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55
55
변호인 강태훈 055화
19장 정당방위냐, 폭행죄냐
공소를 취소한다는 말에 이범훈이 다소 놀랐다. 그녀는 부장검사로부터 승인된 자료를 범훈에게 건네었다.
공소의 취소란 말 그대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일은 재판을 받기 전, 처음으로 돌리는 일이었다.
즉 더 이상 사건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태훈은 다소 놀라 피의자인 진영을 보면서 화색을 띠었다.
진영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태훈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재판을 하지 않는 거야. 즉, 살인미수로 인한 기소이든 상해로 인한 기소이든 전부 무효처리가 되는 거야.”
범훈은 그녀가 건넨 자료를 확인했다.
그 자료의 내용에는 가해자인 이성민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적혀져 있었다.
공소취소는 쉽게 이러지는 것만은 아니었으나, 피해자인 이성민이 그것을 원치 아니하고 그에 대한 세세한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이범훈은 모두 읽은 후 그것을 우배석 좌배석 판사들이 검토하기를 기다렸다.
‘이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본 공소의 취소를 인정합니다. 두 시간 후. 판결하도록 합니다. 검사 측과 피의자 측 변호인은 합의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법정에서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하고 태훈과 안도혜 검사가 합의실 앞에서 마주쳤다.
태훈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되네요.”
“네.”
내용만 놓고 보자면 검사가 진 상황이다. 그녀는 도도하게 대답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재판장과 판사들이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공소취소를 하게 된 정확한 이유가 뭡니까.”
이범훈의 질문이었다.
“피해자인 이성민이 자신의 폭력에 의해 비롯된 일이고 그것을 깊이 반성하여 피의자인 김진영의 처벌은 가혹하다 여겼습니다. 또한, 보호자들 역시도 그 비롯됨을 아시고 원만한 합의로서 끝낼 것을 원하시고 계셨고 공소취소에 대해 동의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마디를 주고받고 태훈과 도혜가 밖으로 나섰다.
* * *
“피의자 김진영은 음료수에 독극물인 농약. 즉 포스파미돈 액체를 넣음으로서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것을 제시로 하여 본 재판에 서게 되었다. 또한, 그에 대해 검사 측은 살인미수죄를 주장하였고 피의자 측은 단순 상해를 주장하였었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인 이성민은 이 일의 비롯됨이 자신으로 인한 것임을 깨닫고 그로 인하여 김진영을 더 이상 법정에 서게 하고 싶어 하지 아니했고, 그에 피의자의 변호인과 검사 측이 합의점을 찾아 ‘공소취소 결정’을 내려 제출하였다.
실상, 괴롭힘을 당해왔지만, 김진영은 그러했던 행동은 분명하게 처벌받아 마땅한 편이다.”
이범훈은 진영을 보았다. 그러고는 이성민을 본다.
“그러나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피해자 이성민인 것도 사실이다. 서로가 잘못이 있던 사항이고 이에 대하여 본 법정은 공소의 취소를 인정하는 바이며 그에 대하여 본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선고한다.”
판결이 끝났다.
혹여 이성민이 다시 재판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쩌면 김진영은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범훈 판사는 나가기 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친구끼리는 친하게 지내야지.”
그는 빙긋 웃고는 밖으로 나섰다.
“진영아. 아이구 내 새끼.”
진영의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다가서 감싸 안았다.
이성민이 조심스럽게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미안…….”
그 말에 진영은 더욱 울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울음 맺힌 목소리 끝에는 ‘나도 농약 넣어서 미안해.’ 하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의 일은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할 일이지 않은가 싶었다.
재판이 끝이 나고 진영의 가족과 성민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러 간다고 한다.
두 가족 모두 태훈이나 도혜에게 함께 가자고 말했지만 둘 다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이 낄 자리는 아닌 것 같았고 그들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해결하길 바랐다.
