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65
65
변호인 강태훈 065화
이 한심한 작자들은 자신들의 기준에서 보는 방식밖에 모른다.
그것을 알려야 감면 혹은 무죄를 판정받을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전에 이만웅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자신이 집에 있을지 밖에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간 듯 그는 안에 없었다.
“크음.”
판사는 손수건을 꺼내 코를 틀어막았다. 검사 역시도 얼굴을 찌푸렸다.
바퀴벌레는 기본이고, 쥐도 뛰어다닐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신발은 벗으셔야죠.”
태훈은 구두를 신고 들어오려는 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엄연히 다른 누군가의 집이다.
그들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구두를 벗었다.
주방으로 태훈은 안내했다.
냉장고를 열었다.
“뭐가 있나요.”
“텅텅 비었네요.”
“심지어 냉장고가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태훈은 낮은 소리로 쓰게 웃었다. 전기가 끊긴 지 오래였다.
그를 대변하듯 주방의 한편에는 초가 놓여 있었다.
“이 그릇에 뭐가 담겨 있었는지 아십니까?”
태훈은 방 안의 나무 식탁 위의 국그릇을 들었다.
“설탕물입니다. 자신의 허기진 배를 설탕물로 채웠다는 겁니다.”
“……이상하군요. 분명 검사 측이 주장했던 말 중에는 주민등록상 아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아들은 있다지만 수년째 연락 두절이라고 합니다. 기껏해야 나오는 월 소득은 30~50만 원 사이입니다. 병원비가 50만 원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판사님. 판사님이 먹었던 해장국은 요즘 7천 원 정도 하지요? 검사님이 드셨던 냉면은 6천 원 정도 합니다. 합치면 14,000원 정도 되는군요. 피고인이 훔쳤던 것의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 한 끼를 드셨던 것의 1/3말입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습니다.”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신한 사람이었다.
이런 식으로 판사인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고 있었다.
물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집을 나섰던 판사는 문득 자신도 모르게 그 폐가 같은 집을 돌아보았다.
들리지 않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 *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남아 있는 것은 김한기 변호사뿐이었다. 앉아서 업무를 들춰보던 그는 그를 맞아주었다.
“늦었네.”
“네. 현장검증이 시간을 다소 먹더군요. 김 변호사님은 퇴근 안 하세요?”
“이번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태훈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는 정장 겉옷을 의자에 걸고는 옷소매를 걷었다.
“자네는 퇴근 안 하나?”
“예, 저도 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
그는 빙긋 웃었다.
김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밤 9시가 되었다. 자신이 처리할 업무를 끝내고 기지개를 쭉 켠 한기는 여전히 업무에 몰두하는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이 시간까지 시키지도 않아도 남아서 일하는 친구가 얼마 만인지.’
한기는 오래간만에 보는 광경에 흡족한 듯싶었다.
“이 정도면 됐다.”
해야 할 업무를 끝낸 태훈은 자료를 덮은 후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로 인해 흠칫했다.
“자네. 나하고 소주 한잔할 텐가.”
“좋죠.”
* * *
고소한 돼지 껍데기가 익어갔다. 소주잔이 채워지고 거침없이 들이켰다.
“자네가 하고자 하는 변호사가 무엇인가.”
김한기의 말에 태훈은 망설임이 없었다.
“억압 지 않는 변호사입니다.”
“억압이라…… 아직 젊은 친구가 힘든 길을 갈망하는군.”
한기는 말은 그렇게 해도 유쾌한 듯이 웃어 보였다. 법조인들도 인맥을 통해 돌아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위에서 내려오는 압력이 분명히 있을 수도 있는 사건이 존재한다.
그 압력에 꿋꿋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니.
다소 힘든 길이나 옳은 길임은 분명하다.
“김한기 변호사님은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으십니까?”
자신이 물었던 것이 다시 질문이 되어 돌아오자 소주잔을 입에 가져갔던 그는 살짝 목을 축이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
“나야, 부끄러움 없는 변호사가 되고 싶지. 나도 참 한심해. 처음 법조인이 되었을 때 가지고 있던 그 정의감이 아직도 이어졌어. 하하!”
통쾌하게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 정의감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대부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기 마련이니까.
“힘들지 않나? 우리 사무실에서 아무도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는데.”
“일하는 곳이지. 수다를 떠는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태훈은 싱긋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아직까지 말은 안 했지만 난 자네가 마음에 들어. 자네만큼 열정적으로 국선 변호사를 시작했던 변호사가 몇이나 되었을까 싶어. 그저 그 마음가짐이 변질되지를 않기를 바랄 뿐이네.”
“걱정하지 마십쇼. 그때에는 절 해고하시면 되니까요.”
“하하.”
그의 유쾌한 대답에 한기는 쩌렁 웃었다.
“힘든 일이 있다면 말하게. 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줄 터이니.”
단단한 빽과 기둥이 생겼다.
김한기 변호사.
국선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곱고 탄탄한 자.
그가 강태훈의 뒤에 있었다.
* * *
태훈으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만웅에게 징역 6개월이 떨어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태훈은 가슴이 덜컹했다.
국선 변호사로서의 첫 시작에서 원하던 바를 쟁취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쇠약한 노인이 그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이었다.
“어르신, 항소하면 어떨까요.”
“항소라면…… 다시 재판한다는 소리지?”
그의 물음에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 젊은 사람 고생시킬 필요가 있나.”
“전 괜찮습니다.”
태훈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노인은 태훈을 지그시 보았다.
그 눈은 깊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이다.
“자네는 성공하겠어.”
“네?”
“눈이 좋아, 아주 맑고 총명해. 판사가 변호사보다 더 직급이 높다던데. 왜 난 자네의 눈에서 더욱 큰 총명함이 보이지.”
