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60
60
변호인 강태훈 060화
이범현이라는 이의 연락처가 있지만, 그들만 보면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제발 못 보고 지나가라.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린 왕자!”
“예예!”
그는 부리나케 앞으로 달려왔다. 실실거리며 웃었다.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이번에 그 원대호 새끼. X 됐던데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룸으로 좀 들어와 봐.”
이어진 말에 그는 가슴이 덜컹했다. 애써 웃었다. 그가 무리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녹음 버튼을 꾹 눌렀다.
혹시라도 정말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형님들 오늘 물 좋습니다. 제가 부킹 좀 깔쌈하게 해볼까요?”
“이 새끼 봐라. 웃어?”
그는 태연하게 아부를 떨었다. 그러나 행동대장인 이남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짓했다.
“형님, 소환장이 날아와서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일부러 녀석들 엿 먹이려고 진술도…….”
“새끼야. 소환장이 날아왔으면 참석하지 말았어야지.”
고개를 숙여 보이는 대성의 머리채를 이남인의 손이 움켜쥐었다.
“혀, 형…….”
짝!
그 순간. 그의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그의 뺨을 때렸다. 그 반동 때문에 대성의 몸이 벽에 부딪혔다. 그는 다시 몸을 추스르며 상체를 살살 숙여 보였다.
“아, 안 가면 법적으로 값 묻는다고…….”
“그깟 죗값 받으면 되지. 우리가 이어온 인연이 얼만데. 이 의리 없는 새끼야.”
짝!
다시 한번 그는 얼굴을 때렸다. 다시 벽에 붙은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혀, 형님 제발 한 번 만 봐 주십쇼.”
이제 그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며 울음기까지 맺혔다. 이남인이 몸을 일으켰다.
산만 한 덩치를 올려다보면 절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무서웠다.
그는 서둘러서 품에서 태훈이 건넸던 종이를 꺼냈다.
“저, 저저. 이러면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이범현 검사라고 아시지요!”
그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협박했다.
“그 검사하고 저하고 친합니다! 저, 정말 연락합니다!?”
“이범현이 누구냐?”
“요즘 ‘거성’파 애들 장난 아니지 않습니까. 그쪽 애들 담당하는 검사인데 아주 그냥 꼴통 새끼라고 합니다. 이 새낀 나쁜 새끼라 하면 없던 죄도 만들어 씌워서라도 넣는답니다.”
“아, 들어본 것 같아.”
이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즘 조직 폭력배들에겐 무서운 이름이다. 그렇지만 고작 나이트 웨이터 따위가 친분이 있다고? 어디서 거짓말을 해도 유분수고. 무섭지도 않았다.
맞기 싫어서 나오는 거짓말이라고 여겼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의 뺨을 다시 때렸다. 이번에는 조금 셌다.
짝!
바닥으로 그가 털썩 쓰러졌다.
“야이, 어린놈의 새끼야. 오냐오냐해주니까. 우리가 친구로 보이냐. 같잖은 새끼가. 어디서 이름이나 들먹이면서. 데려와 봐 그럼 새끼야. 당장 그 새끼 불러!”
바닥으로 털썩하고 쓰러진 어린 왕자 박대성은 치욕스러웠다. 아직 팔팔한 젊은 나이이긴 했지만 먹고 살자고 하는 웨이터. 이젠 정말 더러워서 못 하겠다.
“카아악퉤. 꺼져 이 새끼야. 가서 영구 들어오라고 해.”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조직원들은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형님, 근데 원대호 그 새끼 정말 X 됐던데요.”
“변호사 양반 말 들어보니까. 항소해도 질 확률이 90%라더라. UFC 2년 동안 출전 못 하면 말 그대로 선수 생활 끝 아니냐. 어디서 병신 새끼가 사람을 건드리고 말이야. 요즘 조폭들도 이 대가리가 돌아가야 산다고. 아, 근데 고년 참 몸매가 좋긴 했는디. 그 새끼가 좀만 늦게 왔어도 한입 할 수 있었을 건디.”
이남인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양주로 목을 축이며 웃었다.
그러다 대성이 그 자리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있자 들고 있던 양주잔을 던졌다.
“이 새끼야, 나가라는 말 안 들려!”
챙그랑!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박대성은 밖으로 나왔다.
코피가 뚝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 너 왜 그래. 저 새끼들이 그랬어?”
“아, 아닙니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지나가던 웨이터가 그 모습에 놀라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갔다.