안도혜는 분명 ‘패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콧노래를 부르며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절로 깡충깡충 발걸음이 가볍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진 거나 다름없는데. 왜 이렇게 좋아해요?”
그녀의 바로 옆 차량의 차창이 열리면서 태훈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녀는 기겁하며 표정을 추슬렀다.
“제, 제가 뭘요?”
“아니 너무 즐거워하시길래.”
태훈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녀는 헛기침을 했다.
“지, 집에서 오늘 소고기 먹는다고 해서…….”
“아. 그런 거구나. 그래서 좋아하셨구나. 응? 근데 방금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아! 일 끝내고 먹는 소고기는 꿀맛이라 이거죠.”
태훈은 허겁지겁 핑계를 둘러대는 그녀의 모습에 쓰게 웃었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그녀가 더욱 넓게 바라보는 시야를 가졌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일이 좋게 마무리되었네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조만간 국선 변호사가 될지도 모르거든요.”
태훈은 쓰게 웃었다. 한마음이 주되게 맡는 소송이 보통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이었다.
그에 비해 국선 변호사들은 ‘형사사건’ 전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와 자주 마주치게 할 계기인 것이다.
‘확실히 강태훈 변호사. 멋진 사람이네.’
그녀는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 앞서 태훈의 차량이 먼저 출발하는 것이 보였다.
이범현이 항시 태훈을 칭찬하던 것이 있었다. 그녀는 굳이 그가 돈 안 되는 국선 변호사를 한다는 것에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놀랐다.
확실히 물질적인 것보다는 다른 것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무튼, 고마워요.”
그녀는 이미 주차장에서 사라져버린 차량이 나선 자리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작은 웃음이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더 아름다워 보인다.
* * *
Tequila boom boom!
Tequila boom boom!
“모두 함께에! 소리 질러어!”
“와아아아아!”
금요일, 서울의 나이트클럽에 사람이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스테이지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찼고 테이블 역시도 만석이었다.
원대호는 신난다는 듯이 춤을 추는 자신의 연인인 김민지를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그렇게 재밌어!?”
“응! 자기도 같이 추자!”
원대호는 모두가 알듯이 UFC계의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더불어 원대호는 아주 무서운 성격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아무렇게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었다.
또 하나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민지에게만큼은 누구보다 자상한 남자친구였다.
그녀는 대호를 만난 후부터 나이트클럽을 일체 출입금지를 받았는데, 조르고 졸라서 오늘 오게 된 것이다.
“됐어 난 춤 못 춰!”
시끄러운 음악은 대호에게 맞지 않았다. 또한, 우락부락한 체격을 가진 자신이 몸을 까딱거리면 그 모습이 퍽이나 우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는 맥주만을 홀짝이면서 그녀의 등 뒤를 지켰다.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민지가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가끔은 같이 와야겠어.’
남자 녀석들이 불안해서 못 오게 철저하게 통제를 했었다. 막상 오니 여자친구가 너무 즐거워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라면 동행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대호는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예쁘기도 하고 활발한 성격의 그녀는 무척 참하기도 했다.
항상 이런 여자를 자신이 만났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룸으로 왔다. 일부러 비싼 룸을 잡았다.
“나 화장실 좀.”
“응- 다녀와.”
대호가 몸을 일으켰다. 그가 몸을 일으키고 자신의 핸드백을 뒤지던 민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응……? 내 휴대폰.”
그녀는 휴대폰이 없는 것을 알았다. 머릿속으로 아까 전 뒷주머니에 넣고 나갔던 게 떠올랐다.
“칠칠찮긴.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 가면 누가 주워가진 않았겠다고 여겨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룸에서 나왔다. 다행히 계단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다.”
안도의 한숨을 쉰 그녀는 다시 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덥썩
“아가씨 혼자 왔어요?”
“네? 아 저 일행 있어요.”
덩치가 산만 하게 큰 남성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정장을 입은 그는 키가 188㎝ 정도는 될 정도로 컸다. 그의 등 뒤로 정장을 입은 다른 남성들이 서 있었다.
