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5
5
변호인 강태훈 005화
“야, 너 어디…….”
딸랑-
누나의 목소리가 끝나기 전 이미 태훈은 가게 밖을 나서서 쫓고 있었다.
“찾았다.”
사람이 꽤 많았기에 눈을 꽤 굴렸다. 그러나 곧 찾아냈다.
눈에 익은 체구 기다란 생머리.
김지혜였다.
그녀 혼자만 있었다면 태훈은 ‘그런가보다.’ 하며 인사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옆에는 어떠한 남성이 함께 서 있다.
40대 초반 정도였다.
아버지는 아니다. 그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다.
딱히 다른 친척이나 의존할 어른들은 없는 거로 안다.
분명 이상하다.
저 사람과 관련해서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일단은 뒤쫓자고 생각했다.
–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합시다!
예수님의 거룩한 자녀이신 어머니께서 바꿔놓은 전화벨이 울렸다. 안 봐도 안다. 누나다. 미안하긴 했으나 서둘러 종료했다.
두 사람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거의 반 확실해졌다. 그 일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이 중학교 3학년 시기였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어두워진 기색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자신이 ‘무슨 일 있어?’ 하는 것도 이상하다.
태훈은 확신했다.
스폰서다.
남성은 스폰서였다. 즉 지혜와 관계를 하는 조건으로 월 얼마의 돈을 지급하는 관계가 분명했다.
‘스폰서라…….’
대개 스폰서는 위험하다. 다르게는 원조 교제 자체가 위험하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치밀하고 욕심이 많았다.
그는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상황을 추측해 본다.
스폰서는 돈을 주며 관계를 맺고 연애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차 시간이 지날수록 스폰서는 돈이 아까워질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러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협박이 되거나 강압이 되어 그녀를 옭아매었을 것으로 가장 먼저 추정된다.
일단은 그저 말없이 계속 쫓는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두 사람이 몸을 돌렸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갑자기 몸을 돌리자 태훈과 지혜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순간 봤다.
그녀가 남성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웃는다.
“태훈아. 여긴 웬일이야?”
“우리 지혜 학생 친구인가 보네.”
남성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친근감을 넣는다.
“안녕하세요. 누구셔?”
“우리 할머니 아시는 분.”
“아…….”
그녀는 태연하게 얼버무렸다. 너무 당당했다. 김제와 전주는 가깝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걸 자신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봤을 터. 항상 이런 식이었나 보다.
“혼자 왔어?”
“아니, 누나랑.”
“그 예쁘다는 누나분? 어디 계셔? 인사라도.”
“아냐, 지금 잠깐 나 버리고 어디 갔어.”
정작 버린 건 자신이라 뜨끔했다.
“그래 그럼 학교에서 보자.”
“응.”
서로가 손을 흔든다.
그리고 몸을 돌리는 척하면서 다시 쫓는다.
학교에서 보긴 개뿔.
오히려 좋게 되었다. 더욱 빠르게 개입해도 이상하게 볼 것이 이젠 없었다.
자신이 사건 현장을 목격했고 반 친구로서 인도하면 되는 것이다.
* * *
그들도 생각이 있기에 시내에서는 모텔에 가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라도 본다면 분명 꼬투리가 잡힐 터. 웬만해선 남성의 집이나 차를 이용할 것이다.
두 사람은 다행히 시내에서 헤어졌고 태훈은 뒤따른다.
그녀의 어깨 위로 태훈의 손이 올라갔다.
“태훈아…….”
“따라와.”
그는 그녀를 이끌었다. 태훈의 표정에서 그녀는 알았다. 모든 일이 들통 났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도 사실 태훈을 만나고 무척 놀랐다. 태훈의 눈매는 예리했고 날카로웠다. 그가 믿지 않는 것 같다는 눈치를 받긴 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카페로 이동했다.
“스폰서지?”
그녀는 수긍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확실했다.
“빨리 그 사람과의 관계 그만둬.”
태훈은 딱 잘라 말했다. 자신도 사법 고시에 합격했고 연수원에서 2년간의 과정을 마친 사람이다.
검사는 아니었어도 정의(正意)를 배운 사람이다.
그녀의 행동은 옳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언급했듯 검사는 아니었기에 그녀를 처벌하고자 추궁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오로지 반 친구로서 그녀가 극악까지 달하지 않게 도와줄 뿐이다.
그녀는 한참이나 말이 없다. 변호사로 살았던 태훈은 어느 정도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다.
지금 현재 그녀는 태훈이 남에게 말하면 어쩌지.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 어떡할까.
하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해. 그러니까 조용히 네 선에서 끝내.”
그리고 태훈은 확신에 찬 음성으로 답해줬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X팔…… 진행형이었네.’
빌어먹을 상황이다. 이미 남성은 뭔가를 이용해 그녀를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의 판례들이 수두룩하게 스쳐 지나간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 사람이 놔주질 않아.”
예상이 현실이 된다.
태훈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어떤 사람 같아?”
태훈은 뜬금없이 묻는다. 이미 상대방 남성은 진행형. 그리고 그녀는 현재 무척 불안한 상황일 것이다. 그녀도 헤어 나오고 싶을 터다.
지혜는 생각한다.
좋은 아이. 모범생. 예상외의 멋도 가지고 있는 아이.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게 통괄적인 판단이다.
“날 믿어.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어.”
변호하기 위해서든 뭘 위해서든 상대방은 거짓 없이 모든 걸 말해야 했다. 그래야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린다.
