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246
246
변호인 강태훈 246화
같은 답.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도혜는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태훈의 마음을 이해했다. 분명, 지금 여기에서 제지가 되지 않는다면 일은 더욱더 커지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지휘자는 경찰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현재 시위를 벌이는 철거민들과 경찰 병력, 용역직원들 사이에서 난투극이 있었고, 화염병이 날아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를 통해서 전파가 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경찰청장은 아직까지도 제압하지 못한 상태냐면서 노발대발 하며 화를 내고 있었다.
“30분 뒤에 재진압한다!”
“예!”
경찰 병력과 용역직원들이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경찰 병력은 용역직원들에게도 사각형의 ‘경찰’이라고 적힌 방패를 건네주었다. 마치 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듯한 모습이었다.
태훈이 다시 다가가 항의를 하며 들여보내달라고 했지만, 지휘자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다시, 용역직원들과 경찰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공수호와 함께 방패를 들고 앞장 서 들어가는 이현수는 1층 건물로 진입하기 전 새까맣게 타오르는 연기들을 볼 수 있었다. 숨이 막혔다.
메케한 연기가 코로 들어오자 절로 콜록거릴 수밖에 없었다. 선배 용역직원들이 일을 배우라면서 공수호 곁으로 그를 함께 보냈다.
계단을 찾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날아오는 화염병을 발견했다.
“피해요!”
그는 공수호를 밀쳐냈다. 그 둘이 있던 자리에 화염병이 떨어져 내렸다.
화르륵!
“미친 새끼들!”
욕을 지껄인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방금 전 화염병을 집어 던졌던 사내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당황한 남성이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굴러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몽둥이질로 그를 가혹하게 패기 시작했다.
“끄읍, 윽! 윽!”
다섯이 넘는 사람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진압봉과 각목을 휘두르는 모습에 이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으아아악!”
다리를 잘못 맞은 것인지, 남성이 다리를 부여잡으면서 비명을 토해냈다. 그제야 연장질을 멈추고 발길질로 그를 개패 듯이 패는 그들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잖아…….’
마치 패는 것을 즐기는 듯한 그 모습.
욕설을 내뱉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 그들은 남성을 짓밟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잖아요!”
그의 외침에 순간 모두가 일제히 멈춰 그를 돌아보았다. 경찰 병력들 서둘러서 계단으로 시선을 틀었다.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요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 임마! 니 아가리 안 닥쳐!?”
“싸우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제압할 필욘 없는 거예요!”
“야 이 새끼야. 여기서 가볍게 대하면 이 새끼들이 우리를 물로 본다고.”
“우리, 우리 아버지하고 비슷해 보이는 연세세요. 서, 선배님은 이러고 싶으세요?”
공수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도 처음엔 죄책감을 느꼈었고 이젠 차츰 무뎌졌다. 그렇지만 이 녀석은 심성 자체가 더 여린 것 같았다.
“너 오늘일 끝나면 이제 이 일 못할 줄 알아.”
공수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다시 화염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움찔했다. 문제는, 화염병을 던지는 각도가 잘못 되어 쓰러졌던 철거민의 팔에 불이 조금 옮겨 붙었다는 것이다.
이현수가 몸을 던졌다.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팔에 붙을 불길을 끄려고 하였다.
“꺼지라고! 제발 좀 어서 꺼져! 제바아아알!”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렇게 불을 끄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불이 꺼지자, 이젠 계단 쪽에서 연장이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 씨히바아아알!”
그는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며칠뿐이었지만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참을 수 없었다. 못 참겠다.
“이 ×같은 일! 더러워서 안해에에!”
마스크를 벗어서 바닥에 집어던진 이현수는 공수호를 씩씩거리며 노려봤다. 공수호는 그에게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할 사람은 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하는 일이다.
이현수는 쓰러졌던 철거민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목에 걸치고는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래, 이 ×발놈아. 이 더러운 일 너는 하지 마라. 나는…… 나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아.”
공수호가 픽 하고 웃음을 지었다.
올라가려던 경찰 병력과 용역들이 주춤하였다.
그 순간, 화염병들이 연달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까만 연기 때문에 진입이 불가능했다. 기침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진압 중지! 진압 중지! 밖으로 나간다!”
한 경찰의 말과 함께 모두가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태훈은 이현수와 함께 밖으로 나온 철거민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에 크고 작은 멍이 가득했고, 다리를 절뚝였다. 팔에는 불에 그슬린 흔적이 보였다.
“왜 다시 나와!”
진압 중지를 외쳤던 경찰관에게 지휘자가 화난 음성으로 물었다.
“화염병 때문에 진압이 불가합니다. 불은 어느 정도 피해가거나 하면 되지만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렵고, 특히나 질식사할 위험이 보입니다.”
“니미럴…….”
철거민들이 자리를 잡아도 단단히 잡은 모양이었다.
사실 숫자로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경찰과 용역의 피해가 클까 봐 걱정되는 것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사람 하나 다친다고 나몰라라 하던 때가 아니다. 경찰관 몇 사람이 긁혀서 피만 흘러도 부상자라고 말하고, 그 책임은 자신에게 올 수도 있다.
“505가 와야 하나…….”
사실 지휘자도 사태가 거기까지 가도록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사실을 눈치를 챈 태훈이 다시 다가섰다.
“들여보내 주십시오. 설득하겠습니다. 제가.”
“이봐요, 변호사님. 지금 안에 우리 대원들이 연기 때문에 도망쳐 나온 거 못 봤소? 시야 확보도 어려워서 분간 안 하고 다 던져 돼서 다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지켜야할 사람들입니다.”