‘아 저 새끼들 또……!’
나이트클럽의 웨이터는 지나치다 그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조직 폭력배들이었다.
그들은 꽤나 악질적인 녀석들이었다. 주로 취한 여성을 노리기도 했는데, 정말 마음에 든다 싶으면 멀쩡한 여자도 건들고는 했다.
그렇지만 웨이터들은 손을 못 썼다. 그들의 무서움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고 같이 놉시다.”
“저 남자친구하고 같이 왔어요…….”
그녀는 잔뜩 겁을 먹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에이, 같이 놀자니까.”
그는 그녀를 이끌었다. 그 힘이 장사와 같아 그녀의 몸이 부웅 뜨듯이 이끌렸다. 순간적으로 남성은 그녀를 끌어와 꽉 껴안았다.
“이야, 이거 볼륨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아직 어린 아가씨가.”
그와 그녀의 몸이 접촉했다. 귓가로 파고드는 숨소리가 무척이나 소름 끼쳤다.
“싫다고요오! 이거 놔요오!”
그녀는 최대한 몸을 빼내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해도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혔고 두 사람을 주위의 다른 인원들이 둘러쌓으면서 이동했다.
즉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룸 안으로 이끌고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화장실을 갔다가 민지가 없자 의아해하며 그를 찾아다녔던 원대호가 그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급하게 달려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거칠게 민지와 남성을 떼어냈다. 대호도 꽤 키가 컸지만, 남성은 더 크고 체격이 컸다.
“아, 남자친구야? 아쉽네.”
남자친구의 등장에 그는 위아래로 그를 흩더니 몸을 돌렸다. 다른 조직원들도 몸을 돌렸다.
그러나 원대호가 보내줄 리가 없었다.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당신 뭐 하는 짓이야? 어딜 남의 여자 몸에 손을 대고 그냥 가. 사과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대호는 참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다른 사람과의 마찰을 피하겠지만 지금도 민지는 두려움에 몸이 파들파들 떨려 그의 옷깃을 잡고 숨어있었다.
“형씨. 우리가 잘못한 거 맞고 그래서 그냥 갈 테니까. 그냥 짜지쇼. 험한 꼴 보지 마시고.”
룸 부근은 어두웠고 모자를 푹 눌러쓴 대호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그가 몸을 돌려 자신의 룸으로 들어가려는데 대호의 목소리가 꽂혔다.
“양아치 같은 새끼들이 어딜 감히…….”
조직 폭력배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양아치’라는 단어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뚝 몸을 멈춰 세웠다.
“형씨. 나 좀 봐야겠네. 데리고 나와.”
“네. 형님.”
다른 인원들이 대호를 이끌려 했다. 그러나 대호는 그 손을 모두 걷어냈다.
“내 발로 직접 간다.”
“오, 오빠 가지 마…… 가지 마아.”
순간 민지가 허리춤을 붙잡고 울먹였다. 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가는 게 맞는 걸까.
그러나 자신의 여인이 누군가에게 그런 치욕을 당할 뻔했다.
“차에 가 있어. 금방 갈게. 웨이터!”
대호는 그 주위에서 기웃거리는 웨이터를 불렀다.
“네네!”
“차로 안내 좀 해줘. 그리고 다음부터 니들 이따위로 영업하지 마. 다 죽여 버릴 테니까.”
웨이터는 아까 전 룸으로 서빙을 하면서 원대호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가 이렇게 조직 폭력배들 앞에서도 기세등등한 이유를 알고 있다.
문제는 조직 폭력배의 숫자다.
그러나 숫자에도 불구하고 대호는 전혀 주춤하지 않는다.
웨이터가 민지를 이끌었다. 대호의 멱살을 누군가 움켜쥐었다. 다른 조직 폭력배였다.
“여자는 빠졌으니 정의의 용사는 우리 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