엉켜진 실마리를 풀기 위해 그녀의 입이 한 시간의 설득 끝에 풀린다.
* * *
빌어먹을 일이었다. 변호사는 항시 사건이 발생하면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하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상대방 남성의 직업이 여기에서 불찰을 일으켰다.
평범한 회사원이거나 돈 좀 많은 사업가 정도나 될까 싶더니 조그마한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라고 한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법과 정의(正意)를 배운 변호사가 김지혜를 첫 관계 당시 동영상 촬영 후 그것을 빌미로 계속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
첫 관계 당시, 관계를 맺었던 그녀는 결국, ‘이건 아니야’라고 판단했고 그와의 연락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은 직접 자신을 찾아와 동영상을 보여주고 협박한 것이다.
‘만나지 않으면 이것을 학교에 뿌리겠다.’
전형적인 협박이다. 절대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뿌리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는 ‘혹시나’에 기댄다.
혹시나 정말 밝혀지면
혹시나 누가 정말 안다면. 나는 끝이야.
이것이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사람의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직업을 가진 남성이 그 심리를 이용해 미성년자.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을 강제 추행하고 협박했다.
일단 카페에서 몸을 일으켰다.
같은 김제에 거주 중이었기에 버스를 함께 타고 가다 내린다.
칠흑 같은 어둠이 어느새 다가왔다.
“데려다줄게.”
“그럴 필요까지는…….”
“이야기할 게 남아서 그래.”
이야기는 모두 들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함께 그녀의 집 쪽으로 걷는다. 태훈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래? 네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그녀는 말이 없었다. 지혜가 만나 본 남성은 쉽게 놔줄 사람이 아니다. 악착같고 잔인하고 자신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그저 자신의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자신을 잡았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어. 간단하게.”
그녀는 상당히 놀란 표정이 되었다.
고작 중학교 3학년 그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의 허황한 자만일까.
아니면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 걸까.
후자가 더 짙은 향이 난다고 그녀는 판단한다.
태훈은 무척 어른스러운 아이였고 신비한 매력을 품은 아이이다.
어쩌면 이 아이라면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이 입으로.”
그녀의 물음에 태훈은 픽 웃는다.
아직 대답은 하지 않는다. 괜히 일이 틀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거다.
대답은 다음에 듣기로 한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허름했다. 태훈의 집보다도 훨씬 더.
그리고 그 안에서는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난다.
환경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원해서 성을 파는 사람은 없다.
그녀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고 태훈은 그제야 몸을 돌린다.
“후우.”
그는 머리를 털더니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었다가 자신이 전원을 꺼놓은 걸 알 수 있었다.
“X 됐다.”
이제야 알았다. 누나를 시내에 버리고 왔다. 물론 다 큰 성인이니 어련히 오겠지만, 자신은 집에 가면 헤드록을 한 시간 동안 당하고 잔소리를 또 한 시간 당할 것이다.
* * *
지혜는 결국 태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담임 교사. 혹은 몸이 편찮아 누워계신 할머니. 또 다르게는 법률 상담소. 어디도 그녀에게 적합지 않다.
담임 교사는 경찰에 신고하자고 할 터. 그렇다면 지혜 또한 수사를 받고 죗값을 치른다.
할머니. 몸 편찮으신 할머니에게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고 실상 변하는 것이 있을까?
법률 상담소. 무료 상담소도 있으나 사건을 크게 키우려고 할지도 모른다. 무료 상담소는 대부분 건성으로 운영하고 일반 법률 상담소는 그녀가 감당하기엔 벅차다.
결국,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사람은 강태훈. 학교 최고의 우등생. 그였다.
현재 그녀는 태훈에게 의뢰한 상황이고 태훈은 의뢰인의 입장을 모두 받아들여 그녀의 최선만을 생각한다.
그것이 진짜 변호사다. 의뢰인이 무슨 죄를 지었든 무슨 피해를 당했든 의뢰인의 최선만을 생각하는 게 변호인이다.
물론 아직 열여섯. 애들 장난 같겠지만, 엄연히 변호사였었던 태훈은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과 서적 등을 뒤지며 판례들을 찾는다. 이와 비슷한 일들을 찾고 재판장의 판결문도 뒤졌다.
앞서 변호사끼리의 대립에서는 빈틈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다.
물론 100% 자신들 쪽이 이긴다.
그러나 꼬투리 자체를 잡을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밤늦은 시간이 되고서야 태훈은 잠이 빠져든다.
내일은 지혜와 함께 그 남성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이런 식의 일은 자신도 처음이다.
또한, 열여섯. 어린 소년의 몸으로 변호사와 대립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
학교가 끝나고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로 넘어왔다. 실상 지혜는 아직 태훈이 생각하는 그 묘수를 알지는 못했다.
단지, 태훈은 모든 것을 거짓 없이 자신에게 토로해야 승리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김종만 법률 사무소.
간판을 올려다보며 태훈은 픽 웃는다.
당장에라도 ‘법률 사무소’라는 간판을 떼어버리고 싶다.
“잠깐만.”
그녀는 긴장한 것인지 문을 열려고 하자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호흡을 고른다. 잠시 기다려준다.
고개를 끄덕인다.
노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아 지혜 왔구나. 저번에 봤던 친구분이고.”
“예.”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는 태훈이 그녀와 함께 오자 다소 당혹한 듯했지만, 소파에 앉은 두 사람에게 음료까지 건네는 친절함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