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3
3
변호인 강태훈 003화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은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어.”
아침 종례가 끝나고 수업 시작 전 지훈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슨 그런…….”
지훈은 황당했다. 물론 그가 미친 듯이 공부만 했던 것은 알지만, 단숨에 이렇게 성적이 오를 수 있긴 한 건가? 알고 보니 IQ 150을 넘는 천재가 아니었던 걸까 하는 의심도 선다.
“너도 공부해라, 공부해서 남 줘?”
그러고 보면 요즘 부쩍 어른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말 하나에 연륜이 묻어나기까지 한다. 물론 지훈은 그것이 섭섭했다.
친구로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적은 제자리. 그러나 친구인 태훈은 이미 앞서 나가버렸다.
그때 교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2반의 김재민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다가와 태훈의 책상을 양손으로 거칠게 짚는다.
턱-
“너 무슨 짓이야?”
“뭐가.”
재민은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이다.
“너 커닝 했냐?”
“지금 나 모함하는 건가.”
태훈은 황당했다. 약자가 강자로 거듭나면 다른 강자들은 두려워하며 경계하게 마련이다.
더불어 ‘자신은 그보다 항상 강하다’라고 착각한다.
“그럼 어떻게 성적이 이렇게 변해?”
“공부했다. 미친 듯이.”
“이런 개새끼가 너, 너, 선생님들이 네 간사한 수법을 모르셨나 본데. 내가 학교에 다 까발릴 거야.”
“그러든가 말든가. 해봐라.”
태훈은 태평했다. 괜히 이런 녀석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실력인지 아닌지는 다음 시험 때 또다시 이 정도 성적을 거둔다면 결과는 나올 것이다.
“야, 김재민 졌으면 승복(承服)하고 반으로 돌아가.”
되려 도움을 준 것은 반장이었다. 그는 재민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반장도 분한 듯하지만 남의 반 아이가 들어와서 설치는 모습을 볼 순 없다는 모습이다.
“후…….”
중학교 입학해서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놈이 예상외의 인물에게 당한 것은 충격이 컸던 듯싶다.
와당탕-
발로 비어 있는 의자를 차고는 재민은 나선다.
반장인 효민의 시선이 태훈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는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노트를 본다.
자신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놈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자신은 계속 나아가야 하니까.
* * *
부모님에게 성적표를 건네 드리자 무척이나 놀라셨다. 함께 있던 누나도 눈을 비비며 성적표를 확인했다.
두 분은 너무 놀라 말을 잃으셨다. 아들 녀석이 계속 방에서 공부만 하고 있던 것을 보고 ‘이제 철 좀 들었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전교 1등. 그것이 태훈이 가져온 성적표다.
“엄마 아빠 저 이제 정신 차렸어요. 열심히 공부할게요.”
“그, 그래, 우리 태훈이가 하려면 못 하는 게 없지.”
형편이 어려워지고 갈수록 막막해지는 상황에서 아들 태훈의 전교 1등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누나가 그에게 헤드록을 건다.
“이 녀석! 드디어 네가 철이 들었구나.”
“아, 누나 좀!”
그러나 태훈은 진지했다. 누나의 팔을 거둬냈다. 자신이 성적을 올린 이유는 누나에게 있었다.
“얼마 전에 누나하고 하시는 이야기 들었어요.”
태훈의 말에 부모님과 누나는 말을 잃었다.
“누나가 왜 나 때문에 대학을 포기해? 왜 꿈을 접어.”
“태훈아 지금 집안 형편이…….”
누나는 당황하여 말을 흐린다. 태훈은 이 바보같이 착했던 누나에게 처음으로 화를 낸다.
“왜 누나가 나 때문에 다 포기하려고 해!”
아무도 말이 없었다. 부모님은 못난 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고 누나는 동생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태훈은 성적표를 들었다.
“이 성적 계속 유지하면 어느 대학교든지 웬만해선 장학금으로 다닐 수 있어요. 저 계속 유지할 거고. 대학교 가서도 우수한 사람이 될 거예요.”
모두가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과연 태훈의 말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일까 싶다.
“저 변호사 될 거예요. 사람들 진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약속할게요. 누구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누나, 인성 기업 가지 마.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조건이야.”
“그게 무슨…….”
당장 곧 있으면 인성 기업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할 판이었다. 누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이다.
“누나 간다는 곳 반도체 업체지? 내가 다 알고 있었어. 만약 누나 거기 다니면 나도 공부 지금부터 다시 놓을 거야.”
이것은 협박이었다. 누나를 살리기 위한 협박. 실상 정말 반도체 업체에서 일해서 백혈병이 온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누나가 걸렸을 당시는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 백혈병 환자들이 반도체 업체에서 속출했고 태훈은 그 때문에 확신이 섰다.
“반도체…… 거, 거기 방사능이니 뭐니 나오고 위험한 거 만드는 곳 아니냐?”
“혜지야. 이게 무슨 말이냐.”
실상 이때까지의 부모님도 누나가 단순히 인성 기업의 사무직 정도로 가는 줄 알았었고 백혈병이 걸리고서야 반도체 업체 비정규직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부모님도 이젠 자신의 편으로 돌아설 것이다.
누나는 말을 잃었다. 일단은 누나가 휴학을 한 상태다. 차라리 다른 일을 하라며 부모님과 태훈이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반도체 업체를 선택한 이유는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훈이 정말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간다면 그 정도로 많은 돈을 벌 필요는 없다.