태훈은 쓰게 웃었다.
몇 차례 더 말씀드렸다.
항소하자고.
그렇지만 대답은 한결같다.
“그래도 거기 있으면 따뜻한 밥에 따뜻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지 않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태훈의 가슴은 먹먹해져 갔다.
태훈이 모셔다드리겠다며 수차례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참, 자네 혹시 2천 원 있나?”
막 걸음을 옮기려던 그는 멈칫하고 물었다.
“아, 예.”
태훈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어허! 이 친구가.”
그는 불호령을 떨어뜨렸다. 천 원짜리 두 장을 주자 그는 빙긋 웃었다.
“이거면 충분하다네. 우리 집 근처에 사실 어린 손주 같은 녀석이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 그 녀석 굶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 그 녀석 가기 전에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지.”
그 2천 원의 의미를 깨달은 태훈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었다.
태훈은 손을 휘휘 저으면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 * *
“태훈아.”
주차장으로 온 태훈은 자신의 차량에 오르다가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틀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친구. 한기태가 서 있었다.
“한기태! 일하러 왔냐?”
반가운 미소가 서로에게 걸쳐졌다.
“응. 너도?”
“나도 재판했지. 생각대로 안 풀렸지만.”
“너 국선 변호사 됐다면서. 힘들 텐데.”
힘들 텐데, 라는 말에서 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은 찰나였다. 기태에게서 예전과는 다른 말투가 사뭇 묻어났다.
그가 말한 힘들 텐데, 에는 작은 안타까움과 무시의 빛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냐.”
“그렇긴 하지.”
“대한 법무법인에서 일은 할 만해?”
“형, 잘 나간다.”
태훈의 물음에 그는 자신의 차 키를 삑- 하고 눌렀다. 삑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벤츠 차량이 울렸다.
태훈의 눈이 다소 걱정을 머금었다.
“축하한다. 좋은 차도 있고, 이제 집도 사고. 어머니만 모시는 일만 남았네.”
“집은 이번 연도 내로 산다.”
기태는 싱긋 웃으며 태훈의 어깨를 살짝 쳤다.
태훈은 그를 위아래로 조심스레 흩었다.
멋들어지는 구두에 명품 정장. 몇천만 원 이상의 가격대를 자랑하는 명품 시계.
그리고 기태 역시도 그를 위아래로 흩었다.
먼지가 묻은 구두에 그저 그런 정장. 몇십만 원짜리 시계. 그리고 자신의 시계 값이면 구입할 수 있는 차량.
‘그래도 태훈이는 자신이 원해서 하는 거니까.’
기태는 고개를 저었다. 태훈이 만약 자신과 같은 이익을 보는 길을 추구했다면 훨씬 잘 되었을 녀석이다. 작게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답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어떤 사건 맡고 있어?”
“나? 나…….”
기태는 잠시 망설였다.
때마침 방금 전 들어온 차량에서 내린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쓰레기 같은 새끼…… 어떻게 그런 새끼 변호를…….”
그 목소리에 태훈은 당혹했다. 기태 역시도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요즘 떠들썩한 최고기업 강간 사건 알지?”
“아…… 그 사건.”
태훈이 보이지 않게 신음을 흘렸다. 대기업의 자녀가 여성을 강간했다는 사건인데, 대기업의 자녀는 그런 적이 없고 합의 하에 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여성은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퍼진 인터넷 자료만 보아도 대기업에서 그 권력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였다.
“알잖아.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그래.”
사실 기태는 말은 안 했지만, 일부러 자신이 맡은 사건이었다. 이번 싸움을 승소로 이끌어간다면 자신은 최고기업이라는 든든한 빽과 지원자, 그리고 고객을 얻는 것이었고.
거기에 최고기업에서는 억대의 수임료를 붙여놓은 상황이었다.
“벌써 시간이.”
기태는 시계를 확인했다. 그는 태훈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범현이 하고 나하고 너. 지훈 씨. 도혜 씨 해서 또 조만간 모여야지.”
“그래. 뭐 안 되면 우리 삼인방끼리 한잔해도 되고.”
기태가 손을 흔들며 주차장을 벗어났다. 태훈은 걱정 어린 시선이었다.
“제발 물들지 마라. 넌 한기태니까.”
그만큼은 제발 그 추악한 것을 배우지 말고 다른 것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 *
이만웅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태훈의 결과는 패소라고 볼 수는 없었다. 최대한 그가 손써 볼 수 있는 데까지 손을 뻗어 형을 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다른 변호사들에게는 꼬투리로 다가왔다.
자주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놈이 결국 승소 하나 얻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태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신경 쓰는 것은 김한기였다.
그들이 모여서 속닥거릴 때마다 그의 불호령 같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일들 안 하나!?”
그들은 어째서 김한기가 태훈을 그렇게 감싸고 애착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기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품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태훈에 대한 애착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국선 변호인들이 아둔한 것이다. 누구든 열심히 하는 자를 아끼기 마련이거늘.
오늘의 경우 사무실에 김한기 변호사가 일이 있어 나갔다.
채수진 변호사도 나갔다.
사무실에는 남자 변호사 셋만 덩그러니 남았다.
딸랑-
문이 열리면서 여성이 들어왔다.
태훈은 살짝 몸만 일으켜 고개 숙여 인사만 하고 다시 업무를 했고, 손이 남는 이태영 변호사가 대신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수화였다.
이태영 변호사는 당혹한 모습이었다.
안효성 변호사는 시선을 회피했다.
국선 변호인 중 수화를 확실하게 구사할 줄 아는 이는 김한기 변호사와 채수진 변호사뿐이었다.
그 두 사람이 나갔으니. 어설프게 아는 그들은 난처할 수밖에.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겼다.
그 모습을 본 태훈이 몸을 일으켰다.