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243
243
변호인 강태훈 243화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발견한 회장이 테이블을 탁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들 잘 걸렸다! 하는 모습이었다.
“이 ×눔의 새끼들아! 응!?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만약 용역업체 직원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면 이러진 못했을 거다.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이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다수라는 이름에 힘이 실린 것이다.
태훈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한소원 변호사가 손을 뻗어 회장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는 자리를 벗어나 그들의 코앞까지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으잉!? 가난한 서민들 피 쭉쭉 빨아대면서! 니들은 목구멍 뒤로 밥이 넘어가디!? 너희 부모는 니 새끼들 낳고 미역국을 드셨든!?”
“회장님!”
태훈이 서둘러 그의 옆에 서며 손을 붙잡았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용역업체 직원들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중 일부가 삐딱한 거고, 일부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평범한 가정의 사람들이기도 하였다. 물론, 일부가 철거민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겁주기용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쪽에서 먼저 이렇게 덤벼드는 건 좋지 않다.
“말이 심하다, ×발!? 우리 부모님은 나 낳고 미역국 잘 잡수셨는디!”
뒤쪽에 서 있던 덩치가 큰 용역직원이 앞으로 나서며 으르렁거렸다. 그에 회장이 콧방귀를 끼며 태훈이 잡았던 손을 확 뿌리쳤다.
“이 ×벌! 어린놈의 새끼가 어른한테 말하는 싸가지 보소!?”
“아저씨! 말이 좀 심하시다고!”
회장의 등 뒤로 남성 철거민들이 붙었다. 그들도 이제까지 용역직원들한테 얹힌 게 많았던지, 이번 기회에 혼쭐을 내주겠다는 듯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상대방이 폭력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이쪽에서도 폭력적으로 나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그렇게 계속해서 양측이 과열되는 모습을 보였고, 회장이 결국 덩치 큰 용역직원의 멱살을 틀어쥐면서 밀었다.
“야이 빌어먹을 새끼야!”
그렇지만 덩치가 덩치인 만큼 그는 물러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회장의 팔을 꺾으면서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회장은 의자에 부딪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윽! 아이고, 이거 봐라! 이거 봐! 이 용역깡패 새끼들 하는 짓 좀 봐! 응!? 경찰 불러! 경차아알!”
회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곡소리를 냈다. 태훈의 뒤쪽에 있던 다른 철거민들이 달려들 것처럼 씩씩거렸고, 용역직원들도 참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만!”
그때, 그 중간에서 한소원 변호사가 끼어들었다.
“진정 좀 하시라고요!”
“벼, 변호사님! 저 자식들 하는 꼬라지를 보라고요!”
변호사라는 말에 용역직원들이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덩치가 큰 용역직원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서로 치고받는다고 얻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요!”
“맞습니다. 이쪽 직원들하고 싸운다고 하여 합의점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태훈도 함께 그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한소원 변호사가 일어선 그들을 자리에 억지로 앉혔다.
태훈은 더욱더 과열되기 전에 용역직원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셨으면 합니다.”
“에이. ×발. 밥 먹으러 왔다가 기분 잡쳤네.”
덩치 큰 용역업체 직원이 바닥에 있는 돌을 걷어찼다. 다른 이들은 말없이 한숨을 뱉었다.
그들 네 사람 중 막내 이현우는 속으로 한숨을 뱉었다. 어렸을 적 배운 것이 주먹질이라, 용역업체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들 중 몇몇 형님들은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았다. 철거민들, 혹은 파업을 하는 이들에게 공포감 조성을 시켜야한다고 그들은 말하고는 했다.
그래야만 이들이 겁을 먹어서라도 이곳을 떠난다고.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 먹이사슬의 관계에서 자신들이 잡아먹힌다고.
그렇지만 말이 쉽지,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뻘, 어머니뻘 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딱한 사정을 자신들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울며불며 매달리며 자신들을 부여잡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 욕설을 뱉기도 해야 했다. 이 일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죄책감이 항시 들고는 했다.
덩치 큰 용역직원 공수호가 이중 가장 경력이 많았다. 그는 격려하듯 익숙해지면 괜찮아. 라고 말해주기도 했는데, 사실 많이 무섭다. 사람을 이리 함부로 대하는 것에 익숙해질까 봐.
공수호가 먼저 담배를 물기 시작하자, 하나둘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물기 시작했다.
태훈도 담배 한 개비를 들어 올려 보이며 피워도 되겠냐고 물었고, 공수호가 ‘그러슈’했다.
“안에서 들어보니까, 벽에 쇠파이프를 긁는다던가, 욕을 한다던가, 노상방뇨를 한다던가 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럽니까?”
공수호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네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용역업체 직원 중에는 간혹 그런 비열한 놈들이 있다. 어떤 무리에도 하나씩 꼭 있는 성격 더럽고 추잡한 놈들.
그런 놈들이 한 행위 같았다.
공수호도 겁을 주기 위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하는 편이지만, 결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그도 사람들을 밀쳐내기는 해도, 최소한 상대방이 먼저 건들지 않으면 달려들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최소한 지킬 수 있는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번에도 그런 일이 발생할 시, 법적 조치 취하도록 할 겁니다. 다른 분들도에게도 그리 말해주세요.”
초면에 강하게 나오자 공수호의 목구멍에서 반항심이 차올랐지만. 그는 꾹 참고 밀어 넣었다. 괜히 변호사와 다퉈봤자 좋을 일은 없으니까.
