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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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강태훈 247화
크레인이 도착하고 컨테이너에 505특수부대 인원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밑에서는 옥상에 컨테이너가 무사히 안착하면, 그와 동시에 1층부터 치고 올라갈 준비를 하는 505특수부대 인원들이 준비를 끝마친 상황이었다.
크레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올라가는 크레인을 보면서 망루의 조잡하게 만들어진 문이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철거민들이 바깥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크레인을 통해서 컨테이너가 옥상 인근에 다다랐다. 더 이상 망루 밖으로 고개를 빼내는 이들은 없었다.
밑쪽에서 계속해서 최루탄이 섞여 있는 물대포를 쏘아댔기 때문이었다.
거세게 뿜어지는 물대포에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망루 위에 컨테이너가 반쯤 걸쳐졌다. 그러나 뛰어내리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이 챙겨온 호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호스를 이용해서 위에서 아래로 물이 거세게 내뿜었다.
촤아아아악!
* 여러분! 이제 그만 불법시위를 중단하고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최루탄이 섞인 물을 맞으면서도 서로 부둥켜안고 그 안에서 버티고 있을 그들 생각에 도혜의 목소리 끝에 울음이 맺혔다.
505특공대장이 검지와 중지를 붙인 손가락을 들어 올려 위에서 앞쪽으로 지시했다.
1층에 대기하고 있었던 505특공대원들이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불길이 주춤했다. 2층까지 대원들이 타고 올라간 모습이었다.
그때 였다.
“어어어?”
뭔가 이상하다고 사람들은 느꼈다. 경찰들도, 용역 직원들도 놀란 소리를 토해내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층에 불이 붙었다. 문제는 그 불이라는 놈이 어마어마하게 큰 불씨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화염병으로 만들어낸 불씨가 아닌 듯 보였다.
“서, 설마……”
“이런 미친……!”
경찰특공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나 화염병을 제조한 통을 위에다가 가져다놓고 사용을 한 건가? 화염병을 던지면서? 이건 미친 짓이다. 이래서는 안 되었다.
“지금 당장 애들 빠지라고 그래!”
3층의 불이 거세게 타올랐다. 만약 4층의 망루가 있는 지점에도 기름통이 존재한다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안 돼…… 안 돼…….”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컨테이너를 잠시 망루 위에 안착시켰던 크레인 조종사는 컨테이너 안의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크레인을 조종하여 다시 땅 바닥에 내려놓았다.
“켈룩켈룩!”
“콜록콜록!”
경찰들이 앞서 빠져나오고 용역직원들도 모두 뒤로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망치듯이 철거민들이 쏟아지듯이 건물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3층을 향해서 연신 물줄기를 뿌려대도 불은 기름으로 인해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었다.
태훈은 양손을 모았다. 그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찰 몇 사람도, 용역직원들도 자신도 모르게. 제발. 불이 옮겨 붙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람들이 도망쳐 나오고는 있다고 하나, 차마 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화염은, 4층까지 크게 타올랐다.
화르르륵!
“아, 안 돼…….”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태훈의 전화가 울렸다.
이창식 씨였다.
그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이창식 씨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받는 태훈의 손이 격하게 떨렸다.
* 변호사님. 불이…… 불이 옮겨 붙었어요.
* 끄으아아악!
수화기 너머로 두려움에 찬 창식의 목소리와 비명을 토해내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태훈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절레절레 저어졌다.
“어, 어서 빠져 나와요! 어서요!”
* 입구에…… 입구에 불이 붙었어요. 곧 불이 기름통에 번질 것 같아요. 변호사님. 저는요…… 저는요 단지요, 제 아내가 있던 그곳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맞습니다. 맞아요! 그러니까! 어서 어떻게든 뛰어 나오라고! 제발! 뛰어나오라고!”
* 틀렸어요…… 아까…… 다리를 다쳤어요…….
태훈의 얼굴이 둔탁한 것에 맞은 듯 멍해졌다. 그의 입에서 울음이 힘겹게 차올랐다.
도혜가 태훈의 곁으로 다가왔다.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히 안에 있었다.
* 변호사님은 기억해주실 거죠? 저희 억울하게 이대로 안 끝나게 해줄 거죠? 저희…… 저희 너무 나쁜 사람들 아니지요? 그렇지요?
“아닙니다, 나쁜 사람들 절대 아니에요. 단지…… 단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식이 너무 옳지 못했어요.”
* 저들도 잘못 했어요. 분명하게 저들도 잘못 했어요.
“맞습니다, 맞아요. 저들도 잘못 했습니다.”
* 변호사님은 기억해주세요. 저는 겨우 변호사님과 대화 몇 번 나눠보지 못했을 뿐이지만요. 저희를 기억해주세요. 오늘 저는 죽지만…….
제발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마! 제발!
* 저희를 기억해…….
콰아앙!
통화가 끊겼다. 거친 화염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움찔했다. 망루가 폭발하면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호스에서 뿌려지는 물줄기들이 불길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태훈은 부정하고 있었다.
“이……창식…… 씨?”
그는 그를 다시 불러보았다.
그렇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창식…… 씨…… 기억할게요…… 그러니까. 뭐라고 대답 좀 해봐요.”
