좋은 분이겠죠. 요즘 기사에 잘 나오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이두열은 알아챘다. 태훈이 대놓고 ‘이거 원재남과 관련된 사건이지?’라고 묻고 있다는 것을.
물론 그걸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어쩌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격이 있었다.
“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예.”
태훈이 먼저 몸을 일으켜 검사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이두열의 얼굴은 처참히 일그러졌다.
그의 주먹 쥔 손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쿵!
이건 완전히 강태훈이라는 변호사의 손에 놀아난 기분이다. 그는 자신을 철저히 무시했고, 자신은 한 수도 받아치지 못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에 작은 조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뭐?
니들이 뭐라도 하나 건질 게 있기는 할 것 같아?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이고,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가 이재두가 높은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꼴이나 보게 되겠지.
짙은 웃음을 머금은 이두열이 몸을 일으켜 그곳을 빠져나갔다.
– * *
면회실로 이재두가 들어오자 가희는 울음이 나올 뻔했다. 아버지가 입은 죄수복을 보자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결국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는 결국 나의 사람이었고, 부끄러워도 아버지인 것이 사실이니까.
숨기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터져 나왔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
수화기를 든 아버지의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미안한 표정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 부끄럽다는 듯이 그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태훈은 이가희의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빠가 없으니까 요새 치킨을 안 먹어서 그런가.”
그녀는 울음이 차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이재두는 그저 웃었다.
왜 그동안 찾아오지 않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애비가 또 범죄를 저질렀나 싶어 두려워했을까. 원래 그랬던 사람이니까, 실망이 커 안 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하지만 이재두는 그저 딸아이가 여기까지 와준 것이 고마웠다.
“언제 나와?”
“금방. 아주 금방 나갈 거야.”
이재두는 빙긋 웃었다.
나는 죄가 없어.
그것을 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가희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부녀지간의 대화를 태훈은 묵묵히 지켜보았다.
면회가 끝나고 이가희를 막 데려다준 태훈은 도혜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받았다.
DNA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태훈은 그녀와 만나기 위해 곧장 서울 중앙지검 인근 카페로 차를 돌렸다.
그가 도착하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말보루 레드의 주인공이야.”
그녀는 DNA검사를 통해 확인된 이력을 보여주었다. 맨 위에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고, 그 밑으로 생년월일, 주소지와 같은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이름은 이민규.
나이는 쉰두 살이었다.
“그리고 뫼비우스의 주인은 피해자 김경오 씨이고.”
“입질이 오네.”
이민규는 아마 노숙자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주소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가족들은 이민규의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더니, 그런 사람 수 년째 본 적이 없다며 성을 내더니 전화기를 뚝 끊어 버렸다.
역시나 추측이 맞았다.
“일단 이 사람을 찾는 게 최우선이네.”
태훈의 말에 도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노숙자들은 위치를 찾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었다.
태훈과 도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사건이 벌어졌던 곳과 노숙자들이 몰려 있는 곳을 토대로 그를 찾아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막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려던 때였다.
누군가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는 태훈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신사였다.
남성은 싱긋 웃었다.
“안 검사님.”
“여정훈?”
“네, 오랜만이네요.”
그를 보자 도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무척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다녔던 법과대학의 후배였다. 성적도 우수했고, 리더십도 뛰어났으며, 성격도 좋았기 때문에 대인관계도 좋은 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강태훈 변호사님.”
여정훈은 공손하게 태훈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대가 자신을 알고 있자 태훈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를 아세요?”
“물론이죠. 요즘 법조계에서 비상 법무법인하고 강태훈 변호사님 모르면 간첩이라고들 하지요, 아마. 하하! 뭐, 안 검사님은 검찰계에서 그렇게 유명하다고.”
“안 검사님은 무슨, 예전처럼 안 선배라고 불러.”
도혜가 껄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괜찮은 사람이라고 태훈은 그렇게 판단했다.
여정훈은 태훈을 보며 빙긋 웃으며 생각했다.
‘지금 강태훈이 그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지?’
그러나 그의 속내는 달랐다. 현재 원재남의 밑에 있는 바로 그 변호사가 바로 그였다.
여정훈은 속과 겉이 다른 인간이었다. 겉은 누구보다 멋지고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껍질을 까보면 썩고 곯은 사람. 그것이 바로 여정훈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냥,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여정훈은 대충 얼버무렸다.
도혜는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대학 시절에도 뭐든 알아서 척척 해대던 유능한 녀석이니까.
“제가 시간을 뺏은 것은 아닌지…….”
막 일어나려고 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정훈은 미안한 표정을 보였다.
“짜식, 뭘 그런 걸로.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만 한데.”
“저도 오랜만에 안 선배 보니까 좋네요.”
여정훈의 눈이 도혜가 테이블에서 손을 뻗어 챙기는 종이에 멈췄다. 거기에는 자신이 아는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규……?’
어째서 저들이 이민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걸까.
혹시 사건의 실마리라도 잡은 건가?
“다음에 술 한 잔 하자. 여기 명함.”
도혜는 그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태훈도 다음에 또 봐요. 라는 말과 함께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이 나가자,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서둘러 이민규에게 전화를 했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므로 다시…….
그의 입술이 질끈 깨물렸다.
그때의 일 이후로 잠적했나 보다. 하긴, 노숙자라는 존재들은 늘상 그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때 쥐 죽은 듯이 살라고 분명히 위협했으니까.
이제 시간문제다.
누가 먼저 그를 찾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이 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