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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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강태훈 224화
이민근 원장이 신청한 증인은 없었다. 반대로 태훈이 신청한 증인은 두 사람이나 되었다.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고(故) 이광훈이 일했던 가게의 사장과 더불어 고(故) 장현미의 동생, 장현아였다.
증인신문이 있기 전, 고두길은 손을 들었다.
“재판장님, 증인신문 시작 전, 장현아 증인의 가족은 이미 병원 측과 장현미 양의 의료사고 사망 사건에서 앞서 사건이 진행된 바가 있었으며, 그에 관련한 합의가 완료되었기에 증인으로서는 부적합함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두길은 장현아가 증인으로 서되, 그녀는 법적으로는 큰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명시하라는 의미였다.
강관욱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나선 것은 이광훈이 일했던 가게 사장이었다.
그는 현재 족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고, 이광훈은 그 가게에서 배달일을 하면서 추후에는 자신의 가게를 얻는 것을 꿈꾸었던 성실한 청년이었다.
형식적인 절차가 이어졌다.
올해 마흔여섯 살.
김변길.
“증인, 고 이광훈 씨가 수술 직후, 부작용에 시달렸을 때, 어떠하였습니까?”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역시도 보이는 것 같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잘 웃던 친구인데, 그 일 이후 잘 웃지도 않았고요.”
“병원 측의 대처는 어떠했다고 합니까?”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면서 일단은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갑 5호증을 제시합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고(故) 이광훈 씨가 살아 있던 시절 촬영하였던 사진으로써, 육안으로도 확실히 턱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해 참 좋은 성형외과에서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였다는 것입니다.”
“증인.”
강관욱 판사는 김변길과 눈을 맞췄다.
“네.”
“사고 직후, 그는 어떤 후유증을 앓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사고 직후, 다리를 절게 되었고, 꾸준한 재활치료가 요구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금전적인 문제였죠. 분명히 과실은 차량 운전자 쪽이 컸습니다. 그런데 차량 운전자가 가로등에 부딪히면서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고 들었어요. 거기다가 그쪽 변호사는 500만 원에 합의를 보고, 일을 덮지 않으면 형사소송으로 넘어가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강관욱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실이 크다고 할지라도, 한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한 사람은 생명의 위협은 없다고 할지라도 다리를 절게 되고 턱 관절이 돌아갔으며,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헐떡이던 이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이쪽은 죽을 것 같다. 합의를 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이광훈을 압박했다.
당장 이광훈도 재활치료와 양악 수술 수술비를 비롯해 사고 직후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었다.
그 때문에 그 압박은 그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이상입니다.”
태훈이 들어가고 고두길 변호사가 나왔다.
“재판장님, 증인 김변길 씨가 말하는 고 이광훈 씨에 관련한 증언은 효력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모순에 찬 것들뿐인 것 같습니다.”
고두길은 한껏 비웃고 나섰다. 물론 언제나처럼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사고 직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양악 수술을 권유까지 받게 되었죠. 한 사람이 이런 사고를 당하면 벼랑 끝에 몰리게 됩니다. 또한, 절망적이었을 겁니다. 자신의 몸도 이러한데, 500만 원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는 현실이 말입니다. 그리고 양악 수술 부작용……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그 부작용이 수술 후 의사의 과실로 인해 일어났을까요?”
고두길은 고개를 저었다.
“증인. 증인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한 번의 거짓도 없이 바른 진술을 해야 합니다. 만약, 거짓 진술을 할 시 위증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을 선서하셨지요?”
“예.”
“이광훈 씨가 흡연 및 음주 가무를 끊었었나요?”
김변길의 눈이 잠시 감겼다.
그의 기억은 4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자신의 가게로 고두길 변호사와 이민근 원장이 함께 찾아왔었다.
자신은 당연히 쌍욕을 하면서 내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고두길 변호사는 그를 설득했다.
‘억울하지 않습니까? 과연, 그 죽음이 저희 때문이었습니까? 수술 직후, 이광훈 씨를 압박했던 그 가해자들과 사고 후유증 때문이었지요. 그저 김변길 씨는 저희 말에 수긍하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광훈 씨의 억울함은 저희가 풀어드립니다. 고(故) 이광훈 씨의 일은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그에 관련한 소송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가해자 측이 너무도 뻔뻔하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과실을, 순전히 남 탓으로 완전히 돌리고 있잖아요.’
돈도 물론 받았다. 2천만 원.
하지만 그것보다는 죽은 광훈이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것에 마음이 갔다. 가해자들의 지독한 전화에 그는 무척 괴로워했던 것이 사실이니까.
“아니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 그리고 흡연 및 음주 가무를 즐겼지요?”
“네.”
“나쁜 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았겠지요. 당장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하루라도 담배, 술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었겠지요. 당연한 사실입니다. 하나, 구강수술, 즉! 양악 수술을 한 환자에게 음주와 흡연은 독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이광훈 씨의 과실로 볼 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변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돈을 받긴 했지만, 고두길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그는, 그 아픈 몸으로도 흡연과 음주를 끊임없이 하였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 힘들었던 상황이라면. 그 때문에 그나마 양심의 가책이 덜어지는 김변길이었다.