태훈의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망루를 보았다.
“소방차는 언제 도착한대!”
“거리에 사람이 꽉 차서 앞으로도 2분은 걸린답니다!”
분주하고, 놀란 경찰과 용역직원들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태훈의 귀에는 그 어떤 목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억해 달라는 이창식의 마지막 말만이 맴돌고 있었다.
꾸우욱
태훈은 자신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온 힘을 다해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트려졌다. 너무 가슴이 답답했다. 터질 것처럼, 답답하다.
“끄으흐흐흑!”
자신이 말렸어야 했다. 정말, 말려야만 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는 스스로 자책하고 있었다.
도혜가 몸을 낮춰 그를 껴안았다.
“끄흐흐흡! 젠장! 젠장!”
그는 땅을 연신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럴수록 도혜가 더욱더 힘껏 그를 껴안았다.
불은 소방차가 도착하고서 10분 만에서야 진압이 되었다.
철거민들은 경찰들의 손에 끌려 연행이 되기 시작하였다. 계속해서 구급차들이 도착했다. 부상자들은 총 세 곳의 병원으로 나눠져서 후송되고 있었다.
또한, 불이 잠재워졌을 때 인명피해에 대한 확인을 위해서 505특공대가 안으로 진입했다.
연기도 걷힌 상태였기에 이제야 건물 안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졌다.
1층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2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3층, 입구와 정 반대편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경찰관 한 사람과 철거민 한 사람이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상태였다. 4층의 망루에는 총 세 사람이 사망한 상태였다.
철거민 중 네 명이 사망하고, 경찰관 한 명이 순직했다.
보고를 받은 특공대장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큰일났구만.’
언론이 얼마나 크게 파도를 칠지 벌써부터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계속해서 돈이 오갈 것이고, 윗대가리부터, 윗대가리까지 모두 총 비상에 들어갈 것이었다.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특공대장 역시도 알고 있었다. 특공대장의 시선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시신을 싣고 있는 응급차를 바라보는 태훈에게로 향했다.
‘저 친구가 개입하니…… 골치 좀 아프겠군.’
아마도 강태훈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특공대장의 판단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도착하였고, 주위를 철저히 통제하기 시작하였으며, 병력이 해산하기 시작하였다.
이현수는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부르르 떨리는 팔과 온몸.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입안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깊게 깨물었다.
공수호가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
공수호도 사망자가 나왔다는 것에 충격이 큰 모습이었다. 결국 이현수는 고개를 떨구었다. 돈을 벌고 싶어서, 용역 직원을 시작한 것인데, 며칠 사이에 봐서는 안 될 끔찍한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크흐흐흑, 흐흐흑!”
소란스럽게 뒷정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서럽게 울어대는 이현수의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어깨를 다독이는 공수호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 * *
“뭐!? 사람이 죽어? 얼마나?”
남노문 경찰청장은 보고를 받고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철거민 네 명이 사망하고, 경찰관 한 명이 순직했다.
이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TV를 틀자 온 사방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기자들은 과잉진압이 아니었나를 두고 국민들이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면서 방송을 해대고 있는 중이었다.
자리에 힘없이 털석 앉은 그는 시가를 꺼냈다. 그래놓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불을 한동안 붙이지 못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인성기업이었다.
*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편도 사람이 죽어나간 마당인지라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어제, 그렇게 당당하게 어차피 이런 일은 자주 있었다고 했던 목소리와는 달랐다.
“철거민들이 무식하게 덤벼들었으니 이렇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보고된 바에 의하면 불이 붙은 이유도 철거민들이 가지고 있던 시너통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자기들이 만든 화염병의 불씨가 시너통에 붙어서 이런 참사가 생긴 거지요.”
남노문 경찰청장의 얼굴에 방금 전까지 생겼던 놀란 기색은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만이 가득했다.
“오히려 그들의 그러한 과잉시위로 인해서 경찰관 한 명이 순직했습니다. 특수공무집행방행치사로 기소에 들어가 철저히 그들의 죄를 물어야지요.”
그 말뜻을 상대방도 알아 들었다. 이 사건은 경찰, 검찰의 과잉 대처가 아니라 철거민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덤벼 든 탓에 벌어진 일로 무마하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끊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되고 그는 피곤한 듯 이마에 손을 짚었다.
하필이면 사람이 죽어버렸다.
경찰도, 검찰도 한동안 뒤집힐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자리까지 위협이 올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에잉. 왜 무식하게 시너통을 그곳에 두어서는…….”
사람 죽은 것이 그에게는 혀 차는 것 정도로밖에 안 되는 것처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의 수화기로 전화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는 흘끔거릴 뿐 받지 않았다.
아마도 윗선에서 걸려오는 전화일 것이다.
휴대폰도 온종일 울어댔다.
비서를 따로 불러서 커피 한 잔을 부탁한 그는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당연히 그쪽 철거민들이 과하게 나왔으니까. 저희도 강경하게 나간 거지요. 중요한 건, 자랑스러운 우리 경찰관이 그들로 인해 순직했다는 사실이지요. 예예, 그렇지요! 그렇지요!”
통화를 하는 그는 경찰의 죽음만이 안타까운 듯, 그렇게 받는 전화마다 비슷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