부모님과의 설득 끝에 인성 기업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른 일을 알아보기로 그녀는 약속했다.
누나가 인성 기업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에 방으로 들어온 그는 문에 등을 기대었다.
“누나는 행복해야 해.”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신이 만들 것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성 기업. 대한민국 최고의 전자제품 회사.
법의 무서움을 가르쳐주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
* * *
누나의 예쁜 외모 탓일까. 일하는 시간이 크지 않은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누나가 하게 되었다. 보수는 좋은 편이었다.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 일하면서도 한 달에 130만 원 정도의 돈을 받아왔다.
누나는 다시 내년에 대학에 재학하기로 약속했고 그전에는 연기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이야기되었다.
누나가 첫 월급을 탄 날에는 요즘 아이들 다 가지고 다닌다는 MP3를 태훈에게 선물했다.
미래에는 이런 MP3 고물 취급하지만, 이때는 최신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가보(家寶)처럼 항상 지니고 다녔다.
밤 10시. 공부를 한참 하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동네를 뛰기 시작했다.
시골이었기 때문에 공기는 맑았고 쾌적했다.
서른다섯. 그때의 나이만 되었어도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돈보다도 우선인 게 건강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보다 체구가 조금 크고 싶었다. 모든 남자는 한참 성장기 때 내가 키 크는 운동을 조금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고는 한다.
태훈 역시도 마찬가지다.
훤칠한 키는 여러모로 좋았다.
30분 정도 동네 주위를 돌고 줄넘기는 40분 정도 했다.
한참 성장기이기 때문에 성장판을 자극하면 중학생 때만 계속해도 본래 키였던 172㎝보다도 적어도 5㎝ 이상은 클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한 번 빡빡하게 공부한 것이 있었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집에 오기까지 밤 10시까지 공부에 절대적인 집중을 하고 그 후에는 취침을 취하는 편이다.
아마도 중학생 때는 이렇게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 후부터는 진정한 전쟁이 시작됨으로써 수면을 많이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씻고 침대에 누운 그는 잠을 청했다.
* * *
어느덧 중학교 1학년 2학기 말이 되었다. 곧 있으면 방학이다. 1학기 기말고사 이후로 계속 그는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김재민이나 반의 반장인 효민이 그를 이겨보겠다고 아무리 달려들어도 그라는 산을 넘어서지 못했다.
어김없이 귀에 MP3를 꽂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확실히 줄넘기는 효과가 컸다. 키가 쑥쑥 크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크고 있어서 본인도 놀라고 있을 정도다. 156㎝이었던 키에서 지금은 162㎝가 되었다.
드르륵!
그때 교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흔히 어느 학교에 가도 있다. 일진의 무리. 그 일진의 무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2학년 선배들이었다.
이제 곧 3학년은 졸업하고 이 사람들이 학교의 실세가 될 것이다.
들어온 남자 네 사람은 반 아이들을 숨죽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선, 열다섯임에도 181㎝ 정도의 키를 가진 원대호라는 남성은 김제 지역 학교뿐만이 아니라 전주, 정읍, 임실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싸움 잘한다고 소문난 싸움꾼이다.
자칭 미친개라는데, 태훈이 보기엔 다 애들 놀이일 뿐이다.
그들이 누구한테 볼 일이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목을 집중했다. 그리고 곧 원대호가 당도한 곳은 다름 아닌 태훈의 앞이었다.
“네가 강태훈이냐?”
애석하게도 그들이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던 태훈은 음악 소리에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X 됐다.’
‘강태훈이 학교 인생이 이렇게 조지는구나.’
친구들은 그 모습에 경악했다. 누구든 원대호의 눈에 거슬리면 한 달 만에 전학을 가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정도로 악질적인 심성을 가졌다.
“네가 강태훈이냐고.”
대호의 손가락이 태훈의 한쪽 귀에 걸린 이어폰을 빼냈다.
태훈의 시선이 돌아갔다.
명치가 보였고 시선을 올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원대호임을 태훈도 잘 알고 있었다.
‘오, 원대호다.’
그리고 미래의 원대호도 태훈이 잘 알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UFC계의 한국의 자존심.
지금 그가 불리는 미친개라는 이름을 미래에서도 이어나간다.
단숨에 출전하자마자 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그는 한국의 이종 격투기계의 자존심이었다.
그 때문에 태훈도 항상 그를 눈여겨보고는 했다. 학교에서는 일진이고 무서움의 대상이지만 추후 일진이라고 불렸던 이들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우려와는 달리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건네자 오히려 반가웠다.
“네, 선배님.”
태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들은 그의 천진난만한 표정에 ‘미쳤구나’라는 모습이다.
“따라 나와라.”
“네? 네.”
뭔가 이상했다. 친구들의 시선도 그러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러나 두렵진 않다. 끽해야 애들이다.
법 앞에 아이들 따위 두려운 건 없었다.
그들은 대원을 옥상으로 이끌었다.
대호는 친구들에게 턱짓한다. 그들은 옥상의 구석으로 들어간다.
“야.”
“네.”
“네가 그렇게 공부를 잘한다며?”
“그런 것 같네요.”
태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비록 중학교 1학년이지만 평범한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올려놓은 태훈은 학교에서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었다.
대호의 손이 품속으로 들어간다.
‘뭐지? 설마 칼?’
그는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한 적이 있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