흐르는 피를 씻어냈다. 억울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한심하다.
이제까지 저 룸에 들어갔던 여성들은 자신보다 더한 치욕과 폭행을 당했을지도 모르며, 다르게는 여성으로서의 큰 것을 잃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직도 긴장이 살아 있어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는 조심스레 품속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냈다.
* * *
조진원은 인권 변호사인 태훈이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요즘 꽤 사람들한테 성적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가 봤을 때는 애송이일 뿐이었다.
한 번 패소하고 나서 다시 항소하는 꼴을 보니, 그것이 웃기고 즐겁다. 이번 재판 역시도 그는 패소하게 될 것이다.
‘인권 변호사들 따위가 다 그렇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실력 있는 자들이 사선 변호사가 되기 마련이고, 사선 변호사로서 성공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인권 변호사, 국선 변호인이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조진원은 겁나지 않았다.
“아이구, 강태훈 변호사님. 잘 지내셨습니까.”
“네, 뭐.”
때마침 들어오는 그를 보며 쾌활하게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꼬리 역시 올라간 그는 전형적인 간신배의 상이었다.
그러니 사람보단 실적을 위해 일하는 검사지.
태훈은 그라는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기엔. 생각보다 검사 중에 그런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SNS 난리 났던데요. 원대호 씨. 계약불이행으로 5억 이상 물 수도 있다면서요? 이거 돈을 보자면 이기시는 게 좋겠지만 사람 때린 게 편하게 무죄로 나오기에는 그렇잖아요.”
법조인들의 시선도 조금 변했다.
실대호가 거짓 증언을 한다는 것도 증거가 나오지 않아 추측할 수 있었고, 요즘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 이야기는 이쯤 하죠. 벌써부터 물어뜯고 할 필요가 있나요.”
태훈은 꽤 여유로웠다. 진원의 코가 씰룩였다.
태훈은 별로 말을 섞을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 * *
‘좋은 심부름센터’라는 간판이 걸린 곳 앞으로 그랜저 차량이 멈춰섰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조각같이 생긴 얼굴의 남성이 내렸다. 그의 목에는 그의 신분을 나타내는 증이 걸려 있었다.
양 주머니에 손을 꽂고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그는 문고리를 돌린 후 발로 차면서 당차게 들어갔다.
쿵
“안녕하십니까!”
그는 내부가 쩌렁쩌렁 울릴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로…….”
“저 이런 일 하는 사람입니다.”
조각같이 잘 생긴 남자. 범현은 빙긋 웃으면서 이남인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 양손을 걸쳤다. 소파에 앉아 있던 다른 동생들은 흠칫하고 놀랐다.
‘이, 이범현?’
목에 걸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이범현’이라는 이름을 본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제가 아는 친한 동생이 있는데, 그 녀석이 좀 맞았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좀 앉겠습니다.”
범현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자신의 증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코를 킁킁거렸다.
“방향제 좀 뿌리셔야겠네요.”
‘진짜였어?’
이남인의 머리에 스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나이트클럽에서의 어린 왕자 박대성이었다. 그가 이범현의 이름을 운운하였던 것이 그제야 떠올랐다.
낭패였다.
“조사를 하시러 온 거라면 영장을…….”
“아, 조사하러 온 건 아니고요. 적당히 좀 하시라고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제가 여기 관할 구역 검사도 아니고. 그러니 영장을 가지고 왔겠습니까. 그런데 그 친한 동생 놈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서 많이 속상해요. 이거 어디 한 번 탈탈 털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그는 호기롭게 싱긋했다. ‘거성’은 ‘한판파’와 그 규모 자체가 다른 거대조직이다.
그런 거성과 마주한 범현이 마음먹고 턴다면 한판파는 순식간에 끝장이다.
“뭐, 뭔가 오해가…….”
“오해요!? 이런! 대한민국 검사가 오해하고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공권력 남용이라도 하려고 왔다고 생각이 드는 건가? 제가 고소하라고 그렇게 강요를 했는데, 그 친구가 불쌍하고 치사해서 봐준다 해서 접수되지 않은 겁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만약 그 친구가.”
범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 두들겼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을 당하면. ‘한판파’는 전부 쇠고랑 찰 겁니다.”
범현은 빙긋 웃으며 양손을 내밀고는 손목을 교차시켜 수갑 찬 시늉을 해 보였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참, 오늘 2심인 걸로 아는데. 큰일 나셨네요. 원대호 씨 여자친구분이 이제 성희롱 죄로 고소할 거 같던데. 그럼 이만.”