담배를 모두 태운 그들이 먼저 다른 식당을 찾아 걸음을 이동했고, 태훈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한소원 변호사가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고 있었다.
싸우지 말고 협상을 하자고.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피하라고.
“저 새끼들이 말로 하면 들어 처먹을 놈들인가!?”
회장이 또다시 반박했다.
그걸 보고 태훈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회장은, 정말 위험한 사람이다.
– * *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밖으로 나섰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회장이 주도하는 것이다. 일단은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말을 하였다.
이수애 기자도 중요한 내용들을 노트북에 모두 적은 후였다.
“일단은 국장님한테 취재한 거 보여드리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고맙죠.”
이수애는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자칫 태훈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현장이었지만, 그녀는 역시나 강태훈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이 태훈에게 다가왔다. 그는 혼자서 젓갈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은 이창식 씨였다. 아내와 함께 운영을 하던 젓갈집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그 젓갈집에서 자식 두 명을 대학에 보냈다고 들었다.
아내가 함께했던 그곳을 차미 떠나지 못하겠다고, 그는 아까 전 눈물까지 흘리면서 말했었다. 가슴이 답답한 사연으로, 떠나지 못하시는 분이었다.
그는 양손으로 태훈의 한 손을 붙잡았다.
“변호사님. 변호사님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변호사님이시라고요.”
“아니요, 아닙니다.”
태훈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손이 많이 거칠었지만, 따뜻한 손이었다.
“저희같이 힘없는 사람들 위해 와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배운 사람들은 항상 짓밟는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는 그에게 태훈도 고개를 숙여 보일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님, 들어가세요.”
무리에 합류하면서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였고, 태훈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아직 한소원 변호사와 태훈은 이야기할 것들이 남아 있었기에 함께 인근의 카페로 향했다.
– * *
국장실에 들어온 이수애 기자는 노트북으로 써내려간 좋은 취재거리들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국장은 그것들을 쭉 흩어보았다.
이수애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 역시 그에게 보여주었다. 정식으로 취재해도 된다는 요청이 떨어진다면 카메라맨들을 데리고 나갈 예정이었다.
“어때요, 좋죠. 철거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 이 정도면 괜찮은 시청…….”
“역시 안 되겠어.”
국장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수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요?”
“다른 방송국에서도 조심하고 있는데, 우리가 시청률 따겠다고 이걸 내보내는 건 위험한 일이야.”
이수애는 미간을 찌푸렸다. 국장은 한숨을 뱉었다. 정부가 개입된 일에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정말 모가지가 날아갈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특히나 정말 큰 일이 터지지 않는 이상, 보도를 하게 되면 위쪽에서 분명히 ‘왜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허위보도를 합니까?’라며 강하게 들어올지도 몰랐다.
괜히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것보다는, 일이 터지기 전에는 이쪽 방송국도 함묵하며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밥그릇 싸움에 우리가 끼어 들어선 안 돼.”
“국장님, 이것밖에는 안 돼요?”
“뭐?”
국장이 코를 씰룩였다.
“그깟 압력이 뭐가 무섭냐고요. 이렇게 포부가 작아서 국장 자리에 어떻게 올랐어요?”
이수애는 일부러 약 올리듯 슬슬 구슬리는 것이다. 사실 자신도 내보내기 힘들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약을 올려서라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장도 그깟 것에 넘어가진 않았다.
“나 원래 이것밖에 안 돼.”
“헐……?”
“몰랐어?”
“배는 산만해 가지고…….”
“죽고 싶지?”
“쳇!”
이수애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누가 뭐래도 국장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게 맞다. 위험한 취재감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녀도 계속 강요할 수는 없었다.
“요즘에 인터넷 방송에 유명한 사람들이나, 아니면 블로그로 유명한 사람들 있잖아. 차라리 그쪽 사람들을 이용해봐. 또 어차피 강태훈 변호사라면, 언론 자체를 움직이는 힘이 있을 수 있으니까.”
“눼눼, 알겠습니다. 비겁한 겁쟁이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주시고요.”
이수애는 투덜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안 그래도 국장의 말처럼 할 생각이었다.
이수애가 문을 ‘쿵!’소리 나게 닫고 나가자,
“쟤는 대체 언제 시집가나?”
국장이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흘렸다.
– * *
이수애 기자가 아는 파워 블로그와 더불어,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을 통해서 철거민들을 취재하였다.
이들은 민간인들이다. 특히나, 인터넷 방송의 경우는 정부에서 제제를 가할래야 가할 수 없을 것이고.
한 번 동영상이 돌기 시작하면 그것을 막는 것은 더욱더 불가능한 일임이 사실이었다.
취재를 끝내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민들의 억울함이 담긴 그 내용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이 철거민들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여론의 반향을 불러왔다.
‘억울해도 위법은 위법’이라는 국민들의 의견도 있었고,
‘재개발, 좋긴 하다만 무리하게 국민을 내쫓는 행위는 살인행위와 같다’라는 의견도 많은 편이었다.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사람들의 이목이 더욱 쏠린 이유 중 하나는 강태훈이라는 변호사가 이번 사건에서 철거민들의 변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강태훈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론은 철거민들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만큼 태훈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태훈이 개입하고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당연히 상대편에서도 대응을 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은밀하게.
그리고 당차게.
새벽 세 시.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소리가 길거리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천막을 치고서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철거민들이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벌떡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