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74
174
변호인 강태훈 174화
이두열 검사는 이재두를 기소했다. 그건 이제 재판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재판을 치른다는 것은 검찰, 경찰 쪽에서는 이재두가 범인이 맞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
준비기일이 지나가고 공판 날이 다가왔다.
태훈은 이재두에게 미리 귀띔을 해준 바가 있었다. 그리고 방청석에는 여정훈이 앉아 있었다.
“기립!”
판사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곧 판사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착석!”
그들이 앉고 법정 내의 모든 인원이 착석했다.
사사로운 절차가 이어졌다.
이두열 검사는 당연하게도 그때 당시의 정황, 맞아 떨어지는 CCTV의 시간 등을 제시하고 있었다.
유지태 주심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 정황이 맞아떨어진다. 일단 이것 하나만으로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여타의 용의자를 찾을 수 있는 여지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이재두의 너무나도 화려한 전적이었다.
“조사 결과 피고인 이재두와 피해자 김경오는 과거 함께 일을 도모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때 백두산 파의 두목이었었던 이재두는 재계에 손이 뻗어있는 김경오와 결탁하였고, 그의 더러운 일을 해결해 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피고인 이재두는 강한 부정을 하고 있으나 제 생각은, 두 사람 사이에 저희가 알지 못하는 불화가 분명히 있었고, 그로 인해 화가 난 피고인 이재두가 피해자 김경오를 술에 만취한 틈을 타서 방화, 살해 하였다. 라는 주장입니다. 이상입니다.”
유지태 주심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은 이두열을 보며 변론을 시작했다.
“CCTV의 정황이 맞아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피해자 김경오와 피고인 이재두가 과거 함께 일을 도모했다. 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피고인 측은 계속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검사 측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계속 벗어난 발언을 하고 있으며,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다고 판단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의 그 틀이 대체 어디까지죠? 현재 피고인 이재두가 유죄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과도 같지 않습니까. 또한 과잉 수사라니요> 변호인. 한 번 이야기를 해보죠.”
이두열은 작게 웃음 지으면서 양손을 깍지 끼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현재 변호인 측이 제출한 갑호증 중에서 무죄를 밝힐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본 검사 측에서는 유죄가 확실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변호인 측, 억지를 너무 부리는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억지라…….”
태훈은 ‘억지’라는 두 글자를 한참이나 곱씹었다. 그리고는 싱긋 웃었다.
“억지는 그 쪽이 부리고 있죠.”
사실상 억지를 부리는 것은 누가 봐도 태훈이었다. 뚜렷한 증거 자료가 없으니까.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억지를 그 쪽이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태훈의 모습에 이두열이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먹 쥔 손으로 책상 위를 내려칠 뻔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양 측 진정하세요.”
유지태 재판장은 둘 사이의 불화를 제지하려 했다.
그렇지만 태훈은 몸을 일으켰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금 저에게 발언권을 주신다면, 저는 지금 당장 이두열 검사의 주장이 억지이며 과잉수사가 이뤄졌었고, 피고인 이재두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증명할 수가 있습니다.”
“증명이요?”
증명할 수 있다.
강태훈 변호사는 비상 법무법인에서도 한성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변호사였다. 그런 그가 쓸데없는 말을 할 리는 없었다.
유지태는 눈을 흘겨 뜨고는 이두열을 보았다.
정말, 강태훈 변호사가 뭔가 큰 한수를 가진 듯싶었다.
이두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인정합니다. 변호인, 발언하세요.”
지금 이 자리에는 기자도 몇 사람 와 있었다. 과거의 조직 폭력배 두목. 마음 바로잡고 잘 살아보자 싶었던 이가 이렇게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그건 기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맛 좋은, 식탁 위에 차려진 거위요리와도 같았다.
게다가 기자들은 강태훈의 발언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항상 그는 이슈를 몰고 다녔고, 반전의 카드를 흔들고 다녔다. 물론 그의 방식이 극단적이기는 하였다.
그는 항상 역전을 노렸다. 그렇지만 그게 꼭 나쁜 방법은 아니다.
그만큼 강태훈이라는 변호사에게 꼬이는 의뢰가 상당히 악질적이면서도, 억울한 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전으로 후려친다면 그것은 단순히 무죄가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밀어붙였던 쪽도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럴 경우 상대편 변호사 혹은 검사 역시도 타격을 받게 된다.
강태훈은 주로 그런 것을 했다.
태훈은 서류 가방에서 이제까지 제출하지 않았던 증거 자료를 꺼냈다. 그는 유지태 판사에게 그것을 넘겨주었다.
유지태 판사는 자신이 받은 자료들을 양옆에 앉은 수명법관들에게 나눠서 넘겨주었다. 유지태 판사는 새로이 받은 증거자료를 흩어보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3분이 흘렀다.
그때 좌배석 판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그는 이두열 검사를 한 번 보았다.
5분이 흘렀을 때, 주심 판사 유지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 재판에서 큰일이 터질 것 같았다.
다시 15분이 흘렀을 때, 자료를 전부 흩어본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발언 시작하세요.”
자료를 모두 살펴본 유지태 판사가 입을 열었다.