“하……! 참……!”
차라리 지휘자도 이제 타협점을 찾고 이쯤에서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더 나아가서 철거민 중에서도 정말 크게 중상을 입은 이가 생기면 이쪽도 난처해지게 된다. 지금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었다. 당장에도 방금 전 다리에 금이 간 듯 보인 그 철거민도 나중에 뉴스에 대고 떠들어댈 말이 많을 것이었다.
“보내주시죠.”
결국 태훈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도혜가 성큼 다가왔다.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가 하고 싶은 데로 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하놔…… 검사님까지, 증말.”
“하게 해주세요. 설득할 수 있다면 여기에서 멈출 수 있잖아요. 더 이상은 경찰, 검찰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도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기에 정곡을 찔렀다.
지휘자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시간을 확인했다.
얼마 후면 이젠 505부대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 전에 끝내려고 노력은 한 번 해보자.
“알겠슈. 단 방패랑 물 묻힌 손수건 가져가쇼.”
당장 이 자리에 방독면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았다. 태훈은 손수건 하나에 물을 묻혀서 둘렀다. 그 후 경찰 방패를 받아들었다. 방패는 꽤나 무거웠는데, 지휘자가 그에게 메가폰을 건네주었다.
메가폰을 건네받은 태훈이 조심스레 1층 건물에 발을 디뎠다.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철거민들은 경찰이나, 용역직원이라고 생각한 듯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다행이도 눈 먼 곳을 때렸다.
삐이이이이!
확성기를 키자 요란한 소리가 잠시 울렸다.
“잠시만요. 저 강태훈 변호사입니다. 진정하세요.”
“벼, 변호사님?”
계단의 가장 위쪽에 서 있는 이의 목소리가 익숙했다.
이창식 씨였다.
“지금 너무 서로가 과열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합의점이고 뭐고 없습니다. 경찰은 여러분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 뜻은, 경찰은 철거민들에게 경찰들을 무참하게 폭행하고 화염병을 던져 상해를 입힌 사람들로 지목하여 법적으로도 문제를 삼겠다는 말이었다.
이창식도 그 말은 이해했다.
“어서 멈추세요! 제가 위층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아니요. 변호사님, 오지 마세요.”
그러나 이창식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때 자신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고맙다고 말했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늘 새벽에요, 아내하고 30년 동안 함께했던 저희 가게가 무너지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이제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나. 저한테는요. 그 가게 안에 죽은 아내의 숨결이 한 곳 한 곳 묻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심정 아세요?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듯 미운지 아세요?”
“그렇지만. 이 같은 행동은 안 됩니다. 어리석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싸우러 왔습니다. 아뇨, 처음엔 이야기 한 번 크게 해보자고 왔는데, 저희 이야기 한 번 안 들어주고 용역들이 들어와서 패고 끌고 나가고! 저도 끝까지 가보렵니다.”
이창식은 손에 들고 있던 화염병에 불을 붙였다. 그는 태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정반대 방향으로 화염병을 세게 던졌다.
벽에 부딪친 화염병이 불길을 쏟아냈다.
태훈은 움찔했다.
“어서 나가! 당신까지 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창식 씨!”
“어서 썩 꺼지래도!”
화르륵!
다시 화염병 하나가 날아왔다. 이번엔 태훈과 인접한 곳이었다. 태훈의 폐가 타들어갈 것처럼 답답해졌다. 머릿속에 종이 들어 있는 것처럼 징징 울렸다. 결국 그는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불가하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아니 누구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쿠웨에엑!”
밖으로 나온 태훈은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었다. 지휘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응급대원이 비상 산소호흡기를 태훈의 입에 가져갔다.
“후우욱수우우, 후우욱수우우.”
호흡을 거칠게 내쉬던 태훈의 숨이 차츰 진정이 되었을 때 주먹 쥔 그 손이 바닥을 때렸다.
쿠웅!
말리지 못했다. 결국.
“505부대 이제 다 왔지? 빨리 투입하라고 그래. 물대포 준비하고 최루탄 섞어서.”
지휘자도 결국 포기한 모습이었다.
일사분란하게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 여러분, 이제 그만 불법시위를 중단해주시고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의 물리적인 충돌은 원치 않습니다. 이제 그만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도혜가 메가폰을 붙잡았다. 힘껏 외쳤지만,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 제발 그만하고 내려오세요. 제발요!
결국 그녀의 목구멍에서 차오른 말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이대로는.
하얀색의 넓은 호스를 집어든 경찰관이 앞쪽으로 나섰다.
“틀어!”
지휘자의 말과 함께 호스에서는 벽도 뚫을 것 같은 세기의 물대포가 뿜어져 나갔다. 최루탄을 섞은 물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버티기는 힘들 것이었다.
촤아아악!
뿜어지는 물대포는 철거민들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갔다. 결국 망루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들은 망루에 숨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덧 505부대가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고, 505부대 대장이 지휘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은 옥상에 진입하는 게 가장 나을 것 같습니다.”
“1층이나 2층의 경우 연기 때문에 진입이 힘든 상황입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서 그 안에 대원들을 싣고 올려볼 생각입니다.”
“컨테이너 박스라…… 알겠습니다.”
과연 특수팀이라 그런지 머리 돌아가는 속도가 빨랐다. 지휘는 이제 505부대 대장에게 넘어갔다.
단단하게 무장을 한 505부대가 컨테이너에 오를 준비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