그는 빙긋 웃으면서 장난스레 경례를 취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성희롱 죄로 고소라는 말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 * *
“갑 2호 증 1심에서 증인을 섰었던 박대성 씨를 통해 확보한 녹취록을 증거물로 제출합니다.”
녹취록이라는 말에 검사. 조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박대성이라면 저번에 보았을 때 우물쭈물하면서 주심 판사인 재판장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이였다.
그는 애초에 재판에는 관심이 없던 이 같았다.
그런 그가 태훈에게 녹취록을 주었다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곧 들려오는 소리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 형님, 소환장이 날아와서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일부러 녀석들 엿 먹이려고 진술도…….
– 새끼야. 소환장이 날아왔으면 참석하지 말았어야지.
– 혀, 형…….
– 짝!
뺨을 때리는 소리에 법정 안의 모든 이들이 움찔하였다. 재판장이 얕은 신음을 흘렸다.
어쩌면 녹취록 안에 사건의 전말이 들어 있을지도 몰랐다.
박대성을 막대하고 욕을 한껏 퍼부은 그들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신경을 집중했다.
– 형님, 근데 원대호 그 새끼 정말 X 됐던데요.
– 변호사 양반 말 들어보니까. 항소해도 질 확률이 90%라더라. UFC 2년 동안 출전 못 하면 말 그대로 선수 생활 끝 아니냐. 어디서 병신 새끼가 사람을 건드리고 말이야. 요즘 조폭들도 이 대가리가 돌아가야 산다고. 아, 근데 고년 참 몸매가 좋긴 했는디. 그 새끼가 좀만 늦게 왔어도 한입 할 수 있었을 건디.
낄낄거리는 웃음소리 뒤에 퍼진 마지막 음성에 조진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녹취된 음성은 분명 그녀를 희롱하고 있었다. 또한, 손을 털었다던 그들의 폭행은 무엇이란 말인가.
“크흐음.”
2심에서 태훈이 가져온 증거자료는 핵심적인 것이었다.
이젠 날고 기고 어떤 것을 해도 확실해진 상황이다.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들이 짠 치밀한 계획임을 그들은 밝혀버렸다.
‘이런 젠장.’
조진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 * *
판결이 뒤집혔다. 애초에 그들이 자신들이 ‘성희롱’했다는 사실을 검사 측에서 인정하고 당사자들도 그랬다면 ‘정당방위’만을 두고 싸웠을 것이고 검사 측이 승소할 수도 있던 노릇이다.
그러나 뒤집힌 판결에서 나온 것은 여론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이번 재판의 경우 아무래도 원대호의 일이 관련되어 있었기에 기자들도 참석해 있어 빠르게 기사를 써 나갔다.
밝혀진 사실에 원대호의 팬들과 UFC의 열정적인 시청자들, 또한 관심이 없는 이들마저도 분노했다. 오죽하면 국회에서도 이 문제로 논쟁을 펼치기도 할 정도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이 김민지를 성희롱한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그녀는 고소했고 합의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했으며 이남인이 되레 재판에 서게 된 상황이었다.
또한, 원대호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판사가 조직 폭력배 세 사람이 괘씸하다고 생각하여서 그 힘이 더욱 실려 ‘무죄’까지 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1심에서 2심으로 넘어가 핵심적인 한 방을 터뜨린 힘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둘러쌓고 이뤄지려던 모든 불이익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그와 태훈이 술 한 잔 기울인다.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형은 가슴이 싸아- 하다. 아무튼, 고맙다. 자식아.”
“고맙긴요. 뭐 대단한 일 했다고.”
태훈은 쓰게 웃었다. 만약 박대성의 그 녹취록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졌을 것이다.
조폭이 머리를 쓰면 거기서 거기다. 그 일 있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람을 건드리다니. 절로 혀가 차진다.
“형, 이번 경기 나가고 나면 소속사에서 나올 거야. 어차피 기한도 거의 끝났고. 더러워서 못 있겠네.”
“형이라면 부르는 곳 널리고 널렸잖아요.”
“나도 끝물이라. 이젠 ‘받아주십쇼’해야 해, 임마!”
대호는 장난스레 웃었다. 만약 이번에 정당방위를 받아 내지 못했다면 그는 현재 감옥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학창시절의 주먹의 일인자이자, 이종 격투기 스승으로 남아있는 그의 일이 무사히 풀려서 다행이다.
“자, 건배!”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