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58
58
변호인 강태훈 058화
태훈은 그녀의 어깨에 묻은 나뭇잎 조각을 떼어냈다.
“너 어디서 나물 캐다 왔니? 왜 어깨에 나뭇잎이 있어.”
태훈은 자상하게 웃었다. 눈을 질끈 감았던 그녀는 아차 하며 횡설수설했다.
“헤헤, 나, 나뭇잎이라뇨. 고, 공원 지나다. 아니. 요기 집 앞에서 그랬나? 이게 왜 내 어깨 위에.”
“어휴, 볼은 빨개져서는.”
태훈은 조심스레 손 면을 그녀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차가운 느낌이 손을 타고 전달되었다.
그는 놀라며 그녀의 가녀린 팔뚝을 잡았다.
“몸이 왜 이렇게 차가워?”
“제가 원래 몸이 찬 편이어서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의 기다림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그래도 이건 너무 차가운데.”
내심 알아차려 주길 바라는 것이 여자 마음이랄까. 눈치 없는 태훈은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는 과일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
재희는 기분이 좋아졌다.
“배부르게 잘 먹었다. 재희가 요리를 잘하는구나.”
“그럼요. 나중에 현모양처가 꿈이거든요.”
“시간이 늦었네. 가자. 데려다줄게.”
‘더 있어도 되는데…….’
태훈의 말에 그녀는 입이 달싹거렸지만, 그것을 정작 내뱉지는 못했다. 태훈이 아쉬워야 맞는데 재희가 아쉽다.
그의 차를 타고 집 앞으로 왔다.
“조심히 가요.”
재희는 손을 흔들었다. 태훈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녀가 들어가고 태훈이 자신의 차량에 올라 사라졌다.
그가 가는 소리를 듣고 집에 들어갔던 재희가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바깥으로 나와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차량을 보았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태훈이라는 남자가 좋아졌다. 자신과 그의 나이 차이는 자그마치 9살 차이였다.
어쩌면 태훈에게는 귀여운 동생으로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은 그라는 사람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를 사랑한다.
그는 자신의 은인이었고 자신의 첫사랑이니까.
“잘 가요. 변호사님.”
그녀는 작게 웃고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태훈은 사건이 벌어졌었던 나이트클럽으로 왔다. 낮이었기 때문에 문은 닫혀 있었다. 일단 업소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인지 받지 않았다.
다행히도 주위에는 웨이터들의 명함이 많이 떨어져 있었기에 주웠다.
주운 번호로 한 사람씩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는 사람들이었기에 꽤나 피곤할 것이다.
집요하게 다섯 사람을 넘어서 여섯 사람 째에 ‘똘똘이’라는 이름의 웨이터가 전화를 받았다.
– 어흐음…… 여보세요?
목소리는 비몽사몽 했고 생각보단 앳된 목소리였다.
“네, 저 이번에 일어났던 원대호 씨 폭행 사건 관련한 원대호 씨 변호사를 맡은 강태훈 변호…….”
– 뚜뚜뚜뚜.
태훈이 전화의 목적을 밝히는 순간 통화가 끊겼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재차 전화를 걸자 아예 휴대폰을 꺼 놨다. 엮이기 싫을 것이다.
그 조직 폭력배라는 이들이 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 나이트클럽 입장으로서는 묵언하는 게 좋았다.
단. 태훈으로서는 조직 폭력배 이들이 대호의 여자친구를 성희롱한 행위를 잡아내야 결정적이었다.
마찰이 일어나는 CCTV는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확보되었다고 할지라도 검사 측에서나 확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걸린 검사가 그다지 좋은 이는 아니었다.
실적 쌓겠다고 별의별 짓을 다 하는 정의보단 ‘출세’를 목적으로 하는 검사인 조진원 검사였는데 그 검사라면 CCTV를 확보했다고 해도 구형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되면 제출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결정적인 건 조직 폭력배들이 성희롱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것.
그걸로 마찰이 생긴 걸 법정에 보여야 정당방위의 확률이 훨씬 커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태훈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밤에 올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밤에는 바빠서 그것을 핑계로 자신을 더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선다.
“여기서 뭐 하세요?”
담배를 모두 핀 태훈은 옆에서 지나가던 차량의 차창이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안도혜 검사였다.
“아, 일이 있어서요.”
태훈은 괜히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와 자신이 인연인지 의외로 자주 마주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차량을 한쪽에 세우고는 다가왔다.
“이번에 원대호 씨 사건 맡았다면서요?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고소가 된 상황이었고 대호가 불리할지도 몰랐다. 유명인사라는 게 다 그랬다.
그렇지만 법조인들도 지금 일어난 상황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 원대호가 고소당한다는 것은 조금 우스운 일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대호의 진술이 사실인지에 따라 달렸다.
그것이 사실인지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시선은 변할 것이다.
지금도 원대호가 궁색한 변명을 한다고 네티즌들이 하나둘 글을 올리기 시작한 상황이고 유언비어 역시도 나돈다.
이종 격투기 생활이 끝이 나면 조직 폭력배에 들려고 평소 연을 쌓던 이들과 마찰이 생겨 싸운 거다, 라는 헛소문이 도는 것이다.
무척 난감한 상황이다.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있나 봐요?”
굳이 안도혜가 차를 세우고 다가온 이유는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였다. 저번의 일 때문인지 그에게 호감이 생겨 돕고 싶었다.
단순, 호감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는 잘 몰라 지금은 부정하고 있지만.
“나이트클럽 사람들이 전화를 안 받네요. 받아도 끊어버리고.”
도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은 검사가 아니라 변호사였다. 영장을 들고 온 것도 아니었고 그들이 막무가내로 통화를 끊어버리면 방도가 없었다.