“판사님들은 확인하셨겠지만,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제가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이두열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다른 제3자가 이 사건에 개입했습니다. 이두열 검사가 주장하는 피해자 김경오와 피고인 이재두가 무척 오랜만에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두 사람이 술을 마셨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제3자, 즉, 두 사람이 술을 마시던 곳 뒤에 숨어 있었던 실제 용의자이며 노숙인인 이민규 씨가 있었습니다.”
‘×발…….’
이두열은 노숙자 이민규의 이름이 언급되자마자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결국 놀아나고 있었던 것은 자신이었다. 강태훈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강압수사를 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방금 전 자신에게 일부러 시비조로 덤벼 들어온 것이었다.
“현재 가해자인 이민규는 모든 사실을 진술한 상황입니다. 그는 피고인 이재두와 피해자 김경오가 술을 마시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 이재두가 폐가를 나서고 있던 상황을 지켜보다, 피해자 김경오가 만취해 잠에 빠져든 때를 이용해 방화 살해를 저지른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는 제3자인 이민규뿐만이 아니라, 이 일을 배후에서 지시한 사람 역시 존재합니다.”
“지시?”
“지시라면 살해교사?”
“재밌는데. 이거 특종이야.”
살해교사. 노숙인을 시켜서 누군가 살해교사를 했다!
김경오는 이미 법정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한때 재계의 인사였다고. 그렇다면 그를 살해를 배후에서 지시한 이는 과거의 인연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살해교사를 할 정도라면 그만큼 힘을 갖췄을 인물.
“이 다음은, 본 판사가 아닌 증인 여정훈 씨를 통해 밝히려 합니다. 여정훈 증인은 살해교사 명령을 받은 후, 그 내용을 노숙인 이민규에게 전하였습니다. 현재 증인은 검찰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증인 여정훈은 변호사로 활동해 왔으며, 그가 주로 법적인 일을 처리해주었던 사람은…… 국회의원 원재남 씨임을 밝힙니다.”
“원재남……?”
“국회의원…….”
“이거 대박이잖아…….”
원재남 국회의원.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숫자는 꽤 된다. 수백 명.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란 신분만으로도 얼마나 이번 사건이 큰 사건이고, 꼬리에 꼬리를 문 사건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손에 수갑을 찬 여정훈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증언대 앞에서 선서를 한 여정훈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이어질수록 방청석은 경악에 쌓인 표정이었고, 기자들은 서둘러 볼펜으로 그 내용을 수첩에 적어나가기에 바빴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판사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들의 마음 한편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적지 않은 걱정이 생기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이민규가 들어와 진술을 시작했다.
실제 범인이 다른 곳에 있었다.
즉, 이제 정말 이두열은 ×된 거다.
이두열은 내색을 안 하려고 했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한때 조직폭력배였다고 해서, 전과가 많다고 해서, 교도소에서 복역을 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무조건 범인이라는 법은 없는 것입니다. 또한 원재남 국회의원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검찰청의 부장검사 출신으로서, 이에 관련해 이두열 검사가 이 사건에 공모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바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죠.”
태훈은 대놓고 그를 지목했다.
이유? 뻔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그가 검사복을 벗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그의 뒤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그를 막아줄 것이 분명하였다.
또한 그가 과잉수사를 했다고는 하나 정황은 분명 이재두를 범인으로 지목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태훈이 굳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검사를 비판한 것은, 이두열이 감찰부를 통해서 고생 좀 당해보라는 심보였다.
자신이 이런 발언까지 했는데, 감찰부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이건 말 그대로 정말 엿 먹이는 것이었다.
“그건 까보면 알겠죠.”
태훈은 싱긋 웃었다.
이두열은 태훈의 손바닥 위에서 완전히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안도혜나 강태훈이나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이상입니다.”
태훈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 * *
원재남 국회의원이 검찰에 소환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뻔한 소리를 지껄였다. 그는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이건 저를 모함하기 위한 정치적 음모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원재남은 청렴결백한 사람입니다. 오직 국민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정치를 해왔습니다. 검찰 수사에 성심이 임하겠지만, 이 정치적 음모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똑똑히 밝힐 날이 올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정훈의 발언은 분명 힘이 있었고, 그는 말 그대로 원재남에 대해서 전부 까발려 버렸다. 그건 원재남이 가진 거대한 힘으로도 막을 수 없을 만큼 파급력이 컸다.
물론 여정훈은 이제 복역을 마치고 나온다면 절대 변호사 업무를 하진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 다른 일을 찾겠지. 그렇지만 이번의 그의 판단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비상한 머리를 가진 놈인 건 사실이었으니까.
이재두는 당연히 무죄 혐의를 인정받고 풀려났다.
태훈은 그가 받은 정신적, 물리적 피해보상을 국가에서 받아냈다.
이두열은 감찰부에 불려가 완전히 탈탈 털렸다고 들었다. 그에겐 2주의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고 했다.
2주의 정직 처분이면 그나마 누군가 감찰부에 힘 좀 쓴 것으로 보였다.
그건 이두열이 ‘검사’라는 이름을 달고 변호사에게 법정에서 탈탈 털렸고, 또한 자신들의 이미지도 챙겨야 했기 때문에 2주 처분을 내린 듯 보였다. 그가 과잉수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처분을 받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모든 일은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아니, 아직 딱 한 가지 남은 일이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