“이상입니다.”
고두길이 자리에 착석하고 다음으로 나온 것은 장현아였다.
현아는 많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이민근의 멱살을 움켜쥘 것 같은 모습이기도 하였다. 방청석에는 그녀의 부모들도 착석해 있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증인으로 서기를 원했지만, 현아는 자신이 증인으로 서기를 원했다.
법이 감정적이지는 않지만 사람에겐 감정이 있다. 조금이라도, 그 감정을 봐달라는 취지에서 태훈은 그것을 허락했다.
“병원 측의 대처는 어떠했나요?”
“1억을 제시하면서 그랬어요. 1억이면 평균적으로 여성이 결혼하기 전까지 벌어들이는 액수보다 큰돈이라고요.”
“생명에 대한 상당히 비하적인 발언이었군요.”
태훈은 흘끗 이민근 원장을 돌아보았다.
태훈이 그에게 질문했다.
“사실입니까?”
“그 당시 원무를 담당했던 여성은 현재, 다른 병원으로 보내진 상황입니다.”
고두길은 애초에 차단막을 쳐버렸다. 그건 그 여성이 그랬던 것을 알고 자신들도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였다.
“고 장현미 양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누구보다 착했고, 누구보다 멋졌던 검사를 꿈꾸었던 사람이었어요. 언니…… 검사가 돼서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그녀의 눈이 독기를 품고 이민근 원장에게 향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우리 언니를 빼앗아간 사람.
환하게 웃으며 수술실로 들어가던 언니의 얼굴이 잊히질 않는다.
언니는 무서웠을 것이다.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견디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언니를 이 앞의 사람이 빼앗아갔다.
이민근 원장은 그녀의 시선을 회피했다.
“재판장님. 그 당시, 가장 가까운 인근 병원에서 참 좋은 성형외과로 오기까지 약 7분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과다출혈, 특히나 심장마비. 심장이 마비가 되었을 시 4분 이내에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살아난다 할지라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있는 병원 안에는 그처럼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의료 인력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명백히 피고 측 병원의 업무상 과실임을 지적하는 바입니다.”
이미 끝난 이야기. 어차피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태훈은 병원의 현재 실태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참 좋은 성형외과에서 또다시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응급차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반대로 그에 관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인원이 현재 배치되었습니까?”
태훈의 물음에 이민근 원장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때 당시에도 교통체증으로 인해 구급차가 늦었던 것이었고, 또한 저희는 수술 전 분명 금식을 요구했습니다. 한데, 그때 증인의 언니는 무엇을 드셨었죠?”
이민근 원장은 현아를 보며 물었다. 현아가 주었던 빵을 현미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먹었었다.
“그때 적절한 사람들이 있었으면 언니는 죽지 않았어요!”
빵 반 쪼가리도 안 되는 것 때문에 그런 사태가 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었다.
“거기다 마늘 바게트 빵이었죠? 마늘의 경우, 수술 시 절대로 먹으면 안 됩니다. 피가 멈추지 않게 하거든요.”
현아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앞으로 성큼 다가간 태훈이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참아야 했다. 대신, 그들과 싸울 사람은 자신이다.
“그날 마늘 바게트 빵을 먹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당시 병실에 있었던 간호사의 허락을 받았다는 거겠죠. 이민근 원장님이 그걸 알고 계신 걸 보니까요.”
“그 간호사 역시, 다른 병원으로 갔습니다.”
고두길은 딱 잘라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태훈은 작게 혀를 찼다. 강관욱 판사가 보았을 때, 증인 장현아는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휴정합니다. 점심 식사 후, 2시까지 오시도록 하십시오.”
* * *
태훈은 장현아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옆에는 당연히 오현수와 이수애 기자도 함께였다.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태훈에게 많은 이들이 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그들은 대부분 양악 수술 부작용 피해자들이었다. 그들은 꼭 이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갔다.
식사를 하던 태훈은 잘 먹지 못하는 장현아를 보았다. 현아는 아직까지 태훈이 가지고 있는 그 명확한 수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맛이 없어요?”
“아뇨, 아니에요. 그냥, 언니가 설렁탕을 좋아했었거든요. 왜 하필 재판 날에.”
“아…….”
태훈은 민망한 듯 턱을 긁었다. 이 근방 설렁탕 중 이곳이 맛있다며 이끈 게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현아의 어머니는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져주었다.
“이길 수 있을까요?”
“현아 양.”
태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언니는 정의로운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죠? 약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약한 사람을 위해 싸울 줄 아는.”
“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언니가 지켜주고 있어요. 현아 양을.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면, 이번 재판은 저희가 이깁니다. 반드시!”
태훈의 부드러운 미소에 현아와 부모님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들이 득을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방 먹일 수 있다니, 그처럼 간절한 바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오현수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현아의 눈에는 그들이 숨기고 있는 수가 있었구나,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가게 안으로 이민근 원장과 고두길 변호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다른 양악 수술 피해자들의 눈이 적의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식사 맛있게 하시게.”
“고두길 변호사님도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원장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