“어쩔 수 없네요. 에휴.”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에 태훈의 눈이 이채를 머금었다.
대한민국 검사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심히 기대가 된다.
휴대폰을 꺼내든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채 검사님이라는 사람에게 깍듯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그녀는 곧 전화를 끊고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확 변했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곧 전화를 끊은 그녀는 빙긋 웃었다.
“이제 곧 올 겁니다.”
법조인의 순위가 어째서 판사 > 검사 > 변호사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녀의 전화 한 통으로 난감했던 일이 해소된 셈이다.
“1년 전에 이 나이트클럽이 불법 양주 제조 때문에 걸린 적이 있거든요. 그때 담당했던 검사님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요. 사장 전화번호 좀 알아냈죠. 다행히 절 무척 예뻐해 주시는 분이세요.”
그녀는 빙긋 웃었다.
‘드디어 갚았네…….’
그녀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만약 살인미수 사건 당시 자신이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못했다면 영락없이 진영은 지금 소년원에 갔을 것이다.
현재 진영과 성민이는 서로 화해하고 학교에서 무척 친하게 지낸다고 들었다.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저한테는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한편으로는 빚을 갚는 것이기도 했고 그녀 딴에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태훈이라는 변호사에게 묘한 감정이 들고 있었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아직 도혜는 잘 모르고 있다.
도혜는 시계를 봤다. 업무 중 시간을 너무 뺏겼다.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태훈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풀렸기에 고마웠다. 그녀는 차량 앞에서 문을 열었다가 다시 그를 본다.
“그렇게 고마우시면 나중에 밥 한 끼 사셔도 되고요.”
“아, 그러겠습니다.”
태훈은 빙긋 웃었다. 밥 한 끼 사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싱긋 웃은 그녀는 곧 차를 타고 사라졌다.
태훈도 그녀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호감 이상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정의로운 여인이었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었으니까.
‘식사라…… 뭘 먹는 게 좋을까.’
그는 빙긋 웃었다. 내심 그녀와의 식사가 그로서는 기대가 된다.
* * *
웨이터 어린 왕자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상한 전화가 오길래 일부러 무시하고 계속 잠을 잤더니 이번에는 사장님에게 전화가 와서 나이트클럽 앞의 사람에게 어서 가서 협조하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막내였으니 이런 일은 가는 것이 맞았지만 피곤하고 졸렸다.
하품을 쩍 한 그는 나이트클럽 앞의 신수가 훤한 남성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변호사? 출세했네.’
얼굴도 조각같이 잘 생겼고 키도 큰 데다가 직업은 변호사라니. 부럽기 그지없었다.
“안녕하세요.”
태훈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태훈이 꺼내는 ‘원대호’에 관련한 이야기에 흠칫했다.
그 당시 그들이 민지를 이끌고 가려고 하는 것을 본 웨이터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은 꺼내지 않았다.
‘괜히 엮이면…… 으으으……!’
생각만 해도 싫었다. 녀석들은 생각보다 손을 뻗고 있는 범위가 컸고 웨이터들도 그들이란 족속은 무척 무서웠다.
예전에는 한 번 여성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고 말리려다가 웨이터들도 묵사발이 날 뻔했었기 때문이다.
나이트클럽 안으로 그와 들어간 태훈은 CCTV가 있는 작고 컴컴한 방으로 올 수 있었다.
“사건 날짜가 11월 13일 밤 11시쯤이네요.”
태훈이 말해주자 그 시간대로 CCTV를 틀려다가 멈칫했다.
룸 부근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계단 쪽에는 설치되어 있었고 주차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룸 부근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는 나이트클럽도 엄연히 여성을 이용해 돈을 버는 곳이었고 웨이터들도 반강제적으로 술에 취한 골뱅이들을 룸으로 집어넣기에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때문에 계단과 스테이지. 테이블을 중심으로 CCTV가 있었다.
‘이런 X발. 나 알아보는 거 아니야?’
시치미를 뚝 떼려고 계획 중이던 어린 왕자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안 좋으세요?”
“아, 아닙니다. 하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나이트클럽이 어두웠기 때문에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만 식별할 수 있다.
또 흐릿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자신은 주차장에서도 사각지대로 움직인 것 같기도 하다. 도 아니면 모다.
그는 곧 CCTV를 틀었다.
고요한 방안에는 태훈의 날카로운 눈이 총 여섯 개의 화면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룸 부근은 없어요?”
여섯 개의 화면을 보던 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호에게 듣기로는 룸 부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는데, 룸 부근의 CCTV는 전혀 없었다.
“예, 룸 부근은 아무래도 VIP 손님들도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달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련하게 둘러대었다.
태훈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룸 부근의 CCTV 화면이었다.
이래서는 얻을 수 있는 게 크게 없었다.
‘웨이터들 협조를 얻어야 하나?’
그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나 쉽사리 협조하지 않을 것 같았다.
CCTV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계단 쪽에서 룸 쪽을 계속 돌아보며 뭐라 말하는 웨이터의 부축을 받아 움직이는 여성이 보였다.
태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린 왕자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태훈은 일단 지나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태훈은 주차장을 주시했다.
주차장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입구도 마찬가지였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휴…….’
어린 왕자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었다.
“웨이터분 중에 단 한 분도 그 사건을 목격하신 분이 안 계신가요?”
“네, 네! 제가 알기로는 그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을 거예요. 하하, 저희도 남자인데 그런 모습 보면 뜯어말렸겠죠.”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물 좋습니다!’ 하는 거짓말이 쌓이니 능청스러운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정말요?”
“네.”
그는 왜 못 믿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